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전적벽부(前赤壁賦)

작성일
2015-05-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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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벽부(前赤壁賦)-소식(蘇軾)

 

壬戌之秋七月旣望 : 임술년 가을 칠원 열 엿새 날

蘇子與客 : 나 소식은 객과 함께

泛舟遊於赤壁之下: 적벽의 아래에 배를 띄우니

淸風徐來: 맑은 바람은 서서리 불어오고

水波不興: 물결은 일지 않았다

擧酒屬客 : 술잔을 들어 객에게 권하며

誦明月之詩 : 시경 명월편을 읊고

歌窈窕之章 : 시경 요조의 장을 노래한다

少焉 : 얼마 뒤에

月出於東山之上 : 달이 동산의 위로 떠올라

徘徊於斗牛之間 : 두우지간을 배회하였는데

白露橫江 : 흰 이슬은 강물 위에 비껴 내리고

水光接天: 물빛은 하늘에 닿아있었다

縱一葦之所如 : 한 조각 작은 배를 가는 대로 내 맡겨

凌萬頃之茫然 :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가니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 넓고도 넓은 것이여, 허공을 타고 바람을 모는 것 같아 그 머물 곳을 알지 못하고

飄飄乎如遺世獨立: 가벼이 떠오름이여, 세상에 버려져 홀로 서 있어

羽化而登仙 :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었구나

於是 : 이에

飮酒樂甚 :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扣舷而歌之: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歌曰桂棹兮蘭槳 : 노래는,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擊空明兮泝流光 : 속이 훤히 비치는 물을 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도다"
渺渺兮余懷 : 넓고도 아득하도다, 내 마음이여

望美人兮天一方 : 하늘 저 한 곳에 있는 미인을 바라 보노라

客有吹洞簫者 : 손님 중에 퉁소 부는 이 있어

倚歌而和之 : 노래에 화답하니,

其聲鳴鳴然 :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如怨如慕 :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如泣如訴 : 흐느끼는 듯, 호소하는 듯,

餘音嫋嫋 : 그 여운이 가냘프고

不絶如縷 : 실처럼 끊어지지 않으니

舞幽壑之潛蛟 : 깊은 골짜기 물에 잠긴 용을 춤추게 하고

泣孤舟之嫠婦 : 외로운 배 속에 탄 과부를 울릴레라.

蘇子愁然正襟 : 나 소식은 슬피 옷깃을 여미고

危坐而問客曰何爲其然也 : 꿇어 앉아 객에게 뭇기를, “어째서 그리도 슬픈가”하니

客曰月明星稀 : 객이 이르기를, “달이 밝으니 별이 드물고

烏鵲南飛 :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하니

此非曹孟德之詩乎 : 이는 맹덕 조조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 : 서쪽으로 하구를 바라보고

東望武昌 : 동쪽으로 무창을 바라보니

山川相繆 : 산천은 서로 엉켜

鬱乎蒼蒼 : 빽빽히 푸른데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 이곳이 바로 조조가 주유에게 곤욕을 치룬 곳이 아닌가

方其破荊州下江陵 : 그가 막 형주를 쳐부수고 강릉으로 내려와서

順流而東也 : 물결 따라 동쪽으로 내려감에

舳艫千里 : 배는 꼬리를 물고 천리를 이었고

旌旗蔽空: 깃발은 하늘을 가리었는지라

 

釃酒臨江 : 술을 걸러 강물을 굽어보며

橫槊賦詩 : 긴 창을 비껴들고 시를 읊으니

固一世之雄也 : 참으로 한 세상의 영웅이었는데

而今安在哉 :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 : 하물며 나와 그대는

漁樵於江渚之上: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侶魚鰕而友糜鹿 : 물고기나 새우와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들과 벗하며

駕一葉之扁舟 : 일엽편주 타고서

擧匏樽以相屬 : 쪽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며

奇蜉蝣於天地 : 천지에 하루살이처럼 붙어 사니

渺滄海之一粟 : 망망한 푸른 바다에 뜬 한 알의 좁쌀이로다

哀吾生之須臾 : 우리의 삶이 잠깐임을 슬퍼하고

羨長江之無窮: 장강의 물이 무궁함을 부러워하여

挾飛仙以遨遊 : 하늘 나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놀고

抱明月而長終 : 밝은 달을 껴안고 오래도록 살다 마치리라

知不可乎驟得 : 그러나 그것을 빨리 얻을 수 없음을 알아

託遺響於悲風: 여음을 슬픈 바람에 의탁해 남긴 것이노라

 

 

蘇子曰客亦知夫水與月乎 : 나 소식이 이르기를,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는가

逝者如斯: 가는 것은 이 물과 같으되

而未嘗往也 : 일찍이 지나가지 아니하였으며

盈虛者如彼 :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과 같으되

而卒莫消長也 : 끝내는 자라지도 멸하지도 않느니라

蓋將自其變者而觀之 : 무릇 그것이 변한다는 것으로 보면

則天地曾不能以一瞬 : 하늘과 땅도 일찍이 한 순간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오

自其不變者而觀之 : 그것이 변한다는 것으로 보면

則物與我皆無盡也 : 만물과 나는 모두다 무궁하거늘

而又何羨乎 :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

且夫天地之間 : 또 게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物各有主: 사물에는 제각기 임자가 있는지라

苟非吾之所有 : 진실로 나의 것이 아니면

雖一毫而莫取: 비록 하나의 털끝이라도 취하지 말라

惟江上之淸風 : 그러나 오직 강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 : 산 사이로 떠오르는 밝은 달은

耳得之而爲聲 :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寓之而成色 :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取之無禁 : 가져도 금할 이 없고

用之不竭 : 써도 다함이 없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而吾與子之所共樂 :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客喜而笑 : 객이 기뻐하며 웃고

洗盞更酌 :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니

肴核旣盡 : 안주는 이미 다하고

盃盤狼藉 : 잔과 쟁반은 어지러이 흩어져 있도다

相與枕藉乎舟中 : 서로 배개삼아 배 안에 누우니

不知東方之旣白 : 동방에 이미 해가 밝은 줄도 알지 못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