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견광⑪ 난향로원

작성일
2023-05-18 07:10
조회
612

지질견광⑪ 난향로원(蘭香路苑) 


(2023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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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로원(蘭香路苑)은 소개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었다. 그런데  정선을 찾은 여행객이 레일바이크를 타러 가는 길이라면 잠시 들러서 쉬었다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마디 언급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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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비를 맞거나 혹은 안 맞거나 그 애매한 중간에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선레일바이크의 시간을 예약한 13시에 늦지 않도록 아리랑박물관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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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충분하다. 일행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도중에 있다는 난향로원을 잠시 들렸다가 갈 수가 있도록 여유있게 시간을 안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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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저나 정선레일바이크를 가려면 나전역 앞을 지나치게 되는데 그 부근에 난향로원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는 잠시 들리기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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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도 암석 이야기였군. 지질탐사의 길이니 그냥 지나치면 북평 면장이 아쉬워하지 아무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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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로원의 이야기는 인간적이구나. 적어도 화표주(華表柱) 바위에 새끼 줄을 걸고 짚신을 삼았다는 이야기 보다는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라서 오히려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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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모르는 일행은 어서 갈 일이지 왜 가다가 말고 여기로 들어왔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허허벌판에 뭔 볼 것이 있다고 차를 세웠느냐는 의미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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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손질을 한 것으로 봐서 이 지역에서는 소중하고 다루는 곳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행정구역은 정선군 북평면(北平面)이로구나. 북평은 여기저기 많이 접하게 되는 지명이다. 북평항은 동해항으로 바뀌었지. 이것도 그렇다. 동해항이 뭐냐 그래. 쯧쯧~! 지명을 바꾸면 더 좋아져야 하는데 훨씬 형편없어 지는 것을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스케일만 커지는지 말이다. 그야말로 속빈강정,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강정이 억울해 하겠구나. 빈깡통이다. 그래 이것이 적절하군. ㅋㅋ

지명을 생각하다가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이런 것이다.

대평(大平)에는 평야가 없고
대천(大川)에는 큰내가 없다

지명에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과 염원을 담은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대천은 다리가 긴 사람이면 장대를 짚고 뛰어넘을 정도이고 정작 큰 강에는 대(大)가 붙어있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다. 여기도 북평이라니 약간 넓은 지역이 있나 보다. 그렇다고 해서 평야(平野)를 상상할 수는 없다. 오죽하면 강원도 정선이겠느냔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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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좀 특이하군. 난향(蘭香)이야 난향산이라고 했다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원(老苑)도 아니고 노원(路苑)이라니, 길가의 정원이라는 뜻인가? 그리고 원(苑)도 그렇다. 규모에 비해서 어울리지 않는 글자를 선택했구나. 그냥 동산 원(園)이면 무난할 텐데 나라 동산원(苑)을 썼으니 알고 쓴 것인지 그냥 그렇게 쓴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군. 같은 뜻의 다른 글자가 있다는 것은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것이지 아무 글자나 가져다 쓰면 된다는 뜻은 아닐 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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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쟌~!

소개글에서 본 그대로 일양이음(一陽二陰)이로구나. 보자.... 암석은 아마도 화강암으로 보인다. 검은 빛이 도는 것으로 봐서 화강섬록암(花崗閃綠巖)이거나 혹은 흑운모(黑雲母)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겠다. 얼치기 지질초보의 그럴싸~한 짐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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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락에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 있는 형태의 암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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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난향로원은 지질탐사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지 싶다. 때로는 본질(本質)을 보고 또 때로는 형상(形狀)을 본다. 그리고 난향로원은 본질보다 형상을 보기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된 곳임을 알고서도 지질타령을 하면 그것도 멋쩍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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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양석(陽石)이로구나. 원래는 숙암리 대정원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겼으니 이또한 음양의 이치에 부합한다. 그러니까 숙암리에서 이곳으로 장가(丈家)를 들었구나.(라고 혼자서 호들갑이다. ㅋㅋ) 양석이 음석(陰石)을 찾아 왔으니 장인 집에 온 것이나 같지 않느냔 말이지. 그나저나 숙암리는 왜 익숙하지?

아하~! 숙암석(宿巖石)이 나온다는 그 숙암리로구나. 가깝네. 여하튼 숙암리 양석이 북평리 음석을 찾아 왔으니 원래 벌 나비가 꽃을 찾는 이치에도 맞지 그래. 이렇게 해서 난향로원이 마련되었구나. 그 이전에는 음석만 있다가 짝을 찾았으니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양석도 원래 숙암리에 있던 것이 아니라 진부에 있던 것을 숙암리의 벗밭마을에 옮겨 놨다가 다시 이곳으로 와서 제대로 짝을 찾아서 자리하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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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석에 대한 설명도 있었구나. 살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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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놓으면 안 되었구나. 만지는 것만으로 여인네가 바람이 났다니 기운이 얼마나 좋은 돌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아무렴 덮어놔야 할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수 무턱대고 덮어놓는다고 해서 해결이 될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로군. 그러니까 사고가 발생하지. 문득 관악산자락의 삼막사(三幕寺)가 떠오른다. 삼막사에도 음석이 있는 것을 예전에 봤었는데.....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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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가을에 삼막사에 들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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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절정을 지나고 있었던 시절. 삼막사 음석이 낭떠러지 끝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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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이 간절했던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의지해서 자손을 얻고자 염원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요즘의 풍조는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예전에는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면 친정으로 쫒겨가기조차 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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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 남근석이다. 여근석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형상을 봐서 남근석이라고 하니까 이해는 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감도 든다. 차라리 한쪽을 떼어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스치기는 하지만, 여하튼 남근석이라면 남근석인 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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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이든 음석이든 모양은 달라도 의미는 하나다. 백자천손(百子千孫)하여 가운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니까. 참 화암동굴에서도 비슷한 양석과 음석을 본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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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꺼끔해서 잘 둘러봤는데 다시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자 또 서둘러서 길을 재촉한다. 다들 구경 잘 했다니 안내자의 보람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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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곳이었다. 음양이 함께 있으면 해로(偕老)라고 하고 부부해로(夫婦偕老)라고도 한다. 그리고 짝을 잃고 홀로 늙으면 환과(鰥寡)라고 한다. '홀아비와 과부'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자성어로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고도 한다. 그럭저럭 나이가 들어가지만 다행히 해로하고 있으니 참으로 복을 받은 나날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렇게 오늘도 반려자(伴侶者)와 함께 길을 나서 대자연을 즐길 수가 있음에 감사하면서.....

해로와 고독을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인생의 삼대 악재를 소년출세(少年出世),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빈곤(老年貧困)이라고 했는데 실은 빈곤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독(孤獨)이 아닐까 싶다. 재산이 있어도 고독하다면 그 재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므로 늙어서 빈곤도 중요한 요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보다 더 중한 것은 노년고독(老年孤獨)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다.

아, 그러고 보니까 기존의 삼대악재(三大惡材)는 물질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정신적인 삼대악재를 만들어야 음양의 짝이 되지 않겠느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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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음양석을 보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손길이 가는 대로 한두 마디 얹어봤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