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도사도 ⑤사도옆 증도
낭도사도 ⑤사도옆 증도(甑島)
(방문일▶2024년 5월 19일
첫번째의 사진은 말하자면 썸네일인 셈이다. ㅎㅎ
새벽 3시 반이면 잠이 깬다. 새벽의 사도 풍경이 궁금해서 더 누워있을 수가 없더란 말이지. 그래서 주섬주섬 더듬어서 여장을 챙긴 다음에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곤하게 잠든 연지님을 깨우지 않을 요량으로.
04시 35분
전날 저녁에 산책하면서 봐뒀던 새벽의 풍경을 담아 볼 자리로 부지런히 걸었다. 벌써 하늘에는 새벽녁의 어프레한 빛이 물들어온다. 예상한 자리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30초 샷으로 한 장 찍었다. 하늘이 '오늘 새벽의 풍경은 별로'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한다. 앞의 추도는 가로등이 골목을 밝히고 있구나. 아무래도 여기에서 그림이 나오기는 틀린 듯하다. 미련없이 삼각대를 거둬 둘러메고 이동이다.
많이 밝아져서 15초로 풍경을 담아본다. 화각을 12mm로 해서 최대한 많이 넣는다. 풍경에서 특히 새벽풍경은 12-24mm렌즈가 보물이다. 광활하게 모두를 우겨넣어 주니까. 그래서 웬만해서는 그림이 나온다. 다만 뭔가 시원찮아 보이는 장면이면 또 미련없이 자리를 옮긴다. 어차피 오늘 마음먹은 곳은 증도니까.
사도와 중도를 잇는 다리를 건넌다. 왼쪽으로는 여전히 추도가 따라온다. 중도는 지도에 표시가 되지 않아서 이런저런 안내도를 참고해서 짐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도와 증도의 중간에 있는 섬이니까 중도(中島)는 틀림 없지 싶다. 막상 어디에서 본 자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중도인데 다만 존재감이 없다. 특별히 보여줄 것이 없는 섬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아, 그렇구나. 지오빅테이터에서 제공하는 지도에는 중도라고 분명히 표기가 되어 있구나. 아무렴 그래야지.
아, 존재감이 있기는 하네. 중도에는 화장실이 있다. ㅎㅎ
중도의 끝에는 양면해수욕장(兩面海水浴場)이 있다. 왼쪽도 오른쪽도 해수욕장이라서 양면해수욕장이란다. 굴업도에서도 양면으로 물이 있고 가운데로 모래톱이 만든 길이 있어서 지나갔던 기억이 퍼뜩 스친다. 양면해수욕장의 경계가 육계사주(陸繫沙洲)가 되어서 증도와 연결되어 있어서 출입이 자유롭다.
현재 시간은 05시 14분. 오늘 새벽 하늘이 별로 볼품이 없어서 바다풍경이나 잘 보자고 보정을 환하게 했다. 1,3초의 장노출이다. 삼각대와 동행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2mm로 담았기에 이렇게 장사도(長蛇島)와 증도가 한 화면에 보기 좋게 담겼다. 광활한 화각(畵角)은 풍경에서 절대적인 존재임을 늘 보여준다. 왼쪽의 장사도는 어제 유람선으로 훑었으니 갈 필요도 없고 이미 물이 가득해서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서 보니까 쪼만해 보이지만 길이가 꽤 있는 섬이다.
대략 봐도 증도의 다섯 배는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볼것으로 치면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장사도에는 볼만한 것이 없지만 증도의 지질은 사도의 핵심이라고 할 정도로 풍성한 볼거리를 품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05시 24분.
이제 해가 떠오르려고 하늘이 붉게 물드는 모양이다. 그래도 일출 전의 풍경이니까 볼품은 없어도 그냥 지나치기는 아까워서 다시 삼각대를 펼치고 자리를 잡아 본다.
해가 별로 예쁘지 않아서 그냥 빛으로 감싸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ㅎㅎ
부지런한 낚시꾼들을 태운 배가 작은시루섬에 손님들을 내려주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이미 증도(甑島)라는 이름의 시루섬이 있는데 또 무슨 까닭으로 사루섬이 또 하나 더 있어서 작은시루섬이 되었는지 좀 납득이 안 되기는 한다. 하고 많은 이름이 있을텐데 사도 사람들은 떡을 좋아하나 싶기도 하고..... 저만치 보이는 나로도 우주선전망대가 옅은 햇살에 반짝인다.
떠오르는 태양이 대지에 황금 빛 햇살을 흩뿌린다. 앞에 보이는 섬이 증도다. 사도를 와보려고 했던 뜻은 증도를 보고자 함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이다. 양면해수욕장 끝에서 만난 암괴(巖塊)들도 하나하나가 새롭게 눈길을 끈다. 모두 응회암 덩어리들이구나.
각력응회암(角礫凝灰巖)이 널려있다. 혹은 부서진 채로 혹은 바닥의 암반에 붙은 채로 보여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응회암의 친구뻘인 타포니도 보인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응회암은 해식(海蝕)이 빠르다. 퇴적암은 단단하게 되어있어서 꽤 오래 버티는데 응회암은 암질(巖質)이 아무래도 무르다 보니까 빨리 녹아질 수밖에 없긴 하지.
