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 생(生)이 무슨 뜻인가요?

작성일
2020-11-07 06:51
조회
4380

[760] 생(生)이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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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계룡산자락에도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올 가을의 단풍은 예쁘지 않다는 말이 감로사 뒷산에도 적용이 되는가 싶습니다. 그래서 라이트룸에게 부탁해서 조금만 환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시키는대로 만들어 줬네요. 하하~!

 

1. 인신사해(寅申巳亥)를 설명하는데.


며칠 전에는 제자가 공부하러 왔습니다. 네 번째의 시간이라서 예정대로 지지(地支)에 대한 공부를 진행했지요. 인신사해가 생지(生支)라는 것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자는 완전초짜입니다. 그야말로 어쩌다가 유튜브의 삼명TV에서 영상을 보다가 한 마음이 동해서 공부하겠다고 달려들었거든요. 40대 중반의 남자에게 어쩌면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던가 싶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이미 공부를 거의 다 한 제자를 가르치는 맛과 완전히 처음으로 간지를 대하는 제자를 가르치는 느낌은 많이 다릅니다. 언제 무슨 질문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변수가 수시로 발생하는 까닭입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힌 경우에는 그 범위를 대략 짐작할 수가 있는데 아예 기본이 없다 보니까 무엇이든 생각이 나는대로 던지는 질문을 받으면서 느끼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뭐랄까 처음 먹어보는 음식의 맛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을 적에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할까요? 생지, 왕지, 고지의 세 그룹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예상치 못한 질문이 튀어나왔습니다.

제자 : 스승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낭월 : 뭐고?
제자 : 원래 태어나는 것을 생(生)이라고 하잖습니까?
낭월 : 그렇지.
제자 : 그렇다면 죽는 것은 사(死)입니까? 멸(滅)입니까?

 

2. 생멸입니까? 생사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낭월도 신명이 납니다. 예상이 가능한 질문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예상을 할 수가 있는 질문은 항상 수두룩하게 갖춰놓고 있으니까 그 중에 어느 것과 줄이 닿는 질문이라면 그것으로 답을 삼으면 됩니다. 대부분은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니까요. 그런데 이 친구의 질문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 이것 봐라~?'

지지를 공부하다가 말고 생사인지 생멸인지를 묻다니 말이지요. 하하하~!

낭월이 누굽니까. 글자를 뜯어먹는 것이 부전공(副專功)이잖습니까? 그야말로 준비되지 않은 미끼를 이 친구가 덥썩 물어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지지의 공부는 이미 뒷전입니다.

낭월 : 김 선생 생각은 어떻노?
제자 : 제 생각에는 생멸이 맞지 싶습니다.
낭월 : 왜? 
제자 : 탄생을 생각해 보면 원래 없던 것이 생겨난 것이지 않습니까?
낭월 : 그렇지.
제자 : 그러니까 죽는다는 것은 활동을 멈춘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낭월 : 맞는 말이네.
제자 : 그런데 사람이 죽으면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습니까?
낭월 : 오호~!

어떻습니까?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제자를 만나게 되면 흥미가 동하겠지요? 과연 철학자의 기질이 넘쳐나는 제자를 만났습니다. 모처럼 재미있는 친구가 인연이 되었네요.

제자 : 그래서 생사보다는 생멸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낭월 : 음, 생멸은 불교적인 관점이라고 하겠네.
제자 : 예? 불교적인 관점도 있습니까?
낭월 : 왜 없겠어? 과학적인 관점도 있고, 기독교적인 관점도 있을텐데. 하하~!
제자 : 그렇다면 기독교적인 관점은 무엇입니까?
낭월 : 모르지.
제자 : 스승님은 박식하셔서 아실텐데 모르신다고 하시는 겁니까?
낭월 : 겉에서 바라본 것만으로 안다고 하긴 어려우니까.
제자 : 그럼 유교적인 관점도 있습니까?
낭월 : 아마도 생사는 유교적인 관점이 아닐까 싶기는 하네.
제자 :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낭월 : 돌아가신 분의 이름을 적어놓고 제사를 드리는 것을 보면 알지.
제자 : 그게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낭월 : 계시지만 움직이지 않으니 매년 제사를 지내잖는가.
제자 : 아하~! 그래서 생사라고 하신 것입니까?
낭월 : 만약에 생멸이라고 생각했다면 제사를 지낼 필요가 있을까?
제자 : 정말이네요. 그냥 궁금해서 드린 말씀이었는데 이치가 맞습니다.

