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주왕산 달기약수
청송(靑松) 주왕산(周王山) 달기약수
(2023년 11월 7일 탐방)
대전사에서 달기약수터까지는 한참 가야 한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아도 길이 산길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23분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제법 떨어져 있는 거리다. 주왕산이라고 하면 달기약수터가 떠오를 정도로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실로 달기약수터가 주왕산인 줄도 몰랐었던 적도 있었다. 30여 년 전에 한 번 나들이를 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어머니께서 닭기약수터의 약수물로 닭을 삶아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는 바람에 그 소원을 들어드리려고 경산의 와촌에 살 적에 나들이를 했었다. 맛은 탄산수인데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는 생각에 별로 마음이 없었지만 기꺼이 시간을 냈었다. 물론 그때는 남는 것이 시간이기는 했었다만.
그러니까 이번의 청송나들이에서 추억여행지로 선택이 되어서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했었던 곳인데 기왕이면 점심을 먹어야 할 때도 되었으니 제대로 선택이 된 셈이기도 했다. 달기약수탕은 상탕 중탕 하탕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평일이라서인지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조용했다. 벌써 2시 반이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고 가까이에 있는 울산단골식당이라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는 연지님에게 주문을 하라고 해 놓고는 혼자 밖으로 나왔다.
메뉴는 본체만체하고 백숙으로 시키면 된다고 하고는 약수터부터 찾았다. 음식이 마련되는 사이에 하천을 둘러보면 시간도 절약하고 기다리는 지루함도 해결할 일석이조기 때문이다.
탄산 약수는 설악의 오색약수가 대표적이고 봄에 둘러봤던 정선의 화암약수도 있었는데 물맛은 같은 듯 다른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도 같으나 그 차이는 모를 일이다. 옆에 세 곳의 물을 담아놓고 골고루 맛이라도 본다면 또 몰라도 말이지.
달기약수탕은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발견되었다. 톡톡 튀는 맛을 내는 탄산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질들이 녹아 있어 예로부터 위장병, 부인병, 안질과 같은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약수는 빗물로부터 시작된다. 빗물이 지하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에서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탄산수로 바뀌게 된다. 탄산수는 지하의 암석에 포함된 다양한 물질들을 용해시킨 뒤, 화강암과 퇴적암 사이 틈을 따라 지표로 상승하여 지금의 탄산약수로 솟아나고 있다.
물이 고여있는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작은 돌 우물에서 퐁퐁 솟아나는 모습은 모두 닮아있다.
탄산가스가 뽀골뽀골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한 모금 떠 마셔보니 탄산이 강하지는 않게 느껴진다. 역시 탄산의 강도는 오색약수가 가장 세지 않은가 싶은 기억 속의 맛을 떠올려 본다. 예전에 여기를 방문했을 적에 닭을 삶아먹고 이 물을 버너로 끓여서 커피를 탔더니 밑에 가라앉는 하얀 건더기가루를 보면서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는데 커피 맛은 완전히 망했었지. 그래서 달기약수는 닭을 삶아서 먹는 용도인 것으로 고정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리 위에서 하천 바닥을 내려다 보니까 바위들이 어서 놀러 오라고 손짓을 한다. 하천을 탐방할 적에는 갈수기(渴水期)가 최적이다. 용연폭포의 물이 적어도 별로 아쉽지 않았던 것도, 단풍이 이미 떨어져서 앙상한 나뭇가지를 봐도 전혀 아쉽지 않았던 것은 그럴수록 바위탐사는 더욱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위쪽은 상탕이다. 음식점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내려오다가 중탕에서 식당들이 많은 것을 보고서 차를 멈췄는데 마침 하천이 적당하게 물이 줄어들어서 사진놀이 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던 것이 내심 고마웠다. 기왕 하천에서 놀이하는 마당에 이름이라도 알아두자 싶어서 검색을 해 본다.
괘천(掛川)이었구나. 이름도 참 특이하다. 그런데 설명을 보니까 달기폭포 또는 월외폭포(月外瀑布)라고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니까 '달기'는 달아맬 괘(掛)에서 나온 말이란 거지? 그것 참 생각지 못한 곳에서 답을 얻는다. 자료를 찾다가 보면 심지어는 고대 중국의 상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달기(妲己)까지도 거론하는 것을 보면서 '나가도 한 참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간단한 곳에 답이 있을 줄이야. 그래서 널리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 오래 전의 이름이니까 달기와 매달다의 어원이 서로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어색하지 않아서 바로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괘천은 달기천이고 그 천변에 약수가 있으니 달기약수였다. 또 달이 뜨는 곳이라고 해서 달기라고 하는 설도 있는데 주변의 지명이 월외리(月外里)라고도 하니까 그것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괘 자를 본 이상 그 위력이 달의 이야기를 압도하는 것 같다.