여기에서만 놀아도 한 시간은 거뜬하겠는데 그래도 마음은 앞으로 가보자고 재촉한다.
그래 거북바위라고 써놓지 않아도 거북바위인 줄 알겠다. 그래도 멀리서 보는 것이 더 낫지 싶기는 하다. 뭐든 멀리 떨어져서 봐야 예뻐보이는 법이기도 하지. ㅎㅎ
저만치 바다 한 가운데 오도카니 떠있는 섬은 부도(釜島)가 틀림없구나. 그 뒤쪽에는 해식동굴(海蝕洞窟)이 하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단 말이지. 흡사 나만 알고 있는 부도의 비밀인 것처럼. ㅎㅎ
증도에 올라가니 가장 먼저 큰바위얼굴이 반갑게 맞아준다. 아래쪽은 장사도의 그림자로 아직 어둡구나. 잠시 후면 햇살이 들어오겠거니.....
그 옛날 화산이 폭발할 적에 수없이 많은 화산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를 때. 그 가스의 힘으로 이렇게 크고 작은 암석들이 같이 뿜어져 나왔다가 떨어져서 함께 굳어진 것이 각력응회암이다. 기왕이면 다이아몬드가 딸려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ㅋㅋ
수성퇴적암(水成堆積巖)은 암석에 포함된 역(礫)이 동글동글하다. 그건 강바닥에서 흐르는 물에 마모가 된 까닭이다. 그런데 응회암은 그럴 겨를이 없이 바로 쌓이다 보니까 제멋대로 생겨서 울퉁불퉁한 자갈이라 각(角)이 져서 각력(角礫)이라고 부른다. 눈으로 보기에는 역암이 예쁘지만 예쁜 것을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각력을 포함한 응회암도 볼만 하긴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그나마 겨우 배운 습자지(習字紙) 같은 지식을 어떻게든 잊지 않으려고 자꾸 되뇌이고 있으니 벗님은 혹 지루하시더라도 너무 탓하지 말고 양해를 해주시기 바란다. ㅎㅎ
이른 아침의 햇살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위에서 내리 쏟는 태양도 좋지만, 이렇게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햇살에 드러나는 풍경들은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새로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대부분 푹 자고 아침 먹고 나오는 사이에 이미 해는 하늘로 올라가서 강렬한 그림자를 만들지만 이른 아침 새벽 06시의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는 시간에 만나는 자연의 풍광은 창백한 낮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새벽이 되면 뇌중자명종(腦中自鳴鐘)이 요란하게 울어 대서 더 누워있을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증도의 지질도를 다시 보면, 추도의 응회암지대와 같은 표시를 하고 있으니까 동질로 봐도 되겠다.
중생대 백악기의 안포응회암(安浦凝灰巖)이다. 석영안산암질(石英安山巖質) 화산력(火山礫) 응회암(凝灰巖), 안산암질 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산암질응화암이라서 회색빛이 나는 모양이다. 현무암질 응회암이라면 검은 빛이 날텐데 말이지. 석영안산암질은 안산암질에 석영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더 밝은 것으로 이해하면 되지 싶다.
응회암이 쌓여서 층을 이뤘다. 그 중간에 자잘한 자갈이 박혀서 응회암의 DNA임을 보여주고 있나 싶기도 하다. 석영안산암질이라서 밝은 빛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말이지..... 차가운 바위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색감을 보여준다. 갈라진 틈새를 파고 들어서 잠시나마 빛목욕을 시켜주는 순간이기도 하겠다.
여긴 그늘이 진 곳이어서 차갑게 느껴진다. 양지와 음지의 차이구나.
암벽의 위를 올려다 보니까 이렇게 생겼다. 아래가 자꾸만 바닷물에 깎여 나가니까 일종의 해석와(海蝕䨟)처럼 보인다.
옛날에는 여기도 모두 암벽이 있었을테지.... 해식(海蝕)으로 자꾸만 녹아져서 윗부분은 사리지고 단단한 아랫부분만 남은 모양이다. 언젠가는 증도도 사라지고 말겠거니.....
웬만하면 세로사진은 안 찍는데 이렇게 암석층이 있으니 찍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절리가 보이는 것은 아마도 압력으로 깨어진 것이겠거니 싶기도 하다.
혹 단층인가 싶어서 다시 들여다 봐도 단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단층이 아니면 절리(節理)인 것으로 보면 되겠다. 다만 주상(柱狀)은 아니라서 주상절리라고는 못하겠네.
절리에 가늘게 암맥(巖脈)이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암질은 비슷한 성분이 아닐까 싶다. 색으로 봐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나뉘어져 있다. 서로 머금은 세월이 다르다는 뜻이겠거니. 그것도 많이 다르다는 의미겠지 싶다.
다시 더 앞으로 나가본다. 용미암이 이 근처 어디였을 텐데.....
그렇지, 뚜렷한 암맥이 힘차게 흘러내렸다.
