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54) 정방폭포

작성일
2021-06-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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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54) [15일째 : 3월 22일(월)/ 2화]


정방폭포(正房瀑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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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볼 것은 없지만, 그래도 생각할 꺼리는 있었던 이중섭거리에서 정방폭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냥 슬슬 걸어도 될 거리였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니 그것도 풍경이 좋지 싶어서 걸음을 옮겼다. 어제도 폭포유람을 했는데 오늘까지도 이어지는 셈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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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폭포 입구에는 거대한 돌문이 서 있다. 서복공원으로 통하는 입구가 된다는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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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공원이야 다 둘러봤으니 관심이 없다. 정방폭포는 이번 여행길에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제1부두 쪽에서 건너다 봤을 뿐이었구나. 이제 제대로 폭포다운 푹포를 둘러봐야지. 어제는 너무 감질나는 폭포만 봐서 재미가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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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2,000원이구나. 내년부터는 경로우대에 해당해서 연지님도 입장료를 절약할 수가 있겠지만 올해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한 사람의 입장권은 사야 한단 말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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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는것만으로도 우람한 폭포수의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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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저만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폭포는 이래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역시 정방이로다. 그런데 이름이 왜 정방(正房)이지? 반듯한 방이라는 뜻인 줄은 알겠는데, 폭포에 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직접 폭포와는 무관하게 주변의 지명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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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130개였구나. 그렇게 많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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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라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또 이득을 보기도 한다. 유명 관광지인 정방폭포에 사람이 얼마 없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주말을 틈타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에게 월요일은 더 머무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바람에 또 오붓한 한 주를 시작할 수가 있는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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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도 주의하고 미끄럼도 주의해야 한다. 상투적으로 만나는 주의판이지만 실제로 막상 미끄러져서 허리라도 삐끗한다면 그 결과는 후회막급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안내문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고판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더구나 낭월처럼 편재빨을 받아서 항상 허둥대는 녀석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가르침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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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폭포에서는 찍을 것이 폭포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주변을 넣어서 그림이 될랑강 싶은 생각도 해 보지만 워낙 폭포가 강렬하기 때문에 무엇을 넣어도 특별한 그림이 되기는 어려운 풍경이다. 저 멀리 문섬을 함께 넣어서 담아보기도 했다. 문섬 앞의 제방에서 망원으로 정방폭포를 찍었던 것이 생각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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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투적이라도 정면사진 한 장은 남겨야지. 앞에 어른거리는 사람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한 장 담았다. 사진의 용도에 따라서 사람이 있으면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침 계병합(癸丙合)으로 칠채색의 향연이 보너스로 주어진 것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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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을 모두 갖췄으니 명작이라고 할만 하겠다.

목(木)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화(火)는 황홀한 칠채색의 무지개를 만들고,
금(金)은 23m의 웅장한 절벽을 만들어 주고,
수(水)는 바위와 어우러져서  세차게 쏟아지고
토(土)는 물의 길을 다소곳하게 안내한다.

온통 바위밖에 없는데 무슨 흙이 작용을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력(重力)을 담당하는 무토와 바위를 실어주는 기토의 역할을 잊으면 안 된다. 중력이 없다면 폭포도 없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행의 프리즘으로 통해서 바라보는 정방폭포는 또 다른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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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이 많지는 않아도 폭포는 폭포이다. 만약에 엉또폭포에서 50m의 절벽으로 쏟아지는 물을 만날 때에는 정방폭포도 꼭 들려서 세차게 쏟아지는 장관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적어도 꼭 봐야 할 폭포의 위치는 이번에 모두 파악을 한 셈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리고 하루면 다 돌아다닐 수가 있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비가 도울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다. 그리고 집에서 뉴스를 보다가 제주도에 200mm의 폭우가 내린다는 폭풍우의 정보를 볼 때마다 마음은 이 언저리를 배화하게 되겠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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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바로 쏟아지는 폭포는 그리 흔하지 않단다. 더구나 정방하폭(正房夏瀑)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폭포는 여름이 제격이다. 그래서 영주십경(瀛洲十景)에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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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서 있으니 카메라도 한 번 세워본다. 셔터 속도에 따라서 물길의 풍경이 달라지는데 가장 일반적인 모습은 1/80초가 무난하다. 더 느리면 안개처럼 보여서 힘이 없어지고, 더 빠르면 흐름이 끊겨서 폭포의 맛이 없어지는 까닭이다. 이렇게 해서 절충을 보는 셔터는 적당한 속도에서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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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찍고 가까이에서도 찍는다. 폰으로 찍는 것은 회원들 카페에 올려주려는 생각에서이다. 그리고 혹시 모를 카메라의 고장을 대비한 보험이기도 한 것은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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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찍어놓고 「정방폭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쓸모가 없지는 않다. 주변의 풍경도 언젠가는 필요할 수도 있고,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 뒤를 돌아보는 여유가 있다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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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세워보는 것은 그냥 노느니 타임랩스라도 쩍어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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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세울 자리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리저리 찾다가 마침 삼각대맞춤의 바위를 발견했다. 적당한 거리에 딱 맞도록 구조가 되어 있어서 조물주의 배려이니 했다. 바람이라도 심하게 불었다면 위험해서 안 되겠지만 풍랑주의보가 풀린 바닷가의 고요한 상황에서는 멋진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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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지나는 길에 하나 남겨 놓는다. 집에서 별탈 없이 잘 돌아다니는지 궁금한 아이들에게 보낼 사진이다. 오늘도 무사히 잘 놀고 있음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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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놀고 나면 연지님이 맡은 일은 삼각대를 접는 것이다. 낭월이 카메라를 챙기는 사이에 거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삼각대를 짊어지고 앞장을 서는 것이다. 어서 나가자는 계산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 바가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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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철의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서 한 장 담아 놓는다. 익은 것을 심으면 소철이 되지만 열매를 먹으면 독성이 있어서 안 좋다는 정보를 하나 얹어 놓는다. 익었는지를 아는 것은 겉이 쭈글쭈글해지면 익은 것이라고 하는군. 고로 이 아이들은 아직 한참 자라고 있는 상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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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무심코 한라산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새벽에 내렸던 이슬비가 한라산 정상에서는 눈이 되어서 하얗게 쌓였던 모양이다. 이럴수가~ 춘삼월에 한라산 설경이라니 이것은 시간을 다퉈야 할 문제로 구나. 햇살이 펴지면 이내 녹아버릴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지.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서둘러서 옥상으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낭월 : 어서 가자~!
연지 : 왜 갑자기 바빠졌어요?
낭월 : 한라산 눈을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잖여.
연지 : 예쁘기는 하네. 얼른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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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땀이 배이도록 서둘러서 걸었다. 20여 분만에 숙소의 옥상에서 전을 펼 수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한라산이랑 놀이에 빠지면 되겠다. 아싸~!

(여행은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