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 제43장. 여로(旅路)/ 17.주막(酒幕)에서 생긴 일

작성일
2024-09-2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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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 43. 여로(旅路)

 

17. 주막(酒幕)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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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일진을 꼽아보니 오늘은 갑진(甲辰)이었다. 시간은 대략 봐서 오시(午時)이니 경오(庚午)쯤 되는 것으로 봐서 말없이 형상을 살폈다.

 

 



癸酉丁巳월에 일주는 갑진(甲辰)이니 시간(時干)의 경금(庚金)으로 인해서 분란(紛亂)이 발생할 조짐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분주(分柱)는 대략 임오(壬午)쯤 될 것으로 짐작은 했으나 다만 말은 하지 않았다. 공짜로 얻어먹는 밥도 맛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좀 전까지는 정갈한 음식이 맛있었는데 젊은 친구가 산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음식 맛이 없어진 것을 생각하면서 맛도 마음의 장난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싸부, 왜 그러세요?”

우창의 표정이 다소 굳어있는 것을 느낀 자원이 조용히 물었다. 혹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자 우창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음식이 식기 전에 어서 먹자.”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젓가락은 사뭇 느려졌다. 그러는 사이에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와서 젊은이 옆에 자리하고 앉았다. 이번에는 등에 장검(長劍)을 매고 있는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중년의 남자와 비슷한 연령의 여인이었다. 언뜻 봐서 부부인 것으로 보였다.

주모~! 여기 술 한 병과 고기를 주시오~!”

남자가 걸걸한 음성으로 주문하자 노파가 안에서 음식을 마련하다가 얼른 나와서는 물을 가져다주면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드시고 싶으십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공손히 손을 모으는 것을 본 남자는 옆자리를 흘낏 보면서 말했다.

저 술을 갖다주고 음식은 고기면 괜찮으니 무엇이든 되는대로 주시오. 가능하면 국수도 좀 먹었으면 좋겠소.”

, 그렇게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노파는 공손히 말하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젊은 사람이 다시 호기롭게 구레나룻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의 음식은 이 장행성(張行成)이 내는 것이니 모쪼록 많이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하하~!”

난데없이 옆자리에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젊은이가 밑도 끝도 없이 밥을 사겠다는 말에 구레나룻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표정이 굳어지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내가 왜 그대의 밥을 얻어먹는단 말인가? 내가 거렁뱅이로 보인단 말인가?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우창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입맛이 사라졌었는데 다시 돌아왔다. 다만 여정은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표정이 다소 질린 듯했다. 그것을 본 우창이 여정에게 말했다.

여정도 든든하게 먹어야 또 길을 가지. 하하~!”

, 스승님 알겠습니다.”

여정도 우창이 뜻을 헤아렸다는 듯이 긴장된 표정을 풀면서 귀는 옆자리의 분위기를 탐색하고 있었다.

뭐요? 남의 호의를 그렇게 무시할 것은 없지 않습니까? 소생의 기분이 좋아서 이렇게 만난 인연으로 밥을 사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십니까?”

스스로 장행성이라고 말한 젊은이는 약간은 위축이 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 구레나룻이 다시 말했다.

그야 그대의 기분이니 내 알 바 없소. 다만 나는 그대가 사는 밥을 먹기 싫으니 강요하지 마시오.”

이렇게 말하고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원 날 파리 같은 놈도 다 있군....’

그렇지만 음성에 내공이 실려있어서인지 그의 말은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아들을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 물론 장행성도 그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조용히 끝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우창도 추이를 보면서 술과 함께 음식을 열심히 먹었다. ‘구경 중에는 싸움 구경과 강 건너 불구경이 재미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남의 호의를 그렇게 무시하는 법이 어디 있소~!”

