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위도 ③용머리해안
(여행일▶2024년 9월 19일 :8월 보름사리 최고조)
대월습곡에서 다음으로 가봐야 할 목적지는 용머리해안으로 잡았다.
나름 다음의 위치로 이동하면서 갔던 곳을 되돌아 다니지 않으려고 신경은 썼는데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다닌 것 만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대월습곡에서 나와 위도해수욕장에서 용머리해안까지는 대략 5분 거리다.
용머리 층간습곡(層間褶曲)이구나. 아마도 퇴적층과 퇴적층 사이에 있는 습곡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지 싶다. 편션이 있는 부근의 공간에 차를 세워 놓고서 해안으로 걸어갔다.
언뜻 봐서는 퇴적층이 보이지 않네. 이 부근이 용머리 해안인 것은 맞을텐데 어디가 층간습곡이지......?
저긴가? 초행객들은 늘 안내판에 목이 마르다.
퇴적층이 분명해 보이긴 한데..... 일단 앞의 다리를 건너서 있는 섬이 용머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길은 원래 끝까지 가봐야 한단 말이지.
여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리를 건너가 보기로 했다. 왜냐면 층간습곡이라고 할만한 구조가 보이지 않아서다. 무엇보다도 습곡 자체가 안 보였다는 것이 맞겠구나.
다리는 공사를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표면이 하얗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건너는 것이 어려웠겠다. 고맙게도 낭월이 가기 전에 다리가 완공되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혹시..... 층간습곡이 보이려나...... 자꾸 돌아다 보지만 딱히 짚이는 것은 없다.
약간 구부정한 습곡 비슷한 것이 보이긴 하는데..... 저건 아닌 것 같고....
층간습곡이 어딘지는 몰라도 여기는 볼만 하다. 다리 중간에서 왼쪽의 퇴적층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층간습곡은 잊어버렸다.
이 일대의 지질은 모두 같은데 아래쪽과 서로 다른 것을 보면 대월습곡과 같은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벌금리층(筏金里層)인 것도 같고 응회질 역암, 사암 이암도 같구나. 당연히 층이 같으니 암상도 같은 것이겠군. 암상이 같아도 생긴 형태는 제각각이라서 또 기대가 된다. 벌금리는 지명이다. 응회암은 망령봉 응회암이고 퇴적암은 벌금리층이구나.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도 ○○금이라고 부르는 지명이 많이 등장한다. 위도항은 파장금(波長金)항이라고도 부른다. 위도와 격포를 운항하는 여객선 이름도 파장금호가 있었지.
해안의 지명에 '금'이 들어가면 만(灣)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곶'은 솟아나온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만은 음(陰)이라면 곶은 양(陽)인 셈이다. 왜 금이냐는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설명으로는 돈이 나오는 곳이라는 의미라는 풀이다. 모든 포구는 만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벌금리라고 하였는데 행정구역상으로 진리(鎭里)에 통합되면서 벌금마을이라고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제대로구나. 켜켜히 쌓인 퇴적층이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같은 형태로 반복되어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구나. 물론 세월의 소용돌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려니 싶기도 하다.
파고 파고 또 판다. 아니, 들이대고 들이대고 또 들이댄다. 줌렌즈의 공덕이 태산같구나. 그리고 6,100만 화소의 협력도 대단하다. 다른 카메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소니7R4의 화소보다 더 큰 것은 소형카메라에서는 없다. 중형으로 넘어가면 있기야 하지만 그건 덩치에서 불리하고 가격에서 더 불리하다. 그러니까 최적의 카메라인 셈이다. 렌즈로 들이대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디지털 줌으로 컴퓨터에서 또 얼마든지 잘라내면 숨어있던 풍경도 점점 크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상의 풍경은 웬만하면 갤럭시폰 카메라가 담당한다. 다만 여행길에서는 아무리 날고 뛰어도 카메라를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쉬운 점은 2대의 카메라가 모두 R4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는 R3이기 때문인데 그것도 이미 좋은 카메라지만 선택적이라서 자꾸 렌즈를 바꾸게 만드는 번거로움이 있다. 같은 카메라였다면 기왕에 좋은 그림을 담기 위해서 렌즈 교환을 할 일이 거의 없을 텐데 말이지. 그렇다고 또 카메라를 산다고 했다가는 쫓겨나지 싶기도 하고..... ㅎㅎ
예쁘다. 그런데 연지님은 별로 예쁘지 않은 모양이다. 차를 대놓고 그냥 바다구경만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여하튼 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쪼매~ 미안하구나. 위도해수욕장의 주변에는 위도 특산의 흰 상사화가 피어 있었는데 여긴 그게 없군.
