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제42장. 적천수/ 26.간합(干合)의 실체(實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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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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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42. 적천수(滴天髓)

 

26. 간합(干合)의 실체(實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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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한 모금 마신 백발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때의 습기(濕氣)는 비록 물은 아니지만 땅 위의 구석구석에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물은 물길을 따라서 바다로 흐르고 습기는 물길과 무관하게 두루두루 흘러서 유통하니 이를 일러서 주류불체(周流不滯)라고 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비록 양강(陽强)한 존재이나 하는 모습은 음유(陰柔)한 형상을 띠고 있으니 이를 일러서 강중지덕(剛中之德)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백발의 설명에 현담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잘 설명했구나. 그와 같이 수()는 오행에서 음중지음(陰中之陰)이기도 하고 임계(壬癸)에서의 임()은 또 양()이기도 하여 강한 중에도 그 덕을 음에게서 배웠다고 본 것은 매우 타당하겠네.”

태사님께서 잘 풀이했다고 하시니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도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 십성(十星)으로도 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비견(比肩)이고 신()이 겁재(劫財)라면 비견의 생을 받는 임()은 식신(食神)이 되어야 마땅한데 실로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을 탐구(探究)하는 것은 흡사 온통 호기심(好奇心)으로 가득한 식신의 단면(斷面)을 닮아있다고 여겨져서입니다. 왜냐면 신()은 겁재와 같아서 모든 것을 소유하고 빼앗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지키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임은 오히려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천하를 주유(周遊)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뭘 창조(創造)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세상의 만물이 저마다 생명을 얻으려면 발아(發芽)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습기가 없이는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습기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겠는데 글자를 뜯어봐도 어디나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어디 글자를 풀이해 보게.”

()의 윗 획은 삐침별(丿)입니다. 이렇게 생긴 것을 보면 고인이 생각한 하늘은 평평한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아래의 획은 일()입니다. 이것을 땅으로 본다면 땅은 지평선(地平線)이 있는 것처럼 평평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이로 미뤄서 땅의 위와 하늘의 아래에 있는 것임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더구나 그 중간에는 도()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로 미뤄서 임()은 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물이라면 아래로만 흘러가야 할 테니 허공을 가득 채울 방법은 없으니까 말이지요. 이렇게 살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백발은 자기의 생각과 우창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까지 엮어내서 설명하고는 현담을 보면서 확인을 청했다. 현담이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 말을 이었다.

더구나 두루 흘러서 막힘이 없다[주류불체(周流不滯)]’는 것도 또한 임()과 계()는 그 태생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는 액체(液體)라서 그릇을 만나면 담기게 되는데 임은 담을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고 그래서 두루두루 흘러 다닐 수가 있는데 이것은 사방(四方)과 사유(四維)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上下)도 포함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허공에 가득한 것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멋지군~!”

사람의 생각도 공기와 같습니다. 언제나 걸림이 없고, 심지어는 잠을 자면서도 몽중(夢中)에서조차도 천하를 누비고 허공을 비행(飛行)합니다. 이러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궁리(窮理)하는 것과 같으니 식신의 영역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또 궁리하고 그렇게 해서 온갖 도구(道具)를 발명(發明)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하겠습니다.”

과연, 식신(食神)의 의미를 잘 설명했네. 하하하~!”

현담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의 구절도 설명해 보라는 듯이 백발을 바라보자 잠시 머뭇거리던 백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은 통근투계(通根透癸)나 충천분지(沖天奔地)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어제 삼진이 말한 것을 듣고서 다시 살펴보니 이것 또한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천지(天地)를 휩쓸고 다닌다는 것에다가 통근(通根)하고 계수(癸水)가 투출(透出)되면 그렇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만, 이미 주류불체(周流不滯)에서 그 의미를 다 말했는데 무엇 하러 다시 조건을 붙여서 중언부언(重言復言)하는지를 떠올리면서 삼진의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삼진을 바라보자, 삼진은 자기의 뜻을 헤아려 준 것에 대해서 고맙다는 듯이 합장했다. 그러자 백발의 설명은 다시 이어졌다.

다만, 마지막 구절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종화(從化)의 이야기로 보이는데 이것을 어떻게 풀이해야 하는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으니 다른 고견을 청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담이 우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우창의 의견을 듣고 싶군. 어떻게 생각하나?”

