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지절의 수세미
입추지절(立秋之節)의 연지농장 수세미
뒷밭에 있던 하우스파이프를 올해는 앞밭으로 옮겼다. 그래놓고 수세미와 여주를 심었더니 열심히 지붕으로 올라간다. 바닥에는 가지와 들깨가 무럭무럭 자라고 고추까지도 동거하고 있네.
여주가 주렁주렁 달려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름에 입맛을 돋우는 데는 쌉쌀한 여주가 한 몫을 한다. 충분히 식탁을 채워주는 만큼의 결실을 보여주고 있는 여주가 예쁘다.
낭월 : 수세미는 왜 심었더노?
연지 : 매달리는 것이 예쁘잖아~!
낭월 : 그렇긴 하다만 요리도 해 먹나?
연지 : 동생들이 늙혀서 수세미로 쓰자네.
밭에 다녀 온 연지님이 수세미가 엄청 잘 크고 있다기에 자를 들고 내려가 봤다.
8월 5일에는 83cm였는데 오늘 새벽(8월 8일)에 얼마나 더 자랐나 궁금해서 산책삼아 내려가 봤다.
엇? 말이 돼? 3일 만에 10cm가 자랐다구? 그러나 자의 눈금으로 봐서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지렁이풍선처럼 줄줄줄 늘어나는 듯한 모양이다. 이런 추세라면 100cm는 가볍게 넘지 싶구나. 지켜봐야지. 그러니까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진 연지님이 재미있을 만도 하겠네. ㅎㅎ
아마도 이 주름들이 모두 펴질 때까지 자라기로 든다면 아직도 자랄 여지가 많아 보인다. 무늬도 자세히 보니 꽤 예쁘구나. 뭐든 자세히 봐야 보이는 법이지. 접사렌즈로 들여다 보면 더 재미있지 싶다. 아직도 폭염이 끝나지 않았으니 열기를 잔뜩 머금고 어디까지 자라는지 지켜보는 것도 산골살이의 재미다.
낭월은 수세미가 얼마나 자랄 것인지에 관심이 있을 뿐인데 연지님은 비료를 주느라고 바쁘다. 그러니까 말이지. 거름을 주지 않으면 수세미도 자라지 못할 텐데 결과만 보고 재미있어 하는 백수건달과 그 수세미가 잘 자라도록 가꾸는 농부가 오늘도 한 집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