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괘에는 木土金은 둘씩 있지만 水火에 해당하는 괘는 하나씩만 있다. 그래서 낭월의 소견으로는 水는 음극(陰極)이고, 火는 양극(陽極)이어서 음양으로 나눌 수가 없기 때문에 하나씩만 표시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항신재(杭辛齋) 선생의 《역학묘리요결필담(易學妙理要訣筆談)》이라는 책을 보다가 수화에 대한 괘도 둘이 있다는 내용을 읽어보았는데 논리가 타당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참고로 항신재 선생은 중국의 근대 역학가로 1869년에 태어나서 1924년에 졸했다. 이름은 신수(愼修)이고 절강성의 해령(海寧)사람이다. 그의 연구 영역은 상수역 분야라고 한다.
(七六)水火亦有二
八卦播五行於四時,木金土各二,惟水與火各一,震巽木有二也,兌乾金有二也,坤艮土有二也。惟離火坎水各一,先儒謂離坎居中,中不可有二,故水火均一也,又謂木金土皆有剛柔,惟水火無剛柔可分,故不能有二,然以丁午分配五行,則水火木金土各有二,以十二辰分屬五行,則水火木金各有二,而土有四,則水火不二之說又不可通,拙以為八卦於水火,亦各有二,與木金土無異焉。離為火,震為雷,雷亦火也,坎為水,兌為澤,澤亦水也。震為雷,震之一陽出於坎,陰根於陽,內經所謂龍雷之火,乃真火也,故於十干屬丙,而離火屬丁,兌之一陰麗於離,故日麗澤兌。陽根於陰,其義取明水於月,乃真水也。於十干屬壬,而坎水屬癸,水火同源,陰陽互根,皆歸本於太一,俗儒未察五行之原理,以卦只有八,而五行之分陰分陽,其數有十,遂無可措置,曲為之解,遂有水火不二之說,而不自知其不可通也。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팔괘를 오행에 대입하게 되면 목금토는 각각 두 괘가 되는데 오직 수와 화는 각기 하나씩이다.
진(震)괘와 손(巽)괘는 木이고, 태(兌)괘와 건(乾)괘는 金이며, 곤(坤)괘와 간(艮)괘는 土가 된다.
그런데 오직 리(離)괘는 火가 되고 감(坎)괘는 水가 되니 수화는 각기 하나가 되는 것이다.
목금토는 모두 강유(剛柔)가 있지만 수화는 강유의 나눔이 없어서 둘이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열 두 시간 중에는 수화목금이 각 둘이 있고 토는 넷이 있으니
수화가 둘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또한 깊은 이치를 통하지 못한 말이다.
당연히 팔괘에는 수화도 둘이 있기 때문이다.
리괘는 화가 되고 진괘는 우레가 되니 우레도 또한 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감괘는 수가 되고 태괘는 연못이 되니 연못은 또 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중간 줄임)
그러므로 팔괘에는 수화도 또한 둘이 있으므로 하나만 있다고 하는 것은 잘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보면서 과연 왜 항신재 선생이 현대 역학분야의 대가로 상병화(尙秉和) 선생과 더불어 인정해 주는 것인지를 알 것 같다.
이제부터는 팔괘에서 수화가 하나씩 있다는 생각을 고쳐서 둘이 있다는 것으로 알아야 하겠다는 것을 배웠다. 혹 그렇다면 진괘는 목화가 되고 태괘는 금수가 되는 것이냐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 맞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원래 화는 서로 나뉘어서 작용하기도 하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간단히 이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얼굴에는 오행이 있다. 눈-木, 코-金, 귀-水, 입-土이다. 이렇게 이목구비를 배열하고 보면 火가 들어갈 곳이 없어 난감하다. 그런데 다시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면, 눈에는 두 가지의 기능이 있다. 하나는 구조적인 눈이니 이것은 목(目)이다. 그야말로 눈이 보이는 그대로의 눈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눈은 안(眼)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시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낭월의 생각으로는 丙火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병화의 성분은 광선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眼을 시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신안(神眼)이나 천안(天眼), 안광(眼光)은 있어도 신목(神目)이나 천목(天目), 목광(目光)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차이가 뚜렷하다. 그러니까 안과병원은 시력에 이상이 생긴 것을 치료하는 것이므로 각막염과 같은 병은 목과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억지도 나올 법 하다. 그렇다면 정화는 어디에 붙어있는 것일까?
丁火는 혀에 붙어서 작용하고 있다고 이해를 한다. 혀는 심장의 열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몸의 열을 잴 적에는 혀 밑에 체온계를 넣고 쟀었다. 물론 지금은 귓구멍에 재기도 하는데 여하튼 혀는 심장처럼 생겼다고 하는 말도 있고, 심장에 열이 과다하게 차오르면 혀에 바늘이 돋는다는 말도 있으므로 전혀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그래서 얼굴에서는 火가 둘로 나뉘어서 양화는 눈에 있고 음화는 혀에 있다고 이해를 하게 되듯이 팔괘에서도 양화는 진괘의 우레에 붙어있고 양수는 태괘의 못에 붙어있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무리없이 정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된다.
그러니까 번개불은 불이 맞고 연못의 물도 물이 맞으니 이렇게 대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이견을 붙이지 않아도 되지 싶다. 또 하늘의 우레에는 병화가 포함되어 있고, 지하의 우레에는 정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겸해서 연못의 물은 임수가 되고 감괘의 수는 계수가 된다고 해도 되겠다. 참고로 낭월의 궁금사항인 택(澤)을 운(雲)으로 대입해서 구름으로 보면 어떻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본다. 그렇지만 구름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그 본질은 물이라고 하는 것은 분명하므로 또한 하늘에 떠있는 물이니 임수라고 한들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해서 또 팔괘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하나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