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② 유노골 주름바위
장봉도(長峯島)② 유노골 주름바위
(여행일▶2024년 4월 20일)
유노골 주변에는 다른 지명이 지도에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이름을 붙어야 하나 싶다. 그렇다고 같은 이름으로 정리하기도 구분이 어려워서 편의상 주름바위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실제로 바위의 모양이 그렇기도 했다.
위치는 유노골 해변에서 위쪽으로 올라간 곳이다. 이때만 해도 지질도의 현재 위치를 표시하는 기능을 몰랐다. 다음에는 그 기능을 꼭 활용해서 정확한 GPS표시를 첨가하면 더 쉽지 싶다. 뭐든 알아야 제대로 써먹는데 말이지.
이 일대는 장봉도의 북쪽 지질에 해당하는데. 아래의 선캄브리아대의 할아버지에 비하면 젊은 청년층이라고 할 수가 있는 중생대로 표시가 나온다.
중생대(中生代)
대보화강암(大寶花崗巖) 중립질흑운모화강암(中粒質黑雲母花崗巖)
대보화강암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화강암이라는 말이로구나. 전역을 덮고 있는 붉은 색의 지질도로 봐서 대보화강암이 궁금하다.
대보화강암
[ 大寶花崗岩 ]
요약
- 한반도 중부의 옥천대 양쪽으로 널리분포한 것으로 대보조산운동과 관련하여 형성된 쥐라기 화강암이다. 조산운동의 후기적인 것으로 나타나며 암질은 대체로 흑운모화강섬록암이다.
주로 한반도 중부에 발달한 북동 남서 방향의 옥천대(沃川帶) 양쪽에 널리 분포한다. 대체로 이 대(帶)의 남동부 저반상암체(底盤狀岩體)는 대보조산운동과 동시기적인 편상조직(片狀組織)을 보이는 동기화강암(同期花崗岩)을 주로 하여 181∼101m.y.(100만 년 단위)의 연령, 북서부의 저반상 암체는 158∼121m.y.의 연령, 옥천대 내부의 암주상 암체(岩株狀岩體)는 166∼631m.y.의 연령으로 조산운동의 후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암질은 대체로 흑운모화강섬록암(黑雲母花岡閃綠岩)이고, 부분에 따라 흑운모화강암이며, 이의 연변상(緣邊相)으로 석영섬록암이 산출된다. 중국 동부 북북동 방향의 화강암체와 연해주 시코테산맥의 쥐라기 화강암대와 연속된다.[네이버 지식백과] 대보화강암 [大寶花崗岩]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두산백과에서 알려주는 정보도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편상조직이 눈길을 끄는구나.
유노골 기슭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바닷물이 직접 닿는 지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전체지도로 보면 장봉도의 북쪽 부분에 해당하는 위치다.
위험지역이라고 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동한다. 계단을 잘 만들어 놔서 이동하기에는 편하다.
이른 봄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연두연두한 새잎들이 힘차게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도 풋풋하다.
지질탐사는 때로 길을 벗어나서 길이 없는 길로 향해야 할 때도 있다. 넘지 못할 선은 38선만 주의하면 된다. 길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치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적 느낌이 왔다는 이야기다.
딱 내려다 보는 순간 여기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는 노두의 풍경이다. 그래서 장봉도의 대표적인 암석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사진을 찍을 적에만 해도 생긴 모양으로 봐서 퇴적층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이에 대해서 설명한 자료를 보고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광(智光) 민석규 선생의 블로그(클릭)에서 보고 알게 되었는데. 이러한 형태는 일반적인 퇴적층처럼 세월을 두고 켜켜이 쌓인 것과는 달리, 한꺼번에 물렁한 지질을 흡사 빵을 반죽하면서 접고 또 접어서 만든 것과 같은 형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언뜻 보면 모두 같아 보인다. 그래서 이만하면 충분히 봤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자세히 보니까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문득 LP판이 떠올랐다. 레코드판에 새겨진 주름도 확대하면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비슷한 듯, 다른 형태는 변주곡(變奏曲)처럼 보인다. 아니 들린다. 이런 모습의 암석은 귀로 들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턴테이블의 바늘을 올려놓으면 어떤 소리가 날까? 그것이 궁금한데 아마도 파헬벨의 케논변주곡이 나오지 싶다.
