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제42장. 적천수(滴天髓)
25. 대기묘용(對機妙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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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현담에게 묻자, 대중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말했다.
“대기묘용이라는 말은 ‘근기(根機)에 따라서 오묘(奧妙)하게 사용(使用)한다’는 말이라네.”
“그러니까 근기의 상중하(上中下)에 따라서 걸림 없이 깨달음을 주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지요?”
“왜 아니겠나. 하하하~!”
현담과 우창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염재가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은 말해 보라는 듯이 바라보자 일어나서 말했다.
“문득 불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말씀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당연하지~!”
현담의 말에 염재가 대중을 향해서 말했다.
“부처의 가르침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 비를 맞으면 약초는 약성(藥性)을 만들고 젖소는 젖을 만들고 독사는 독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진리는 우로(雨露)와 같은데 저마다 근기에 따라서 수용하는 것이지요. 오늘 스승님과 태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오행지리(五行之理)도 빗물이나 불법(佛法)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중들도 신금(辛金)의 영역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모두 공부를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날 적에 우창이 삼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내 서재로 좀 오시겠나?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군.”
“예, 스승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서옥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하면서 삼진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줬다. 그러자 서옥도 차를 만들면서 관심을 가졌다.
“그런 제자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네요. 어떤 대화를 나누실지 기대가 되는걸요. 호호~!”
“실은 이번 여행길에 혼자 가려고 했는데 그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어.”
“동행하시려고요?”
“응, 어쩌면 그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하하~!”
“다행이네요. 혼자 가신다기에 내심 걱정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려고 불렀어.”
“알았어요.”
잠시 후. 삼진이 문 앞에서 기척을 했다.
“아, 어서 오시게.”
“불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차나 마시면서 담소를 좀 하고 싶었지.”
“귀한 가르침을 듣겠습니다. 무슨 말씀이든 하셔도 좋습니다.”
“오늘 강당에서 삼진의 탁월한 풀이를 들으면서 무릎을 쳤지. 이렇게 풀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고마워서 불렀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만 격려해 주시니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자, 차를 들면서 이야기 나누세. 우선 어떤 인연으로 오행원에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하군.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네.”
“그렇습니다. 강호를 떠돌다가 우연히 한산사에 들렸는데 반갑게도 옆에 오행원이 있기에 염재에게 말하고는 인연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즐거움이 가득한 채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원래 고향은 길림이라고 했나? 길림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
“아, 길림은 동북(東北)의 변방입니다. 예전에는 고구려(高句麗)에 속했으나 요(遼)와 금(金)을 거쳐서 북송(北宋)과 쟁패(爭霸)하다가 현재는 명조(明朝)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진의 조상은 고구려인이었나?”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는 고구려인이라고 하지 않고 조선족(朝鮮族)으로 칭합니다.”
우창은 처음 듣는 말이 신기해서 물었다.
“아니, 그것은 또 무슨 연유가 있어서인가?”
“그렇습니다. 유구(悠久)한 역사의 흐름에서 가장 큰 자부심을 갖는 시대는 조선(朝鮮)이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구나. 아침이 고운 나라라니 참으로 좋은 이름이군.”
“그렇습니다. 후에 고구려의 침략을 받아서 국호(國號)는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 뿌리에서는 조선의 후예라고 하는 자부심(自負心)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록 왕조는 수시로 바뀌었더라도 오랜 세월을 대대로 조선의 아래에서 살아온 터전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오호~! 그러다가 지금은 금(金)을 거쳐서 명(明)이 된 것이었단 말이지?”
“예, 나라는 비록 바뀌었어도 그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대로인지라 그렇게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족(漢族)이나 묘족(苗族)을 비롯한 수많은 종족도 저마다 자기의 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우창은 한족이어서 소수민족(少數民族)의 애환이니 심경(心境)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삼진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그 의미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치 몰락한 집안의 자손이라도 과거에 왕궁에서 벼슬을 했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의 조선에 대한 향수(鄕愁)는 흡사 오래전에 집을 떠난 사람일수록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다음에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그 옛날의 조선이었던 곳까지도 가보고 싶군. 혹 동행을 해 줄 수가 있으려나?”
처음에는 혼자서 길을 가려고 생각했는데 삼진을 보자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에 삼진은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스승님을 모시고 길을 동행한다면 기꺼이 앞장을 서겠습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시면 즉시로 길을 나서겠습니다.”
