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6] 부(富)와 귀(貴)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작성일
2023-0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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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오늘은 오행소설 적천수에서 부귀빈천편을 썼습니다. 한편을 써 놓고 생각해 보니까 낭월학당을 찾아주시는 벗님께 읽을 거리를 드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미가 없는 회차는 생략하겠습니다. 아마도 순서대로라면 2년 후쯤 접하게 될 내용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귀자(貴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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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주는 적천수의 순서가 부귀빈천(富貴貧賤)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서 우창에게 물었다.

“귀(貴)하다는 것은 부(富)보다도 더 높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싶습니다.”

“우선 읽어보고 또 궁금한 것을 물어볼게.”

이렇게 말한 기현주가 「귀(貴)」를 읽고 풀이했다.

 

하지기인귀(何知其人貴)
관성유리회(官星有理會)


‘그 사람의 존귀(尊貴)함을 알고자 하면
관성이 이치를 벗어나지 않았는지 보라’


다 읽고 풀이한 기현주가 먼저 생각이 난다는 듯이 물었다.

“어? 부(富)에는 밭이 있더니 귀(貴)에는 돈이 있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기현주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짓자 그것을 본 자원이 얼른 물었다.

“싸부, 공부도 좋은데 우선 글자 풀이를 해 주세요. 부와 귀의 글자는 왜 그렇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마침 언니가 말을 꺼냈으니까 오랜만에 글자 놀이를 하고 싶어졌어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은 종이에 두 글자를 썼다.

574-1 부귀

우창이 써놓은 글자를 보면서 자원이 보이는 대로 말했다.

“자원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찾아볼게요.”

“그러시렴. 하하~!”

“부(富)에도 입구(口)가 있고, 귀(貴)에도 입구가 있어요. 이것은 같은 것으로 봐야 하겠어요.”

“그렇겠구나. 그런데 부(富)는 온전히 벌리고 있는 입인데 귀(貴)는 어떻게 하고 있지?”

“어? 그러네요. 입에 손가락을 세워놓은 형상이잖아요? 이건 보통 말을 하지 말라고 할 적에 나타내는 표시이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말한 자원이 붓을 들고는 그림을 그렸다. 모두 자원의 붓끝으로 눈길을 모았다.

574-2 쉿

자원이 그려놓은 그림을 본 기현주가 자기의 손가락을 입에 대고 그림과 같은 모습으로 해보며 말했다.

“어머나! 자원은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었네. 이렇게 한단 말이지? 정말 재미있구나. 그리고 또 부럽기도 하고.”

“아니 언니가 왜 자원이 부러워요?”

“재미있는 스승과 동행하면서 이런 놀이도 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야. 난 공부하는 것은 즐겁지만 더불어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 문자유희(文字遊戱)를 하며 공부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말이지. 호호~!”

“그렇긴 해요. 가끔 공부하다가 지칠 때쯤이면 싸부는 꼭 이렇게 옆길로 새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시곤 하니까요. 하물며 글자 놀이가 재미있는 데다가 유익하기까지 하다니까요. 호호호~!”

“에구 그만해~! 내가 샘이 나려고 하니까 말이야. 호호~!”

“알았어요. 호호호~!”

이렇게 웃고 난 자원이 우창에게 물었다.

“그런데, 싸부, 귀(貴)에서 입을 다물라는 말은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 의미일까요? 왜 부(富)에는 입을 벌리고 있는데 귀(貴)는 벌린 입을 다물라고 하는 것일까요?”

“자원이 잘 짚었구나. 말이 많으면 귀한 사람의 대접을 받을 수가 있을까?”

“아하! 그런 뜻이었어요? 당연히 필요한 말만 해야 하고 묻는 말만 답하는 것이 가장 귀하죠. 정말 재미있는 풀이인걸요. 호호호~!”

“입을 다물고 손가락으로 세운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떠오르는 글자가 있을까?”

우창이 묻는 말에 자원이 얼른 대답했다.

“도(十)자가 떠올라요. 원래 십(十)에는 입을 다물라는 뜻도 있었던 건가요? 그건 생각지 못했어요.”

이렇게 말한 자원이 다시 붓을 들고 글자를 썼다.

574-3 귀

자원의 쓴 글자를 들여다보던 기현주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니! 여기에 토(土)가 있었단 말이야? 정말 놀랐어!”

“누님께서 놀라시니 우창도 재미있습니다. 문자와 놀다가 보면 이러한 것도 발견하니까 가끔은 놀아볼 만합니다. 하하~!”

