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원진살(怨嗔殺) - 만나면 시들하고 헤어지면 그립다

작성일
2007-09-11 11:42
조회
8832

원진살의 구성은 子未가 만나거나, 丑午, 寅酉, 卯申, 辰亥, 巳戌 끼리 서로 만나면 원진살이라고 한다.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의 말로는 쥐는 어째서 양을 미워하고, 양은 어째서 쥐를 싫어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귓가로 흘려버려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명 사랑살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원래 사랑이 그런 것인가? 낭월이가 생각하기에는 보면 볼수록 정이 새록새록 드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특히 이 살이 여성에게 들어있을 경우에는 매우 꺼리게 된다. 궁합을 보게 되면 특히 큰 비중이 있는 살이라고 생각된다. 원진살이라고 하고 보니까 생각나는 장면이 떠오른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절에서 일을 봐주면서 용돈을 벌던 시절이었다. 그 절에서 주지스님을 보좌하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스님께서 사주를 봐주는 상황을 옆에서 늘상 보면서 자신도 어느정도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낭월이는 모른척 하고 내 공부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보고 있는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스님은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사주공부하는 책입니다.”

“그럼 사주를 보실 줄 아세요?”

“아직 본다고는 못하고 뒤지는 정도는 되지요. 하하하.”

“그럼 주지스님께 공부를 좀 하세요. 제가 말씀을 해드릴께요. 사실 주지스님도 사주 잘보신다고 소문이 난 분이거든요.”

“그래요? 어떻게 보시는데요?”

“도화살이나 역마살 같은 것을 잘 아세요.”

“그렇군요... 저는 그런 사주공부는 관심이 없네요.”

“그럼 다른 사주공부도 있는가 보군요?”

“다른 것이 있는 건 아니고, 단지 오행의 원리를 연구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 저도 한번 봐주세요. 실은 남편은 양띠이고 저는 쥐띠거든요. 원진살이지요? 그래서 사이가 나쁜거지요?”

“원진살이 있다고 그렇겠어요? 사주에 배우자 인연이 좋지않은 암시가 있었겠지요...”

“그럼 사주를 한번 봐주세요. 정말 그러한 암시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럼 한번 봅시다. 생년월일이 어떻게 됩니까?”

“예, 불러드리겠습니다. 모년월일시인데요.”

“보자... 그럼 사주는 戊子년 癸亥월 辛亥일 戊戌시가 되겠군요. 이렇게 상관(傷官)이 많으니 남편을 깔보는 심리가 작용을 하겠군요. 더구나 남편은 땅 속에 들어있으니 남편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내가 볼적에는 항상 반눈에도 차지 않을 것이고...”

“맞아요! 맞아요! 전 원진살이 들어서 그런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뭔가 짐작이 되네요. 사실은 동갑내기 친구가 남편도 양띠인데 둘이는 떨어지면 죽고 못사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주지스님은 저보고 원진살이 끼어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그 부부는 왜 그렇게 잘 사느냐고 물어보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거든요.”

“근데....”

“예? 왜 그러세요?”

“부탁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주지스님께 제가 사주본다는 말씀을 하지 말았으면 고맙겠습니다.”

“어머, 왜요?”

“저도 먹고 살아야지요. 쫒겨나면 처자식이 굶거든요...”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미움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군요. 그렇게 할께요. 그대신 틈이 나시는대로 제게도 조금씩만 일러주셔야 되요.”

“원래 학자끼리는 상관 없지만, 변변치 못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을 끌어 내리려고 애를 쓰거든요.”

“그럼요.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거예요. 호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난다. 일반인들은 고사하고 사주를 봐준다는 쪽도 형편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말해놓고 스스로 궁색해지는 신살들... 하루아침에 쓸어버릴 수는 없는지 마냥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