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선유도 백악기 유문암

작성일
2023-11-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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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群山) 선유도(仙遊島) 백악기(白堊紀) 유문암(流紋巖) 주상절리(柱狀節理)

 

(2023년 11월 15일 탐방)

 

[한국의 지질노두 080] 선유도(군산시 옥도면) 백악기 유문암

 


 

기왕 지질탐사를 하는 김에 가능하면 『한국의 지질노두』에 나온 곳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청송의 주왕산에 대해서는 어쩐 일인지 책에 언급이 없어서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야 지질학자들의 관점일테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 외딴섬(옛날에는)에는 구석구석 잘 찾아다녔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지질노두에 소개한 것이 전부는 아니고 참고자료라고 생각한다면 좋겠다는 정도로 살펴보는데 지금 찾기로 한 백악기 유문암은 지질노두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게다.

 


 

아무래도 위치가 애매해서 국밥집 아지매한테 폰에서 백악기 유문암에 소개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낭월 : 혹시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주인 : (사진을 잠시 보더니) 아니, 처음 보는데요. 여기가 선유도인가요?

낭월 : 그렇다고 합니다. 이 부근인 모양인데 확실한 위치가 가늠이 안 되어서요.

주인 : 무녀도에서 자라서 여기에 살고 있지만 그건 처음보네요.

 

당연하다. 알아야 보이고, 관심이 있어야 더 잘 보이는 법이니까. 그래서 헛일 삼아서 물어봤는데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였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연지님은 차에 가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 문제의 목적지를 찾아 나섰다. 지나며 보니까 무녀도에서 길을 물었던 흰색 산타페가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서야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뭔가 맘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것도 괜히 불편해서 말이지. ㅋㅋ 

 

 

지질노두에 나온 GPS로 위치를 찾았다. 북위 35˚ 48´ 52˝ 동경 126˚ 24´ 34˝구나. 봐하니 해수욕장의 입구이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짚라인을 타는 곳임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그러니까 길의 아래이고 해변의 위가 된다. 그런데 생각해봐도 거기에 뭐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갸웃갸웃 할 따름이다. 여하튼 찾아가 보면 알 일이지.

 

 

앞을 바라보니 국밥집 아지매가 모르고 있는 것도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저기가 거긴가? '길 아래 모래 해변 위'라고는 저 작은 노두 밖에 없는데? 설마..... 하고 생각했다. 이건 생각보다 너무 초라한 느낌이어서 내심으로는 다소 실망했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조금 전에 봤던 무녀도의 해식와는 생각보다 웅장해서 기대 이상이었는데 여기는 또 반대로 너무 없어 보여서 빈약하군.  

 


 

물론 안다. 작아도 명당이 있고, 크다고 다 명당도 아니라는 것은 풍수공부를 하면서 경험했으니까.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걸음을 옮길수록 초라한 암석노두는 점점 거대한 절경으로 변신하는 놀라움이라니. 여기에 이런 멋진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끝까지 가봐야 안단 말이지. 멀리서 바라보고 휙 지나가면 그것 뿐이라는 것을 다시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깊이 알아봐야 진가를 발견하는 법이다. 아무렴 만법귀일(萬法歸一)이니까.

 


 

처음에 이곳을 발견하고 감탄했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학자가 느꼈을 감탄도 이렇지 않았을까 싶은 상상을 하면서 접근한다. 또 하나의 돌놀이가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선 바닥부터 훑는다. 이미 특이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기는 희고 누렇고 불그스럼한 암석들이 반갑다. 조금 전에 생각했던 아쉬운 마음은 어느 사이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정말 멋지구나. 이것이 백악기 유문암이란 말이지..... 이쯤에서 책의 설명을 살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이 노두는 중생대 백악기 말의 유문암으로서, 회색을 띠고 매우 치밀하며 구성광물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정질()이다. 화산암에서 용암이 흐른 것, 즉 층을 육안으로 판별하는 방법은 아주 쉬울 때도 있으나 상당히 어려울 때도 있다. 대개는 용암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각 용암의 흐른 단위 내에는 흔히 흐른 방향에 수직되는 주상절리가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주상절리가 연속되어 있는 데까지가 한 개의 용암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선유도, 특히 해수욕장의 남쪽 끝 부근의 유문암에는 수 mm-5cm 간격의 수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유문암질 용암이 여러 번에 걸쳐 분류()한 결과, 최소 4-5매()의 층(flow unit)들을 이루고 있으나, 그들 사이에 고토양이나 풍화물이 협재되지 않은 것을 보면 화산분출이 짧은 시간적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일어났던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선유도 백악기 유문암 [Cretaceous rhyolite on Seonyu island, Gunsan] (한국의 지질노두, 초판 2004., 개정판 2013., 진명식, 최현일, 신홍자, 신성천, 권석기)

 

미정질(微晶質)이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또 공부해야지. 매우 미세한 정질(晶質)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는데 정질(晶質)은 꼭 수정(水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알갱이의 물질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도 찾아가면서 공부한다. 도대체 크기가 얼마나 작으면 미정질이라고 하는지도 궁금하다. 

