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 제42장. 적천수/ 6.오양(五陽)과 오음(五陰)

작성일
2024-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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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 42. 적천수(滴天髓)

 

6. 오양(五陽)과 오음(五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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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사시(巳時). 

강단(講壇)에 앉아서 대중을 둘러보던 현담이 우창에게 물었다.

오늘도 학구열(學究熱)에 불타는 제자들을 보니 내 나이가 더 젊어지는 것 같군. 공부할 준비가 되었으면 시작해 볼까?”

염재가 이제나저제나 하고서 기다리고 있다가 현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어나서 책을 읽었다. 오늘 배울 대목은 천간론(天干論)이었다.

 

오양개양병위최(五陽皆陽丙爲最)

오음개음계위지(五陰皆陰癸爲至)

오양종기부종세(五陽從氣不從勢)

오음종세무정의(五陰從勢無情義)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읽고서 자리에 앉는 염재를 바라보고 있던 현담이 이번에는 현지(玄智)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번에는 그대가 직역(直譯)해 보지.”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현담에게 지적받은 현지는 얼떨떨했으나 이미 어제저녁에 밤이 늦도록 배운 것을 복습하고서도 잠이 오지 않아서 오늘 배울 내용인 천간론을 살펴보고 나름대로 풀이도 해 봤는데 그것을 보기라도 한 듯이 물어서 내심 반갑기도 했다.

제자는 사영주(史寧珠)이고 아호는 현지입니다. 태사님께서 말씀하시니 이해를 한 만큼만 직역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서는 천천히 뜻을 음미하면서 풀이했다.

 

오양(五陽)이 양이로되 병화(丙火)가 으뜸이요

오음(五陰)이 음이로되 계수(癸水)가 지극하니

오양은 기세(氣勢)를 따르고 세력(勢力)은 무시하나

오음은 세력을 좇음에 정의(正義)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렇게 풀이하고는 합장하고 자리에 앉았으나 괜히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자 현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바라보는 현지의 풀이가 궁금했다네. 표정에서 깊은 사색이 보였기 때문이지. 잘했네.”

실로 웬만큼 공부가 된 사람은 원문(原文)을 읽는 것만 봐도 뜻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글자만 보는지를 알아보는 법이다. 하물며 이미 적천수에 이골이 난 현담이니 더 말해서 무엇을 하겠는가. 현지가 직역하는 것을 들으며 만족한 표정을 짓는 것을 봐서 본론(本論)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던 것인데 이것은 우창도 마찬가지였다. 미소를 짓던 현담이 이번에는 염재를 향해서 말했다.

염재가 내용을 풀이해 볼 텐가?”

난데없이 풀이하라는 현담의 말에 염재가 움찔하면서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이 고개를 끄덕여서 풀어보라고 신호를 줬다. 그러자 염재가 다시 일어나서는 예의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염재의 풀이가 미흡하더라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태사님의 말씀을 받잡고 생각이 흐르는 대로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음이 긴장하면 열이 위로 오른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목의 수분을 말려버리는 까닭에 성대가 마르게 되고 목소리는 갈라지게 된다. 그것을 느낀 오광이 염재에게 냉수를 한 잔 가져다줬다. 염재가 물을 마시고는 물잔을 오광에게 건네고서 말했다.

천간(天干)에 대해서 논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크게 보면 오양(五陽)과 오음(五陰)으로 나눠서 천간(天干)의 의미를 음양(陰陽)으로 둔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적인 의미는 차차로 논하겠지만 크게 봐서 양간(陽干)과 음간(陰干)으로 구분해서 보는 것이 옳다는 의미로 이해가 됩니다.”

옳지! 계속하게.”

염재가 말을 마치고 현담을 바라보자 현담은 계속해서 풀이하라는 말을 하자 염재도 이어서 말했다.