“고맙네. 원래는 혼자서 천천히 유람하려고 생각했는데 오늘 삼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이렇게 동행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하하하~!”
우창이 유쾌하게 웃자 삼진도 미소를 지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옥이 마음이 놓인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은근히 걱정되었는데 말이에요. 세상은 하도 험난해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호호~!”
“오호~! 혼자 길을 떠나는 것에 걱정이 되었었구나. 하하~!”
“도적(盜賊)이며 맹수(猛獸)를 어디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데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리고 또 하나의 부탁이 있어요.”
“부탁이라니 뭐든 말해 봐.”
“조금은 번거롭겠지만 자원 언니와 동행하셨으면 해요. 무공도 상당하고 예감도 있어서 매사에 천하태평인 스승님만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니 동행했으면 좋겠어요.”
우창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자원과 같이 다니는 것도 심심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 그렇지만 그 이상은 안 되네. 하하~!”
흔쾌히 대답하고는 심진에게 다시 물었다.
“가만, 이름이 무엇이라고 했지?”
“예, 고봉한(高鳳翰)입니다.”
“아, 그래서 고구려의 고씨(高氏)였나?”
“맞습니다.”
“그렇다면 왕족(王族)이잖은가?”
“모두가 옛날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대명(大明)의 백성이지요.”
“그렇군. 그곳 사람들은 고구려의 언어를 사용하는가?”
“맞습니다. 한어(漢語)와 고구려어를 사용합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오행을 공부하게 되었는지도 말해 주겠나?”
“원래는 불학(佛學)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유람을 떠났다가 풍경이 좋다는 소주(蘇州)에 와서 명찰(名刹)인 한산사를 둘러보게 되었지요. 그랬다가 오행원을 보고는 둘러보러 왔다가 염재를 만나서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물었습니다.”
“오호~! 그랬구나.”
“염재의 말에 호감이 생겨서 머물러도 좋겠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했기에 걸음을 멈췄단 말인가?”
우창은 호기심이 생겨서 자꾸 질문을 했고 삼진도 우창이 묻는 대로 상세하게 말했다. 그 사이에 서옥은 식은 찻물을 다시 끓여서 따라줬다.
“염재의 불교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서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법화경(法華經)을 이야기해서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불교의 핵심까지도 이해하고 있는가 싶어서 말이지요.”
“무슨 말을 했었지?”
우창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진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우로(雨露)와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말을 듣자 우창도 생각이 떠올랐다.
“아, 맞아! 그랬구나. 나도 그 말을 듣고서 참으로 적절한 비유(譬喩)라고 생각했었지.”
“염재에게 오행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염재가 말하기를 ‘오행은 생극제화(生剋制化)입니다.’라고 하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말로 오행을 설명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곳에서 공부한다면 반드시 큰 가르침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단지 그 말을 듣고서 주저앉았단 말인가?”
“그 말만으로도 충분히 오행원의 내공(內功)을 파악할 수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균형(均衡)으로 길흉을 판단한다’는 말까지 듣고 보니까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지요. 과연 공부하면서 날마다 깊은 이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적천수에 대한 가르침을 접하면서 많은 의문(疑問)이 풀려가고 있습니다.”
“오늘 삼진의 이야기에 나도 감동했다네. 하하~!”
“실은 삼진의 일주(日柱)가 신유(辛酉)입니다. 그로 인해서 다른 경우보다 조금은 더 깊이 생각을 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명식(命式)도 적어 보겠나?”
우창이 붓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조용히 집어서 팔자(八字)를 적었다.
“스승님, 이와 같습니다.”
삼진이 붓을 놓으면서 말하자 우창이 사주를 살펴보며 말했다.
“병신(丙申), 기해(己亥), 신유(辛酉), 을미(乙未)라..... 과연 탁월(卓越)한 직관력(直觀力)과 판단력(判斷力)이 그 안에 있었구나. 달변(達辯)이라고 생각했더니 월지(月支)에 상관(傷官)을 놓은 연유였군.”
“아무리 공부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아무리 배워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오늘 신금(辛金)을 공부하고서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탐욕(貪慾)의 이치를 말이지요. 하하~!”
삼진이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누구나 자신(自身)이 공부의 재료이니까 당연하지. 그래서 동도(同道)라고 하지 않는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여럿 모이면 서로 깨닫고 느낀 바를 토론하면서 동반성장(同伴成長)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테니 말이네.”