또 낭월을 즐겁게 하는 제자를 만났습니다. 생멸과 생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해 주자 바로 이해를 했다는 것을 보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봤거든요. 이러한 사람은 생각이 말랑말랑해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를 할지 예측불가입니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으로 말이지요. 부디 낭월을 밟고 높은 곳으로 오르는 도약대로 삼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하하~!

제자 : 그런데 인목(寅木)은 왜 생지라고 합니까?
낭월 : 병화(丙火)를 낳으니까.
제자 : 글자가 열두 개인데 그 중에는 낳는 글자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얼마나 신선합니까? 늘상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갑자기 그것이 신기하다고 하는 친구를 만났을 적에 느끼는 청량감이라고나 할까요? 마치 늘 날이 새면 건너다 보는 노성산이 어느날에는 전혀 생소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말하는 제자의 말에 낭월도 문득 생지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감정이입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카메라를 들고 사진놀이를 가서 느끼는 것도 비슷하지 싶습니다. 늘 갔던 곳이건만 어느 날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런 때는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면 렌즈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면 예전에 보던 모습이 달라져서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 이 친구에게는 바로 그 새로운 렌즈를 만난 셈이지요. 처음으로 대하는 지지를 바라본 순간 글자가 글자를 낳다니..... 이런 느낌이었을 것으로 짐작만 해 봤습니다.

제자 : 그런데 낳는다고 하는데 낳는다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낭월 : 엉? 낳는게 무슨 뜻이냐고? 낳는 것도 모른단 말인가?
제자 :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낭월 : 그렇다고 봐야지.
제자 : 그렇다면 낳고 또 낳아서 지지는 수백 수천 자가 되는 것입니까?
낭월 : 무슨 말이야?
제자 : 자꾸 낳으면 그만큼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벗님은 이러한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낭월도 이러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참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또 신선함이 가득한 공붓방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지요. 하하~!

제자 : 그런데 생이 무슨 뜻입니까? 
낭월 : 낳는다는 말이라니까.
제자 : 그게 아니라 글자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낭월 : 아, 글자~! 그건 말이지~!

문득 장난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친구와는 그래도 되거든요. 그래서 짐짓 물었습니다.

낭월 : 김 선생은 어떻게 보이노?
제자 : 예, 제자가 보기에는 소[牛]처럼 일만 하다가 죽는 것[一]으로 보입니다.
낭월 : 일만 하는 것은 소우라서 그렇다고 치고 죽는 것이 왜 '一'이지?

제자 : 그야 죽으면 땅 속으로 들어가니까요.
낭월 : 어허~ 살아온 나날이 무척이나 고단했던가 보구나.
제자 : 아니, 그 답변에서 그러한 것도 읽으실 수가 있습니까?
낭월 : 그야 뭐, 얼음 한 조각으로 그 호수의 크기도 가늠한다니까. 하하~!
제자 : 정말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보이시는데요?

소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생각해 봐도 되겠다 싶어서 또 이야깃꺼리를 만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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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소처럼 일만 하는 것은 몸 뿐일까?
제자 : 예? 그 말씀은... 소로 봐도 된다는 뜻입니까?
낭월 : 물론이지~! 안 될 이유가 있겠남.
제자 : 그렇다면 몸이 소처럼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는 걸로 보겠습니다.
낭월 : 마음은?
제자 : 맞습니다. 마음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하네요.
낭월 : 마음이나 몸이 편히 쉬게 되면 도인이겠거니...
제자 : 쉰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낭월 :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안 생기는 때겠지.
제자 : 그것은 명상을 하는 것과 닮았겠습니다.
낭월 : 곽암화상도 소와 마음을 같이 겹쳐놓고 생각해 보셨다더군.
제자 : 그렇습니까? 소와 마음을 같이 말씀하셨다니 재미있습니다.
낭월 : 아니, 절에 가면 벽화에 심우도(尋牛圖)라는 걸 봤을텐데?
제자 : 절에 가봐도 건성으로 다녀서 몰랐습니다. 다음엔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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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生)의 글자에 담긴 의미


