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높이

작성일
2011-04-23 13:49
조회
2111
 
 
 
 
 
 
 
 
 
 
 
 
 
 
 
 
 
 
 
 
 
 
 

 
 
어떤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눈을 맞춰야 한다고 합니다. 사진에서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키기 작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을 그만큼 낮춰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낮춰봤습니다.
 
 
 
 
 
 
 
 
 
 
 
 
 
맑은 날이 좋을 적에는 뒷산이 더욱 가까와 보입니다. 그래서 올라가 봤더니 두릅의 순이 피었더군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미 피어버려서 식재료로는 마땅치 않았으니 올 한 해를 맑은 공기 마시면서 잘 살아가겠구나 싶었지요. 이것은 낭월의 눈 높이였습니다.
 
 
 
 
 
책을 보다가 점심 먹으라는 신호를 받고서 밥상에 앉았는데 순간적으로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아침에 봤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설마....' 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지요.
 
"두룹을 무쳤나?"
"그래."
"어디 있더노?"
"뒷 밭두렁에 있더라."
"그걸 따왔나?"
"조금 피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먹겠더라."
 


 
 
 
 
 
 
 
 
 
 
 
 
 
 
예, 이것이 바로 연지님의 눈높이였던 것입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가 봤더니,
예, 상상했던대로 입니다.
앙상한 대궁만 처량하게 낭월을 반기더군요.
 
먹긴 잘 먹었습니다만 쪼매~ 미안했습니다.
물론 이내 옆에서 새 순이 나올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눈 높이가 서로 다른 것을 어쩌겠는가 싶었지요.
 
           2011년 4월 2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