“아니, 이것은 놀이가 아니라 법문(法門)이잖아. 어느 고승의 법문 못지 않은 가르침인걸.”

“그렇다면 누님의 풀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풀이하시겠습니까?”

“원래 중(中)과 도(十)는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지. 그런데 의미를 생각해 보니까 완전히 같은 뜻이었다는 거지. 중(中)은 치우치지 말라는 뜻인데 그것이 입을 다물라는 의미까지 있는 줄은 어떻게 생각이나 했겠어. 그러니까 귀(貴)하다는 것은 남들에게 입을 이치에 맞게 써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말했구나. 그렇지?”

“맞습니다. 내 의사를 표현하는 데는 결국 입이 하는 일이니까 말이지요. 잘 이해하셨습니다.”

“그런데 부(富)에는 왜 그냥 입만 있는 모양이지?”

“원래 재물이 많은 사람은 좀 떠벌리는 경향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엄머! 정말이네. 호호호~!”

“그보다도 부(富)는 정상이고 귀(貴)는 그 위의 단계를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도덕경에서 노자가 말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자불언(知者不言)이요 언자부지(言者不知)라’고 한 구절을 생각해 보면 짐작되실 겁니다.”

“아하! ‘아는 자는 말이 없고, 말하는 자는 모른다’는 뜻이야? 그렇게 심오한 뜻이 두 글자 속에 들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 신기해.”

기현주의 말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누님과 문자 놀이를 할 만합니다. 하하하~!”

“이건 놀이가 아니야! 문자법문이지. 여하튼 간에 이야기를 들을수록 감탄만 저절로 나오네.”

“원래 공부는 놀이처럼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놀이지요. 하하~!”

“예전에는 부(富)와 귀(貴)는 동격(同格)이라고 생각했었지. 이렇게 현격(懸隔)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오늘 단지 글자만 놓고서 설명을 듣는데도 이렇게나 명쾌하게 구분되다니 참 신기해.”

“결국(結局), ‘귀(貴)하다’는 것은 중도(中道)를 알고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구분하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은 능히 참을 줄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또 궁금한 것이 생겼어. 부(富)는 집면(宀)이 있는데 귀(貴)에는 집이 없네? 이것도 설명해 줄 거지?”

우창은 기현주의 생기발랄함에 감탄했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활발한 사고력으로 말하는 것이 놀라워서였다.

“과연 누님은 멋지십니다. 그러한 것을 찾아내시니 말이지요. 어디 누님의 생각부터 들어볼까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셨습니다.”

“아니, 내가 몰라서 물었는데 답을 하라고 하면 어떡해?”

“누가 모르겠습니까? 질문은 그 질문의 답을 생각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인 줄을 말이지요. 어서 생각하신 것을 말씀해 보시지요. 하하~!”

기현주는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자기가 생각한 것을 말했다.

“부자(富者)는 자신의 경계가 있어야 하잖아? 그것은 집으로 보여줄 수가 있기에 큰 집을 좋아하고 심하면 전 재산을 집을 크게 짓는데 투자하기도 하지. 자기의 집이 커야 남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오호! 그럴싸합니다.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기현주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더 신나서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또 말해 봐야지. 다음으로 귀자(貴者)는 집에 관심이 없는 거야. 왜냐면 천지(天地)가 모두 내 집인 줄을 알기 때문이지. 오히려 땅이 집인 줄을 알기에 집 대신에 세상의 땅을 내 집으로 삼기 때문에 토(土)가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과연! 멋지십니다. 하하하~!”

“정말 말이 되는 거야? 내가 생각은 했으나 실로 내심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거든. 호호호~!”

“잘 해석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래에 있는 것도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전(田)과 패(貝)에 대해서도 풀이해 보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이시는지요?”

우창이 기현주에게 묻자,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붓을 들어서 비교해 보려고 글자를 썼다.

574-4 전패

기현주는 자원이 써놓은 두 글자를 보면서 잠시 생각하고는 우창에게 물었다.

“전(田)은 토지(土地)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부자의 기준은 토지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로 구분하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건 쉽네.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전답(田畓)이 얼마나 되느냐는 의미니까 말이야.”

“아싸~ 맞았구나!”

“잘 생각하셨습니다. 하하~!”

“그건 잘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누구라도 그쯤이야 단박에 알아볼 수가 있을 테니 말이지. 그런데 패(貝)가 어렵네. 패는 패물(貝物)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의미를 잘 모르겠어. 떠오르지를 않아서 말이야. 문득 떠오르는 글자는 보(寶)야. 귀한 사람이 되려면 수중에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기현주의 말에 자원이 폭소를 터뜨렸다.

