청송주왕산 기암단애

작성일
2023-11-11 21:3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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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靑松) 주왕산(周王山) 기암단애(旗巖斷崖) 

 

(2023년 11월 7일 탐방)

 


나름 적지 않은 유람을 다녔건만 어쩐 일인지 주왕산은 처음이다. 주변의 달기약수탕은 두어 번 들렸던 적이 있었으니까 주왕산에 왔었다고 우길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전사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지 않고서야 어찌 주왕산을 봤노라고 하겠느냔 말이지.

 


원하는 곳은 어디던 데려다 주는 애마와 함께 오늘도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11월 7일 7시 8분이구나. 7분이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여하튼 모처럼 이렇게 나름 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길은 거의 정동향(正東向)으로 229km이고 당진영덕의 30번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 코스이고 소요될 예정 시간은 2시간 59분이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아침 요기를 하기로 들어도 3시간은 소요되어야 할 나름 장거리 구간이기도 하다. 포항이든 경주든 영덕이든 영주와 안동까지도 다 둘러봤는데 어쩐 일인지 주왕산을 갈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도 신기하다. 그래서 만사는 때가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가 싶기도 하다.

 


일찍 나선 것은 7시에 나선다고 해도 10시는 되어야 도착할 것이고, 일정대로라면 달기약수탕과 주산지까지 둘러보고서 경주로 향할 예정인데 어물어물하면 짧디 짧은 하루 해가 빠듯하지 싶어서 마음만 바빴다.

 


날씨는 그만하면 준수하다. 하늘의 뭉게구름 정도는 애교로 봐줘도 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가장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은 물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륙지방의 탐방이기 때문에 살펴야 할 조건은 하나 제거된 셈이다. 항상 바닷가의 노두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물때의 시간과도 타협을 했어야 하는데 주왕산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회덕분기점을 돌아서 1번 경부고속도로를 북행하다가 상주 보은의 당진 영덕의 도로로 갈아탄다. 이 구간의 특이한 것은 30번 고속도로가 애매하게 꼬여있다는 점이다.

 


상식적인 생각은 이렇다는 말이다. 또 모르지 이 도로를 설계할 적에 문의쪽에 요직자의 땅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짐짓 해 본다. 돌아가라고 하는데 좋아할 여행객이 어디 있느냔 말이지. 이게 무슨 30번 도로냐~!ㅎㅎㅎ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암말도 안 하고 간다. 아니, 꿍시럭대봐야 무슨 수도 없으니까 그냥 포기하는 셈이지. 애초에 길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당시 설계도를 그렸던 사람들의 속셈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상상만 해 볼 따름이다.

 


부지런히 달렸는데도 주왕산이 바라 보이는 곳까지 오는데 3시간 20분이 걸렸다. 여하튼 길은 나서면 도달하기 마련이다. 도중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데 말이다. 진작에 와봤어야 한단 말이지. 아마도 단언컨대, 지질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주왕산에 올 생각은 없었을 텐데 이제야 그 때가 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무등산, 월출산, 태백산이 남아있기는 하다. 특히 무등산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를 보러 가기는 해야 하는데 올해는 일정이 없고 내년 봄이라도 한 번 계획은 세워봐야 하겠다. 이렇게 글로 흔적을 남겨 놓으면 또 다음에 가게 되더란 말이지. ㅋㅋ

 


막상 앞에 와서 바라보니 암벽의 위용이 대단하구나. 회색의 암벽이니 응회암(凝灰巖)이지. 괜히 회(灰)자가 들어있겠느냔 말이지. 흰 암봉이면 화강암(花崗巖)이고 검은 암봉이면 현무암(玄武巖)일 가능성이 많겠지. 여하튼 회색으로 된 바위가 보이는 산은 응회암으로 봐서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정도는 이제 겨우 이해를 했다.

 


주왕산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어디어디인지 공부삼아서 자료를 찾아본다.

