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 제43장. 여로(旅路)/ 27.현령(縣令)의 초대(招待)

작성일
2024-11-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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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43. 여로(旅路)

 

27. 현령(縣令)의 초대(招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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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령께서 기 대인을 초청하셨습니다. 같이 들어가시지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재판에서 봤던 부관이 우창 등이 타고 있는 마차로 다가와서는 안으로 들어가기를 정중히 청하는 것을 본 우창이 기현주를 다시 바라봤다. 기현주는 미소를 지으며 초청에 응한다는 듯이 말했다.

현령께서 청해 주시니 기꺼이 응해야지요.”

이렇게 말하고 마차에서 내리자 모두 따라서 내렸다. 그리고 부관을 따라서 현청(縣廳)으로 들어갔다. 우창은 내심 현령이 기현주를 대하는 것이 이 정도였나 싶은 정도로 놀랐다. 흔히 대인(大人)’으로 불리는 사람은 고위의 관직(官職)을 지낸 사람에게나 붙이는 호칭이고 특히 남자에게나 사용하는 용어인데 기현주에게 그렇게 호칭한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시구려. 기 대인이 친히 참관해 주셔서 고맙소이다. 허허허~!”

현령이 기현주의 손을 반갑게 잡으며 치하했다. 그러자 기현주도 이에 대해서 말하면서 웃었다.

제가 도와드린 것이 뭐 있나요. 그냥 약간의 의견을 말씀드렸을 뿐인데요. 사리 판단이 분명하신 현령께서 올바른 결정을 하신 결과죠. 호호~!”

기 대인께서 듣도 보도 못한 시신의 공개재판을 제안한 것을 듣고서 소름이 돋았지 않았겠소? 이런 문제로 자칫하면 온 고을이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깔끔하게 해결이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소이다. 허허허~!”

현령께서 집무(執務)하시는데 약간이나마 도와드렸다면 다행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신 것도 넓은 도량이시고요. 부관이 알아서 유가족들이 마음 편히 재산을 받아서 나머지 삶이나마 즐겁게 보내기를 바랄 따름이죠.”

그게 기발하다는 말이외다. 허허허~!”

기현주가 현령에게 일행을 소개했다.

, 이분들은 저를 찾아온 빈객(賓客)들인데 오늘 판결이 궁금하다고 하여 동행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현령에게 일행을 소개했다. 그러자 현령의 눈이 커지면서 얼른 말했다.

아니, 가만..... 혹 최근에 가흥현(嘉興縣)을 거친 적이 있소이까?”

우창은 문귀(文鬼)와 대화를 나눴던 것을 떠올리면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는 현령에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현령 나리.”

그러셨구려. 막역(莫逆)하게 지내는 가흥 현령 왕회(王淮)를 만났더니 신묘한 능력이 있는 과객을 접대했었노라고 말하기에 나도 어떤 분인가 뵙고 싶다고 했는데 이렇게 친히 왕림해 주셨으니 영광이오~!”

부족한 사람을 반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우창입니다.”

, 우창 선생이셨구려. 지낭(智囊)을 본관에게도 조금만 나눠 주기 바라오. 그 친구가 어찌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지 말을 들으면서도 내심 무척이나 부러웠소이다. 허허~!”

우창이 합장으로 인사를 대신하자 모두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현령은 상석에 앉았다. 이내 관원들이 다과(茶菓)며 음식을 내어 와서 삽시간에 잔치가 베풀어졌다.

그런데 기 대인은 어떻게 이 귀한 손님들과 인연이 되신 건지 알려 주시겠소? 아마도 이렇게 동행하신 것을 보면 이미 보통의 인연은 아닌듯한데 말이오.”

그야 학문(學問)의 인연이지요. 철리(哲理)를 연구하다가 보면 순식간에도 백년지기(百年知己)가 되기도 하니까요. 호호호~!”

그렇소. 나도 이 관복을 벗어 던지고 나면 나비처럼 천하를 유람하면서 은둔군자(隱遁君子)를 만나서 자연의 이치를 담론(談論)하면서 여생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말이오.”

