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토가 화를 만나면

작성일
2007-09-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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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토라고 했으니 흙이 불을 만나면 무조건 기운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토의 성분에서 습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더 화의 기운을 많이 흡수한다는 것은 이미 설명을 한 대로이다. 토는 화의 도움을 원하기도 하고, 원하지 않기도 한다. 물론 다른 오행도 상황에 따라서 동일한 입장이 되는 것은 같다고 하겠지만, 특히 토는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자칫 토의 본성이 다른 네가지의 성분을 감싸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행들이 모두 토의 균형잡힌 사고방식을 믿고서 모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토는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할진데, 이렇게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토가 불로부터는 열기를 흡수하면서 또한 열기를 보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흡수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인체에서 관상동맥(冠狀動脈)의 역할과도 같다고 하겠다.

초창기에 해부학자들은 관상동맥의 역할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했다고 한다. 참고로 관상동맥이라는 말은 심장의 주변을 모자 쓴 것처름 생겨서 한바퀴 돌고 있는 동맥혈관을 말한다고 한다. 이 혈관이 과연 무슨일을 하려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서 심장을 모자쓴 모양으로 한바퀴 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고서 궁리를 해보니까 심장이 자신의 움직임을 위한 에너지 공급선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관상동맥은 그래서 심장이 쉬지않고 혈액을 운반하도록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생토의 작용이라고 보는 것이다. 토는 먹고 살기 위해서 화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자신의 중앙에서 모든 오행의 원활한 흐름을 제어하고 유통시켜주기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본성을 유지할 정도의 불기운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니까 그 나머지의 모든 ‘화의 에너지’ 는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가 목금수가 서로 필요하다고 할적에 적절하게 공급을 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것이다. 인체로 치면 화는 심장에너지이다. 불교에서는 움직이는 기운이라고 했다. ‘움직이는 기운’과 ‘화’와 ‘심장’은 서로 통한다. 인체에서 일생을 두고 잠시도 쉬지 않고서 움직이는 것은 심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는 운동은 과해서도 않되고 부족해서도 않되도록 되어있다. 화의 성분은 자칫 열받기 쉽게 생겼다. 그래서 세상을 살다가 열을 받으면 심장이 대번에 싫어하게 된다. 그러면 토가 그 열을 흡수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냥 열을 받게 두면 심장은 폭발을 할런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다른 흐름도 모두 정지가 되어버린다는 것인데, 실로 심장이 멈추면 다른 기관도 움직일 재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토의 작용이 중요하게 나타나는 것이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심장이 열을 받으면 과열을 흡수해서 저장해 두는 작용을 하는 것이고, 또 심장이 열을 빼앗겨서 힘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저장해둔 열을 다시 심장으로 보내줘서 기운을 돋궈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시고 싶은 벗님은 추운 겨울날에 내복을 벗고서 마당에서 30분만 서있어 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토가 어떻게 약해진 열을 보충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즉 ‘달달달’ 떨리는 작용이 바로 열기를 돋구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떠는 것과 열을 돌려주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생각되신다면, 떠는 것은 무엇인가를 확인해 보시면 간단하다. 바로 근육이 떨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근육에 평소에 저장을 해 두었던 열의 창고를 열고서 움직이는 ‘화의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생리적으로는 지방을 태워서 열을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오행학자의 안목으로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더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해도 충분하리라고 본다.

이렇게 복잡한 일을 하고 있는 토이기에 화의 기운을 어느 정도는 얻어야 한다. 그렇지만 화생토를 한 모든 에너지를 토가 먹어버린다고 보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항목의 설명은 충분한 영양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