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 제41장. 유유자적/ 6.문자(文字)의 점괘

작성일
2024-01-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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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41. 유유자적(悠悠自適)

 

6. 문자(文字)의 점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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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철관음(鐵觀音)을 만들어 드릴게요.”

모두 둘러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연화(緣和)가 새로운 차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반기면서 말했다.

~! 철관음을 오랜만에 마셔 보겠네요. 호호~!”

잠시 기다리자 연화가 구수한 철관음을 따라주면서 우창에게 말했다.

말씀을 듣기는 했으나 깊은 이야기는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스승님께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알고 계실 텐데 하나만 들려주세요. 무슨 이야기라도 모두 교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헛된 공부는 없잖아요?”

연화의 말에 진명도 우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스승님께서 아무래도 철관음값을 톡톡히 내셔야겠네요. 그 덕분에 우리는 덤으로 이야기의 소득을 얻으니 모두가 연화 언니 덕이에요. 호호호~!”

진명의 말을 들으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신 우창이 연화에게 물었다.

이야기야 해 줄 수 있지만 듣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말하면 또 이야기보따리를 끌러보겠네. 어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

비록 연화가 나이는 우창보다 많았으나 사제지연(師弟之緣)의 인연을 앞세워서 편하게 말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내심 약간 부담스러웠으나 연화가 원하는 대로 하대했다. 그러자 연화도 기뻐하면서 말했다.

무슨 이야기라도 다 좋아요. 다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를 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어서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들어도 공부는 멀고 어린아이가 저절로 일어서기까지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듯이 연화에게도 성장을 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호호~!”

우창이 생각하면서 철관음을 한 모금 마셨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묵직한 맛이 녹차와는 확연히 달랐다. 차를 마시고는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오행 공부와는 무관한 문자(文字)로 점괘(占卦)를 보는 이야기해 줘야 하겠구나. 아무래도 점술이라고 하면 소강절(邵康節) 선생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지. 이 이야기도 소강절 선생의 일화(逸話)인데 너무 유명해서 자원은 들어봤을 수도 있겠구나.”

들어봐도 재미있는 것이 고인(古人)의 일화잖아요. 혹시 들어 봤더라도 처음 듣는 기분으로 경청할게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호호~!”

실로 점술(占術)에는 소강절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선생이다 보니까 오가는 사람들도 풍문으로 그 이름을 듣고는 웬만하면 한 번쯤 만나서 조언을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더구나 주역(周易)에 대해서 깊이 통찰(洞察)하고 있으니까 선비들 간에는 더욱 유명했던 모양이네.”

우창의 말을 듣고 소강절이 나오자 진명도 아는 체를 했다.

그 이름은 진명도 들어봤죠. 매화역수(梅花易數)를 창시(創始)한 달인(達人)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궁금하네요. 스승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어서 들어보고 싶어요.”

그래? 마침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두 친구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오() 선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 선비였다는군. 그들도 마침 소강절 선생이 사는 곳을 지나치게 되자 잠시 들려서 이번 시험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물어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찾아뵈었더라네. 시험이야 최선을 다해서 공부한 것을 갖고서 응시하겠지만 그래도 먼 길을 가야 하고 오랜 시간을 준비한 것이라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까닭이었겠지.”

이렇게 말하자 연화도 우창의 말에 장단을 쳤다.

당연하죠. 어찌 과거뿐이겠어요. 더 사소한 것이라도 지나는 길에 명인(名人)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에요.”

두 사람이 소강절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자 소강절이 물었지. ‘오늘 나를 찾아온 것은 궁금한 것이 있었을 테니 그것에 대해서 말해 보시오.’라고 말이지. 그러자 오 선비가 먼저 말하기를,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중이었으며 이번에 시험을 보게 되면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네.”

우와~ 그렇다면 이제 매화역수를 통해서 보게 되나요? 이름만 들어봤는데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해요.”

연화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날은 무슨 영감(靈感)이 발동(發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오 선비에게 붓을 들려주고는 아무 글자라도 한 자를 써보라고 했다는 거야. 아마도 농사를 짓던 사람이라고 했으면 다른 방법으로 물었겠으나 글공부를 한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붓을 줬던 모양이로군.”