이미 그렇게 누리시는데 뭘 그러세요. 저번에도 오대산(五臺山)에서 두어 달이나 머무르다가 오셨잖아요.”

그야 오가는 길이 하도 멀어서 시간은 두어 달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한 달 남짓 머물렀을 따름이지요. 허허허~!”

우창은 오대산이라는 말이 나오자 문득 곡부에서 만났던 원명(圓明) 화상이 떠올랐다. 오대산으로 간다고는 했으나 어느 사찰이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서 기억에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오대산이 크니 불사(佛寺)와 도관(道觀)도 무척이나 많겠습니다.”

현령은 우창의 말에서 뭔가 인연이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얼른 말했다.

오대산은 뭐니뭐니해도 청량사(淸凉寺)지요. 문수보살의 도량이 아니겠소이까? 그런데 혹 오대산에 인연이라도 있으신 건 아니요?”

현령의 말에 모두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우창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름을 꺼냈다.

실은 곡부(曲阜)에 있을 적에 어느 스님을 만났는데 당시의 법호가 원명(圓明)이라고 하셨습니다.”

우창의 입에서 원명이라는 말이 나오자 현령이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세상이 좁다고는 합니다만 과연 그 말이 허언은 아니었구려. 한 달을 지내면서 거의 매일 원명 선사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서 많은 감화(感化)를 입었는데 마침 우창 선생과의 인연이 있었다니 말이오.”

그러셨습니까? 반가운 소식입니다. 법체는 강령하시지요?”

대찰(大刹)의 운영은 주지(住持)에게 맡기고 한직에서 수행에만 힘쓰고 계시면서 심신이 화평(和平)하니 나날이 극락이라고 하셨소이다. 허허허~!”

여전하시군요. 당연히 잘 지내시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이렇게 안부를 들으니 또 반갑습니다. 하하~!”

기현주는 우창과 현령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현령에게 물었다.

현령께서 그 먼 길을 유람가셨던 것은 아니라면 혹 슬하의 문제였나요?”

맞소이다. 아들 녀석이 자꾸만 불교를 수행하겠다고 어찌나 간청하던지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다가 오대산이 떠올라서 같이 갔는데 원명 화상을 만나서 법문을 듣고서 그 자리에서 청량사에 눌러앉겠다는 말에 귀로(歸路)는 혼자였구려. 허허~!”

허탈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웃었다. 그 말을 듣고 기현주가 웃으며 격려했다.

얼마나 다행인가요. 단명할 운명을 타고났는데 불문에 귀의하여 수행하기로 했으니 오래도록 연명(延命)하면서 부처의 가르침까지 배우게 되었으니 아마도 조상님이 보우(保佑)하심인가 싶어요. 호호호~!”

기현주의 말을 듣고서 현령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예전에 운명을 물었을 적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잖소?”

물론이죠. 아비가 자식을 묻는데 어찌 단명한다고 말해요? 그냥 생각으로만 짐작할 따름이었는데 스스로 자신의 살길을 찾아갔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호호~!”

아비가 되어서 자식을 절간에 두고 오는 발길이 가볍지는 않았소만 지금 대인의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두고 온 것은 다행이란 말이구려. 이미 스스로 살길을 찾아갔다니 어디 그 연유나 좀 들어봅시다.”

현령의 말에 우창 일행도 관심이 생겨서 기현주를 바라봤다. 과연 인간의 수명은 무엇을 통해서 찾을 수가 있을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은 학문이라기보다 영감(靈感)에 가까운가 봐요.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밝은 생기는 옅고 어두운 잿빛이 짙은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그렇게 판단했지요. 그것은 집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겪어 봤던 것인데 사람에게도 적용해 보니까 신효(神效)해서 그대로 믿기로 했어요.”

기현주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창은 문득 진명(眞明)이 떠올랐다. 진명이라면 그러한 것을 알아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후광을 본다는 것은 이러한 능력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창에게 물었다.