 

 


 

광물자원용어사전의 도움을 받았다. 현미경으로만 봐야 판별할 수가 있을 정도의 매우 작은 결정들로 이뤄진 암석의 조직을 가리키는 것이구나. 0.01mm부터 0.20mm까지의 결정들로 이뤄진 것을 말한다는데 그것도 학자에 따라서는 0.001mm부터 0.01mm까지라고도 한다니까 여하튼 매우 작은 알갱이라고 하는 것만 알아두면 되지 싶다. 이것을 미정질이라고 하는 구나. 그리고 여기의 암석이 그렇다는 말이지.

 


 

 

 


 

하긴, 매끄러운 유리도 입자(粒子)의 알갱이로 되어 있다고 하니까 이렇게 평평해 보이는 암반(巖盤)도 당연히 정질(晶質)이겠구나. 용암이 흐르다가 굳어서 된 암석인데 위에 있던 암석들은 모두 풍화되어서 모래로 변하고 그 아래에 있던 면이 드러난 것을 생각하면 또 볼만 하다.

 


 

 

 


 

 

 


 

 

 


 

한 톨의 겨자씨 속에 우주가 있다고 하는 말은 의상대사의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는 구절에 나오니까 그렇겠거니 한다만, 겉으로 봐서 몇 걸음도 되어 보이지 않은 돌무더기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암석의 세계를 만날 수가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도 하다. 아직 본당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는데 앞마당에서 혼자 감탄을 하고 있는 나그네다. 예사로 봤던 모습도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피기로 들면 자꾸만 허리를 굽히게 되고 또 새로운 풍경이 전개되기도 한다. 이제 시선을 암벽으로 돌려 보자.

 


 

 

 


 

금강산의 절경이 따로 없군. 흡사 암석분재(巖石盆栽)라고나 할까? 이 조각의 하나하나가 모두 주상절리(柱狀節理)라는 말이지? 절리는 경주나 제주도에서 본 것처럼 큼직한 기둥으로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안목이 다시 화들짝 놀라면서 무너지는 순간이다. 뭐든 놀라움이 동반되면 그 충격으로 굳어있는 상식의 돌은 마구 깨어지고 부서진다. 칼 끝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에서 우주가 보인다. 그래서 또 이 작은 곳을 지질노두에 담은 의미도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항상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는 것은 덤이다.

 


 

 

 


 

약간 기울어진 지층의 틈에는 아침에 들어왔던 바닷물이 머물러있어서 그 사이에 작은 고둥들이 붙어있는 것도 재미있다. 

 


 

참으로 작은 고둥이라서 따다가 삶는다고 해도 먹 잘 것도 없게 생겼지만 미정질(微晶質)을 생각해 보니까 엄청 나게 큰 괴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둥을 잘 보려면 접사렌즈가 필요하겠으나 그것까지는 준비를 못해서 대략 살펴보는 걸로.

 


 

 

 


 

이 풍경은 뭐냐! 요즘 아이들 말로 '미쳤다!' ㅎㅎ

 


 

 

 


 

 

 


 

 

 


 

 

 


 

 

 


 

지질노두의 설명에서 '수mm에서 수cm'라고 한 말이 이것을 두고 한 것이로구나. 암벽에 금이 가서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것도 실은 주상절리였다는 것이 언뜻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육각이든 팔각이든 뭔가 각이 진 형태의 기둥일 것으로 생각하다가 이렇게 생긴 것도 주상절리라는 것은 새롭게 주상절리 목록에 추가해야 할 모양이다.

 


 

 

 


 

 

 


 

 

 


 

 

 


 

 

 


 

 

 


 

이건 풍화혈(風化穴)이라고 하는 타포니로 보인다. 물결이 만들어 놓은 돌개구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절리의 주름이 여기에서도 보이는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겠지만 대략 이 정도로 살펴보고 마무리를 해야 하지 싶다. 나름대로 자세히 살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또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차에서 기다리던 연지님이 도대체 배는 언제 타려 가려고 아직도 바위에 붙어있나 싶어서 내다본다. 그래 그만하고 가야지. ㅎㅎ

 


 

이제 다시 바라보더라도 이미 처음에 봤던 풍경이 아님을 잘 알겠다. 유문암 주상절리를 잘 둘러봤으니 다음의 목적지로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