우창이 그 정황까지도 설명하자 듣고 있던 연화는 알아듣기가 너무 쉬웠다. 매화역수는 아니라도 뭔가 신기한 점괘(占卦)가 나왔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우창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것을 한 모금 마신 우창이 다시 말했다.

소강절은 오 선비에게 글자를 써보라고 하자, 그 사람이 잠시 생각하고는 글자를 한 자 쓰고는 붓을 내려놓았더라네. 글자는 이것이라더군.”

이렇게 말한 우창이 종이에 글자를 썼다.

 

 

 

 

우창이 쓴 글자를 본 진명이 말했다.

무슨 어려운 글자를 썼나 했더니 이것은 또 차()’잖아요? 왜 하고많은 글자 중에서 이 글자를 썼을까요? 의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또, 다시, 장차의 뜻이잖아요? 진명이라면, 벼슬 사()나 합격(合格)한다는 의미로 합할 합()이나, 뜻을 크게 이룬다는 의미로 클 태()도 있는데 말이죠. 예상 밖이에요. 호호호~!”

그야 글을 쓴 사람만 알겠지. 그러자 오 선비가 써놓은 글자를 보던 소강절이 웃으며 말하더라네. ‘장원급제(壯元及第)하게 될 것이니 축하하오~!’라고 말이지.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기뻐하면서도 무슨 뜻인지 몰라서 왜 그렇게 해석하게 되었는지를 물었잖겠나. 그러자 소강절이 설명하기를 그대가 쓴 글자는 글자이기도 하지만 그림이기도 하단 말이오. 그림으로 보게 되면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進士)가 되면 쓰게 되는 관()을 닮았으니 당연히 급제하게 된다는 조짐이 아니고 무엇이겠소이까.’라고 대답을 하더라는 거야.”

우창의 말을 듣던 연화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오호~! 정말 참으로 달인은 보는 관점이 다르네요. 글자를 보면서 모자를 떠올린다니 말이지요.”

연화의 말에 우창도 말했다.

아마도 세상의 이치(理致)를 훤하게 통달한 사람들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달인이었던 모양이네. 무엇을 보더라도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내니까 말이지. 이렇게 덕담(德談)을 듣게 된 오 선비가 희색(喜色)이 만면(滿面)하면서 기뻐하는 것을 본 동행했던 정 선비도 붓을 들어서 똑같은 글자를 썼다네. 당연히 합격한다는 말을 들은 글자이니 자신도 그 말을 듣고 싶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군.”

이렇게 말한 우창이 다시 글자를 썼다.

 

 

 

 

우창이 쓴 글자를 들여다보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글자였기 때문이었다. 붓을 놓고서 우창이 말을 이었다.

소강절은 정 선비가 쓴 글자를 보더니 말없이 침묵에 잠기더라는 거야. 이 사람은 당연히 이번 과거에 급제하게 될 것이오.’라고 말할 것이라고 하는 기대를 하다가 말이 없자 의아해서 소강절을 바라봤다지. 그러자 소강절이 비로소 정 선비에게 말하더라는 거야. ‘그대는 지금 과거가 문제가 아니라 어서 걸음을 돌려서 집으로 가시오.’라고 말하자, 이 사람은 깜짝 놀라며 물었지.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같은 글자인데 왜 제게는 이렇게 섭섭한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라고 말이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명이 말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정말 왜 그랬을까요? 소강절 선생의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이 짧은 진명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네요. 무슨 이야기를 해줬을지 궁금해요. 호호~!”

아마 정 선비도 궁금하기가 진명과 같았던 모양이네. 소강절의 풀이를 기다리면서도 얼굴빛이 좋았을 턱이 없겠지. 이윽고 소강절이 그 이유를 말해줬다네. ‘그대가 써 놓은 것을 잘 보시오, 모자를 닮았소? 아니면 제사(祭祀)상의 위패(位牌)를 닮았소?’라고 말이지.”