깃든 의미를 생각해 보면, ‘양중지양(陽中之陽)’을 대표하는 병화(丙火)음중지음(陰中之陰)’을 대표하는 계수(癸水)를 놓고서 설명하는 것은, 수화(水火)의 역할로 세상의 이치가 시작하고 면면(綿綿)히 이어가는 까닭입니다. 세상의 최초(最初)는 불로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득한 옛날에는 곳곳에 화산(火山)이 터져 오르고 대지는 온통 불덩어리였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문득 병화를 보면서 그러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우주(宇宙)의 태초(太初)에는 그렇게 태허공(太虛空)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글대는 불덩어리였다는 이야기를 반신반의(半信半疑)했으나 오늘 이 구절을 보면서 과연 그것도 일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초에 우주에는 거대한 폭발(爆發)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화()가 아니면 될 수가 없고. 그중에서도 병화(丙火)의 역할이었을 것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염재가 목이 마른 듯이 오광을 바라봤다. 그러자 오광이 다시 물잔을 갖다주면서 옆에 놓고서 이야기하도록 했다. 염재는 오광이 건네주는 물잔을 받아서 단숨에 들이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화기(火氣)로 가득한 태허공에는 열기로 증발했던 수분(水分)이 점차로 모여들어서 넘쳐났을 것입니다. 어디에서 온 물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양극즉음생(陽極卽陰生)의 이치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마치 겨울에 따뜻한 물잔을 밖으로 들고 나가면 주변에 이슬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이해했습니다. 차가운 물잔에는 이슬이 맺히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렇게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승화강(水升火降)하고 화승수강(火升水降)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목토금(木土金)이 생겨났을 것이니 지금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최초의 오행인 화수(火水)였을 것입니다.”

염재의 풀이를 듣고 있던 현담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오호! 그렇게 살피는 화수(火水)의 관법도 있었는가? 참으로 경이롭군. 이렇게 배움의 세계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단 말이지. 우주에 그러한 소식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네. 흥미로우니 어서 계속하게. 허허허~!”

여기저기에서 조각조각 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 천간(天干)을 이야기하면서 오행(五行)의 음양(陰陽)을 논하는 것이야말로 천도장(天道章)에서 말하는 제재(帝載)와 신공(神功)의 소식이라고 여겨집니다. 자연의 도리(道理)에서도 오행의 음양을 알아야 하듯이 천간(天干)을 이해함에도 가장 먼저 이것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염재의 설명을 듣던 현담이 말했다.

그렇지. 세상의 만물(萬物)은 모두 그 관법(觀法)에서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오행과 음양이라네. 때로는 따로 놀고 또 때로는 섞여서 놀지만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니까. ()을 보면서 양()을 생각하고 계()를 보면서 음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니 말이네. 계속하게.”

그런데 다음 구절에는 절반은 동의(同意)하겠으나 또 절반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다소 극단적(極端的)으로 치우친 느낌으로 인해서입니다. 양강(陽强)한 성향과 음유(陰柔)한 품성은 이해가 되나, 그렇다고 해서 오양(五陽)이 모두 양강하며 오음이 모두 추세망은(趨勢忘恩)하는 듯한 내용은 태사님의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가 되지 싶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풀이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현담이 염재에게 이야기했다.

이미 앞서 천지인의 뒤에 군더더기를 살펴보지 않았던가? 여기에서도 그러한 소식으로 보면 될 것이네. 수준(水準)으로 본다면 앞의 두 구절은 선지식(善知識)의 예리한 선기(禪機)가 느껴질 정도인데, 뒤의 두 구절은 어떤가? 의미를 생각해 보면 조잡(粗雜)하고 천박하기조차 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앞의 구절은 상근기(上根機)를 위한 설명이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중하(中下)의 근기는 뒤의 구절을 통해서 그 이치를 가늠하라는 뜻을 본다면 어떻겠나?”

현담의 풀이를 듣고서 염재는 물론이고 우창도 깜짝 놀랐다. 뭔가 내용이 편중(偏重)되었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근기가 다른 공부인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낮은 눈높이의 내용을 준비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던 까닭이다. 평소 생각하기에 심오(深奧)한 적천수에 어쩌면 이렇게 얕은 내용이 끼어들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앞서 지명(知命)’이기(理氣)’배합(配合)’을 통해서 이미 그 의도하는 바를 깨달았기 때문에 현담의 말이 바로 마음에 와닿았다. 우창은 현담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다가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가슴이 다 시원해졌습니다. 우창도 그 부분에 대해서 오해했습니다. 한두 곳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그러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군가 가필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 수준이 높은 학인과 낮은 초학을 모두 배려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앞에서도 두 구절씩 되어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천간론(天干論)도 앞의 두 구절만 경도의 뜻이고 뒤의 두 구절은 누군가 장난삼아서 붙여놓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창의 말을 들은 현담이 미소를 짓고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대중을 둘러본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도(意圖)가 있을 것이네. 이 문장(文章)의 어투(語套)로 봐서 역경을 깊이 통달한 학자의 견해라는 것도 짐작할 수가 있다네. 그러니까 경도는 이미 고서(古書)에 깊은 통찰(統察)을 하고 있었다는 말도 된다는 것이지. 비록 설명하는 내용은 얕더라도 의미하는 바가 본연의 천간에 대한 설명으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 않은가?”