삼진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현담을 찾았다. 현담 옆에서 책을 보고 있던 오광(五廣)이 반갑게 맞았다.
“스승님 오셨습니까!”
우창이 미소로 답하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현담에게 말했다.
“스승님 편히 쉬고 계시는지요?”
“아, 우창인가? 어쩐 일로?”
우창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하는 사이에 현담이 먼저 말했다.
“음, 봐하니 역마살이 발동한 모양이로구나. 마음이 허공에 매달려 있잖은가? 어딜 가보려나?”
“아니, 벌써 알고 계셨습니까?”
우창은 허를 찔린 듯이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그것을 보면서 현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눈치로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 정도도 모른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래 바람이 북쪽으로 불었나?”
“그건 또 어디에서 나온 말씀이십니까?”
“느낌이라니까 그러네. 경신(庚辛)을 공부하고 내일은 임수(壬水)를 공부하겠구나 싶어서 마침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그대가 찾아왔으니 그 마음이 물처럼 흘러가고자 한다는 것을 미뤄서 짐작했을 뿐인데 용케도 맞았나 보군. 이런 것도 조짐이라고 할까? 하하하~!”
“그렇다면 이번에 여행길이 많은 소득이 있겠습니까?”
“당연하지. 계수(癸水)는 결실의 마무리가 아닌가? 아마도 여행길에서 깨달을 것이 수두룩할 것이네. 언제 떠날 텐가?”
“마음 같아서는 내일이라도 나서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천간편(天干篇)의 내용은 살펴보고 가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구~ 그럴 필요 없네. 백발도 있고 염재도 있으니 마음이 동했을 적에 길을 떠나게나. 하하하~!”
현담은 마음이 들떠있는 우창의 속을 명경(明鏡)처럼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창도 그 말을 들으니 내심 안심이 되어서 고마웠다.
“그럼 준비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뭘. 그러려고 나를 붙잡아 둔 것인데. 하하하~!”
“예? 그럴 리가 있습니까. 하하~!”
우창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현담이 다시 말했다.
“우창이 생각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상관이 없다네. 이미 그렇게 돌아가도록 마련되어 있었을 것이니까 말이지. 하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광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르지 않은 일을 미리 알고 있는 현담도 놀라웠지만, 이렇게 편안한 공부터가 있음에도 또 어디론가 가고자 하는 우창의 열정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현담을 보자 그 마음도 안다는 듯이 말했다.
“오광아, 너도 지금은 내 옆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때가 되면 길을 떠나게 되느니라.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거라.”
“예! 태사님. 열심히 공부하여 다가오지 않은 일을 미리 알 수가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아무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처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오행원의 제자들로 인해서 부담될 것으로 생각해서 내심 염려가 되었는데 이렇게 현담이 한방에 말끔히 정리해 줬으니 언제든지 마음이 동하면 길을 떠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사시에 다시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과(日課)인 공부가 시작되었다. 다른 제자들은 우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바가 없는지라 오로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염재가 오늘 배울 대목을 말하자 현담이 대중을 둘러보고는 원정(元貞)을 가리켰다. 그러자 원정이 얼른 일어나서 인사하고는 말했다.
“태사님을 뵙습니다. 당문약(唐文若)이에요. 호는 원정(元貞)인데 아직 공부는 부족하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오늘 대목은 「임수(壬水)」편이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원정이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글을 읽었다.
임수통하 능설금기(壬水通河 能洩金氣)
강중지덕 주류불체(剛中之德 週流不滯)
통근투계 충천분지(通根透癸 沖天奔地)
화즉유정 종즉상제(化則有情 從則相濟)
원정이 이렇게 읽고 나서 현담을 바라보자, 계속해서 풀이하라는 듯이 손바닥을 들어서 원정을 가리켰다. 그러자 원정은 다시 합장하고 말했다.
“태사님께서 풀이해 보라고 하시니 부족하나마 생각한 대로 살펴보겠어요. 부족한 점은 스승님께서 살펴주실 것으로 믿고 말씀드려 볼게요.”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도 미소로 답했다. 그러자 원정의 풀이가 이어졌다.
“임수(壬水)는 강하(江河)와 통해요. 이것은 아마도 양수(陽水)이기에 대하(大河)로 통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금기(金氣)를 능히 설기(洩氣)한다는 것은 어차피 금생수(金生水)이니 수의 입장에서는 금기를 설(洩)할 텐데 왜 구태여 능설(能洩)이라고 했는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여기에 대해서 깊은 이치를 알고 싶어요.”
