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왔나?

작성일
2020-02-29 17:00
조회
618

집 보러 왔나?


 

 

seon20200229-07

지난 겨울에 새 집 다섯 채를 구입했다. 판자로 만들어 보려다가 연장이 마땅치 않아서 구입한 것이다. 야자껍질을 이용해서 만든 것인데 물빠짐이 좋아 보여서 항상 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seon20200229-08

네 개는 마당가에 달아놓고, 하나는 길가에 달았다. 그래놓고 손님이 들어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뭔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즐거움이고 지루함이다. 과연 진짜로 집을 찾아 오는 녀석들이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좋지만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기대를 하진 말자는 생각도 했다. 물론 즐겁게 집에서 노래를 불러준다면 집을 더 늘여 줄 수도 있지.

seon20200229-05

낭월 : 어? 박새야? 반가워~!
박새 : 뭘 새삼스럽게 그러세용?
낭월 : 예쁜 집을 달아 놨는데 못 봤어?
박새 : 보기야 했지만, 지금은 배가 고파서 먹을 걸 찾잖아요.
낭월 : 아, 그렇구나. 그래 많이 찾아 먹거라.

seon20200229-06

녀석은 그렇게 풀씨나 작은 벌레가 나온 것이 있는지만 관심을 가졌다. 아직은 어린 녀석이라서 둥지가 필요없는 모양이다.

seon20200229-04

낭월 : 야~! 오목눈이 반가워~! 겨울을 잘 살았네?
오목 : 오목눈이라뇨! 붉은머리오목눈입니다요.
낭월 : 아, 그렇구나. 맨날 봐도 기억이 되지 않아.
오목 : 그래도 몇년 짼데 아직도 그러세요~!
낭월 : 그래도 참새라고 안 하는 게 어디냐~!
오목 : 근데 왜요?
낭월 : 응, 집 구경 안 할 껴?
오목 : 아 저거요? 맘에 안 들어요.
낭월 : 왜?
오목 : 너무 길가라서 편히 잠을 잘것 같지 않아서요.
낭월 : 그러냐? 그래도 사진을 찍을 기회는 줘야잖냐?
오목 : 그야 시님 사정이지요. 맘놓고 새끼 키우겠남요.
낭월 : 음.... 그럼 할 수 없지. 

seon20200229-03

아무래도 너무 내 욕심만 생각했나 싶기도 했다. 좀 더 두고 봐서 구입하러 오지 않는다면 자리를 옮겨줘야지.... 주인이 없는 집은 이내 망가지거든....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seon20200229-01

낭월 : 여어~! 반갑군. 넌 누구냐?
그새 : 작년에도 물어보고 또 물어보시남요?
낭월 : 자주 봐야 기억하는데 어쩌다 보이니 그렇지... ㅎㅎ
그새 : 곤줄박이잖아요. 다음엔 이름을 불러 주세요.
낭월 : 아, 곤줄박이였구나. 미안혀. 그래 집 보러 왔어?
곤줄 : 집은 새집인데..... 
낭월 : 완전 무료야~! 꽤 괜찮잖어?
곤줄 : 그렇긴 한데.....
낭월 : 뭐야? 수도라도 놔줘?
곤줄 : 아뇨. 더 돌아다녀 보고요.

seon20200229-02

낭월 : 왜? 좁아 보여? 딱 맞아보이는 구먼.
곤줄 : 크기는 아주 맘에 들어요. 새끼 다섯은 키우겠네요.
낭월 : 그니깐, 내가 봐도 그렇겠더라구.
곤줄 : 중국산인가요?
낭월 : 왜? 국산이 좋아?
곤줄 : 아뇨. 그건 아니지만 괜히 툴툴대 보는 거죠 뭐. 
낭월 : 우물쭈물하다가 차지 못할 수도 있다 너.
곤줄 : 그래서 생각 중이예요. 며칠 내로 결정할께요.
낭월 : 그래 조건은 다 받아 줄께 말만 혀.
곤줄 : 알았어요.
낭월 : 그래도 찾아와 줘서 고마워~!


오늘은 그래도 집을 보러 와 준 곤줄박이가 있어서 반가웠다. 좀더 지켜보다가 입주를 희망하는 새가 없으면 조금 더 산속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 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