장행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레나룻의 손이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장행성이 우두커니 서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우창이 고개를 돌려 상황을 보고서야 왜 그런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아마도 아혈(啞穴)을 찍힌 모양이었다.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을 보니 내심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그러고 보니 구레나룻의 무공(武功)이 상당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조용히 지켜보면서 계속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자 모두가 우창과 같은 마음이었던지 말없이 곁눈질하면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주방에서 고기와 술을 쟁반에 담아서 들고 온 노파가 구레나룻의 상에 내려놓고는 장행성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혈도가 풀렸는지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면서 말했다.

으악~! 웬 놈이 생사람 잡는구나~!”

이렇게 외치고는 일어나면서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우창은 노파의 손이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감탄하면서 구레나룻과 번갈아 바라보면서 내심 감탄했다. 동행한 여인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을 보고는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여보, 호의로 말한 것을 갖고서 너무 고깝게 생각할 것까지는 없잖아요? 어서 한잔 쭉 들이켜요. 고기가 맛있어 보여요.”

이렇게 말하면서 젓가락을 집어주고는 장행성을 향해서 말했다.

미안하게 되었어요. 남편은 남에게 아무런 까닭도 없이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해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요.”

장행성은 여인의 나긋나긋한 말을 듣자, 화가 났던 것이 풀리는지 구레나룻을 흘겨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독한 술을 가득 따라서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렇게 해서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우창은 배가 부르게 먹었는데 삼진과 여정도 든든하게 먹었다는 듯이 젓가락을 놓고는 술잔을 들고 입가심했다. 자원도 다 먹었다는 듯이 우창을 바라봤다. 뭔가 문제가 생길듯한 분위기이니 어서 빠져나가자는 눈짓이었다. 오늘 점심은 선물을 받았으니 밥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어서 일어나려고 할 때 구레나룻이 우창을 보며 말을 건넸다.

선생, 복장을 봐하니 도사이신 듯한데 내게 소소한 문제가 있으니 이것을 좀 해결해 주실 수 있겠소이까?”

생긴 모습과는 다르게 공손히 말하자 우창도 그냥 뿌리치지 못하고 일어나려다가 도로 앉았다. 그도 밥을 다 먹었는지 이를 쑤시며 우창이 밥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는 들어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조금 전에 뽑았던 점괘를 생각했다.

이것은 이미 조짐이 지나갔으니 이 남자와는 해당이 없겠구나. 그렇다면 다시 변화한 시간을 갖고서 풀이해야 할 모양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회중시계를 들여다봤다. 그사이에 오시(午時)는 미시(未時)로 바뀌었고, 분주(分柱)도 기축(己丑)이 되었다.

 

 

 


일간(日干)은 허약한데 일시분(日時分)에 온통 재성(財星)이 난무하고 있으니 이 사안은 여자 문제이거나 재물에 관한 것으로 봐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가 탁자로 다가와서 합석했다. 자신이 마시던 술 항아리도 들고 와서 우창과 삼진에게 따라줬다.

, 술이 좀 부족해 보이는구려. 이 술 한 잔 드시오~!”

얼떨결에 우창과 삼진은 따라주는 술잔을 받았다. 남자는 생긴 대로 자잘한 예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고, 심성은 소탈했다. 그래서 우창도 첫인상보다는 마음이 편해져서 한 잔을 받아서 마셨다. 그도 자신의 잔에 가득 부어서는 단숨에 들이키고 고기를 한 점 집어서 우걱우걱 씹었다. 시원시원한 행동에 오히려 호감이 생겼다. 동행한 여인은 혼자 식탁에 앉아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여인에게 말했다.

부인께서도 혼자 앉아계시느니 이리 합석하시지요.”

우창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인도 얼른 일어나더니 자원의 옆으로 와서 빈자리에 앉았다. 자원이 몸을 움직여서 자리를 확보해 줬다.

그럼 실례하겠어요.”

남자와는 다르게 여인은 다소곳했고 용모도 상당히 고왔다. 그것을 보면서 우창이 내심 생각했다.

이것도 음양의 이치일까....?’

