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꾼들과 시간싸움
밤꾼들과 시간싸움
날이 밝아오면 계룡산 자락은 보이지 않는 전운이 감돈다. 밤나무의 밤이 익어서 하나둘 벌어지고 떨어지는 이 시기만 그렇다. 익어서 떨어진 알 밤은 내 것 네 것이 없다. 그야말로 줍는 것이 임자다. 물론 소유주는 엄연히 정해져 있다. 내 땅에서 자란 밤나무니까. 그러나 오랜 정서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떨어진 알 밤은 먼저 줍는 사람 소유인 걸로 무언의 계약으로 여기는 것은 산이 없는 주민들의 생각인듯 싶기도 하다. 다만 나무에 붙은 것은 절대로 손대면 안 된다. 그것은 절도로 간주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여하튼. ㅋㅋㅋ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장대의 등장이다. 연지님이 시월 행사가 다망하셔서 짬이 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어제는 적십자모임에서 충주와 단양을 다녀온다고 새벽에 잠깐 밤을 주워놓고 나갔다 왔는데 오늘은 노래교실에서 영동으로 여행을 간다면서 서둘러서 봉지를 들고 밤나무로 향한다. 특히 동네에는 염치나 잠이 없는 한 사람이 있어서 줍다가 만나도 그냥 당당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오기 전에 서둘러서 챙겨놔야 한다. 더구나 오늘 새벽처럼 밤새도록 바람이 몹시도 불어대고 나면 말이지.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것도 있어서 장대를 들고 털더라도 단계적으로 털어야 한다. 덜 익은 것은 다음 기회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략 80%는 익은 것으로 봐도 되겠다. 아마도 2~3일 사이로 장대를 가져오라고 하지 싶다. ㅎㅎ
바람에 떨어진 것들이 꽤 있구나. 일찍 나간다면서도 잠시 시간을 잊은 듯이 열심이다.
방송에서 보고 바로 구입해 드린 것은 밤송이장갑이다. 이게 또 기가 막힌 작품이라고 할만 하다.
발로 밟고 집게로 벌리고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집고 벌리면 알이 튀어 나온다. 누가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칭찬해야 한다.
토실토실 알밤이다.
아마도 열십(十) 자로 벌어지는 것은 도(十)가 완숙되었기 때문일 게다. 자연은 참 오묘하더란 말이지.
이렇게 주워 놓고 나가야 하루 종일 맘이 편하시겠지. ㅎㅎ
꽤 많이 떨어졌구나. 바람 덕분이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