“호호호호~! 언니도 정말 재미있어요. 호호호~!”

자원이 배꼽을 잡고 웃자 기현주는 머쓱해서 자원에게 물었다.

“자원이 생각해도 내가 좀 바보 같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생각밖에 안 나니까 말이야. 자원이 풀이해 줘봐. 호호~!”

기현주가 자원에게 말하자 자원이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언니의 풀이에 웃기는 했는데 실은 자원도 그 의미를 몰랐어요. 그래도 웃은 죗값은 치뤄야죠? 호호호~!”

“맞아. 죗값은 치뤄야지. 호호~!”

“패(貝)가 돈을 의미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오늘 새롭게 바라보니까 또 다른 의미도 보였어요.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언니의 말씀 듣고는 저절로 웃음이 터졌지 뭐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말한 자원이 다시 붓을 들었다.

574-5 패

자원이 쓴 글을 본 기현주가 말했다.

“아니, 눈 목(目)과 여덟팔(八)?”

“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공부 눈이 열리려고 하는지 이렇게 나뉘어져서 보였어요. 이것을 풀이하면 ‘눈이 여덟’이라는 뜻이 되는데 귀(貴)하다는 것은 사방팔방을 살펴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죠. 다만 이렇게 보는 것이 타당한지는 싸부의 도움이 필요해요. 호호~!”

자원의 말에 기현주는 또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글자 하나로 이렇게나 깊은 의미를 파헤칠 수가 있다는 것이 놀랍거니와 자원의 안목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

“언니가 생각하기에는 말이 되는 것으로 보여요?”

“아무렴! 되고 말고, 이렇게 말을 해 주니까 나도 대략 그 의미를 알겠어.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모두 모아보면 귀자(貴者)에 대해서 해석이 가능하겠는걸. 어디.”

잠시 생각하던 기현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귀(貴)한 사람이란, 해야 할 말만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아서 중용(中庸)을 지키니 그의 언행(言行)은 도(十)에 가깝고, 눈으로는 팔방을 살피듯이 모든 정황을 잘 파악하는데 그 눈이 위에 있지 않고 아래에 있다는 것은 또 심목(心目)으로 내면을 관찰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니 그렇게 목팔(目八)하여 사려(思慮)가 매우 깊은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네. 어때?”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며 우창에게 확인하자 우창이 대답했다.

“과연 누님의 안목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목(目)이 아래에 있음을 보고서 바로 그 의미를 파악하셨으니 말입니다. 만약에 패(貝)가 아니라 견(見)이었더라면 이것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패(貝)에서 눈을 찾은 자원의 안목도 대단했는데 누님의 심목(心目)에 대한 통찰은 우창도 생각지 못한 것입니다. 멋집니다. 하하하~!”

우창이 재미있어서 웃자 기현주도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사부님을 즐겁게 해 드린 셈인가? 그렇다면 이제 부(富)도 풀이해 봐야겠어.”

“언니, 어떻게 풀이하실지 기대가 되네요.”

“자원의 응원에 힘입어서 풀이해 볼게. 부자(富者)는 집이 있어. 하긴 집없는 부자는 없겠구나. 호호~!”

“맞아요. 부자는 집이 있어도 큰 집이 있겠죠. 호호~!”

“집 아래에 있는 일(一)은 그 집이 자신이 혼자서 살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

“그러고 보니 일(一)을 풀이하지 않았네요. 싸부, 어떻게 풀이해 주실래요?”

자원이 우창에게 말하자 간단히 대답했다.

“일(一)은 모든 것을 의미하니까. 모든 것이란 노비(奴婢)며 전답(田畓)이며 가택(家宅)을 모두 자기가 소유한다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네.”

“그렇게 간단하구나. 그러니까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자기가 소유한다는 의미란 말이지. 여기에 구(口)는 항상 입을 벌리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보면 재물을 쌓기 위해서 언제나 말을 한다는 것도 되겠구나. 원래 부자는 잔소리가 많은 걸까?”

기현주가 자원에게 묻자, 자원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부자는 말이 많아요. 호호호~!”

“그리고 마지막의 전답까지 포함해서 생각해 본다면, 집에서 마음대로 말하는 사람이 전답까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되는 거네?”

“그렇겠어요. 그러니까 물질적으로 풍부하면 부자(富者)가 되고, 정신적(精神的)으로 풍부하면 귀자(貴者)가 된다는 말이잖아요? 이렇게 봐도 되는 것일까요.?”