참 동생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는데 자평법으로 수명을 어떻게 가늠하는지 알려 줄 수 있어? 만약에 그것을 알 수가 있다면 내가 본 것이 실상(實像)인지 아니면 허상(虛像)인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야.”

누님의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만 우창은 그러한 능력을 아직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간지(干支)법으로 그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면 간지에는 후광(後光)이 보이지 않거든요. 하하하~!”

? 후광(後光)이라니? 그게 뭐지?”

누님께서 봤다는 그 밝은 기운이나 칙칙한 기운이 모두 후광이라고 배웠습니다. 배우기는 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목격(目擊)은 하지 못한 고로 짐작만 할 따름이지요.”

, 그렇구나! 듣고 보니까 후광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렇다면 팔자에서 그러한 것을 알아볼 수가 있는 사람은 판단할 수가 있을까?”

기현주는 참으로 적극적이었다. 지금 현령의 앞에서 다과를 대접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듯이 우창에게 질문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그러나 우창도 현령도 그것이 재미있었고 한편으로는 귀엽다는 생각조차 들어서 전혀 거북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현령도 우창을 바라보면서 대답이 궁금한지 침을 삼켰다. 좌중을 둘러본 우창이 설명했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만, 인성(印星)이 가까이 있는 사주에서는 간혹 영혼을 보거나 그러한 것과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어서 단언할 것은 아니지만 인성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으로는 생각해 봤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 있던 현령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창 선생.”

예 현령 나리 무엇이든 편안하게 말씀하시지요.”

, 현령 나리는 거북하니 전 선생이라고 해 주시구려. 허허~!”

알겠습니다. 전 선생이 궁금한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면 아는 만큼은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실은 내 팔자에서도 그러한 것이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오. 기 대인이 느꼈다는 것을 언젠가 나도 본 것 같았는데 그것이 그것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궁금하외다. 허허허~!”

이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벼루에서 먹을 찍어서 자신의 팔자를 적었다. 모두의 눈이 한곳으로 모였다.

 

 


 

 현령의 사주인 을사(乙巳) 경진(庚辰) 계해(癸亥) 임술(壬戌)을 본 자원이 이해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서 기현주가 물었다.

자원도 그 정도는 안다는 표정이네? 월간(月干)의 경금(庚金)으로 인해서 그러한 것을 느낄 수가 있다고 보면 되는 걸까?”

올해 세수(世數)는 쉰아홉이시군요. 명식을 보면서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명식이 참으로 청하네요. 과연 현명한 판단으로 현령의 임무를 잘하실 것으로 보여서 내심 감탄했어요. 더구나 언니의 팔자와 궁합을 봐도 절묘하잖아요?”

궁합이라니? 부부 사이도 아닌데 궁합이 무슨 의미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모두 궁합(宮合)이잖아요? 서로 만날수록 기쁨은 늘어나고 행복도 커질 테니 이보다 좋은 궁합이 또 어디 있겠어요? 호호~!”

자원의 말을 듣고 있던 현령이 부관에게 말했다.

오늘은 퇴청(退廳)한다. 나머지 일은 그대가 처리하게.”

,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현령이 일행에게 말했다.

,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채로 들어가서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허허허~!”

모두 현령을 따라서 안채로 옮기자, 현령도 근엄하게 차려입었던 관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넓은 서재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먹던 음식은 다시 정갈하게 그릇에 담아서 옮겨왔다.

이제 편안하군. 관복은 또 하나의 감옥이 아니고 무엇이겠소이까? 허허허~!”

현령은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에게 말했다.

우창 선생 봐하니 명학에 깊은 조예가 있으신 모양인데 내 명을 좀 풀어주시겠소?”

그야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만, 이미 누님께서 잘 살펴드렸을 텐데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사양하자 기현주가 얼른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공부는 백천 번을 살펴도 넘치지 않잖아? 나도 일지(一志) 오라버니의 팔자가 늘 궁금했는데 진술충(辰戌沖)이며 사해충(巳亥沖)은 또 어떻게 풀이해야 하는지 을경합(乙庚合)은 어떻게 되는지 오늘 속 시원하게 풀어줘 봐.”