현담의 말에 우창도 일어나서 대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아마도 삼진의 말을 빌자면 이 부분도 삭제(削除)해도 될 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기왕에 문자로 되어 있으니 풀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는 합니다.”

그래? 어디 풀어보게.”

문득 생각이 난 것인데 앞구절의 통하(通河)’에 대해서 혹자(或者)는 신금(申金)을 말한다고도 했는데 이것은 오류라고 여겨집니다. 왜 신금을 의지해야 하는지는 아마도 금생수(金生水)의 이치를 생각했을 것으로 여겨지나 이미 허공에 가득한 공기라고 풀이한 백발의 의견을 따른다면 군더더기임이 분명합니다. 또 다른 원문(原文)에는 통하(通河)’왕양(汪洋)’으로도 표시했습니다. 이 말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통하보다도 더 올바른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왕양의 의미는 바다처럼 물이 넘치는 것으로 풀이할 수가 있으니 이것은 양수(陽水)를 다른 말로 한 것일 수도 있어서 또한 의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통하(通河)와 왕양(汪洋)을 같은 의미로 본다면 양대음소(陽大陰少)의 의미로 본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정리 삼아서 말하면서 현담을 봤다. 그러자 현담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을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마지막 구절의 화즉유정(化則有情)이요 종즉상제(從則相濟)고 한 구절은 서책에 따라서 정임(丁壬)을 만나면 합하여 목()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임수(壬水)가 정화(丁火)를 만나면 목()으로 화()해서 목생화(木生火)를 하므로 유정(有情)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군더더기기를 넘어서 오류(誤謬)라고 봐야 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임수(壬水)는 임수일뿐 다른 오행으로 화한다는 이치는 있을 수가 없는 까닭이지요.”

참으로 명쾌하군. 하하하~!”

우창은 현담의 동의한다는 말에 마음이 한결 편했다. 혹 이러한 것에 대해서 현담이 생각이 다르다면 이것을 설명하는데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담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생각도 우창과 같네. 그런데 십간(十干)의 합화론(合化論)이 어디에서 끼어들었다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아마도 경도(京圖) 선생이 의학(醫學)을 연구했거나 후에 가필(加筆)을 한 사람이 그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앞의 구절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데 이렇게 뒤에서 슬며시 끼어들어서 합화를 거론하는 것은 아마도 가탁(假託)한 것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생각과 같군. 오행의 이치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재론(再論)할 여지도 없으니 삭제해야 마땅하지.”

그렇다면 종즉상제(從則相濟)도 같은 맥락으로 봐서 거론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비록 그렇긴 하나 그래도 수고롭게 글을 써넣은 고인의 정성을 생각해서 풀이는 하고 넘어가지.”

, 알겠습니다. 가령 임수(壬水)가 한여름에 태어나서 사오미(巳午未)의 열기가 증발(蒸發)시키더라도 수증기(水蒸氣)가 되어서 다시 대지를 적셔주게 되니 또한 상제(相濟)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말도 하나 마나인 것은 수증기는 언제나 허공을 감돌고 있을 따름입니다. 오히려 수증기가 되면 구름으로 모여서 비가 될 따름이니 그것은 계수(癸水)에 대한 설명을 중복(重複)으로 거론할 따름이라고 하겠습니다.”

맞아, 쓸데없는 말을 거론하고 있는 셈이지. 그냥 그렇겠거니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겠네. 하하~!”

스승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임일(壬日)에 태어난 사람도 이렇게 끝없는 사유(四維)와 궁리(窮理)를 통해서 세상에 없는 것도 만들어 내게 되어서 문명(文明)은 나날이 발전하게 될 것이니 오히려 상제(相濟)라고 한다면 임수(壬水)의 궁리가 정화(丁火)의 열정(熱情)을 만나서 진화(進化)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풀이하는 것이 수증기 이야기보다 훨씬 낫군. 하하하~!”

스승님께 또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 뭔가?”

