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 제42장. 적천수/ 27.한 방울의 물

작성일
2024-06-2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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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42. 적천수(滴天髓)

 

27. 한 방울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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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점심을 먹고서 운동 삼아서 한산사를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걸었다. 절을 찾은 신자들의 간절한 독경 소리와 짙은 향 내음이 가득한 대웅보전에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저마다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은 갖고서 보이지 않는 신불(神佛)을 찾아서 기원하는 것의 성사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생동감이 있어서 신선했다.

문득 우창도 대웅보전으로 들어가서 불전에 무릎을 꿇었다. 바라는 것은 단지 올바른 지혜를 얻고자 함이며 어리석은 미망(迷妄)을 걷어버리는데 지혜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도량의 아래를 감돌아 흐르는 개울의 물은 여전히 맑은 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었다. 아이들 대여섯 명은 천렵(川獵)한다고 첨벙대면서 뛰놀고 있는 풍경이 한가로웠다.

그러한 풍경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멀거니 바라보는 것도 괜찮았다. 복잡한 생각들이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오전의 공부에서 간합(干合)을 내다 버릴 곳을 찾았다는 것이 다시 떠올랐다.

스승님 산책 나오셨어요? 날씨가 참 좋아서 나와봤어요. 호호호~!”

오랜만에 진명의 음성에 돌아다보니 아까부터 우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서 웃고 있었다.

, 진명이구나. 아이들이 물에서 뛰노는 것을 보니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해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나 보네. 하하~!”

오늘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잠시도 시간을 함부로 보내지 않으시는 스승님의 노력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언뜻 들으면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인데도 태사님의 대화를 들으면서 참으로 큰 깨달음이었다는 것을 생각했어요. 옛 법의 소중함과 새로운 법의 중요함을 함께 생각했거든요.”

그래, 언제나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길을 잃고 무주공산을 배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살필 수밖에 없지. 다행히 스승님께서도 그러한 이치를 잘 알고 계시기에 스스럼없이 의견을 말하고 동의를 구할 수가 있으니 또한 즐거울 수밖에. 하하하~!”

맞아요. 모처럼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지도를 해 주시는 스승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도 힘든 일이겠죠?”

만약에 스승님께서 이러한 의견을 들으시고는 건방을 떨지 말고 고인이 피땀으로 찾아서 기록해 놓은 것이나 제대로 배워서 깊은 뜻을 깨우치는 데나 신경을 쓰라고 한다면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어디 마음 편히 자기의 생각을 피력(披瀝)할 수가 있겠어? 다행히 스승님께서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히 여기고 자질구레한 형식이나 고서(古書)의 가르침조차도 이치에 합당하지 않으면 배격(排擊)하시는 까닭에 마음 놓고 말이 되든 말든 거론할 수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냔 말이지.”

맞아요. 그야말로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해야죠. 스승님이나 태사님이나 오로지 올바른 이치로 진리를 깨닫기만 바라는 것이 저절로 느껴져요. 그래서 또 우리는 더불어 행복한 것이고요. 호호호~!”

그렇게 느꼈다니 다행일세. 하하~!”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봐서는 간합(干合)에 대한 이치는 참으로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인가 봐요. 그리고 그것을 떼어내는데도 그렇게나 어려웠다는 것을 느꼈었거든요. 배움이 얕은 진명이 생각하기에는 그 정도인가 싶어서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렇지, 간합은 참으로 오래된 공식의 하나라고 해야지. 이렇게 적천수에서조차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만 살펴봐도 알 일이잖은가? ‘화즉유정(化則有情)’이라고 한 것만 봐도 고인들의 간합에 대한 신뢰는 상당했다고 봐야지.”

어머! 정말이네요. 그렇게 소중하다고 적어놓았으니 그럴 만도 했겠어요. 그것을 부여잡고 고심하셨을 스승님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해요. 그 의미를 찾아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셨을까 싶어요.”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제거하는 것도 공부하는데 희열감을 주기도 하니까 그만한 보람은 있지.”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진명이 가만히 생각하고는 말했다.