 

 

다 둘러 봤는데 태백산 무등산 월출산은 남았구나. 내년 중으로 모두 들려보는 것으로 해야 하겠다. 참, 2023년에 팔공산도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했는데 이 지도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구나. 전부 다 수정된 지도는 없나?

 

 

 

그렇지~! 노컷뉴스에서 수고롭게 만들었구나. 그래서 또 감사! 막내로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되면서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총 23개인데 그 중에 세 곳이 남았으니 20군데는 발자국을 남겼다는 말인 모양이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 한 번 정도는 가봐야 하지 않겠느냔 생각이 문득 들어서. ㅎㅎ

 


마침내~! 사진으로만 수없이 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대전사(大典寺)의 절과 그 뒤에 우람하게 버티고 있는 암벽은 주왕산의 랜드마크다. 저 바위의 이름은 기암단애(旗巖斷崖)란다. 깃발바위라는 이름에서 뭔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되기도 한다.

 

【기암단애(旗巖斷崖))의 전설】

 

중국 당나라 때 주도(周鍍)가 자신을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고 칭하며 당의 수도인 장안을 공격했으나 안록산의 난을 평정한 곽자의(郭子儀)장군에게 패하여 요동으로 도망쳤다는 것까지는 실록(實錄)인 모양인데 그 후로는 행방이 묘연하게 되었다고 하며 이 사람을 주왕(周王)이라고 칭한다. (어쩌면 여기서부터는 전설일 수도) 주왕이 반란에 실패하고서 신라로 도망쳐서 석병산(石屛山:주왕산의 옛이름)으로 숨어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당나라에서 신라에 도움을 청했다. 주왕이 숨어있던 곳의 이름이 주왕굴(周王窟)인데 신라의 마일성 장군과 그의 형제들이 주왕굴에 숨어있던 주왕을 찾아내고서 산의 첫 봉우리에 주왕을 찾았다는 신호로 깃발을 꽂았는데  그때 깃발을 꽂았던 봉우리를 깃발기(旗)를 써서 기암(旗巖)이 되었고 그 형태가 끊긴 절벽처럼 되어서 단애(斷崖)이니 이로 인해서 대전사의 뒤에 보이는 암봉의 이름이 기암단애가 된 것이다.

 


기암단애의 지질도를 살펴봐야지. 우선 대전사의 주변은 어떤 암석으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지질도에 정확하게 위치를 맞춰서 그려놓지 않았다고 꿍시렁대면서도 또 열심히 찾아본다. 부디 빠른 시일 안에 정확도가 높은 지질도를 만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대전사에서 기암단애를 바라보면 절의 뒤에 솟은 암봉으로 보여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는 골짜기 뒤쪽의 암봉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구나. 그리고 바라보는 풍경도 절에서 보이는 것과 실제로 하늘에서 보이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도 공중에서 찍은 사진으로 보니까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이건 구글지도에서 본 풍경이다. 

 


기암단애와 대전사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구나.[국립공원TV]에서 본 장면이다. 역시 산세는 드론이 최고란 말이지. 영상이 좋으니 링크를 붙였다. 나중에 기억이 가물가물할 적에 다시 보기 좋지 싶다. 

 

대전사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의 암석을 살펴보자. 카카오맵에서도 기암이라고 표시는 했는데 온통 초록색인 것으로 봐서 위치가 틀린 것으로 보인다. 바위가 보여야 한단 말이지.

 

 


지질도의 그림이 재미있구나. 대전사를 중심으로 몇 가닥의 지질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풍경이다. 뒤쪽의 회색 바탕에 초록 세모로 표시된 것이 주왕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질이다. 아마도 응회암이라서 바탕이 회색인 모양이다.

