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상담실 풍경

작성일
1999-10-04 00:00
조회
6117
 


[16] 상담실 풍경



상담을 하는 방문자가 하도 여럿이다 보니까 그 들이 물어보는
내용도 참 다양하다고 해야 하겠는데, 때로는 동정심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만 일어나시라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의 길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무한한 실험대에서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문답 내용의 몇 가지를 생각 해보도록 한다.



1. 꼴불견 중에 꼴불견-'택일하러 와서 궁합보는 사람'



TV를 보면 순위를 메기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특히
연예인을 불러다 놓고서 오락으로 진행하는 부분에서 많은 모양이다. 상담실에서의
꼴불견 베스트5를 뽑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다.
언제쯤 결혼을 하면 되겠는지에 대해서 방문을 할 정도이면 이미 할 이야기는 다
한 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양가에서 허락도 떨어졌고, 서로의 탐색전도 다 했을
것이고 그래서 면사포를 쓰거나 턱시도를 입거나 이제 마지막 행사만 남아있는 상황임이
분명한데, '택일을 해주세요' 해 놓고서는 '궁합은 어떤가요?'로 이어지는 못난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남자의 경우에는 거의 없다. 그리고 택일을 하러 오는 경우도
거의 없는 셈이다. 대체로 여자 쪽에서 그렇게 하는데, 그 중에 가끔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낭월이를 멍청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어야 할 것이 있고, 묻지
않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러한 구분을 하지 못할 정도의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데에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미래가 불안하다는 심리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이미 선택은 했지만 어쩌면 선택을 당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자신이 결정을 하고서도 실은 자력에 의한 결정이 아니고 타인에 의해서 강요되었을
경우라고 한다면 택일이 아니라 결혼을 했더라도 미래가 불안할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사주 전문가를 만난 김에 앞으로 확실하게 '잘 살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 놓으면 마음이 놓이겠기에 물어보는 일종의 '좋다. 탁월한 선택이었다.'의
보증서를 받아 두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우선 묻는이의 마음은 이해를 못할 바가
아니지만 낭월이는 그렇게 묻는이의 비위에 맞춰서 '좋다'는 말을 무작정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혹 좋지 않다면 머지 않아서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그때 좋다고 하셨는데, 왜 이 모양이래요?'라고 한다면 오히려
따분해지기 때문에 애초에 그러한 덜미를 잡히기 싫은 것이다. 으레히 하는 말이
이렇다.



"그러면 궁합을 본다고 합시다. 좋다고 하면 물론
그만이겠지요. 그런데 혹 만에 하나라도 나쁘다고 한다면 어쩌시겠어요? 취소를 하시겠어요?
일개 사주쟁이의 말만 듣고서 살아보지도 않고 그만둔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겠지요?
그렇다면 이미 이 질문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지요. 오히려 남자 친구에게 미안한
일이고,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는 것이니 자신에게도 미안한 일인데 그런 질문을 뭐
하러 하십니까?"



이렇게 핀잔을 줘야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대체로 포기를
하는데, 그래도 편인성이 있는 사람은 다시 확인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나쁘다고
하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는 경우가 있다. 나쁘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말을 한다고 해서 낭월이를 하늘처럼 믿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우선 그 속에 무엇이 있겠는지를 찾아보려고 하는 심리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구태여
고객이 자꾸 묻는데 그냥 보낼 수가 없을 경우에는 간단하게 전생의 인연이 만났으니
인연이라고 얼버무린다. 그야말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적당~한 말인 셈이다. 그러면
물었던 사람은 인연이 만났다니까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연은 실로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 정도라면 얼마나 도움이 되지 않은 답변을 들은 것인지
얼른 알아차릴 것이다. 그런데 택일을 하러 와서도 예쁘게 묻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서로 결점이 있으면 고쳐가면서
살아야 할텐데 어떤 점이 있는지 봐주시면 참고가 되겠네요. 부탁합니다."



아 요렇게만 물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으랴, 참 현명한 여성이고
이렇게만 된다면 아마도 행복한 설계가 나올 것으로 봐도 되겠다. 그래서 도사가
되면 생일을 묻지 않고서도 사주를 봐줄 수가 있는 모양이다. 대충 짐작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할 정도의 현명한 여성이라면 벌써 자신과 상대방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낭월이에게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잘못 생각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 물어보는
것으로 해석을 하면 되겠다.