암반(巖盤)을 보니 응회암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주왕산의 암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반갑다. 온통 거뭇티티한 회색만 보다가 이렇게 다양한 색의 암석을 만나게 되니까 흑백사진에서 천연사진으로 바뀐 것도 같고 말이지. 지질도에도 분명히 달라졌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보나마나 하천은 모두 신생 제4기라고 표시할테지......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바닥의 암석을 알기 위해서는 주변의 산에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닌 줄은 대략 감 잡았으니까. ㅎㅎ
그래 중생대 쥐라기의 청송화강암(靑松花崗巖)이구나. 어쩐지 화강암 같았거든. 지질도에서 응회암은 바탕이 초록빛이고 화강암은 바탕이 붉은 빛이어서 확연히 구분이 된다.
강력한 햇살이 다리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그래서 라이트룸의 도움을 받는다.
대체로 봤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비슷하게 찾아내 본다. 암석의 사이에 모여있는 자갈들은 신생 제4기의 역암이 맞고 그 사이에 모래는 사암이니까 지질도의 설명이 전혀 틀렸다고 할 수 은 없겠네.
암반이 매끈한 것이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이 정도면 편마암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검은 화강암도 있기는 하겠지만 계룡산의 화강암과는 많이 다르구나. 그래서 청송화강암이겠지.
물이 잘 연마시켜서 매끈한 모습이 잘 드러났구나. 산의 암벽은 이끼와 같은 것들로 인해서 바탕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운데 이렇게 하천이나 바닷가의 노두는 실제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있어서 좋다. 그래서 돌꾼은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한 셈이다.
이 암석은 검은 빛이 줄어들고 흰 빛이 많구나. 회색으로도 보인다. 그러니까 서로 포함된 성분이 다르다는 말이겠지. 이러한 것을 척 보고서 어떤 성분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인지를 바로 알면 좋으련만 그것까지는 머나먼 길일 뿐이다. ㅎㅎ
갈라진 것은 단층(斷層)이다. 갈라지기만 하고 이동하지 않은 것도 단층인가? 그냥 균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만히 있는 자리에서 갈라진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는지 이름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다. 여하튼 일종의 단층인 걸로.
그 옆에는 또 붉은 빛의 화강암이다. 서로 다른 성분이지만 여기에 대해서 설명이 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워서 그냥 사진으로나마 기록만 해 둘 따름이다.
희끗희끗한 것은 장석(長石)이겠거니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이색적인 암석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뭔가 특이한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그 속에서도 볼만한 풍경이 활짝 열려 있었구나. 뭐든 자세히 봐야 보이는 법이다.
한 걸음 다가가서 들여다 보고....
또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들여다 본다.
이것은 역암(礫巖)이구나. 각력(角礫)이 가득하게 박힌 돌이라니 볼수록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흡사 보석의 판을 보는 것처럼 현란한 형색(形色)의 모양이 감탄스러울 줄이야. 그래서 다시 보고 또 보게 되는 재미를 얻는 즐거움이라니. 이렇게 개천의 바위에 푹 빠져서 놀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음식이 다 되었단다. 그러면 또 가야지. 기다리는 사람과 함께 즐거운 오찬을 누릴 시간이로구나.
청송은 사과막걸리구나. 초석잠도 밑반찬으로 나왔네.
오늘도 원하는 곳으로 잘 데리고 다닌 몸을 위해서 건배~!
능이버섯백숙으로 주문했더란다. 능이가 한 맛을 하니까. 잘 했다. 이렇게 점심을 즐기고서 청송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하려다가 연지님도 약수를 떠먹어 보고 가야 한다는 말에 중탕으로 안내했다.
역시 모델이 있으니 생기가 돈다. ㅋㅋ
그럭저럭 시간은 3시 반이구나. 여기에서 다음 목적지인 주산지까지는 또 반대쪽으로 달려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게다. 사진공부를 할 적에는 풍경을 보려고 가봐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제는 지질여행에서 주산지를 가보게 되는구나. 특별한 기대감은 없더라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 모처럼 발걸음에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