병화편에서는 삼합(三合)이 나오죠? ‘호마견향(虎馬犬鄕)’ 말이에요. 삼합조차도 언급한 것을 보면 적천수가 써진 시기는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봐야 하겠어요. 그것은 애초에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맞아, 그리고 을목편의 등라계갑(藤蘿繫甲)’도 그렇지. 을목을 자립도 하기 어려운 연약한 형태를 그리고 있으니 이 또한 오류라고 해야지.”

맞아요. 정화편에서 합임이충(合壬而忠)’도 합화(合化)의 이야기라고 본다면 또한 헛된 이야기라는 말씀이잖아요?”

, 맞아. 정화편에도 그게 있었구나. 그건 아예 전반부에 나오는 구절이니 이렇게도 뿌리가 깊은 논리였다는 것을 알겠군. 하하~!”

이제 계수편만 남았어요. 여기에서는 또 무엇을 배우게 될지 궁금해요. 그리고 무엇을 제거하는 것이 될지도요. 호호호~!”

진명의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재로 돌아갔다. 언제나처럼 서옥이 서재를 말끔하게 정돈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도 사시가 되자 제자들은 모두 강당에 앉아서 현담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현담이 현지를 보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어디 현지(玄智)가 풀이해 볼 텐가?”

현지가 일어나서 계수(癸水)편을 읽었다.

 

계수지약 달어천진(癸水至弱 達於天津)

득룡이윤 공화사신(得龍而潤 功化斯神)

불수화토 불외경신(不愁火土 不畏庚辛)

합무견화 화상사진(合戊見火 化象斯真)

 

이렇게 읽었는데 현담이 아무런 말이 없자, 풀이를 해보라는 것으로 알고서 말했다.

태사님께서 풀이를 해보라고 하신다면 자신은 없으나 생각을 한 대로라도 풀어보겠어요.”

그래, 아는 만큼만 풀이하면 되는 것이니 편안하게 말해 보게.”

, 그렇다면 부족하지만 풀이해 보겠습니다. 첫 구절은 계수지약(癸水至弱)’이라고 했으니, 계수(癸水)는 지극(至極)히 허약(虛弱)하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물은 흙을 만나도 스며들어서 흔적이 없고 나무를 만나도 마찬가지로 스며듭니다. 불을 만나면 증발하게 되니 이로 미뤄서 지극히 약하다고 하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이렇게 봐도 될까요?”

평소에 항상 생각이 깊은 현지인지라 여전히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데도 조심스러워했다. 그것을 본 우창이 거들었다.

오호~! 역시 깊이 사유한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걸. 지약(至弱)의 의미를 아주 쉽게 잘 풀었네. 하하~!”

아무래도 자신도 없이 말한 것을 추켜세워 주는 우창의 말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변변치 못한 소견이나마 칭찬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잘했다고 하시니 다행이에요. 다음 구절도 풀어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다음의 달어천진(達於天津)’은 우둔한 현지의 능력으로는 저 하늘 나루터에 도달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밖에는 없는데 하늘 나루는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요. 혹 임수(壬水)가 황하(黃河)의 의미가 있었다면 황하가 황해(黃海)에 도달하는 끝에 있는 지명(地名)인 천진(天津)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해 봤었는데 과연 그럴까요?”

현지의 말에 우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태까지 그렇게 생각해 봤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견문이 넓은 현담에게 물었다.

스승님, 이 적천수가 쓰인 송대(宋代)에는 혹시 황하가 천진으로 흘러들었던 것일까요?”

우창이 이렇게 묻자 오히려 지리에 밝은 염재가 일어나 설명했다.

지리에 대해서 약간의 상식이 있는 염재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당송(唐宋)에는 천진이 황하의 하구에 있었습니다. 염재도 이 의미가 혹시 그 천진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현지 사저(師姐)의 말씀을 듣고서 생각해 보니 과연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도 여전히 황하의 하구(河口)는 천진입니다.”

, 그랬구나. 노산에서는 지냈으나 그 위로 천진까지는 가보질 못해서 잘 몰랐었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봐야 하겠구나.”

그러자 현담도 말했다.