맞습니다. 오양(五陽)인 갑병무경임(甲丙戊庚壬)은 성품이 강개(慷慨)하여 상황에 따라서 생각을 굽히지 않고 혹한(酷寒)이나 폭서(暴暑)를 만난다고 해도 의연하게 자신의 본분에 충실할 뿐이니 건괘(乾卦)를 닮아서 주변에서 자신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해서 아첨(阿諂)하는 무리를 만나거나 권세(權勢)를 가진 자들이 억압해도 결코 자신의 절개를 버리지 않는 것으로 말했으니 이것은 송죽(松竹)의 절개를 의미하고 군자의 면모(面貌)를 상징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역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창이 다시 궁금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현담의 답변을 기다리자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설명했다.

어쩌면 이 내용이야말로 명학(命學)을 하찮게 생각하고 사서삼경(四書三經)만 위대하다고 생각한 유가들의 이름만 군자인 사람들을 향해서 날카롭게 날리는 경도의 호통이라고 봐야지.”

스승님의 말씀으로 이해하기에 천간론(天干論)에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도 논하는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까? 왜냐면 이어지는 구절에서 오음(五陰)인 을정기신계(乙丁己辛癸)는 천부적으로 아첨하고 이익을 찾아서 불나방처럼 모였다가 흩어지는 소인배(小人輩)’라고 하는 내용으로 설명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네, 바로 그 이유로 인해서 한마디 남긴 것이지. 그리고 이렇게 얕은 수준으로 써놓은 것도 실은 너희들 수준에는 이 정도의 설명이면 충분하지?’라는 비아냥처럼도 보이지 않는가?”

현담이 이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고는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스승님, 그렇다면 뒤의 구절은 학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옆에서 눈을 내리깔고 비웃는 무리를 위한 선물이었다는 뜻입니까?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도 할 수가 있으십니까?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하하~!”

우창은 현담의 걸림 없이 자유로운 사유(思惟)가 부러울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창은 그렇게까지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학문 속에서 비방하거나 얕잡아 보는 무리를 위해서 이런 해학적(諧謔的)인 암시(暗示)를 숨겨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비록 이것은 현담의 상상이라고 하더라도 또한 재미있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러한 경도의 의중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만, 스승님의 말씀에는 타당한 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천간론(天干論)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한마디로 맺은 것에는 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너무 간단해서 또 아쉽단 말인가? 그렇다면 무슨 말을 더했으면 좋겠는지 우창의 생각을 말해 보게. 허허허~!”

우창은 갑작스럽게 말을 해보라고 하자 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냥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만 들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말하라니 이렇게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들어오는 질문에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속수무책이었다.

, 제자가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마치 밥은 먹었는데 뭔가 입이 심심한 느낌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후식(後食)을 찾게 되는데 이 천간론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은 조촐한 밥상이 아쉬웠나 봅니다. 하하~!”

그런가? 아쉽다면 경도가 마련하지 않은 후식은 내가 차려주는 수밖에 없겠군. 허허~!”

현담이 대중을 둘러보자 모두 무슨 이야기를 해주려나 싶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런 장면을 접하게 되면 없는 생각도 샘물처럼 솟아오르기 마련이다. 현담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우선 오양(五陽)이라는 말을 생각해 볼까? 이 말은 오행(五行)의 양()’이라는 말이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의미가 분명합니다.”

여기에서도 경도의 지극(至極)한 오행 사랑이 보이지 않나?”

? 그게 어떻게 오행을 사랑하는 것과 연결이 되는지요?”

함축미(含蓄美)란 이런 것이 아니겠나? 단 두 개의 글자로 음양론(陰陽論)의 역경(易經)보다 오행론(五行論)의 천간(天干)이 얼마나 우수하냐는 의미를 그 안에 담았다는 생각은 못 했단 말인가?”

우창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무슨 생각으로 거창하게 역경까지 거론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요령부득이었다.

스승님, 그것은 좀 확대해석(擴大解釋)을 하신 것이 아닙니까? 아무리 단 두 개의 글자로 그 많은 뜻을 담았을까요?”

우창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확대하든 축소하든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근거가 있다면 또한 그래도 되는 것이 글을 읽는 맛이 아니겠는가? 아무렴 어떤가? 허허허~!”

그렇긴 합니다. 그렇게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글을 읽으시는 스승님의 내공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하하~!”

미소를 띠던 현담이 다시 정색하고는 우창에게 물었다.

()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그야 오행(五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겠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양()?”

? 양은 달리 볼 것이 있습니까. 음양(陰陽)의 양이지 않습니까?”