이렇게 다리에서 퇴적층을 실컷 감상하고서야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진짜는 여기에 있었네~! 저 차만 아니면 더 좋았겠지만 차에 탄 사람들이 움직일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거슬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바꾸고 나니까 그래도 좀 낫다. ㅋㅋㅋ
안내문부터 살펴보고..... 벌금리층이 만들어 진 것을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해 놨구나. 이런 것은 땡큐지. 고맙구로.
위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붉은색을 띠는 이암(泥巖)입니다. 이 암석에는 공룡알 화석이 들어 있습니다.
진흙으로 이루어진 적색 이암은 강 주변의 범람원에서 형성된 지층입니다.
공룡알 화석은 망월봉 동쪽 바닷가의 절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붉은 이암 위에는 화산(火山) 분화(噴火)로 흘러나온 용암(鎔岩)이 굳어져 만들어진 안산암(安山巖)이 넓게 분포합니다.
이 암석이 대리 안산암입니다. 이암과 공룡알 화석은 망월봉 동쪽 해안, 안산암은 대리-소리 해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산암 위로는 화산에서 나온 뜨겁고 빠른 화산쇄설류(火山碎屑流)가 흐르면서 생긴 응회암(凝灰巖)이 놓여 있습니다.
그 후에도 화산 폭발은 더 격렬해졌고 많은 양의 화산재, 화산력(火山礫), 화산암괴(火山巖塊)와 부석(浮石)이 쌓여 두꺼운 화산재층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암석이 위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망령봉응회암입니다.
망령봉응회암이 쌓인 후 비가 내리면서 화산체 주변에 쌓여 있던 화산분출물이 물에 섞여 하천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빗물에 씻겨 이동하던 퇴적물(堆積物)이 근처 호수로 들어가 만들어진 지층이 벌금리층(筏金里層)입니다.
차곡차곡 쌓인 퇴적물은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서 단단한 암석으로 변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침식작용(浸蝕作用)과 지각변동(地殼變動)으로 지층(地層)은 서서히 융기(隆起)하였고 한반도 서쪽에 제법 높은 산이 생겼습니다.
빙하기(氷河期)가 끝나면서 서해 바다의 해수면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위도는 섬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이 바로 위도입니다.
오호~! 오타도 없고 내용도 완벽하구나. 칭찬해야지. 자고로 안내문은 이래야 한단 말이지. 부안 공무원이 이것은 제대로 한 걸로. ㅎㅎ 그나저나 망령봉이 있기는 한 모양이네, 망월봉의 예전 이름이었을 것이라는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 너무 넘겨짚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설명을 읽어보고 그림을 보니까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네. 화산분출물들이 퇴적되어서 쌓인 것을 벌금리층이란 말이지. 아주 좋구먼.
이렇게까지? 과연 지질명소를 명소 답게 만들어주는 안내문이로구나.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특징정인 부분에는 지명을 같이 적어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정도다. 낭월이야 지도를 하도 많이 봐서 대략 이해가 되지만 독도(讀圖)에 서투른 사람이 본다면 이게 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노파심이다. 그래서 또 맘을 일으킨다. 한량없는 오지랖이다. ㅋㅋ
맨 아래쪽에 붙어있는 보라색에 대한 부분이 좀 애매하구나. 아마 좀 다른 암상을 하고 있어서인 모양이다.
마음은 왼쪽의 암벽으로 가고 싶었지만 문제의 승용차가 있어서 오른쪽 퇴적층을 기웃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차가 떠나기만 바라면서 말이지.
여기도 볼만하구나. 파도에 깎여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풍경이 나름 특색이 있는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긴다.