용의 머리가 제주도 용두암이라는 말은 아쉽게도 암질이 달라서 살패다. ㅎㅎ 안산암질의 꼬리에 현무암질 머리는 있을 수가 없으니 말이지. 웃자도 한 말에도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낭월이다. 참 답답한 양반이기는 하다. ㅋㅋ
어쨌거나 암맥이 신기하긴 하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봤던 숙소주변의 해안에 있던 암맥도 같은 것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응회암에 들어온 암맥이고, 거기는 사암과 이암에 들어간 것만 다를 뿐이다.
엇저녁에 본 퇴적암의 암맥이다. 아마도 안산암질 암맥으로 보면 되지 싶다. 색이나 형태가 완전히 같아서 그렇게 봐도 될 것이다. 그나저나 아침을 먹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연지님이 어디 있느냐고 전화가 온다. 그래 간다. 아침 먹고 연지님이랑 다시 와야 하겠다.
고래바위라고 했던가? 장군바위라고도 했지 싶고. 여하튼 바위 하나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바위도 구멍이 숭숭이구나.
장군님이 올라서서 지휘를 했음직한 상상도 가능하지 싶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보인다.
앗!? 향유고래 똥? 이런 횡재를? 하고 1초간 착각에 빠졌다.
그럴 만도 하지 않으냔 말이지. 아는게 병이라고 가끔은 이렇게 헛다리 짚으면서 설레 보기도 한다. ㅎㅎ
그러니까 말이지. 나무화석이 도대체 어디 있느냔 말여. 이따가 또 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냥 간다면 나중에라도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니까 반드시 해결을 해야만 한다는. 나무화석 사진이 왜 저리 엉성하지? 저걸 보고서 어떻게 찾겠느냐는 생각에 투덜투덜.....
새벽 운동을 꽤 많이 한 모양이다. 헐출하구먼. 서둘러서 밥을 먹으러 바삐 움직인다.
정갈한 아침상이다. 잘 먹어야 또 한나절 힘차게 여행을 즐기지.
어제 직접 캤다는 바지락국에 밥을 말아서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밥을 먹고는 준비해서 연지님을 데리고 다시 증도로 향했다. 사도에 왔더라고 증도를 가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나무화석도 봐야 하고. ㅎㅎ
음.... 14번의 위치로구나. 새벽에 모두 샅샅이 더퉈본 곳이지만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자료를 열심히 찾았다.
그래 사진이 이 정도만 되어도 어떻게든 찾아보지. 근데 이게 나무화석인 줄을 어찌 알겠어?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지만 그래도 확인하지 않으면 숙제를 덜 한 것같은 찜찜함이 남을 테니까 확인을 해야지.
벌써 풍경이 새벽에 본 것과는 사뭇 다르다. 뭐 그건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
그 사이에 물이 빠졌는지 파래가 올라와 있구나.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왔네 아침 배가 들어왔나? 어디....
낭도에서 9시 40분 배가 들어왔겠구나. 어쩐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했다. 13시 10분 배는 어제 타고 들어온 것이고, 저 배가 낭도로 가다가 들리는 것을 오늘 12시 30분에 타야 할 일정이기도 하다. 여하튼.
거북바위라고 하니까 찍고, 얼굴바위라고 하니까 찍는다. 이것이 연지님의 바위돌이다. 저마다 즐기는 것은 다르니까. ㅎㅎ
감자바위도 알려 줬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나무화석을 찾아서 두리번거린다.
14번의 위치는 대략 끝부분이었고.....
아마도 이 언저리겠지...? 집중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나저나 사람이 있으니까 암벽의 크기가 가늠이 되는구나. 그래서 고맙다.
화석이 있을 곳이라고는 이 부근 뿐인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냐? 안내판이라도 하나 세워두지 않고서 말이지.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찾았다. 천정부근이었으니 벽을 아무리 살펴도 보일 리가 없었던 게다.
다시 봐도 나무화석이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나무가 상상이 되지 않아서다. 보통 나무화석이라고 하면 말이지.
뭐 좀 이렇게 누가 봐도 나무화석이구나 싶어야 한단 말이지. ㅎㅎㅎ
아쉽긴 해도 나무화석이라고 하니까 그런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마침 찬찬히 둘러보는 두 여인이 주위에 있어서 괜히 노파심으로 안내를 했다.
낭월: 증도에 가서 나무화석을 봤느냐고 하면 어쩌실랍니까?
여인: 그런 것이 있어요? 어디에요?
낭월: 바로 여기입니다.
여인: 어머나~! 이게 나무화석이에요? 신기하다~
낭월: 그냥 지나치기 쉬워서 겨우 찾았습니다.
여인: 박사님 고마워요. 그냥 지나칠 뻔했어요. 호호~
나참 박사는 무슨. ㅋㅋㅋ
천장의 나무화석과 함께 앞의 풍경을 비교했다. 대략 위치를 가늠해 보라고 안에서 밖을 보면서 사진을 담았다. 눈치가 빠른 벗님이라면 대략 감을 잡을 수가 있지 싶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뭐 할 수 없는 일이고. ㅎㅎ
물이 빠져서 용의 꼬리가 더 길어졌구나. 이제 홀가분하게 증도를 떠나도 되겠다.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