맞아, 계수지약으로 시작해서 달어천진까지 이어지는 어구(語句)로 봐서도 이렇게 해석한다고 해서 무리라고 할 까닭이 없겠네. 하하~!”

현담의 말을 들으면서 잠시 생각하던 우창이 물었다.

스승님, 그렇다면 계수지약은 곤륜산에서 한 잔의 물이 보일 듯 말듯 흘러나오는 장면을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그 물이 흘러 흘러서 끊임이 없이 황해에 도달한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왜 아니겠나. 맞는 말이네.”

아하~!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과연 여러 사람이 같이 공부하는 공덕이 이와 같음을 알겠습니다.”

말하는 것으로 봐서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도 있단 말이로구나. 그렇다면 우창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디 들어볼까?”

다른 대중도 현지의 설명과 우창의 설명이 어떻게 다르게 될 것인지 궁금해서 일제히 우창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실은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임수통하(壬水通河)에서 통하(通河)를 황하(黃河)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대(古代)로부터 황하(黃河)는 만수지원(萬水之源)으로 여겼으니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일리가 있지. 고인의 가르침은 하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후학의 관점은 제각각이니까 말이네. 물론 이치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모두가 가능한 해석이니 기준을 세울 필요도 없다고 하겠네.”

잘 알겠습니다. 우창이 생각하기에는 계수(癸水)를 수컷의 정수(精水:정자)로 여겼습니다. 그렇게 본 것은 액체(液體)의 본질인 계수를 생각해 보니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보다 더 의미심장한 것도 없겠다는 생각해서입니다.”

우창의 말에 모든 대중의 눈이 커졌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러한 것을 지켜본 우창이 다시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한 방울의 물이 생명을 살리듯이 한 방울의 정수는 자손을 잉태하게 되니 이보다 더 오묘한 계수의 설명이 없겠다는 생각에 혼자서 감탄했었습니다.”

우창의 말에 현담도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참으로 심오(深奧)한 관찰이로구나. 그래서 어떻게 풀이가 이어지는지 계속 말을 해보게. 흥미롭군. 하하~!”

땅에서의 천진(天津)은 황해에 닿아서 바다로 이어지나 여인에게서 천진은 자궁(子宮)의 입구(入口)가 되어서 음양합일(陰陽合一)의 조화(造化)를 부립니다. 그리하여 태아(胎兒)가 자리를 잡아서 윤택한 자궁의 생을 받아서 공화사신(功化斯神)’이라, 그 신공(神功)은 천지만물(天地萬物)을 창조하게 되니 하늘과 땅의 사이에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삶을 누리게 만들지요. 사람도 이와 같을 것이지만 천지자연의 삼라만상이 모두 이와 같은 조화를 통해서 끝없이 태어나고 또 태어난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우창의 말이 끝났는데도 대중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대중이 생각을 정리할 동안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누구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박수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우레같은 소리로 커졌다. 우창의 설명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고는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고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잠시 후 현담이 말했다.

예전에 읽은 고서에 십간(十干)이 흐름을 멈추는 곳에 새로운 탄생이 있다고 하더니 이것을 두고 한 말이로구나. 천간의 끝에 있는 계수(癸水)에서 다시 새로운 씨앗을 잉태하는 갑목(甲木)의 암시를 이렇게나 명백하게 설명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구나. 하하하~!”

현담이 호쾌하게 웃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과연, 한 방울의 물이니 계수가 바로 적천수(滴天髓)로구나. 계수에 씨앗을 머금고 있듯이 적천수에도 그 씨앗을 머금고 있었던 것이었어. ‘진리(眞理)는 먼지 한 알이라고 했던 어느 선사의 말도 떠오르는구나. 극히 작은 것에서 거대한 우주가 탄생한다는 말의 의미가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있을 줄이야~!”

현담이 거듭 우창의 설명에 감탄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채운이 손을 들고서 물었다.

스승님, 몇 글자도 되지 않는 곳에서 위대한 창조주(創造主)를 찾아내신 열정에 감탄했어요. 과연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단지 한 글자로 모으면 ()’이 된다는 이치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겠어요. 공에서 삼라만상이 펼쳐지고 다시 접으면 무()가 되는 거네요. ‘계수지약(癸水至弱)’만 보면서 무력한 한 방울의 물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참으로 놀라워요.”