원정이 이렇게 말하면서 삼진을 바라봤다. 어제 신금에 대해서 명쾌하게 풀이해 준 것에 대해서 감동했기에 임수에 대해서도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창도 그것을 알고는 삼진에게 물었다.
“어디 삼진의 의견을 듣고 싶군. 이 구절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우창의 말을 듣고서 삼진이 일어나서 생각했던 바를 설명했다.
“실로 삼진도 원정 사매가 풀이한 것으로 이해했었습니다. 의문도 같았다고 하겠습니다. 깊은 이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다가 문득 통하(通河)라는 뜻은 경금대살(庚金帶殺)과 맥이 닿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통하(通河)는 황하(黃河)와 같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될 것이며, 이것은 유구한 역사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경(庚)이 주체(主體)가 된다면 그 주체가 곤륜산(崑崙山)과 같아서 흘러 흘러 아득한 세월을 거치게 되니 이것은 황하와 상통(相通)하는 의미라고 이해했습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것일까요?”
풀이하던 삼진도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우창에게 물었다.
“그 부분은 워낙 난해한 의미가 들어있는데 잘 찾아냈구나. 곤륜산까지는 우창도 생각지 못했는데 그럴싸한걸. 하하~!”
“다행입니다. 물질적으로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이니 당연히 암석을 깎아내는 것이어서 금기(金氣)를 설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전부일 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더 깊은 의미를 생각하였지만 공부가 미흡하여 미치지 못하겠습니다.”
삼진이 그 이치를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현담이 한 바퀴 둘러보고는 운봉(雲峯)을 가리켰다. 그러자 운봉이 일어나서는 합장하고 말했다.
“태사님께서 운봉에게 풀이를 해 보라고 하셨으나 운봉은 이미 삼진의 설명만으로도 황홀해서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하물며 어찌 깊은 이치에 대해서 언급할 주제가 되겠습니까. 송구합니다.”
운봉도 이렇게 말하고 풀이하기를 주저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듣고 있던 백발이 손을 들고 일어나서 말했다.
“태사님, 말이 되지 않더라도 백발이 풀이해 보고자 합니다. 말이 안 되면 크게 꾸짖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하~!”
“말이 안 되면 또 어떤가. 저마다 생각대로 의견을 피력하고 타당한지는 또 같이 생각해 보면 될 일이니 백발은 어디 뭐라고 둘러대는지 궤변을 들어보자.”
“태사님, 갑목부터 신금까지 공부하면서 생각해 보니 양기(陽氣)는 양기로 이어지고 음기(陰氣)는 음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오양(五陽)과 오음(五陰)에 대해서 논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비로소 생각해 봤습니다. 이로 미뤄서 생각해 본다면 임(壬)은 경(庚)의 흐름을 타고 있고, 계(癸)는 신(辛)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미 절반은 풀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역시 백발의 구변(口辯)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거침없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모든 대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창도 달리 토를 달 필요도 없이 더 들어보자고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좌중을 둘러본 백발이 다시 말했다.
“경(庚)은 주체이고 태산과 같이 부동(不動)하는 존재라고 하는 가르침을 생각해 보면 금생수(金生水)의 이치를 대입하여 그 존재가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지요. 무기(戊己)는 천지의 본연이므로 그 정신을 이어받은 경(庚)은 독립적인 주체가 되었는데 다시 임(壬)을 만나게 되면 그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백발이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현담을 바라봤다.
“옳거니~!”
현담이 경쾌하게 풀어내는 백발의 말에 동조(同調)했다. 그러자 신이 난 백발이 더욱 큰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스승님께서 하시는 말씀 중에 임(壬)은 공기(空氣)와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공기는 움직이지 않으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으나 흐름을 타고 움직이면 그것은 바람이 됩니다. 바람은 갑(甲)이고, 공기는 임이니 산천(山川)을 감돌아 흐르는 것을 강하(江河)라고 한다면 이것이 증발(蒸發)하여 허공중에 머무를 때는 습기(濕氣)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丁)을 만나야 하니 그렇게 되어서 정임합(丁壬合)의 이치가 그 안에 작용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오호~!”
현담은 백발의 설명에 감탄했다. 조리정연(條理整然)한 말로 열변을 토하여 듣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