그제야 정 선비는 자신이 쓴 차()는 오 선비가 쓴 것보다 넓이가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모양을 소강절은 위패로 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렇지만 이것으로 인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니 이것은 아니라고 봐서 항의했지. ‘아니 왜 꼭 그렇게만 해석하십니까? 오히려 조상님들이 시험을 잘 보도록 뒤에서 돕고 있다고도 해석을 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자 소강절이 말없이 미소만 짓더라는 군.”

이야기를 듣고서 진명이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어머~!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 보니까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너무 야박하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선비의 말대로 조상이 돌 본다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진명의 말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그야 나도 모르지. 하하하~!”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러니까 처음에 물었던 사람은 급제했나요? 결과가 있으니까 이런 말이 전하게 된 것이 아니겠어요?”

그렇게 해서 오 선비는 즐거운 마음으로, 또 정 선비는 불만인 마음으로 길을 가다가 객잔에 묵게 되었는데 밤사이에 폭우가 내려서 강을 건너는 다리가 물에 잠겨서 건널 수가 없게 되었더라네. 두 사람이 강변으로 나가서 급류를 바라보면서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정 선비가 급한 마음에 물이 흐르는 가까이 가서 다리의 상태를 살펴보려는데 순간적으로 밟고 서 있던 언덕의 흙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휘말려서 떠나가 버리고 말았다는 거야. 물론 살아서 집으로 가지 못하고 죽어서야 귀가를 한 셈이었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화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어머나~! 정말 용한 점괘네요. 아니, 그 말을 듣고서 얼른 가던 걸음을 되돌려서 집으로 갔다면 죽음을 면할 수가 있었는데 듣지 않았던 것이 결국은 점괘대로 되었다는 말이잖아요? 참으로 소강절 선생이 용하긴 하셨네요. 호호~!”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게 맞기는 하겠지만, 점쟁이가 과거를 보지 말고 집으로 되돌아가라는 말을 듣고서 발길을 돌리는 것이 가능하겠어? 아무래도 그것이 그 사람의 운명이었지 않을까 싶네.”

그러자 진명이 말했다.

그러니까 미리 알아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었고, 미리 알려 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이 되어버렸어요. 진명이 생각하기에는 글자를 써보라고 한 것은 이미 소강절 선생도 두 사람의 얼굴에서 그 빛을 다 읽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말하자면, 점괘는 글자를 쓰기 전에 이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진명의 말에 우창도 생각되는 점이 있어서 말했다.

, 역시 진명의 관점은 다르구나. 그러니까 글자를 써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라는 말이잖은가? 그냥 말하면 귀신이 붙어서 말하거나 혹은 악의적(惡意的)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 자신이 써놓은 글자를 보면서 말을 하니까 뭐라고 시비를 걸어볼 수도 없단 말이지? 과연 진명의 생각에 또 감탄하게 되네.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서 연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스승님,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 들었던 말 중에 불이 타오르기 전에는 연기부터 나고, 비가 그쳤어도 오히려 습기는 남아 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대입하면 될까요? 소강절 선생은 불이 피어오르기 전에 연기를 봤다는 것이잖아요? 조짐(兆朕)을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연화가 우창에게 묻는 말을 들으면서 우창은 내심 깜짝 놀랐다. 연화에게서 이러한 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현학(玄學)에 인연이 닿으면 평소에 공부는 못했더라도 그와 연관된 생각은 하게 되는 모양이다. 발화(發火) 이전에 연기를 생각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은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같은 의미로 내리던 비가 그쳐도 공중(空中)에는 오히려 습기가 남아있다는 것도 그렇다. 시작되기 전에 어떤 조짐이 있듯이, 끝이 나도 여운(餘韻)이 남는 것도 조짐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이미 그러한 소식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이것은 자원도 같이 느꼈던 모양이다. 자원이 연화에게 말했다.

아니, 언니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네. 보통 사람은 생선을 봐도 가운데 도막만 떠올리는데 언니는 머리와 꼬리까지도 생각한다는 말이잖아? 정말 놀랍네. 그러한 정신력이라면 정말 오행의 이치도 빨리 깨닫게 되겠어. 축하해요~! 호호호~!”