이건 또 뭐냐? 흡사 자연이 작곡한 광시곡(狂詩曲)이다.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가 흘러나오지 싶다. 아니, 고호의 별빛흐르는 밤을 보는 것도 같다. 음악과 미술이 한 곳에 어우러지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웅장한 퇴적암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닮았으려나? 그럼 응회암은 바로크 음악을 닮았다고도 생각 된다. 잠시 레코드판을 사러 청계천을 훑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미미레코드였나? 대도레코드도 있었던 것같고..... 그때 라이센스판 한 장에 18,000원이었지......
오호~! 변주곡이 지루할 때쯤.... 재즈가 끼어든다. 자유분방한 선율이 들리는 듯 해서다. 몇 군데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노두(露頭)를 보면서 음악의 선율을 떠올리기는 또 처음이다. 아마도 점점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ㅎ
이것이야말로 사문석(蛇紋石)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녀? 영판 그 동물이 떠오르는 걸. ㅋㅋ
그것도 매우 힘차게 바다를 향해서 이동하고 있구먼.
아니, 서해는 침강해안(沈降海岸)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이 높은 곳에 돌개구멍이 생겼지? 그러니까 중생대에는 해안도 뒤죽박죽이었던 모양이다.
그래, 요선암의 돌개구멍을 떠올려도 되지 싶다. 타포니는 아닐테고.....
봐봐~! 영판 닮았잖으냔 말이지. (요선암 돌개구멍 구경하기-클릭)
지질에 대해서 'ㅈ'도 모르던 시절에 영월에 갔다가 생긴 모양이 기묘해서 감탄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요선암(邀仙巖)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엇? 이건 또 뭐지? 핵석(核石)이라고 하던가....? 가물가물....
역암(礫巖)? 그건 아닌 것으로 보이고, 나중에 떠오르면 또 수정해야 하겠다. 사암(沙巖)은 확실해 보인다. 석영의 결정들이 뭉쳐진 것으로 보여서 그렇게 짐작이 된다. 그리고 이 지역의 지질이 화강암(花崗巖)이라고 했으니까 다른 성분이 같이 뒤섞여서 굳어진 것으로 보면 되지 싶다.
요동치던 선율이 갑자기 라르고로 변했구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자장가처럼도 보인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저 찔레나무 가지도 안 보였던 모양이구나. 하긴 무언가에 취하면 그것만 보이기 마련이지. 아직도 사물의 객관화가 부족해서 그렇지 싶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어린아이의 시선이다. 길 건너 있는 엄마만 보이고 달려드는 덤프트럭은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겠거니 싶다. 사진 한 장에 안목의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 ㅎㅎ
이건 암맥이겠지. 그렇게 돌다가 다시 걸음을 돌렸다. 바닷가까지 내려갔으니 대략 훑어봤지 싶다.
그나저나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비가 쏟아질 모양인데 우산도 챙기지 않았구나. 처음 계획으로는 끝에 있다는 장봉도 해식동굴까지 가볼 요량이었는데 하늘이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고 다음에 또 오라는 뜻인가 싶기도 하다.
혼자라면 또 무리를 해서라도 갈 수도 있겠는데 연지님을 비맞게 할 수는 없는 일인지라 내심으로 여기까지라는 생각을 굳혔다. ㅎㅎ
그런데 서운해 하지 말라고 보너스 같은 풍경을 하나 던져 준다. 고맙게도. ㅋㅋ
소낙비라가 쏟아지면 피할 수도 있겠다.
연지 : 어떻게? 더 가볼 거예요?
낭월 : 아니~! 비가 쏟아지게 생겼네.
연지 : 그럼 돌아가도 되겠어요?
낭월 : 장봉도에서 보고 싶은 것은 충분히 봤지.
연지 : 그럼 배 타러 가요?
낭월 : 그러자. 가보고 비가 안 오면 한 군데 더 가보던가.....
구경하다가 남겨 놓은 것은 다음으로 이어질 고리가 되기도 한다.
또 언제 장봉도에 오고 싶다면 그것을 핑계로 삼을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