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의 수박한통

작성일
2024-10-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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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의 수박한통 

 


 

댑싸리도 가을을 맞이하느라고 붉게 물들어 간다. 돌보지도 않았는데 자라고 있는 수박 한 포기 아마도 초파일무렵에 누군가 수박을 먹고 씨를 흘렸던 모양이다. 그것도 꽃이 피니 화초라고 여겨서 그냥 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자라고 있었다. 터값을 하겠다고 수박이 하나 열려서 열심히 자라고 있었던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꽃이 떨어질 적에 알았어야 했는데 이미 기회를 놓쳤다. 왜냐하면....... 

 


 

수박은 꽃이 떨어지고 40여 일이 지나면 익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꽃이 언제 떨어졌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수박꼭지가 안으로 들어가면 익은 것이라는 카더라통신을 자꾸만 떠올릴 따름이었다. 금휘는 월말에 따면 될 것이라고 했고, 연지님은 시간이 많이 되었으니 익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중간에서 제 듣고 싶은 말만 들은 낭월이 칼을 뽑았다. 어느 비가 내린 날에 결단을 내렸다. 

 


 

속이 빨갛게 익지는 않았을지라도 맛은 들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제대로 키우려면 거름도 줘야 하고 뻗어나가는 순도 잘라줘야 하지만 화초로 생각하고 그냥 뒀으니 이 정도로 커 준 것만도 감지덕지일 따름이다.

 


 

준비~! 액션!!

 


 

조마조마..... 

 


 

아쉽군. 딱 열흘이 부족했어. 금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ㅎㅎ

 


 

그런데 맛은 괜찮구나. 이렇게 신선할 수가 없네. 단맛도 들었다. 색만 조금 섭섭할 따름이었다. 여름내 물을 준 공덕으로 수박을 다 따먹어 본다. 땅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밖에. 방문자들이 바라보며 신기해 했던 수박농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날이 점점 추워져서 속에서 익지도 않고 골게 될까봐 염래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시기에 수확한 걸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