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연화④ 덕동과 섬명칭
욕지연화④ 덕동해변과 욕지도명칭(欲知島名稱)
(여행일 : 2025년 5월 21일)
도동의 아름다운 지질을 즐기고 다시 움직인 곳은 인접한 이웃의 덕동이다.
도동해변에서 덕동해수욕장까지는 1.8km에 4분 거리다.
덕동해변을 떠올리니 뭔가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도동과 덕동이라니, 연결하면 도덕(道德)이 떠올라서인 모양이다.
아마도 한자는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대략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짐작을 해 본다.
그보다는 지질적으로 참고할 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여서이기도 하다.
덕동의 왼쪽 해안에 좁은 영역으로 표시되어 있는 지층이 궁금해서다.
지질도의 소개도 간단하게 각력암(角礫巖)이 전부다.
그 뒤쪽으로는 초록 세모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욕지도 전역에 퍼져있다.
욕지도 안산암(安山巖)이다.
안산암은 안데스산맥에서 발견되어서 이름이 붙었는데 이것을 한자로 변환했단다.
그러니까 경기도 안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로. ㅎㅎㅎ
본격적인 욕지도안산암은 또 다른 곳에서 보면 되니까 여기에서는 생략해도 되겠다.
엇? 여기에서도 화성쇄설암(火成碎屑巖)의 특이한 부호가 보이네?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면 또 확인해 보면 된다.
이렇게 지도를 좁혀서 보니까 그대로 다 드러나는구나. 띠 모양이로군.
그러니까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폭발해서 어느 시절에는 화성쇄설암이 흘렀고.
그 흔적이 이렇게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네.
천황산의 지질도 참 특이하게 생기긴 했지만 산에 오를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 ㅎㅎ
덕동해수욕장도 몽돌해변이다. 그러고 보니 욕지도에서는 모래를 보지 못했네.
이번에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질의 특이점이 없기도 하거니와, 가봐야 발을 붙일 곳이 없기 때문이다. ㅎㅎ
그래서 당연히 사전 조사의 결과로 왼쪽을 향할 밖에.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것은 건너다 보면서 망원렌즈로 다가가면 될 일이다.
이건? 해식와(海蝕窪)인가? 방파제로 다가가니 이런 형태가 보인다.
흡사, 포항의 칠포리 오토캠핑장에서던가? 거기서 봤던 풍경과 닮았구나.
아마도 옛날에는 물길이 여기에 닿아서 파도가 깎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그 후로 지형이 솟아 올랐다는 말도 가능할 듯.
간단하게 각력암이라고 소개했는데 언뜻 봐서는 입구쪽은 강력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부분은 욕지도 안산암의 영역일 수도 있지 싶다. 조금 더 들어가 봐야지.
보명 선생이 지질에 관심을 보인다.
관심을 보이면 또 침을 튀기면서 열강을 하는 낭월이다. ㅋㅋ
어쩌면 관심이 생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대접상 관심이 있어 보이도록 했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들어둬서 해롭지 않을 테니까 물으면 열심히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생각 속에 있는 것도 이야기를 해야 내 기억 저장고에 제대로 자리를 잡기 때문이기도 하다.
땅 판다는 현수막은 라이트룸 지우개로 지웠다. 좀 어색하기는 해도 언뜻 봐서는 대충 모르겠네.
여기 덕동의 해변은 또 도동과는 완전히 다른 지질을 보여주고 있어서 욕지도는 만물상 같기도 하다.
보명 : 호연, 이게 무슨 암석인지 알아?
호연 : 거품처럼 생긴 돌 아닙니까?
보명 : 아니야, 타포니라고 하는 거야.
호연 : 아니, 형님은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보명 : 조금 전에 도동해변에서 배웠어.
호연 : 배운 것을 바로 써먹으시네요. 놀랍습니다.
낭월 : 자꾸 반복해서 거론해야 기억에 남거든. 하하~
만고의 진리 중에 하나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이건 불변(不變)이다.
모르면 바윗덩어리일 뿐이지만 알고 보면 또 많은 정보와 교류를 하게 되니까.
언뜻 봐서는 우중충한 회색의 볼품도 없는 바위언덕이지만 그 안에서도 보물은 가득하다.
동행이 있으면 이렇게 수다를 떠는 모습도 사진으로 남는다. ㅋㅋㅋ
건너면 암벽이 궁금해서 살펴본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은 발을 붙일 곳이 없구나.
저곳은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로군.
붉은 암벽이 관심을 끈다. 망원렌즈의 도움이 필요해~!
수전증이 오기 전에 열심히 놀아야지.
100-400GM렌즈랑 길 떠나는 날이 아직은 유지되어서 다행이다.
호랑이 바위라고 할만 한 것이 안 보이는데.....????
이건가? 뭐 10% 어떠구리..... 하다만서도.....
그건 모르겠고. 화산암의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구나.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화약냄새 유황냄새가 풍길 듯 하다.
"어머! 파랑새야 관음조잖아. 관세음보살~!!"