질문은 이렇게 해야 예쁩니다. 자신의 생각도 말하고 낭월의 생각은 어떤지도 물어야 대화의 리듬이 살아나거든요. 그야말로 질문을 할 줄 아는 친구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낭월이 어떻게 보인다고 알려줘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또 말의 유희를 시작합니다. 실은 글자의 유희라고 해도 되겠습니다만. 일단 생자를 큼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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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생(生)에 도(十)가 보이나?
제자 : 도라고요? 아, 음양에서 배웠던 것을 말씀하십니까?
낭월 : 당연하지, 배웠으면 활용하고 응용까지 해야 공부지.
제자 : 음 소라고 생각했는데 도가 있었네요. 보입니다.
낭월 : 몇 개?
제자 : 두 개가 보입니다.
낭월 : 오~ 그런가? 도가 보이면 무슨 뜻인지 풀이도 해 보려나?
제자 : 소는 살아서는 일을 해서 사람을 먹여살리고 죽으면 고기를 줍니다.
낭월 : 엉? 무슨 말인가?
제자 : 그러니까, 소는 살아서도 도를 이루고 죽어서도 이룹니다.
낭월 : 그게 무슨 도란 말인가? 죽자고 일만 하다가 죽는 것이잖은가?
제자 : 생각이 나는대로 그냥 꿰어맞춰봤는데 제자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낭월 : 그래봐야 소를 낳은 꼴이지 않은가?
제자 : 맞습니다. 사람을 낳았는데 소처럼 일하는 것만 생각했네요.
낭월 : 알았으면 소는 버리시게. 하하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맞지요? 그래서 많이 알아야 할 이유는 백 가지도 넘는다고 하겠습니다. 모르면 쥐어줘도 모르니 말이지요. 더구나 오행을 배워서 상담가가 되려고 한다면 가능하면 최대한 많이 알아두는 것이 쓸모가 많지 싶습니다. 그래서 잡식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모두를 알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요. 제자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제자 : 생에는 왜 도가 둘입니까?
낭월 : 정신과 육체가 서로 조화를 이루니까.
제자 : 예? 육체를 낳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정신도 낳습니까?
낭월 : 그렇다면 정신이 없는 놈도 낳는다 말인가?
제자 : 원래가 자식을 낳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까?
낭월 : 그럼 사산(死産)이게?
제자 : 죽은 자식을 낳는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낭월 : 그렇잖고.
제자 : 아, 그러니까 정신과 몸을 같이 낳는다는 말씀이군요.
낭월 : 맞아. 
제자 : 그래서 태어나게 되면 도가 둘이라는 뜻인가요?
낭월 : 아마도. 
제자 : 그런데 그게 무슨 도입니까? 원래 도는 하나이지 않습니까?
낭월 : 그 만큼 생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제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생각에 잠기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때는 가만 두면 됩니다. 스스로 그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때로는 필요하니까요. 그런 순간에 괜히 거든다고 말을 해봐야 혼란만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거든요. 잠시 후에 제자가 말했습니다.

제자 : 설명해 주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낭월 : 태어난 몸이 건강하면 균형을 이뤘겠지?
제자 : 그렇겠습니다.
낭월 : 그러니까 몸의 균형은 신도(身道)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자 : 예? 그렇다면 정신이 온전하면 심도(心道)가 됩니까?
낭월 : 말인둥.
제자 : 그렇다면 정신이 온전치 않거나 몸이 온전치 않으면요?
낭월 : 아마도 부모가 슬퍼하겠지?

말하자면 온전하게 태어난 것을 생이라고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말을 해줬습니다. 대부분은 온전하게 태어나니까요. 이렇게 설명하는데 제자는 완전히 이야기 속에 빠져든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지지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듯이 말이지요.