이렇게 나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래서 우선 좋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다음에는 불리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그대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실로 인생의 긴 여로에서 어찌 부딧칠 일이 한두 번이랴
그래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지만, 나를 알고 남편을
알면 백년해로(百年偕老)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니까 똑같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미래가 밝아지기도 하고 별볼일 없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이 된다. 시간은 같은데
시간을 쓰는 방법이 상당히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2. 바보 같은 사람-'사업 벌려놓고 운을 묻는 사람'



원래 운을 알아보려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물어봐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얼떨결에 일을 벌려 놓고서는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비로소 정신이 퍼뜩 들어서는 달려와서 운을 봐달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셈이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고, 다시
말하면 불행해질 가능성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 생각이 절도 들어가는 유형이다.
따분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일생 일대의 큰 일을 추진하려면 참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모든 것이 급하다고 하도 사주쟁이의 생각으로는
맨 먼저 해야 할 일이 운세를 알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즉
날고 뛰는 능력이 있어도 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역시 별 수 없는 실패의 코스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뒷전에 두고서 공장이다 거래처다 재료공급이다
직원모집이다. 여하튼 모든 것을 다 투자하고서 막상 가동이 되니까 마음대로 계획대로
돌아가지를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자신으로써는 잘 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 고민하다가는 상담실을 찾아오게 되는 모양인데 찾아오면 별
수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 또한 낭월이의 따분한 점이다.


뭐든지 미리 알아보면 간단하게 시작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상담실의 비용이야 벌려놓은 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기 때문에
전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물어보고 나쁘다는 결론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업을 진행시키겠다면 매우 조심스럽게 운영을 하면 될 것이다. 적어도 목숨을
걸고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리 운세의 상황을 살펴본 나머지 아예 다음 기회로
미룰 수가 있다면 또한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고, 이것은 최상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사주쟁이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운이 도와주지 않고서는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기에 쓸데없이 돈버리고 시간버리고
몸까지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편으로 염려가 되는
것은 혹 용신을 잘못 짚어서 좋은 운을 나쁜 운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염려는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운세를 잘 살펴야 하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정확한 진단을 할 수가 없다면 애초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마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선생을 찾아가서
엉뚱한 이야기를 듣고 포기하는 것도 또한 자신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점차로 파생되어 가는 여러 가지의 상황들까지 고려하기에는 너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시작하기 전에 여기저기
몇 군데에서 자신의 운세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하겠는데, 막상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집어넣고 나서 알거지가 될 지경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운명감정가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딱하다는 말씀이다.



3. 약아빠진 사람-'핑계 김에 식구 다 물어보는 얌체'



한 사람의 상담료를 내고서 온 식구들의 운명을 모두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꾀로써는 대단히 경제적으로 답을 얻을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돈 3만원으로 본전의 밑천까지 그대로 건지겠다는 속셈이
보이는 사람이다. 추가로 한 명 정도야 참고로 봐줄 용의가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별 무리가 없겠는데, 이 정도를 넘어가면 상담해주는 사람의 입에서는 단 내가
나기 시작하면서 슬슬 짜증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상담이 무슨
영양가가 있겠느냐는 것은 이미 성의가 없어진 상담가를 보면 미뤄서 짐작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성의로 열심히 봐주지만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집어넣게 되면 만세력 뒤질
맘도 없다. 그러면 피차일반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참 스님, 우리 언니가 혼자 사는데 보는 김에 간단히
좀 봐주세요. 생일은 구월 4일이거든요. 나이는 쥐띠고요. 저녁에 밥할 적에 나았다는데..."


자신의 사주나 보지 언니는 뭐하러 집어 넣느냔 말이다.
그래서 슬슬 시간 생각도 나고 봐줘야 공짜일 것도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시간이라도
건져보려고 낭월이도 역시 발버둥이다.


"작년에 잘 보내셨어요?"


"힘들었어요."


"그럼 올해도 별수 없네요. 내년이나 되면 좀 나아지겠네요."


이렇게 간단하다. 물론 작년이라고 함은 戊寅年을 말하는
것이고 올해라고 하는 것은 기묘년을 말한다. 보나마나 작년에 힘들었으면 올해도
별수 없는 것은 기본 상식이니까 구태여 만세력을 뒤지면서 피곤하게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담료는 낸 만큼 답을 얻어간다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인데,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모르고 그저 본전을 뽑을 방법이
없는가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있는 어리석은 아지매들이 주로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사주를 하나 보기 위해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고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그냥
물으면 답이 나오는 무당집을 연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공부를 좀 하신
방문자는 이러한 실례를 범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이 몇 사람이라고
미리 말을 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그리고 보는 사람의 숫자만큼 상담료를 준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는 것은 말을 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잘 봐주다가 자꾸 물으면 대충대충 답변이 나가는
것을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차린다. 그러면 다시 투덜댄다. 무슨 중이 돈만 밝히느냐는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들게 되면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스님은 그럼 공짜로
희생만 하고 살란 말이냐? 하는 기분이 들면서 오기가 발동하기도 하는데, 항상 머리
깎은 사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손해를 강요당하는 것은 이미 몸에 배어서 익숙하다고
하겠지만 상담실에서는 스님을 찾아 온 것이 아니고 상담사를 찾아 왔으니까 달리
봐야 하는데, 머리만 깎고 있으면 모두 부처님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참 따분한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이렇게 얌체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에
대해서 방지를 할 요량으로 '1인 상담료-3만원' 이라고 써서 붙여뒀다. 그러니까
돈을 따져보고 약간 자제를 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는데, 또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일인상담료를 한 사람이 찾아와서 뭘 물어보든지 3만원이라고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어서 참 해석할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이 자꾸 발생하니까
아마도 선생님들이 미리 접수대를 만들어서 상담료를 선불로 받아버리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인정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료의 분위기상 보고 나서 사례비로 낸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다소 이치에 맞지 않음도 있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는데, 그렇거나 말거나
이렇게 얌체의 꼴불견을 접하고 나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역시
낭월이도 중생이니까 경계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4. 한술 더 뜨는 얌체-'전화로 묻고 날아버리는 사람'