그러자 우창도 내심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오호~! 그것을 알아보는 자원도 보통은 아니로군. 진명이야 이미 그쪽으로 상당한 내공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하거니와 연화의 사색이 깊은 것에는 나도 감탄했네. 하하하~!”

연화가 우창과 자원에게 합장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실로 이러한 것에 대해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늘 혼자서만 생각하곤 했죠. 오늘 그것이 조금은 기특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희망이 보이는 것도 같아요. 호호호~!”

연화가 참으로 기뻐하는 것을 보자 우창도 보람을 느꼈다. 다시 차를 따라주는 연화를 보면서 말했다.

아침에 왔던 노인장도 마찬가지야. 이미 불이 피어오르려고 연기를 뿜고 있었던 거지. 이러한 상황에서 불을 끌 방법은 없기에 너무 늦었던 셈이지. 소강절 선생이 정 선비의 익사(溺死)를 미리 막을 수가 없듯이 나도 노인이 뭔가를 해보려고 마음을 일으킨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보면 될 것이네.”

우창의 말에 진명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미리 안다는 것이 삶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요. 참 스승님께 여쭤봐야 하겠네요. 비가 올 것을 미리 안다고 해서 비를 멈출 수가 없듯이, 과거를 보러 가다가 물길에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을 천하의 소강절 선생이 안다고 해도 그것을 막을 수가 없다면 말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예지학(豫知學)은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결국은 일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면 말이에요.”

진명의 질문은 우창의 가슴을 묵직하게 치고 들어왔다. 기실(其實) 우창도 미래를 알아내기 위해서 불철주야(不撤晝夜)로 노력했지만 이렇게 진명의 질문을 받고 보니 과연 이러한 것의 목적과 의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대답을 할 말이 궁색(窮塞)했다. 그래서 창밖을 보면서 어떻게 답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연화가 말했다.

좀 주제넘기는 하지만 내가 진명의 물음에 의견을 제시해도 괜찮을까? 그 점에 대해서 언젠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말이야.”

연화가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반기면서 말했다.

당연하죠. 언니가 말씀해 주세요. 궁금해요.”

연화가 진명의 찻잔에도 차를 채워 주면서 말했다.

때로는 몸이 개운치 않을 때가 있잖아? 몸살이나 감기가 오려고 할 때 말이야. 그럴 때 미리 감초(甘草)에 생강(生薑)을 넣고 푹 달여서 한 잔 마시고 땀을 흘리면서 푹 자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몸이 개운해지고는 하는데 이러한 경험이 있어?”

당연히 그럴 때가 있죠.”

진명이 답을 하자 연화가 다시 말했다.

만약에 감초와 생강이 없거나, 혹은 옆에 있더라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며칠을 끙끙 앓고 나서야 비로소 일어나겠지? 이러한 경우를 비유해서 생각해 본다면 스스로 몸의 상태를 살펴서 몸살기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 미리 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주괘(五柱卦)를 통해서 알거나, 육효(六爻)괘를 통해서 알거나 혹은 소강절 선생처럼 관형찰색(觀形察色)을 통해서 알아볼 수도 있겠지. 그것은 저마다 자신이 타고난 능력으로 알아낼 수가 있다고 할 수가 있을 거야. 그것을 알아낸 다음에는 누가 말린다고 해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은 그 효과를 믿기 때문이겠지? 처음에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겠지만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비로소 감초와 생강의 효력을 믿게 되는 것이지. 그다음에는 누가 말린다고 해도 듣지 않고서 미리 그 조짐이 보이면 자기도 모르게 감초와 생강을 찾아서 그릇에 넣고 있을 거야. 어때?”

오호라! 그 말씀을 듣고 보니까 너무 쉽게 이해되네요. 맞아요. 당연하죠. 알고 있다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명쾌한 설명이잖아요.”

진명이 이해한 것을 본 연화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사람들도 처음에는 팔자(八字)가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믿으려고 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러한 것을 믿는다는 사람을 만나면 어리석은 사람이 허황(虛荒)된 말을 듣는다고 비웃기가 일쑤지.”