자리를 안으로 옮기자, 기현주의 현령에 대한 호칭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현령의 호는 일지였다. 현령이 기현주에게 말했다.

누이에게도 대인이라고 하면 오글거리지않은가? 비록 체모(體貌)로 인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이렇게 편한 자리게 되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 또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얼마나 좋으냔 말이지. 허허허~!”

우창도 그것이 편해서 말했다.

맞습니다. 우창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원이 살펴본 대로 일지 선생의 팔자에는 영감(靈感)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을 맡게 되면 그 과정이나 원인이나 결과가 정황을 살피기도 전에 느낌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것을 참고하여 수사하게 되면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를 만나게 되므로 고을의 백성들은 현명한 수령(首領)이라고 칭송이 자자할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현령과 기현주를 바라보자 두 사람은 동시에 놀라면서 탄성을 질렀다.

아니, 어떻게~!”

우창이 미소를 짓자, 기현주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정말 적천수의 위력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구나. 어떻게 그러한 정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꿰뚫을 수가 있는 거야? 난 아무리 궁리해도 모르겠는데 정말 대단하구나.”

기현주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서 현령도 말했다.

지금 우창 선생의 말이 부합(符合)되는 것도 같구료. 간지만으로 그렇게 살필 수는 없을 것이고, 무슨 비법을 쓰는지 그것을 좀 알려주시오. 누이가 말한 적천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몰라도 아마 손오공의 여의봉과 같은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구려. 내가 감탄했소이다. 세상을 살아온 날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러한 풀이는 처음이오. 그것이 무엇인지 내게도 좀 보여주시오. 허허허~!”

현령은 소탈했다. 격식을 갖추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정도로 자신의 지위는 어느 사이에 잊어버리고 공부하는 학인의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창도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내심으로 감탄했다. 공직에 몸이 매이게 되면 마음에서도 그러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었다.

적천수라고 하는 한 권의 서책입니다. 무림(武林)에는 비급(秘笈)이 있듯이 명가(命家)에는 적천수가 있는데 내용이 간략해서 대부분 간과(看過)하게 됩니다만 다행히 그것을 뜯어볼 인연이 있어서 조금은 이해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오호~ 그렇다면 명가비급(命家秘笈)이 아니오? 나도 그것을 보고 싶소이다. 아니, 그보다도 우선 이것을 좀 풀이해 주시오. 누가 해 주시겠소?”

현령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원과 우창을 번갈아 봤다. 자원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감지한 현령이었다. 그러자 자원이 미소를 띠면서 우창에게 설명을 청하며 말했다.

자원은 아직도 스승님의 발바닥 근처를 배회할 따름인걸요. 오늘 귀한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으니 벌써 마음이 흥분되네요. 호호~!”

자원의 말을 듣고서 우창이 심호흡하고 말했다.

부족한 안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혹 사실과 다르더라도 혜량(惠諒)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어서 풀이해 봐. 나도 궁금하다니까.”

기현주의 재촉을 듣고서 우창이 풀이를 시작했다.

일지 선생의 명조(命造)를 보니 계해(癸亥)라 주관(主觀)이 분명하고 무엇이든 속속들이 파헤치는 치밀함과 그러한 것으로 얻은 것을 조리정연(條理整然)하게 풀이하는 능력을 천부적으로 타고나셨습니다.”

우창의 말에 기현주가 감탄하면서 물었다.

아니, 어떻게 나온 풀이야? 그것도 설명해 가면서 풀이해 줘. 그래야 나같이 둔한 사람도 조금이나마 콩고물을 얻어먹지.”

계해(癸亥)에서 나온 해석입니다. 누님.”

뭐야? 계해에서 어떻게 그러한 풀이가 나오는 거지? 난 듣도 보도 못한 해석인 걸 이유를 알려줘. 이해하도록 노력해 볼게.”

정작 현령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기현주가 애가 달아서 물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설명했다.