간합(干合)의 존재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다른 것은 모두 버렸는데 간합은 그냥 버려도 될 것인지 궁리하는데 요즘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도 일종의 고정관념(固定觀念)에서 오는 착시(錯視)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현담은 우창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생각해 보면 임()이 정()과 합을 하면 유정(有情)하다고 한 부분을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입니다. 원래 생()은 유정(有情)하고 극()은 무정(無情)한 것인데 유독 십간의 순서에 따라서 육합칠극(六合七剋)의 존재가 생겨났으니 너무 인위적(人爲的)이 아닌가 싶은 의혹이 생겼습니다.”

그래? 참 신기하군. 어디 그 생각의 실마리를 좀 들어보자.”

합화(合化)를 논하면서 불화(不化)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불합(不合)은 왜 그냥 뒀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화()는 고사하고 합()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인가?”

맞습니다. 억지로라도 그 이유를 생각하면 설명할 방법이야 있습니다만, 어찌 양간(陽干)은 정재(正財)만 합을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관(傷官)과도 합을 하고 정인(正印)과도 합을 논해야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재미있군. 그래서?”

()을 수용(受容)하면 화()도 수용해야 하는 것이 황제내경(黃帝內經)의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화기(化氣)를 버렸는데 간합(干合)은 그냥 둔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야 정임년(丁壬年)에는 진월(辰月)에 갑진(甲辰)이 되어서 목기(木氣)가 드러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치는 알겠습니다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을 해 본 것입니다. 임년(壬年)에는 임()으로 논할 따름이지 없는 정()을 왜 끌고 와서 합화론(合化論)을 논하느냐는 생각은 했으나 실로 그것을 불론(不論)으로 한다면 판단에 어떤 오류가 발생할 것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 계속 설명해 보게.”

가령 임일(壬日)에 태어난 사람이 좌우(左右)에 정()이 있다면 합이 되는데 이러한 현상에서 얻게 되는 조짐은 음란지합(淫亂之合)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정일(丁日)에 태어난 사람이 좌우에 임()이 있어도 같은 결과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정임합이 있으면 음란한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봤으나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과연 합의 존재는 실제로 작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맞아, 음란지합의 의미는 작용하지 않는다고 봐야지. 하하하~!”

현담은 유쾌하게 웃었다. 우창의 이야기에서 뭔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후생가외(後生可畏)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오늘 내가 감탄하게 되는 것은 우창의 설명으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적진(敵陣)을 밟아버리고 승리의 깃발을 높이 올린 것과 같은 통쾌함이 있네. 하하하~!”

합으로 논한다면 모친과 자녀의 합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여인에게는 상관(傷官)이야말로 합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배가 고픈 사람은 밥보다 더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정인(正印)과 합을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가 보니 아무래도 고정관념(固定觀念)에서 아직도 벗어나야 할 것이 남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승님께서 찬동(贊同)하시니 의문을 품었던 것이 옳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네. 때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뒤집어 보는 용기가 필요하지. 나도 다각적으로 그러한 군더더기가 없는지를 항상 살피면서 궁리했으나 간합조차도 헛된 이치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지. 참으로 놀랍군. 그냥 타성에 젖어서 간합의 이치가 의문스럽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사주를 풀이하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에 별다른 생각도 없이 흘려버렸다고 해야 하겠네. 그런데 오늘 우창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나도 게을렀다는 것을 알겠네. 하하하~!”

현담은 진심으로 우창의 말에 동조(同調)했다. 그 말을 듣자 우창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서 다시 말했다.

실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임합(丁壬合)이 음란하다는 확인을 할 길이 없어서 생산지합(生産之合)이라고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아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무계합(戊癸合)의 무정지합(無情之合)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지 않습니까? 유정해서 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놓고서 어찌 무정지합이 존재할 수가 있느냐는 말이지요. 이것조차도 논리적으로 가설을 세워서 관민지합(官民之合)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백성과 관리가 합을 할 수가 있느냐고 생각하다 보니까 갑기합(甲己合)의 중정지합(中正之合)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정(中正)은 중심을 잡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니 치우쳐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것을 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얼마나 어색한지 자꾸만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과연, 일리가 있군. 을경합(乙庚合)을 풍월지합(風月之合)이라고 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이란 말이지?”