자원이 우창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인 우창이 기현주에게 말했다.

“누님, 다시 생각해 보면 앞서 나왔던 ‘하지기인부(何知其人富) 재기통문호(財氣通門戶)’에서도 문호(門戶)가 나오는 것을 보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 맞아. 잊고 있었네. 지금 공부해야 할 것은 ‘하지기인귀(何知其人貴) 관성유리회(官星有理會)’였다는 것도 잊고 문자 놀이에 빠져있었잖아. 호호호~!”

“내용을 풀이해 보시겠습니까?”

우창이 기현주에게 풀어보기를 권하자 기현주도 마음을 가다듬고는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관성(官星)이 이치에 맞게 자리하고 있으면 그가 바로 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

“그렇게 봐도 됩니다. 그리고 관성(官星)은 앞에서 재성(財星)을 말하는 것과 상대적(相對的)으로 나온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옛부터 부(富)는 재성(財星)으로 논하고 귀(貴)는 관성(官星)으로 논한다고 했으니 그것을 기준으로 써놓은 내용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관성(官星)은 사주의 나를 극하는 정관(正官)과는 무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거야?”

“그래도 되겠습니다. 다만 관(官)은 체면(體面)과 절제(節制)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굶어도 남의 담장을 넘지 않는 사람을 말하니 이 또한 군자(君子)라고 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정리하자 기현주가 다시 말했다.

“알았어. 그렇다면 부귀(富貴)를 누리는 자는 재물도 넉넉하고, 마음도 넉넉해서 가뭄으로 흉년이 들거나 전란(戰亂)으로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서 곳간을 열어놓고 양곡(糧穀)을 나눠줄 수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겠구나.”

“맞습니다. 누님.”

“그렇다면 자기의 재물을 창고 깊숙한 곳에 쌓아놓고 남에게는 인색(吝嗇)하게 굴면서 고리(高利)로 빈민(貧民)의 재산을 털어내서 전답을 늘리는 사람은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런 사람은 소인(小人)이라고 합니다. 재물이 많아도 재물답게 쓰지 못한다면 죽어서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구렁이가 되어서 집의 주변을 배회하는 업이 되는 것이지요. 살아서나 죽어서나 오로지 목적하는 바는 재물을 쌓는 것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라고 하니 그를 일러서 탐재괴인(貪財壞印)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어? 탐재괴인은 나도 들어봤는데?”

“맞습니다. 사주에서는 재성을 탐하여 인성을 무너뜨리는 것을 말하는데 의미로 본다면 이런 사람이 바로 탐재괴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주의 의미와는 달리 관찰하는 것이지요. 하하~!”

“그런 것이었구나. 그러니까 사주는 탐재괴인이라도 사람은 정인군자(正人君子)가 될 수도 있는 거지?”

“당연합니다. 부유함을 나눌 줄 알면 진정한 부자(富者)라고 할 것이고, 깨달음을 남과 나눌 줄 알면 또한 그를 일러서 진정한 귀자(貴者)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리고 하루 세끼의 먹을 양식이 있으면 부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끼니 걱정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 부자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재물이 없음을 걱정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하겠습니다. 천금(千金)을 쌓아놓고서도 더 많이 구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걸인(乞人)이라고 할 것입니다. 걸인은 남에게서 구하는 것이고, 부자는 내가 쓰고 남는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 일테니 말이지요.”

“정말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부귀와는 의미가 사뭇 다르구나. 그런데 하나같이 모두가 이치에 옳으니 뭐라고 반박도 못 하겠어. 이제부터는 부자의 기준이 전답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에 만족하느냐 마느냐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축하합니다. 하하~!”

“그리고 귀자도 그렇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고 또 그것을 남들과 기꺼이 나누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까 하나는 재물을 나누고 하나는 지식을 나누는 것만 다를 뿐이고 실상(實相)은 모두가 같은 의미가 된다는 것도 알았어. 이 정도면 적천수의 부귀(富貴)편에 대해서는 이해를 잘 했다고 봐도 될까?”

“아무렴요. 잘 이해하셨습니다. 하하~!”

“정말 재미있구나. 다음에는 빈천(貧賤)을 공부해야 하겠네? 여기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지 벌써 설레는걸. 호호호~!”

기현주가 즐거워하면서 다시 책을 들여다보는 것을 바라보는 우창과 자원은 내심으로 궁금했다. 자원은 새로운 공부에 대한 기대감이었고, 우창은 그 안에서 무엇을 찾아낼 것인지에 대한 마음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