()의 본질(本質)은 상관(傷官)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알고 있는 것이라면 남에게 잘 설명해 줄 수가 있는 역량(力量)을 타고난 것입니다. 다만 일간(日干)이 허약(虛弱)하다면 이것은 생각만 할 뿐이고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월주(月柱)의 경진(庚辰)을 얻었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가 있고 일지(日支)의 해수(亥水)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봐서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아니, 난 말야.”

기현주는 할 말이 많다는 듯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평소에 일지 오라버니를 보면서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사주에 상관이 없는데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상관이 있어야만 이해가 될 정도로 달변(達辯)이었거든. 그런데 그러한 의문을 이렇게 단박에 풀어버리니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것은 아마도 하충 선생의 비기(秘技)겠지?”

그렇습니다. 누님. 하하~!”

그런데 깊이 파고들어서 분석한다는 것은 어디에서 나온 말이야? 나는 그러한 것은 모르겠는데 참 신기하네. 실로 그렇거든.”

해중임수(亥中壬水)는 본질이 식신(食神)입니다. 그리고 작용은 겁재(劫財)이므로 스스로 맡은 일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잘하려는 의지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직책이 고을을 관리하기 때문에 관할(管轄)에서 생기는 일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고 열심히 궁리하는 것은 완전히 임수(壬水)의 공로입니다. 더구나 그 안에는 갑목(甲木)이 들어있고, 갑목의 본질은....”

우창이 말을 멈추고 기현주를 바라봤다. 그 정도는 살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기현주가 얼른 말했다.

경금(庚金)이 비견(比肩)이면 갑목(甲木)은 편재(偏財)잖아? 이것은 어떻게 작용한다는 거야?”

편재는 속전속결(速戰速決)입니다. 우물쭈물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천성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생기면 3일 내로 해결하지 못하면 잠도 오지 않으실 겁니다. 어떻습니까?”

우창이 이번에는 현령에게 물었다. 현령도 공부에 동참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자 현령도 우창이 묻는 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맞는 말이오. 사건이 생기면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니 말이오. 과연 놀랍소이다.”

이렇게 말한 현령이 기현주를 보면서 농담 삼아 말했다.

누이는 도대체 온갖 술수를 다 공부했으면서 왜 이러한 풀이를 하는 방법을 몰랐던 건가? 허허허~!”

오라버니,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것이 분하고 원통해서 심장이 터질 지경인데 불을 지르고 계신 것은 모르시지? 호호호~!”

기현주는 나이가 쉰일곱이고 현령은 쉰아홉이니 겨우 두 살 차이 인지라 말도 편하게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풀이를 이어갔다.

별다른 의미는 없으나 누님과 일지 선생의 공부에 참고라도 되실까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어린 시절에 대해서 살펴본다면 여유롭지 못한 채로 성장하셨을 것으로 짐작을 해봅니다. 아마도 형편이 어려웠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자당(慈堂)께서 낭비를 심히 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현령을 바라보자, 현령도 만감이 교차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틀림없는 말이네. 부친의 노력으로 얼마간의 재물이 모였다 싶으면 모친은 그것으로 마작을 치러 가셔서 모두 날리고서야 귀가하시는 나날이 반복되었으니 내 어린 시절을 말한다면 곤궁한 나날이었네. 책을 사 볼 수도 없어서 이웃의 훈장댁에 가서 베껴다가 공부하느라고 남들보다 뒤늦게 나이 이십이 넘어서야 겨우 향시(鄕試)에 붙을 수가 있었지.”

우창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희망적인 말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일지(日支)의 해수(亥水)를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천만다행으로 처복(妻福)을 타고나셨습니다. 현명(賢明)한 부인을 만났으니 어려움 중에서도 힘써 보필하는 바람에 관리의 일도 순조롭게 수행할 수가 있었겠습니다.”

맞는 말이오.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낙이기도 하오.”

비록 자녀로 인해서 마음에 부담은 된다고 하더라도 부인께서 항상 챙겨주시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능히 뚫고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지나가는 말로 자녀에 대해서 말하자 현령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아니, 자식에 대해서 마음을 쓰는 것도 팔자에 나온단 말이오?”

현령의 말에 기현주도 공감하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어서 설명해 달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