가끔 경험하는 일이지만 남자의 외모가 거칠면 여인은 다소곳하며 곱고, 반대로 남자가 곱상하면 여인은 활동적인 외모를 한 경우를 많이 봤던 것이 떠올라서 이렇게 생각해 봤다.

내가 말이오~!”

우창이 생각하는 사이에 구레나룻이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이 말했다. 우선 이름을 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으려고 하는데 그가 먼저 말했다.

, 소생은 하무(何武)라 하오. 선생의 존호(尊號)는 어찌 되시오?”

우창의 마음과 통했던 모양이다. 하무도 우창의 이름을 물었으니 당연히 통성명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하 선생이셨군요. 소생은 진하경(陳河鏡)입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셨으니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뜻과 같이 이뤄 지시기 바랍니다.”

우창은 이렇게 통성명하고 나자 비로소 조금은 더 친밀해진 느낌이 들어서 말을 이었다.

아호를 우창(友暢)이라 부릅니다. 도학(道學)을 공부한 내력은 미약하나마 무슨 하문(下問)이신지 말씀해 주시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창 선생이셨구료. 어쩐지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물으면 답을 얻을 것만 같았소이다. 실은 내자(內子)가 귀뜸해 준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오. 껄껄껄~!”

이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가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하무의 말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그 말에 우창도 여인을 바라보니 말없이 조용했으나 소신이 분명해 보이는 듯이 입술을 일자(一字)로 다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원래 여인의 영감(靈感)이 더욱 뛰어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궁금하신 것에 대해서 들어보고자 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오늘 점심을 낸 장행성도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것을 보고 우창도 모두 알아들을 수가 있도록 약간 성량(聲量)을 돋궈서 말했다. 하무는 이미 우창의 이야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창은 왼손바닥을 펴고 네 손가락 끝을 번갈아 가면서 엄지손가락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다가 중지(中指)에서 딱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비법을 펼치는 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눈을 모았지만 자원과 삼진은 괜한 손놀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기에 내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답을 얻었다는 의미인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을 보던 우창이 하무에게 말했다.

금전(金錢)과 관련된 일에 연루가 될 참입니까?”

맞소~!”

우창의 한 마디에 하무는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도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은 설명을 이어갔다.

그간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편하게 지내오셨습니까?”

그렇소이다. 껄껄껄~!”

마음대로 지내시다가 갑자기 해보지 않은 일을 하게 되니 내심으로 갈등이 많으셨습니다. 그렇다고 거절하기에는 일도 매력적이고 딱히 명분도 없고 말이지요.”

틀림없소. 과연 내가 도사를 잘 본 것이 맞는구료. 껄껄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삼진과 자원은 도대체 손가락 몇 번을 곱작거리고서 이러한 점괘를 얻어냈다는 것이 신기해서 의아했다. 여정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풀이가 손가락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느 사이에 점괘(占卦)를 읽었는지 감탄했다. 우창의 말이 이어졌다.

그 일은 부인과 연관되어서 발생한 것인데 맞습니까?”

오호~! 놀랍소이다. 맞는 말이오.”

우창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러한 순간에 말을 멈추면 모두의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이었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었다. 그러자 침묵을 견디지 못한 하무가 말했다.

실은 도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장인(丈人)이 항주표국(杭州鏢局)을 운영하고 있소이다. 이번에 순천부(順天府:북경)로 금괴(金塊)를 운송하는데 표두(鏢頭)가 필요하다는 것이오.”

우창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무의 생긴 모습으로 봐서 눈치라도 보는 듯한 자세를 보여주게 되면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몰라서 선수를 치듯이 던진 말이 현실에 부합이 될지 자신이 없어서 내심 마음졸였는데 다행히 하무가 동의하는 까닭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의 일은 일사천리로 걸림이 없다. 우창이 표국을 운영한다고는 말을 한 적이 없지만 스스로 알아서 해석했으니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화살은 활을 떠났습니다. 최선을 다하시면 좋은 결실이 있을 테니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하하하~!”