처음에 한 동안 이런 얌체로 인해서 짜증이 많이 나면서
이제는 절대로 그냥 봐주지 않는다. 내 마음 같은 양하고 전화로도 상담이 되느냐고
하고서는 이따 입금 시킬테니 좀 봐줄 수가 없겠느냐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한다.
그래서 하도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 싶어서 봐주고 나면 온라인 통장 번호를 물어야
할 순서에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끊어버린다. 이것도 한두 번이지 반복이 되면 낭월이
같은 둔재도 눈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꾀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낭월스님 책을 보고 있어요. 재미있고요. 어쩌고..."


"고맙습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전화로 상담을 하고 입금시켜드리면 될까요?"


"그럼요."


"그럼 통장번호 불러주세요."


"국민은행 몇 번입니다."


"그럼 이따 입금시키고 전화 드리겠어요."


"고맙습니다."



요렇게 나오면 참 이쁜 전화상담 신청자다. 벌써 기본이
되어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친절한 상담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미 예의가
뭔지도 아는 사람이어서 그에 준하는 답을 얻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요른
사람은 어떨까?



"낭월스님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전화로 상담을 해도 되지요?"


"예 됩니다. 어디신가요?"


"여긴 서울인데요. 우선 급해서 그러는데, 봐주시면
안될까요. 입금은 틀림없이 시키겠어요. 저도 절에 나가거든요."



요런 말이 나오면 그 사람은 필시 입금시킬 마음이 없다는
것을 미리 판단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기왕에 입금을 할 바에는 당당하게 미리 넣고서
물을 것을 다 물어보는 것이 떳떳 할건 뻔한데, 그냥 대충 물어보자고 시작하는 것임을
벌써 감으로 잡게 되는 것은 어쩌면 프로의 돈 냄새일까? 흐흐~


이런 말이 나오면 벌써 상담을 해줄 마음이 절반은 사라진다.
세상에 뭐가 그리 급하겠느냐고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급하면 그냥 하지 뭐하러
묻기는 물어봐... 하는 마음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혼법정에 확인하러 가면서 궁합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일단 그냥 봐줬지만 그 나머지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담 몇 년만에 얻어낸 해석법이다. 답변은 간단해진다.



"죄송합니다만 입금이 확인되어야 상담이 가능합니다."


"스님이 그러시면 되나요...?"


"스님은 어째야 하는데?"


"수도하고 돈을 몰라야지요.?



"당신은 지금 스님을 찾는 거요? 운명감정가를 찾는
거요? 만약 스님을 찾았다면 운명을 묻지 말고 부처님의 말씀을 물어요. 그러면 돈
달라는 말은 절대로 할 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운명감정이 필요했다면 당연히 스님이
아니라 운명상담가로 생각을 해야 할 것을 무슨 뚱딴지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는거요?
제정신이요?"


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도를 닦는다고 하는 인간이 그렇게
맞보기로 나갈 수는 차마 없어서..(에구... 옷이 감옥이지.. 쯧쯧..) "시간이
분주해서 상담료를 넣지 않으면 답변을 드릴 수가 없네요. 미안합니다." 하고
끊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속아서(?) 헛 상담을 하는 일은 미리 막을 수가 있으니까
스타일이 좀  손상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 오히려  속이
편하다. 그 후로는 공짜로 전화상담을 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이렇게 얼렁뚱땅 자신의
머리 좋은 것만 알고 낭월이 꾀가 나날이 늘어가는 것은 모르는 사람도 가끔은 있는
셈이다.



5.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을.....



이렇게 결론을 내려본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도 그에 따라서 정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을 것이고 여하튼 가능한 한도 내의 답변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실로 기왕에 찾아왔으면 찾아 온 사람이 피고이다.
스스로 잘났다고 꾀를 부리는 것은 실제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서울에선 3시간이 걸리고 부산이나 여수에서는 5~6시간 걸린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찾아와서는 알뜰하게 도움이 되는 상담을 하고 가야
하겠는데, 찾아 올 때 마음하고 상담할 때의 마음이 서로 다른지 여하튼 다소 멍청하다는
생각이 드는 상담자들이 가끔 있어서 문득 그 풍경들을 정리 해 봤다.


이 글을 읽으시는 벗님은 그냥 웃고 말겠지만 실제로 상담을
해주는 낭월이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생각이나 이해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도 방문을 하겠다는 전화는 두어 통 와있는데, 글쎄다....
또 어떤 사람이 찾아올지 궁금하기는 한데 결국은 자신의 살림만큼 얻어 갈테니까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는 셈이다.



         쌀쌀한 기온이 너무 맘에 드는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