 


이 지층은 중생대(中生代) 백악기(白堊紀:1억 4500만 년~6600만 년 전까지)의 경상계(慶尙系) 불국사층군(佛國寺層群) 각역질(角礫質) 안산암(安山巖)으로 대표암상은 각력질 안산암이다. 안산암은 안데스산맥에 있는 암석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도 자꾸만 반복해서 공부하니까 이제 이름만 봐도 대략 떠오른다. 가장 좋은 공부법은 반복학습 밖에 없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그런데 대전사의 뒤쪽으로 계곡의 길을 따라서 나타난 짙은 보라색의 지층은 또 무엇이기에 색다른 표시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지도를 살펴보니까 용추폭포로 가는 길로 되어있는 계곡의 암석이구나. 

 


지층은 경상계 불국사층군까지는 같은데 염기성암맥(鹽基性巖脈)이 다르구나. 염기성은 알칼리성분의 암석이라는 말이라서 대표암상도 염기성암(鹽基性巖)이라고 되어 있다.

 

암봉의 기상이 씩씩해 보인다. 어찌 보면 손오공을 골탕먹이던 석가여래의 손가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오지봉(五指峰)이라고 부르는 것이 제격인데 오지봉은 장가계에서도 봤었다. 그러니까 손가락이 여섯 개로 보이든 다섯 개로 보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더란 말이지. 그냥 오지봉이면 오지봉인 거지. 기암단애도 멋있기는 한데 오지봉으로 되었더라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암단애는 불국사층군의 각역질 안산암이다. 각역질은 모가 난 암석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수마(水磨)를 겪지 않고 분출된 화산재에 의해서 그대로 포획이 된 채로 응결(凝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응회암은 각력(角礫)을 포함한다. 화산재가 분출하면서 같이 딸려 나온 돌조각들이 그대로 쌓였기 때문인데, 크기는 몇mm에서부터 수m에 달하는 것도 있으니까 역(礫)은 조약돌이라는 뜻이지만 크기는 다양하다고 보면 된다.

 

 


 

 

 


 

 

  

 

 

  


 

 

 


 

 

 


대전사의 왼쪽으로도 암벽들이 병풍처럼 솟아있다. 이곳의 암석도 같은 것이겠거니 했다가 지질도를 보니까 또 다른 성분으로 되어 있어서 확인해 본다.

 


지층은 경상계 신라층군(新羅層群)-낙동층군(洛東層群) 적색(赤色) 사암층(沙巖層)이고 대표암상은 적색 사암, 셰일(頁巖), 알코스질사암이구나. 신라층군과 낙동층군이 서로 인접해서 있는 모양인데 생소한 이름이 또 등장한다. 알코스질은 또 뭐냐? 

 

【알코스질 사암】

아르코즈/알코스(arkose) 또는 아르코즈질/알코스질 사암(沙巖): 장석(長石) 함량이 높아서 25%이상이고 성분은 화강암(花崗巖)과 유사하다.

 

위키백과가 알려 준 내용이다. 그러니까 장석의 성분이 많이 든 사암이라는 말이었군. 어쩐지 붉은 빛이 도는 이유가 있었구나.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 본다는 것이 이른 때는 신기하기도 하다. ㅎㅎ 

 

 


 

 

 


 

 

 


 

 

 


 

 

 


 

 

 


 

 

 


 

 

 


'산은 타야 맛'이라고 생각하는 산꾼들이야 이런 풍경을 접하면 오르고 싶어서 안달이 나겠지만, '산은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그네에게는 쳐다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따름이다. ㅎㅎ 

 


망원렌즈는 이런 때에 쓰라고 있는 것이지. 대전사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마무리해도 되겠다. 주인공은 나중에 나온다고 했던가? 주왕산의 대문격(大門格)인 기암단애와 그 주변은 이렇게 둘러보는 것으로 정리해도 되겠다. 다음은 주왕산의 주인격(主人格)인 용추폭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야지. 

 


단풍은 한 발 늦은 감도 있지만 단풍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바위를 보러 갔기 때문에 시기를 참으로 잘 맞춰서 제때에 찾아왔다고 보면 되겠다. 단풍은 낙엽이 지기 전에 봐야 하지만 바위는 낙엽이 진 다음에 봐야 나뭇잎에 가려졌던 진면목이 소상하게 드러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