우창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약간은 과장해서 웃었다. 이렇게 함으로 해서 긴장된 하무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무의 얼굴을 살펴보니 어느 사이 이마에 서렸던 잿빛의 암울한 기운이 사라지고 밝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관상도 마음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왜 그렇게나 근심을 많이 하셨습니까?”

우창이 정황을 모두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하무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실은 이마에는 땀이 없었다. 어두운 기운을 걷어내는 동작을 자기도 모르게 했을 따름이었다. 그와 함께 마음을 어지럽히던 정황들도 말끔히 사라지는 듯했다.

실은 그 일이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오. 아무리 위장(僞裝)을 잘해서 수송(輸送)한다고 해도 표국을 노리는 도적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란 말이오. 그러므로 자칫하면 목숨을 내어놔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위험한 일을 과연 내가 맡아야 하는지를 고민했소이다.”

그러나 이미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어쩌겠습니까? 아내와 같이 멀리 도망을 가지 않은 다음에야 어쩔 수가 없겠으니 말입니다.”

맞았소. 그래서 어디로 도망을 가서 잘 지낼 만한 곳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던 것이오.”

그런데 막상 둘러보니 이런저런 조건들이 발생하면서 머리만 복잡해졌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맞소~! 그래서 복잡한 생각으로 요기라도 하려고 여기에 들어왔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이 뜬금없이 밥을 사겠다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화풀이한 셈이 되었소이다. 껄껄껄~!”

이렇게 말한 하무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장행성을 보면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그대가 제안한 것이 아직도 유효하다면 받아들이고자 하오. 껄껄껄~!”

하무의 말에 장행성도 마주 포권하고는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복잡한 사정이 있으신 줄도 모르고 제 기분에 취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받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분위기가 무거운 것이 부담스러웠던 장행성도 마음이 차분해졌는지 말투에서 조금 전의 분위기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하무가 다시 우창을 향해서 물었다.

그렇다면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묻겠소. 이 일을 감당할 수가 있겠소? 아니면 위험에 드러나기 전에 은거(隱居)하는 것이 옳겠소?”

만약에 순천부로 가는 길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하면 어쩌겠습니까? 그 일을 맡겠습니까? 아마도 내 생각으로는 이미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만.”

그러자 하무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말했다. 성품은 생긴 그대로 단순해 보였다. 우창이 웃으며 말하자 하무가 다시 아내를 보더니 우창에게 말했다.

그야 두말할 필요가 없소. 실은 뜻밖의 재난(災難)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오.”

맞습니다. 하물며 북행(北行)에 전혀 어려울 일이 없다면 더욱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겠습니까. 괜히 시간을 끌지 말고 한 번만 다녀오면 될 일이니 기꺼이 받아들이면 됩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하무가 또 물었다.

좋은 결말을 예언해 주시니 고맙소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유추한 것인지도 말해줄 수가 있겠소? 길 가다가 주막에서 만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 약간은 마음에 걸려서 말이오. , 물론 선생을 의심해서는 아니니까 언짢아하지는 마시오. 껄껄껄~!”

우창이라도 이렇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조짐을 보고서 말해주더라도 그 연유에 대해서는 듣고 싶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우창은 종이에 점괘를 적었다. 삼진과 자원도 우창의 붓끝만 바라봤다. 도대체 어떤 점괘가 나왔길래 그렇게 풀이를 자신만만하게 한 것인지 궁금해서였다.

 

 

 

 

우창이 간지를 적고서 붓을 내려놓자 하무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우창을 보며 물었다.

이건 팔자인 듯하나 내 팔자는 아니오. 이게 어디서 온 것이란 말이오?”

이것은 누구의 팔자도 아닙니다. 그냥 점괘일 따름이지요.”

그렇소? 이게 어디서 나온 것이오?”