맞습니다. 여태까지 꿈에도 그것을 털어버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생각이 짧아서 합당한 설명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듣고 보니 과연 우창의 생각이 얼마나 주도면밀(周到綿密)했는지 이해가 되네.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과감(果敢)하게 거론하며 의견을 구하니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하하하~!”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겹겹이 둘러쳐진 나망(羅網)에서 빠져나와서 허공을 비상(飛上)하는 듯이 상쾌한 마음입니다. 그렇게 되면 원문에 언급한 화즉유정(化則有情)은 당연히 거론할 필요가 없고, 종즉상제(從則相濟)는 더더욱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과연 그렇겠군.”

이렇게 되면 능설금기(能洩金氣)와 주류불체(周流不滯)만으로 임수(壬水)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확신하고 판단할 수가 있었던 것은 삼진의 견해에서 얻은 바가 큽니다.”

우창이 말하면서 삼진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서 합장했다. 그러자 삼진이 일어나서 말했다.

스승님의 끊임없는 학구열(學究熱)에 우둔한 삼진은 감탄할 따름입니다. 과연 적천수의 천간론(天干論)은 앞의 절반만 생각하고 뒤의 절반은 알아두기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證明)해 주시니 이보다 기쁠 수가 없습니다.”

아니지. 우리는 모두가 상대방의 스승이지 않은가? 오늘 삼진의 생각이 아니었더라면 여전히 고삐에 꿰인 소처럼 간합(干合)에 끌려다닐 뻔했으니 말이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을 이렇게 전하고자 하네. 하하~!”

우창의 진심어린 말을 듣고서 삼진도 감동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가르침을 의지해서 갑목(甲木)편에서는 화치승룡(火熾乘龍)하고 수탕기호(水蕩騎虎)하며 지윤천화(地潤天和)하면 식립천고(植立千古)라고 한 구절은 없어도 된다는 것을 확신하겠습니다.”

왜 아니겠나. 그야말로 군더더기에 불과한 내용인 것을 말이지.”

참으로 상쾌합니다. 을목(乙木)에서도 마찬가지로 허습지지(虛溼之地)하면 기마역우(騎馬亦憂)요 등라계갑(藤蘿繫甲)하면 가춘가추(可春可秋)고 한 것도 쓸데없는 내용임이 분명하겠습니다.”

어디 분명하다뿐이겠는가? 그야말로 을목의 본연에 대한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고 하겠네.”

알겠습니다. 해석을 아무리 해봐도 개운하지 않았는데 오늘 스승님의 가르침을 의지해서 다시 살펴보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보니 앞으로의 내용에 대해서도 더욱 분발해서 잘 살펴봐야 하겠다는 확신도 갖게 됩니다.”

그건 내가 할 말이네. 여태까지 죽은 물고기처럼 물을 따라서 흘러간 셈이지 뭔가. 이제 세찬 물결을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도록 서슬이 시퍼렇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으니 말이지. 하하하~!”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스승님의 궁리로 인해서 무화(無化)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무합(無合)도 알게 되었으니 이미 깨어있는 학자십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담이 조용히 말했다.

참으로 부끄럽기는 나도 마찬가지라네. 한 걸음만 밖에서 살펴봤어도 간단히 던져버릴 수가 있었던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잔뜩 끌고 다녔다는 것을 생각하니 말이네.”

현담의 말에서 우창은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현담을 향해서 말했다.

적천수의 천도(天道)에서 욕식삼원만법종(欲識三元萬法宗)컨댄 선관제재여신공(先觀帝載與神功)하라는 구절에서 이미 다 밝혀 놨음에도 불구하고 자잘한 간합(干合)따위에 현혹되었던 것입니다. ‘먼저 제재(帝載)와 신공(神功)을 보라고 했을 적에는 다른 모든 이치를 검증(檢證)할 적에는 바로 여기에 대입하면 된다는 가르침이었는데 말이지요.”

그렇군. 천도(天道)에서 이미 천간(天干)의 이치도 다 드러났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도 왜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군.”

맞습니다. 제재(帝載)의 오행(五行)과 생극(生剋)의 신공(神功)만을 생각하면 되는데 이렇게 깊은 가르침을 앞에서 써 놓았는데도 고인의 가르침을 깊이 깨우치지 못한 까닭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비틀걸음을 걸었습니다.”

왜 아니겠나. 그러니 적천수(滴天髓)의 가르침은 참으로 정수(精髓)라고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이제 생각해 보니 천수(天髓)가 아니라 정수였군. 적천수의 뜻은 정수(精髓) 한 방울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네.”