제자 : 그렇다면 위의 도(十)는 정신이고 아래의 도는 육신이겠습니다.
낭월 : 일리가 있군.
제자 : 이제야 생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겠습니다.
낭월 : 그래? 다행이로군.

낭월의 어감에서 뭔가 미진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눈치도 제법 빠릿빠릿합니다.

제자 :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인지요?
낭월 : 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고.
제자 : 도저히 다른 것은 모르겠습니다. 설명해 주십시오.
낭월 : 생(生)은 태어남과 동시에 떠남도 포함한다네.
제자 : 예? 그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낭월 : 아니, 태어나는 순간에 명료하게 알 수가 있는 것이 있잖은가?
제자 : 그야 죽음이지요. 그런데 생(生)자에도 죽음의 뜻이 있단 말씀입니까?

미끼를 던지면 이렇게 덥썩 물어주는 맛이 있어야 낚시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이해를 해야만 하겠다는 모습에서 학자의 기질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또 즐거워졌습니다.

낭월 : 이것이야말로 한자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제자 : 제자도 한자를 많이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그냥 글자가 아니네요.
낭월 : 가능하면 그것도 좋겠지.
제자 : 그런데 생에서 죽음의 뜻을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참으로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철학자의 목표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는 것에 있는 것이라면 삶에 대해서만 궁리하면 되는데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인해서 이 친구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지요.

낭월 : 죽음이란 무엇일까?
제자 : 그야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것이 아닐까요?
낭월 : 그렇다면 생(生)의 글자가 어떻게 되겠나?
제자 : 예? 무슨 뜻인지......???

제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글자분해 놀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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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낭월이 써놓은 글자같지 않은 글자를 보더니 이해가 되었는지 말했습니다.

제자 : 아, 영혼의 도와 육신의 도가 분리되었습니다.
낭월 : 옳지, 잘 이해하셨네.
제자 : 이것은 무슨 글자입니까?
낭월 : 죽음생~!
제자 : 예? 그런 글자도 있습니까? 처음 봅니다.
낭월 : 나도 처음 보네. 그러니 당연하겠지. 하하~!
제자 : 아래는 흙토(土)가 되었습니다. 육신은 흙으로 돌아갑니까?
낭월 : 맞아.
제자 : 그러니까 흙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네요?
낭월 : 그것이 자연이겠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것이 공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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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셋은 생기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만들어서 말을 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줬습니다. 질문을 하는 것에서도 정리가 필요하니까요. 원래 선생은 서두르면 안 됩니다. 차분하게 기다려 줘야 정리하면서 묻고 또 그렇게 따라오니까요. 나름대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얻은 경험인 셈입니다.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다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제자 : 영혼은 어디로 갑니까?
낭월 : 모르지.
제자 : 왜 모르십니까?
낭월 : 안 죽어 봤으니까.
제자 : 죽어 봐야만 압니까?
낭월 : 그럼 안 죽어 보고도 알 방법이 있나?
제자 : 그래도 스승님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낭월 : 아, 배우기는 했지. 하늘로 간다더군.
제자 : 하늘은 어디를 말하는 것입니까?
낭월 : 종교에 따라서 가는 하늘은 다르겠지.
제자 : 스승님은 불교인이시니까 불교의 하늘은 어떻습니까?
낭월 : 서른 세 개의 하늘 중의 하나로 가겠지.
제자 : 하늘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낭월 : 그렇다네. 난들 아나.

이 친구는 불교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바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어서 이야기는 점점 안드로메다로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구태여 끊지 않았습니다.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것이기도 했고요. 하하~!

제자 : 그런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제자는 위의 부분을 짚으면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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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진즉부터 이것에 대해서 묻기를 기다렸거든요. 당연히 물어야만 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 대해서 생각이 미쳤던가 봅니다. 그래서 일부러 뜸을 들여서 답을 했습니다. 생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지요. ㅎㅎ

낭월 : 아, 그건 말이지.....
제자 : 육신은 땅으로 돌아가서 깔끔한데 영혼은 뭔가 이상합니다.
낭월 : 생전의 업(業)이 아닐까?
제자 : 업이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직업과 같은 것입니까?
낭월 : 당연하지. 무엇인가를 하면 그것이 업이라네.
제자 : 죄업도 업입니까?
낭월 :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제자 : 그런데 업이 왜 영혼을 따라갑니까?
낭월 : 그야 영혼이 살면서 지은 것인가 보지?
제자 : 업은 몸이 지은 것이지 않습니까?
낭월 : 과연 그럴까? 음양 공부를 헛했군.