우창도 이렇게 공감하는 것에 대해서 감동했다. 그러자 채운이 다시 말했다.

스승님, 득룡(得龍)수고(水庫)를 의미하는 진토(辰土)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씨앗인 자()의 궁()이기에 이를 일러서 자궁(子宮)이라고 하게 되니 여기에 아기의 씨앗인 정자(精子)가 착상(着床)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살펴봤습니다. 용은 힘차게 움직이고 자궁은 따뜻하고 촉촉하여 윤택하니 더 이상 좋은 환경일 수가 없어요. 그로 인해서 천지만물이 태어나듯이, 식물은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촉촉한 토양이 그것을 받아주는 이치도 또한 전혀 다름이 없어서 씨앗이 자리를 잡으니 또한 득룡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어요.”

채운이 감동해서 스스로 느낀 바를 말하자 이번에는 현담이 우창을 보고서 정리 삼아 말했다.

과연 그렇구나. 이렇게 보고 나니 그다음 구절은 논하지 않아도 되겠는걸.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고인의 고뇌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마저 풀어보기는 해야겠지? 하하~!”

, 스승님, ‘불수화토(不愁火土)’라 하니, 화토(火土)를 근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계수가 화토를 만나면 존재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고, ‘불외경신(不畏庚辛)’이라, 웬만큼 강한 경신금(庚辛金)이 와서 생조해 준다고 해도 그 힘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는 주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합무견화(合戊見火)’라는 뜻은 무계합(戊癸合)을 말하고 여기에 다시 무계합화(戊癸合火)의 화기(化氣)인 화()를 만난다는 것이고, ‘화상사진(化象斯眞)’이니 참으로 종화격(從化格)의 참모습이라고 해석합니다. 물론 이러한 말이 얼마나 허황한지는 우리 학당의 제자들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고 여깁니다.”

우창이 말을 마치고 대중을 둘러보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발이 손을 들고 말했다.

과연, 스승님이십니다. 앞의 두 구절은 천상에서 노니는 듯한데 뒤의 두 구절은 진흙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합니다. 하하하~!”

이렇게 해서 계수를 마무리하자 자원이 일어나서 합장하고는 시를 한 수 읊었다.

 

천간이치심미묘(天干理致甚微妙)

삼라만상개포함(森羅萬象皆包含)

간합변화제거후(干合變化除去後)

십간이치우선명(十干理致尤鮮明)

 

천간의 이치가 참으로 미묘하여

삼라만상을 모두 포함하는지라

간합의 변화를 말끔히 제거하니

십간의 이치는 더욱더 선명하네

 

이렇게 읊고 나서 말했다.

스승님과 태사님의 가르침으로 어렴풋하던 천간의 이치가 이렇게나 밝게 드러났어요. 너무 기뻐서 말이 되는지도 모르고 떠오르는 대로 읊조렸어요.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거든요. 호호~!”

자원이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염재가 일어나서 말했다.

염재도 같은 마음입니다. 천간을 이렇게 살펴보고 익히는 것은 스승님과 태사님의 가르침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임을 너무나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공부하면서도 무엇을 중히 여기고 또 무엇을 가볍게 여겨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는 방법을 깨달았습니다. 천간의 깊은 이치를 익히고 또 익혀서 뼛속 깊이 넣어둔다면 간지의 이치를 운용함에 언제나 막힘이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지(地支)도 결국은 천간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지요.”

염재가 이렇게 소감을 말하고 자리에 앉자 우창이 대중을 향해서 말했다.

여러분, 우창은 잠시 오행원을 떠나서 유람하고자 합니다. 모두 열심히 수행하고 사유하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깊이 익혀서 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에 자유로운 나날이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이 나온 김에 천진을 거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서 한 바퀴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염재가 보살펴 줄 것이니 더욱 열심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자 모두 잘 알았다는 듯이 합장하고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오고 싶으면 오고 또 가고 싶으면 가는 것이 자유인임을 모두 잘 알고 있기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우창이 서재로 돌아오자 염재가 뒤따라 들어와서 말했다.