다 둘러 봤는데도 차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 여인이 차에 내려서 한 바퀴 둘러보고는 도로 차로 들어갔을 뿐이다. 그만하면 떠날 만도 한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참 내...... ㅋㅋㅋ
방파제는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에 무슨 방파제인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필요하니까 만들고 있겠거니.....
아무래도 떠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일을 봐야지. 거 참.....
암벽의 오른쪽부터 훑자. 그 사이에라도 차는 떠날 수가 있으니까..... 그러나 차는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가 떠나기를 바라면서 염불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진 다 찍었으면 얼른 가지 뭐하느라고 안 가느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ㅎㅎ
바위색이 푸르스럼한 기운이 있는 것은 라이트룸에서 그림자를 제거하느라고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다. 하늘이 흐렸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쩔 수가 없구나. 날이 맑아도 너무 맑은 부작용이다.
벌금리층의 풍경이 볼만하다.
아니? 이 녀석들은 왜 이 벼랑에 붙어있지? 젖과 꿀이 흐르는 바닷물을 떠나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암벽에 붙어있단 말이냐?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도 만난다만 이건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궁금하다. 암벽에 붙어있는 미네랄을 먹으려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싶기는 하다만.....
여기도 다닥다닥 붙어 있구나. 살았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네. 살았으니까 붙어 있겠거니 싶어서 그냥 뒀는데 그것이 또 궁금하군.
암벽을 다 훑어보고서 다시 다리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멋진 풍경을 보게 되어서 매우 흡족하다.
다리를 건너서 용머리 층간습곡을 찾으러 이동했다. 어쩌면 여태까지 잘 놀았던 마즌편의 저 암벽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찬찬히 살펴봤다.
일단 습곡처럼 생긴 것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아서 저쪽은 아닌 걸로 해도 되지 싶다. 살피고 또 살피는 것은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미련보다 더 끈끈한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하는 것이 최선임을 잘 알고 있음이다. 아니면 다음에 또 찾아야 하겠다는 망상이 연기처럼 피어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로 제주도 여행이 그렇다. 수월봉을 갔을 적에 왜 해안에서 멋진 퇴적암을 보지 못하고 등대에서 지는 해나 보고 있었느냐는 자책을 수도 없이 했다는 거다. 물론 당시의 안목이 딱 그만큼인지라 당연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거지. 아마도 수월봉은 다시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미련의 끈끈함이란 순간접착제 만큼이나 강렬하다는 것을. ㅋㅋㅋ
다시 층간습곡 찾기에 나섰다.
그 사이에도 물이 제법 불어났다. 사리의 물때는 빠르기도 하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돌아 나오는 것도 곤란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암벽을 타고 때로는 위태롭게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은 바빠진다.
한 모퉁이를 더 돌아서니 그만 돌아가라는 바위신의 경고음이 들리는 듯하다. 아무래도 더 가면 뭔가 나오지 싶기도 한데 오늘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계속 가려고 해도 길이 없구나. 위험한 곳에서 무리(無理)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호신술이라고 했겠다. 때론 멈출 줄도 알아야 하니까. ㅠㅠ
암상은 똑 같다.
그런데 층간습곡이 아니라도 이 자체로도 멋진 풍경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는 이곳만의 그림이 충분히 좋구먼.
최선을 다 해서 훑어보고 무사히 나왔다. 그래도 봐야 할 것을 못 봤다는 아쉬움으로 열심히 검색을 해 본 결과 어느 블로거가 층간습곡을 찍은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고개만 끄덕끄덕.....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을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풍경이란 대월습곡의 100분의 1정도? 어쩌면 그보다도 더 못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용머리 해안의 풍경은 이미 충분하게 감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매우 만족이라는 이야기다. 검색하는데 자꾸만 제주도 용머리해안이 나와서 걸러내느라고 고생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찾아서 확인했다. 그 블로거가 찍은 사진은 차마 가져오지 못했지만 혹 관심이 있으신 벗님은 가서 보시라고 링크 하나 붙여놓는다.
"저 포도는 시고 쓰고 맛이 나쁠 것이 틀림 없어~!!"
국가지질공원 위도 용머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