맞아요~! 그런 사람들 많이 봤어요. 호호호~!”

그렇지만 한두 번쯤 그 말이 헛된 것이 아닌 줄을 알게 된다면 그다음에는 믿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미리 물어서 나쁘다는 것은 피하고 좋다는 것은 저절로 따르게 되지 않겠어? 그러니까 세상의 경험에 따라서 헛된 고생을 하지 않거나 혹은 다 겪은 다음에 깨닫게 되거나, 혹은 겪어보고서도 깨닫지 못하겠지? 내가 생각하는 운명의 조짐을 미리 알아본다는 것이 이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이치에 벗어나지는 않는지를 모르겠어.”

이렇게 말을 마친 연화가 우창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고서 의견을 말했다.

당연히 그 말은 이치에도 타당하네.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귀를 기울이고, 경험이 없는 사람은 무시하고 그 중간에서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사람도 있겠지. 만약에 정 선비가 예전에 주변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거나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예언이 있었다는 것을 보거나 들었다면 아마도 소강절의 말을 듣고서 코웃음을 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을까?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았거나 혹은 한 번쯤이라도 깊이 고민해 봤을 것이네. 다만 젊은 혈기에 그러한 경험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귀중한 목숨을 잃게 되어서 자신의 노력이 헛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에게도 슬픔을 안겨주고 말았으니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말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나?”

우창의 정리를 들으면서 연화가 기쁜 마음으로 합장했다. 자신이 했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과 소강절 선생의 현명한 판단조차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세상조차도 눈앞에 보이는 세상과 같다고 생각하게 된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감동했어요. 막연하게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을 손에 얹어 주신듯이 명쾌하게 말씀해 주셔서 이제는 그러한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누구에게라도 말을 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물론 알려줘도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제가 알 바가 아니고요. 호호~!”

연화가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은 찻값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심 흐뭇했다. 그 사이에 염재가 들어오다가 담소하는 것을 보고는 인사했다.

스승님과 누님들이 계셨네요.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즐겁게 나누셨습니까? 염재가 바빠서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하하하~!”

염재가 들어오자 자리를 권하고는 연화가 차를 한 잔 따라주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참 애석하게 되었어. 호호호~!”

연화 누님께서 대신 말씀해 주시면 되지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염재가 연화에게 묻자 연화는 이야기를 나눈 것에 대해서 정리해서 염재를 위해서 설명해 줬다. 그러면서 염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러자 염재가 말했다.

참으로 중요한 차담(茶談)을 나누셨습니다. 염재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뿐더러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언(豫言)의 말을 들었을 적에 그 말의 진위(眞僞)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염재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예언에도 진위가 있단 말인 거야?”

자원이 관심을 보이며 묻자 염재가 웃으며 대답했다.

누님도 잘 알고 계시면서 뭘 물으십니까. 하하하~!”

아냐, 그러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으니까. 어서 말해 줘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하네.”

염재는 자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님을 알고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염재도 처음에는 조짐을 알 수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무조건 믿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경과(經過)하면서 점차로 모든 조짐이 진실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짐 중에서 진위(眞僞)를 가려낼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어떻게?”

실은 그것이 어려워서 궁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승님께 여쭤봐야 할 것인데 누님께서 염재에게 물으시니 답변이 궁할 밖에요. 하하하~!”

염재의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조짐에 대해서 진위를 가려내야 할 필요는 알았는데 그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명쾌하게 알 수가 없어서 다각적으로 모색(摸索)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염재의 말을 듣고 있던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염재의 공부가 나날이 깊어갈 뿐만 아니라 정밀(精密)하게 나아가고 있구나. 참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로군. 하하~!”

스승님,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좀 더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요? 스승님의 한 말씀이 필요한 염재입니다.”

진위를 가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점기(占幾)가 최우선(最優先)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점기가 동하지 않았으면 아무리 그럴싸한 조짐이라고 하더라도 헛된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

스승님, 너무 어렵습니다. 어떻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우창은 염재가 다시 묻기를 기다렸다. 또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면 그냥 궁리하도록 둘 참이었는데 이미 나름대로 궁리하고 어렴풋이나마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