홍박사는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소리쳤다.
관음조라고?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하지. ㅎㅎ
이 아이는 바다 직박구리다. 육지 직박구리도 있어서 앞에 바다가 붙은 모양이구나.
보자..... 직박구리랑 많이 닮았나?????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하네.
화인 : 싸부님, 경치도 좋은데 욕지도 이야기를 해 주세요~!
낭월 : 욕지도 이야기라.........
화인 : 당연히 공부 하셨을 거잖아요. 구름이 껴서 덥지 않아서 제대로네요.
호연 : 그런데 왜 이름이 욕지도입니까? 언뜻 들으면 욕하는 것도 같고요.
낭월 : 긍가? 욕지거리, 욕지기, 뭐 이런 단어가 연상되나 보구먼. ㅎㅎㅎ
호연 : 이름이 특이해서 잊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낭월 : 욕지도를 찾아보니까 한자로 된 문장이 있더라구.
호연 : 그런 것을 설명해 주시면 좋습니다. 날로 먹잖습니까. 하하~!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欲知蓮花藏頭眉問於世尊)
찾아봤던 11자로 된 문장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직역하면
'연화장[극락세계]을 알고자 하는가? 처음과 끝을 세존께 물어보라'
가 되는데 좀 어슬픈 글자의 조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실상은 의미가 아니라 글자의 조합에 있다는 말이다.
욕지(欲知)는 욕지도를 말하고.
연화(蓮花)는 연화도를 말하고,
두미(頭尾)는 두미도를 말하고,
세존(世尊)은 세존도를 말한다.
네 개의 섬을 묶어서 문장으로 만들었는데 운율이 없으니 시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실제로 그러한 섬이 있는지를 찾아봐야지.
모두 실제하는 섬들이다.
그런데 세존도는 좀 쌩뚱맞아 보이기도 한다.
이름 때문에 강제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세존도는 남해 보리암에서 들어본 이름이다.
보리암의 쌍홍문에서 직선으로 가면 세존도가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쌍홍문의 동굴과 세존도의 동굴이 일치하는 각도라는 말도 있었지.
보리암에서 세존도까지 직선거리는 얼마나 되나 보자.
약 30km구나.
보리암에서 관세음보살 기도를 마치고서 세존도를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풍랑이 일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이 세존도를 욕지도에 끼워넣은 것은 불교와 연관된 용어를 모으다 보니 그렇게 된 듯.
[남해 세존도 영상 링크]
https://youtu.be/5_Agz21i0HM?si=jRQeK_EcVFOxNWFU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까 세존도 영상이 있구나. 그래서 링크해 본다. 묘하게 생겼네.
기왕 세존도를 찾아봤으니 지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궁금하군. 그렇다면.....
여기도 화산이 분출해서 생긴 섬이었구나. 주변은 화강암이고 중심부는 욕지도 안산암이다.
어? 욕지도? 그러니까 지질적으로 본다면 욕지도와 연관이 없지는 않잖아?
설마 저 글을 쓴 사람이 지질학자?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우연의 일치일 수도. ㅋㅋㅋ
언제 여건이 되면 세존도 유람을 한 번 가보고 싶구나. 유람선도 있겠지.....????
"있다! 있어~~!!!"
남해 상주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있구나.
아마도 인원이 맞아야 가능하겠지만 돈만 많이 주면 뭐... ㅋㅋㅋ
문제는 돈이로군. 무슨 수가 없나..... ㅎㅎㅎ
남해로 여행을 하게 되면 한 번 고려해 봐야겠네. 일이 이렇게 해서 커지는 거지.
호연 : 그런데 욕지라는 말이 불교에서 쓰이는 용어는 맞습니까?
낭월 : 맞아, 불교에 그런 구절이 나오지.
欲知前生事(욕지전생사) :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今生受者是(금생수자시) : 금생에 받는 것이 그것이다.
欲知來生事(욕지내생사) : 내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今生作者是(금생작자시) : 금생에 짓는 업이 그것이다.
『잡아함경(雜阿含經)』
욕지는 이렇게 불교적인 용어로 쓰이는데 내용이 불교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단지 '알고자 하는가'거나 '알고자 한다면' 정도의 풀이에 불과하니까 말이지.
호연 : 그렇군요. 어감이 이상해서 불교와 무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낭월 : 무관하기는 하지.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글자니까. ㅎㅎㅎ
호연 : 이제 욕지도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이 해소되었습니다.
낭월 : 그럼 빗방울도 떨어지는데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호연 : 옙! 맛있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호연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따개비식당이었다.
목이 컬컬하다고 고구마생막걸리도 한 병 주문했다.
따개비 칼국수를 먹으면서 서귀포 보말칼국수 이야기를 했다가 혼났다.
보말칼국수에 비교하면 따개비가 슬퍼서 운다나 뭐라나.
주인장의 자부심이 이해되는 맛이었다. 먹을만 했다.
그리고 오후의 여행은 숙소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늘의 뜻이겠거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