참으로 멋진 말씀이십니다. 그 한 방울이면 이미 충분한데 말이지요. 세상의 온갖 이치도 모두 그 한 방울에 있지 않습니까? 깨닫지 못한 후학을 위해서 수고롭게 글을 쓰고 사족(蛇足)을 붙였던 고인들도 모두가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지. 선현(先賢)들도 항상 오류와 깨달음을 반복하면서 여기까지 안내하셨듯이 우리 후학도 또한 그렇게 사유하고 깨닫기를 반복하면서 후학에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라네.”

하하하~!”

현담의 말들 듣고서 우창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자 모든 대중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가 싶어서 이목을 집중했다. 우창이 바로 그 연유를 설명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신금(辛金)을 설명하면서 능부사직(能扶社稷)하고 능구생령(能救生靈)한다는 글을 쓰신 고인께서는 또 얼마나 고심(苦心)하셨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지 설명해 보게.”

병신합(丙辛合)을 어떻게든 설명해야 하겠기에 그 방편으로 병신합수(丙辛合水)가 되어서 군()인 병화(丙火)를 달래고 그로 인해서 화수(化水)가 되어서 신금(辛金)의 백성인 목()을 구제(救濟)한다고 설명하기 위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인지를 헤아려 짐작해 봤습니다.”

만약에 그 글을 쓴 고인이 합화(合化)의 실체를 깨달았다면 그렇게 헛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란 말인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열즉희모(熱則喜母)요 한즉희정(寒則喜丁)이라까지 써놓음으로 인해서 후학은 또 희정(喜丁)인 이유를 풀이하기 위해서 병화(丙火)는 합을 하면 화수(化水)가 되는 까닭에 병()은 냉기만 발생할 따름이라서 추울 적에는 정화(丁火)를 기뻐한다는 말을 해야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웃었습니다.”

오호~! 그러한 글을 쓰기 위해서 고심했을 고인의 노력까지도 생각했단 말인가? 과연 후학(後學)된 자의 모범(模範)이로군. 하하하~!”

그간 이마에 붙어있던 커다란 혹이 떨어진 것처럼 홀가분합니다. 이 모두가 함께 모여서 공부한 인연임을 생각하니 과연 도반(道伴)의 감사함을 생각하라는 고인(古人)의 말씀이 헛된 가르침이 아니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도반의 감사함이라니 어디 나를 위해서 설명해 보게.”

도반이 서로 탁마(琢磨)하여 상성(相成)하니 붕우(朋友)의 은혜(恩惠)라고 하는 말입니다. 혼자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잠을 쫓으며 수행해도 도반의 한마디에 문득 미망(迷妄)을 걷어낼 수가 있으니, 스승의 은혜에 못지않은 것이 도반의 은혜인가 싶습니다. 오늘 문득 오행원(五行院)을 열어서 함께 공부하는 의미가 사소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삼진과 같은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가 있었겠으며 스승님과 같은 열린 견해(見解)를 갖고 계는 분을 만날 인연이 되었겠나 싶습니다.”

그 말이야말로 내가 할 말이로군. 하하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염재가 손을 들고 말했다.

염재가 여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간합(干合)에 대한 공식(公式)과 이론(理論)은 배울 필요가 없는 것입니까?”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현담과 우창이 서로 마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대해서 무슨 말이 필요하냐는 의미였다. 염재는 이러한 것조차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었는데 두 사람이 말이 없자 백발이 일어나서 대신 말했다.

그러한 것을 필요악(必要惡)이라고 한다네. 하하~!”

? 무슨 말씀인지요?”

, 필요악이라는 말은 쓸모는 없으나 그것을 모르고 있으면 누군가 그에 대해서 내게 묻거나 혹은 간합이야말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을 할 경우를 생각해서 알고는 있어야 나중에 누군가 묻는다면 간합이 무엇이고 왜 의미가 없는지를 설명할 수가 있으니 몰라서도 안 되는 이치랄까? 하하하~!”

백발의 말을 듣고서야 염재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알아두기는 하되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아~!”

백발의 명쾌한 정리에 대중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오시(午時)가 되어오고 있었고, 식당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오늘의 공부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 또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우창이 대중에게 말하자 모두 현담에게 합장하여 예를 갖추고는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