천시(天時)에서 왔습니다.”

천시라니 그건 무슨 말이오?”

하 검객이 우창에게 물었을 때 천시는 이러한 것을 보여주셨다는 뜻입니다. 그 순간의 간지는 이렇게 생겼으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간지를 알고 계십니까? 바로 알아보시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치고, 이것을 어찌 풀이했기에 그와 같은 통변이 나오는 것이오? 나는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간은 갑목(甲木)으로 삼습니다.”

그건 팔자의 풀이와 같은 것이 아니오?”

맞습니다. 이 갑목이 지나온 월주(月柱)를 보니 식상(食傷)입니다. 이것을 보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놀았다는 의미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백수건달로 허랑방탕하게 지내왔다는 말이잖소?”

차마 제 입으로는 그렇게 말씀드리기가. 하하~!”

거리낄 것 없소이다. 틀림없이 맞는 말이오. 그래서 현재는 어떻다고 해석하는 것이오?”

하무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우창은 이러한 모습이 맘에 들었다. 일지(日支)의 진토(辰土)를 가리기면서 하무에게 말했다.

현재는 이와 같습니다. 용을 타야만 할 상황이 된 것이지요.”

아하, 그건 알겠소. ()은 용()을 말하는 것이잖소?”

맞습니다. 뭔가 매우 중대한 일을 만나게 되어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숲에서 놀던 뱀이 용의 일을 수행해야 하니 이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그건 사()를 두고 하는 말이겠구료.”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피할 수가 있느냐에 대해서 말씀하셨으나 실은 피할 길도 없을뿐더러 피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이 용은 비룡(飛龍)이기 때문입니다. 용이 날개를 얻었는데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어떻게 그러한 풀이가 나오는 것이오?”

하무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얼렁뚱땅 둘러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혹이 들어서 다그치듯이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갑진(甲辰)은 청룡(靑龍)입니다. 좋은 조짐이지요. 놀고 있던 사람에게 중대한 일이 맡겨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은 자축인묘진(子丑寅卯辰)의 순서로 보면 다섯 번째가 됩니다. 이것은 중천건(重天乾)의 오효(五爻)가 동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왜냐면 용을 설명하는 것이 건괘(乾卦)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오효(五爻)에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니 어찌 날개가 달린 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보는 것에는 우창의 경험에서 나오는 영감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참 재미있는 말이로군.”

하무의 말을 들으면서 우창이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 심심하던 차에 밥은 다 먹었고 이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시간(時干)의 신()을 가리키며 또 너스레를 떨었다.

이것은 여의주입니다. 아마도 신금(辛金)이 보석이라는 말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 보석이 오늘은 여의주로 변하게 되었으니 만약에 이번의 임무를 거절하신다면 용이 여의주를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수행한다면 여의주를 얻게 되는 것은 두 번 말할 나위가 없지요. 신미(辛未)인 것으로 봐서 여의주가 길에서 솟아날 조짐이니 미토(未土)는 도로(道路)를 의미하는 까닭입니다. 이 정도는 이해가 될 것입니다만 어떻습니까?”

과연~! 기가 막힌 풀이요. 조금 전까지 의심했던 것은 모두 인정하겠소이다. 참으로 신기한 능력이오. 노정(路程)에서 우창 선생을 만났으니 여의주를 건네받은 것과 같소이다. 껄껄껄~!”

우창은 내친김에 분주(分柱)의 조짐까지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축(己丑)을 보니 비로소 임무를 잘 마무리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조짐입니다. 이것은 도중에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일을 잘 마칠 수가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임무에 따른 금전도 상당히 획득할 수가 있겠으니 이러한 일을 거절한다면 두고두고 후회될 것입니다.”

우창의 말에 하무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러자 우창은 사람들에게 포권(包拳)하며 말했다.

밥을 드시는데 괜한 일로 소란을 피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장행성이 얼른 일어나서 우창의 옆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