내 말이 그 말이잖은가? 오행을 체()로 하고 음양을 용()으로 삼아서 관찰하는 것이 천간론(天干論)이라는 말이지 않은가? 이보다 더 핵심적이고 간결하면서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글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스승님의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단순히 서술(敍述)하는 의미겠거니 했는데 그렇게 글자에 힘을 넣어주시니 의미가 전혀 달라집니다.”

이 두 개의 글자에서 오행과 음양에 대한 경도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나? 만약에 음양을 앞에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또 어떻게 썼겠나?”

이번에는 우창에게 물었다. 우창도 이러한 질문을 받고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던져놓고는 맛있게 차를 마시는 모습이라니.... 과연 세상의 모든 것을 초탈(超脫)한 도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잠시 생각을 한 우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에 단 두 개의 문자로 음양을 앞에 놓으려면 양간(陽干)’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양오(陽五)로 말을 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득이 음양(陰陽)이 오행(五行)으로 나뉘었다는 것부터 서술(敍述)하고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난들 무슨 방법이 있겠나. 만약에 더 뛰어난 설명을 할 방법이 있다면 이렇게 감탄하고 앉아있겠나? 이미 다른 관점으로 그 의견을 눌러버렸겠지. 안 그런가?”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멋진 조합은 없겠습니다. ‘오양(五陽)’에서 그러한 의미까지도 꿰뚫으시는 스승님의 혜안(慧眼)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천도장(天道章)에서 제재(帝載)가 신공(神功)을 발휘한다는 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초지일관으로 의미를 관철(貫徹)시킨다는 것이 어디 보통의 사유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제야 우창도 현담의 말이 단순히 넘겨짚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후의 상황을 따져보고 하는 말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내심 감탄했다.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렇게 살피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오양(五陽)의 두 글자에서 그렇게나 많은 정보를 찾아내시니 앞으로 적천수에서 얼마나 많은 지혜를 얻게 될지 설레게 합니다. 참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병위최(丙爲最)’는 천간(天干)을 말한 것이 맞겠습니다. 오행과 음양과 천간을 아우르는 단 일곱 글자의 요약(要約)이 놀랍습니다. 우창이 알고 있던 천간론이 열 배로 부풀어 올라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현담의 이야기에 우창은 물론이거니와 대중들도 내심으로 감탄하면서 학당의 열기를 더해갔다. 대중이 생각을 정리할 틈을 잠시 준 현담이 말을 이었다.

병화(丙火)가 으뜸이라는 말은 다른 양간(陽干)인 갑무경임(甲戊庚壬)도 모두 같다는 의미인가?”

그건 아닙니다. 으뜸이 있다는 말은 버금도 있다는 말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병은 양중지양이지만 다른 네 천간도 다 같지는 않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그래서 오양(五陽)은 정의(正義)를 중시한다는 것은 오음(五陰)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않은가? 말하자면, ()은 계()에 비해서 정의롭다는 것이라네.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정()에 비해서도 정의롭다고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지. 허허허~!”

우창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아찔했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의심의 구름이 동시에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하! 이제 비로소 그 의미를 확연하게 깨달았습니다. 오늘의 가르침으로 의혹이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승님.”

우창의 말에 다른 대중들도 우창을 따라서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현담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일어나서 휘적휘적 방으로 돌아갔다. 대중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저마다 느낀 것을 담소했다.

 

오후의 햇살은 따사로웠다. 점심을 먹은 우창이 책상에 앉아서 오전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데 진명이 밖에서 기척을 했다.

스승님, 진명이에요. 손님이 오셨습니다.”

, 그래 접객실로 모시지. 금방 나가겠네.”

이렇게 대답하고는 벗어놓은 웃옷을 챙겨입고서 접객실로 나가자 젊은 여인이 진명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창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우창도 안면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어디에서 봤는지를 떠올렸으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소녀는 주화진(周和珍)이에요. 옛날 곡부의 손헌재(巽軒齋)에서 뵈었었죠. 여러 사람과 같이 뵈어서 기억을 못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우창 선생님을 뵙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우창이 비록 주화진은 잊어버렸으나 손헌 선생은 잊을 수가 없었다. 여인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기억들이 떠올라서 곧바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이름을 듣고서 다시 보니 비로소 그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갑기도 했다. 총명한 모습으로 손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소상하게 떠올랐다.

아니, 여기에서 주 낭자를 만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여하튼 잘 오셨습니다. 하하하~!”

진명은 주 낭자를 본 적이 없어서 우창이 간단히 소개하고는 자원을 불렀다. 바람처럼 달려온 자원은 주화진을 보고서 두 손을 움켜잡고 반가움을 나눴다.

