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름도 지을 수 없는 한물건
누구든지 자신의 몫으로 받고 태어난 숙제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벗님의 몫과 낭월이의 몫은 서로 그 무게가 다를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우리는 만나서 지면을 통해서나마 뭔가의 교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인연도 매듭을 지어야 할 순간이 되었다. 앞에서 보여드린 온갖 진리들의 조각들은 여하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생각해본 것들이다. 그 내용 중에서는 엉터리도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생각했던 조각들이다.
이제 이 언저리에서 사주공부라는 명목으로 뭔가 진리를 살짝 옅보려고 생각했던 음모는 막을 내려야 할 모양이다. 아무리 쥐고 흔들어도 자연의 이치는 항상 그곳에 그렇게 묵묵하게 있으면서 까불이 학자에게 미소만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역부족이다.
길은 언젠가 찾아야 할 숙제이다. 이것은 벗님이나 낭월이나 공통적인 문제이다. 우리 조금만 더 노력을 해보자. 그러면 아마도 길은 그렇게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믿어진다. 사주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커가던 그릇은 중단을 할런지도 모르겠다. 그저 부지런히 묵묵하게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계속 정진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느 한 부분은 분명히 된다고 생각되지만, 전부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벗님 스스로 나머지의 길을 찾아 주시기 바란다. 아마도 이렇게 하는 것이 완전한 행복이 될 것 같아서이다.
이제 벗님이나 낭월이나 불치의 병에 걸려버렸다. 이 병에는 약도 없다고 한다. 오로지 스스로 치유를 하는 도리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미 진리의 한 조각을 맛본 이상 그대로 썩어 버릴 수는 도저히 없다는 것을 벗님 스스로가 더욱 잘 알고 계실 일이다. 그러니 도리없이 이왕지사 낭월이에게 속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천상 자신의 길을 마저 찾아가시기를 당부드린다. 낭월이의 힘은 여기까지이다.
이제 도망을 가기도 어렵게 되어버렸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가야 할 길은 정해졌다. 부디 낭월이를 알게 된 악연(!)을 저주하시면서 어쨌든 벗님의 길을 찾아주시기만을 천번만번 당부하고 또 당부 드린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마디를 마져 드리고 강의실 문들 닫는다.
“이렇게 망상하는 이 한 물건이 무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