스승님, 갑자기 여행을 떠나시겠다니 염재는 좀 당황스럽습니다. 스승님의 여정을 염재가 모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염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우창이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네. 이미 우리는 많이 유람하지 않았나? 하하하~! 이번에는 삼진과 동행하기로 했네. 혹 어려운 일이 있으면 또 자사(刺史) 형님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네. 통행패(通行牌)나 하나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하하~!”

스승님께서는 벌써 마음이 달뜨셨습니다. 모쪼록 유익한 나들이기 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고맙네. 오행원은 염재가 돌봐 줄 테니 나는 마음 놓고 길을 나서도 되지 싶군. 하하~!”

그렇습니다. 여기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점심을 먹고 우창은 염재를 앞세워서 소주자사(蘇州刺史)인 우산(禹山)을 찾았다. 가끔은 공부에 동참은 하지만 근래에는 바쁜 업무가 있었는지 통 보지 못했는데 인사라도 하고 오행원을 살펴달라는 말은 해 놓고 가야 하지 싶어서였다.

~! 스승님, 어쩐 일이신가. 잘 오셨네. 이리 앉으시게.”

스승님이라니요. 형님도 참. 하하하~!”

깨달음의 가르침이라면 비록 한 마디를 배워도 스승은 스승이지. 그래 요즘은 공부하러 못 갔네. 그래서 궁금하지만 잠시 바쁜 일이 생겼지뭔가. 얼른 마무리하는 대로 또 공부하러 가야지. 혹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아무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심심하지 뭡니까? 하여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오려고 합니다. 우창이 없는 사이에 오행원을 잘 외호(外護)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하하~!”

그래? 알겠네. 길을 떠난다니 내가 도울 것이 있을까?”

도움을 주신다면 통행패라도 하나 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소주자사의 통행패면 웬만한 곳에서는 몰라라 하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서 우산은 무릎을 치면서 감탄했다.

과연, 그것이야말로 내가 도움을 줄 수가 있으니 다행이로군. 꼭 필요한 것을 잘 말했네. 허허허~!”

이렇게 말하고는 관원을 시켜서 특별히 통행패를 하나 만들어 오라고 한 다음에 우창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아마도 숙소가 마땅치 않거나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게 된다면 이 패를 관원에게 보여주게 직급을 부자사(部刺史)로 임명했으니 웬만해서는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네. 허허허~!”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혹 누가 무슨 일이냐고 묻거든 살인자를 찾아서 암행 중이라고만 하면 더 캐묻거나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허허허~!”

우산은 자신이 뭔가 도움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 마냥 즐거워서 연신 웃으면서 흐뭇해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형님의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오행원도 가끔 둘러봐 주시기 바랍니다. 일석이도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하~!”

그야 이를 말인가. 아무런 염려를 말고 잘 다녀오시게. 일행은 몇이나 움직일 것인가?”

, 이번에는 조촐하게 제자 한 사람만 동행하고자 합니다. 아참, 서옥이 걱정된다면서 자원도 동행하기를 권해서 세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호~! 세 사람이면 딱 좋군. 제자는 혹 백발은 아닌가?”

, 아닙니다. 백발은 오행원을 잘 지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인거(四人車)에 쌍두마(雙頭馬)를 마련하면 되겠구나. 튼튼하고 잘 달리는 말과 말귀가 밝은 마부로 마련할 테니 힘든 여행에서 필요 없는 것에 힘을 소모하지 말고 알찬 나들이가 되시기 바라네. 허허허~!”

그렇게 해 주시면 너무 신세가 크지 않겠습니까?”

신세는 무슨 신세. 그 정도는 얼마든지 내 능력 안에서 해 줄 수가 있으니까 기꺼이 해 줄 뿐이라네. 여행 경비도 부족하지 않도록 챙겨서 보내도록 하지. 내일 진시(辰時)까지 오행원에 도착하라고 하겠네.”

그럼 염치없지만 고맙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창은 우산과 작별하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