어머나! 이렇게도 만나는구나. 반가워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이것도 인연인가 보네요. 스승님께서 강호의 풍경을 보면서 유람이라도 하고 오겠느냐고 하셔서 길을 나섰다가. 항주(杭州)의 어느 객잔에서 노인을 만났거든요. 서호를 바라보면서 고사(故事)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문득 소녀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어서 돌아보니까 백발의 노인이셨어요.”

노인이요? 그래 뭐라고 하셨어요?”

자원이 이렇게 묻자 주화진도 그 일을 떠올리면서 설명했다.

어디에서 온 낭자냐고 묻기에 곡부에서 왔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왔냐고 또 묻지 않겠어요? 스승님께서도 항상 누군가 말을 거는 사람이 있으면 흘려듣지 말고 귀담아서 들어보라고 하셨기에 귀를 기울였죠.”

주화진의 말을 들으면서 우창과 자원도 흥미가 동했다.

그래서 유람도 하고 수행도 할 마음이라고 했더니 소녀를 지그시 바라보고는 말씀하시는 거예요. ‘만약에 다른 공부는 몰라도 오행의 이치를 공부하러 다닌다면 괜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소주(蘇州)로 가서 한산사(寒山寺) 옆에 있는 오행원(五行院)을 찾아가 보라고 하시지 않겠어요?”

아니, 그렇다면 그 노인은 우리 오행원을 잘 아시는 분이신가 보네요? 어떻게 생기셨나요?”

자원의 물음에 주화진이 그 모습을 대략 설명하는데 우창도 그가 단양 스승님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아니, 소리도 없이 떠나신 어른께서 항주에 계시더란 말입니까? 아마도 주 낭자를 오행원으로 보내려고 거기까지 가셨던가 봅니다. 실은 이곳에서 지난겨울을 지내시고는 바람처럼 사라지셨거든요.”

우창의 말을 듣자 주화진도 대략 정황이 이해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셨나 봅니다. 첫인상에서도 범상치 않았는데 처음 보는 노인이 길을 찾았느냐?’고 묻기에 깜짝 놀랐지요. 그런데 아직 찾는 중이라고 했더니 그렇게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어차피 소항(蘇杭)을 둘러볼 생각으로 길을 나섰기 때문에 소주에 가면 헛일 삼아서 찾아봐도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했죠. 그런데 이름이 오행원이라고 하는 바람에 어쩐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해소되었어요. 그리고 반가워요. 그런데 곡부의 오행원은 어떻게 하고 이곳에 공부터를 마련하신 거예요?”

자원이 그간의 정황을 대략 설명했다. 그러자 주화진도 어떻게 된 일인지를 이해하고는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우창 선생님께 인연이 닿은 것으로 봐서 오늘부터 오행원의 제자가 되라는 하늘의 뜻이려니 싶어요. 물론 거둬주시겠다면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는데 밖에서 춘매의 소리가 들렸다.

간식으로 옥수수를 구워왔는데 손님이 많으시네요.”

춘매의 말은 주화진도 기억하고 있었다. 순간 주화진이 몸을 일으켜서는 자원의 뒤로 숨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게 하려는 것임을 알고는 시침을 떼고 있었다. 그러자 춘매가 들어와서는 갖고 온 옥수수를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아니, 댓돌에는 낯선 신발도 보였는데? 사람은 모두 낯이 익으니 무슨 까닭이람.”

바로 그때 주화진이 자원의 뒤에서 몸을 나타내며 말했다.

그 낯선 신발의 주인이에요. 언니. 이렇게 뵈니 더 반갑네요. 호호호~!”

? 아니, 낭자는? 화진이잖아? 어머나~!”

반가워서 말을 잇지 못하는 춘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많이 가르쳐 줘요. 그리고 도울 것도 찾아볼게요. 호호~!”

우창은 이름을 부르는 것이 거북해서 아호를 물었다. 이제 사제(師弟)의 인연이 되었으니 말은 편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호는 어떻게 쓰시나?”

, 스승님께서 지어주신 아호는 허정(虛靜)이라고 지어주셨어요.”

오호! 역시 멋진 아호로군. 그렇게 부르도록 하세.”

기꺼이 받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것이 있네요. 이 많은 대중의 먹을 식량은 어떻게 공급하는지요? 여차하면 탁발이라도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걱정되네요. 지금은 지참하고 있는 금전도 없는데 어쩌나 싶어요.”

허정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나서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소주자사(蘇州刺史)께서 대중이 먹고살 비용은 대어 주기로 했으니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맘 편히 공부만 하면 돼.”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에요. 열심히 배우도록 하겠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인사를 하고 춘매와 함께 공양간으로 갔다. 우창도 허정이 시원시원해서 맘에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와준 것에 대해서도 내심으로 기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