제자가 물으면 답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래서도 안 된다고 여기는 까닭이지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익한 공부가 없으니까요.

제자 : 음양공부요? 열심히 했는데요?
낭월 : 그런데도 업은 육신이 지은 것이라고 한단 말인가?
제자 : 무슨 말씀이신지.....
낭월 : 몸이 체인가 마음이 체인가?
제자 : 그야 배웠잖습니까? 마음이 주체가 되고 몸은 종이지요.
낭월 : 그렇다면 그 결과는 마음이 저야 하나 몸이 떠 안아야 하나?

몸과 마음의 문제는 항상 공부하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나 봅니다. 그렇게 힌트를 주니까 비로소 감이 잡히는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자 : 국가에서도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윗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낭월 : 그런가? 
제자 :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 업은 영혼의 몫이 되는지를요.
낭월 : 그만하면 되었네.
제자 : 정말이었네요.
낭월 : 뭐가?
제자 : 태어나면서 이미 죽음의 의미까지 포함되었다는 것을요.
낭월 : 당연하지 않은가?
제자 : 더구나 그 의미를 생(生)이라는 글자에 담았다는 것이 더욱 신기합니다.
낭월 : 재미있나?
제자 : 물론입니다. 그러한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낭월 : 뭘 어떻게 아나, 그냥 보면 알 수가 있지 않은가?
제자 :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놀랍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 얻었다는 즐거움이 얼굴에서 읽혀 질 적에는 가르치는 사람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됩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하하~!

제자 : 그런데 그 업을 나타내는 획[丿]은 붙여서 씁니까?
낭월 : 무슨 뜻이지?
제자 : 그러니까 영혼[十]에 붙여서 쓰는 것이 보통인데 스승님은 떼어 쓰셔서요.
낭월 : 아, 그야 도인의 영혼은 떨어지고, 중생의 영혼은 붙어있으니까.
제자 : 그런 뜻도 있습니까?
낭월 : 당연하지 않을까? 집착이 많으니까 업이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지.
제자 : 그러니까 도인은 집착이 없어서 업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단 말씀인가요?
낭월 : 물론이지. 진짜 도인이 되면 아예 그것조차도 사라지고 없겠지?
제자 : 정말 오묘한 설명이십니다. 

설명이야 항상 열심히 합니다만,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제자도 있고, 잘 못알아 듣는 제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낭월도 그래서 흥이 났습니다.

낭월 : 하나 더 얹어 줄까?
제자 : 아직도 설명하실 것이 남았습니까? 궁금합니다.

궁금하다는 표정을 보면서 다시 生자에 표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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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시를 하니까 제자도 그것은 보이는지 안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도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확인을 해야지요. 다시 물었습니다.

낭월 :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설명해 보시게.
제자 : 영혼은 양이 되고, 육신은 음이 됩니다.
낭월 : 옳지. 
제자 : 영육이 분리되니 도(十)도 흩어지네요. 신기합니다.
낭월 : 흩어지고 난 다음의 모습도 보이지 않나?
제자 : 아, 보입니다. 영혼은 서 있고, 육신은 누워 있습니다.
낭월 : 그만하면 다시 공부를 해도 되겠군. 더 궁금한가?
제자 : 아닙니다. 이미 배운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수다를 떨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자를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한 경우는 바로 이러한 일이 가끔씩 생기는 까닭이기도 하네요. 오늘 새벽에 차를 마시다가 문득 이 이야기를 전해드리면 최소한 한두 명의 벗님은 좋아하실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글자를 뜯어먹는 재미가 무엇인지도 느껴보시면 더 좋지요. 하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엇인가 하나는 건져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디 알차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2020년 11월 7일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