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편의 추억

작성일
2023-12-0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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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한 편의 추억 

 


 

새벽에는 생차(生茶)를 마시고 아침에는 숙차를 마신다. 

낭월은 생차를 좋아하지만 다른 식구들은 숙차(熟茶)를 좋아해서 새벽에만 즐긴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새벽에 물을 끓여서 장 먹던 차를 뜯다가 문득 한글을 발견했다. 

「茶나무」란다. 이것을 본 순간 포장에 적어놓았던 글자도 눈에 들어온다. 기록은 그래서 중요한 게다. 

 

2014년 1월 26일 범주 선물

 

참 오래 된 인연이다. 

옛날 하이텔 역학동호회를 하면서 만난 인연인데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친구 중에 하나다. 

그의 하이텔 닉네임은 늘찬이었고, 봉우 선생을 존경하고 계룡산 상신리와 수정봉을 오가면서 

깨침에 대한 열정으로 도를 닦던 친구였지. 당시 홍안의 20대 초반이었는데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당시에 운남에서 보이차를 만들어와서 판매하는 일을 했는데 

아직도 인천에서 차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사이에 10년이 된 생차로구나. 그래서인지 맛도 푹 익었다.

 


 

차의 맛에는 추억도 한 스푼 들어가는 모양이다. 

그냥 맛있던 차가 더욱 맛있는 차로 변신한다. 표딱지 하나로 맛이 달라지다니. 그것도 마음장난이겠지만 나쁘지 않군.

 


 

哀牢山野生茶(애뢰산야생차) (生茶)

 

그 시절 그 날의 사진 폴더를 뒤적여 본다.

 

 


 

아 여기 있었구나. 

野生茶 한 편과 엄청나게 큰 千年野生茶(천년야생차) 한 편을 들고 왔었구나.

사진을 보니까 저 5kg짜리 생차는 뜯어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보관만 했는데 세월이 10년이나 흘렀으니 

맛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음에는 이걸 뜯어 먹어봐야 하겠구나. 아마도 한 3년은 먹겠는걸. ㅋㅋ

3년이 지나면 70인가? 차는 세월이 흐르면서 익어가는데 소견 머리는 늘 그 자리이니.... ㅋㅋ

 

[그 어느 시절의 서니암에서]

범주 : 스님, 새벽에 비몽사몽에 한 할머니를 뵈었습니다.

낭월 : 어떻게 생기셨더노?

범주 : 키는 큰데 약간 구부정하시고 주름도 많으시고....

낭월 : 그런 분이 저 윗집에 사셨는데 작년에 돌아가셨지

범주 : 예? 그럼 혼령을 뵈었던 것입니까?

낭월 : 그런 모양이구나. 할매가 돌아가셔도 둘러봐 주시는 갑군.

범주 : 와! 소름입니다. 어쩐지 생생하더라니...

낭월 : 뭐라카시더노?

범주 : 문을 열고 들여다 보시고는 '공부하러 왔구먼~' 하셨습니다.

낭월 : 그러셨구나. 생전에도 곧잘 그러셨지. 하하~

범주 : 아니, 안 무서우십니까?

낭월 : 무섭긴 뭘? 하하

 

이랬던 추억이 부록처럼 따라 붙는구나. ㅎㅎ

 

사업은 잘 유지하고 있는지.....

도 닦는 체질에 무슨 사업을 한다고.....

그래도 말아 먹지 않고 있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지..... ㅎㅎ

그도 평안한 만년(晩年)의 풍요로움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