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5] 10년에 걸쳐 쓴 오행소설 적천수가 42권의 전자책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긴 이야기의 마무리를 하게 되었네요. 시나브로 써 왔던 《오행소설 적천수》를 마치고 보니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긴~ 이야기도, 처음에는 단순하게 「쉽고 재미있는」이라고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서 시작했었습니다. 역대의 역학(易學) 종사(宗師)들을 불러내어서 한바탕 신나는 놀이판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래가면서 방향을 잡았다가 또 바꾸기를 몇 차례 하면서 처음의 설정을 갈아엎기도 하고 새로운 구상으로 덮어 씌우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의 중요한 의미를 펼쳐 볼 수가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적천수(滴天髓)를 바탕으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가 보는 것으로 전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무렵의 비망록을 찾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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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丙申)년 11월 20일. 일. 丙午. 소설의 주인공을 교체하는 걸로 했다
오후에 함께 차를 마시면서 소설의 흐름에 대해서 의논을 해 봤는데,
옴니버스 보다는 일관성으로 가는 것이 좋겠단다.
그래서 적당한 기회에 바꾸려고 생각했던
소강절을 처음부터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주인공의 이름을 진하경(陳河鏡)으로 하고
호는 우창(友暢)으로 바꿨다.
앞으로는 계속 우창을 데리고 다녀야겠다.
어디로 가게 될 지는 나도 모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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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방향을 잡느라고 이리저리 흐름을 찾아서 바꿔보기도 하고, 쓰다가 지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병신년 가을 그러고 보니 그날도 11월이었네요. 비로소 주인공이 정해지고 이야기를 풀어 갈 주제도 찾게 되었던가 봅니다. 이름을 '적천수'로 결정한 것도 그 무렵이지 싶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2~3년 전부터 했는데 썼다 지우기도 하고 또 고치기도 하면서 주제를 잡는 시간도 포함해서 생각해 보니까 10년이 넘었네요.
시대의 배경은 명대(明代)로 하고 어려서 열심히 읽었던 무협지의 형태를 빌어서 풀어가면 되겠다는 구상을 하면서 자오검(子午劍)이 등장하게 되었고, 마의상법의 저자인 마의도인(麻衣道人) 진희이는 혜암도인으로 바뀌었으나, 달마존자는 그래도 초기의 역할을 유지했습니다.
주인공들의 활약 무대를 웬만하면 고려로 끌고 오려고 몇 차례 시도해 봤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생각대로 손가락이 움직여 주질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ㅎㅎ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글은 생각이 쓰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쓰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습니다. 원대한, 혹은 장구한 계획의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실은 다음 문단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알 수가 없이 주인공들의 언행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으니 말이지요. 문득 '자동서기(自動書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몸은 빌려 주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으니까요.
컴퓨터에 전원을 켤 적에는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써야 하겠구나...'했지만, 막상 파일을 열어 놓고 나면 주인공들은 낭월의 생각과 별개로 행동하는 것을 제어할 수가 없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손끝을 따라가는 여정의 묘미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벤허』를 만들어서 시사회를 하다가 감독이 외쳤다지요? "오! 신이시여, 이 작품을 과연 제가 만들었다는 말입니까!"라고. 그 기분이 뭔지를 자주 느끼게 되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마음은 어서 '적천수를 풀이해야 하는데...'하면서 자꾸 유도를 하지만 우창이나 자원은 낭월의 의도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나대고 있을 적에는 억지로 끌고 와봐도 이야기가 재미있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가 없이 포기하고 그들의 뜻(?)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끝을 보겠지... 할 뿐이었습니다.
책에서 만났던 스승들, 오가면서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 알게 모르게 깨달음을 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 들었습니다. 아무리 손끝이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그 원천은 낭월이 추구하던 학문의 길에 영향을 끼쳤던 견문(見聞)임을 새삼스럽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꼬투리를 보이면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집필을 멈추고 독서에 빠져들게 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명리소설(命理小說)이 아니라 오행소설(五行小說)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오만 가지의 진리들을 펼쳐 놓더라도 그 바닥에서 면면이 흐르는 이야기는 오행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풍수지리도 그렇고, 관상도 그렇고, 영혼적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마무리를 하면서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보니까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네요...
게시판에서 글을 읽던 독자들의 질문이 수시로 있었습니다. '책은 언제 나옵니까?'라고 말이지요. 처음에는 아직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도 모르는데 책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책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분량이...'넘쳐버렸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책에 가둘 마음도 없었지요.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느라고 바쁜데 책 이야기는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이 항상 앞섰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마무리 할 즈음이 되자, 여기에 대해서도 해답이 주어졌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전자출판을 해 주는 곳을 알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또 책으로 정리를 할 생각이 들었고, 다시 두어 달이 걸려서 새롭게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의 분류를 대부분 사용했으나 너무 긴 것은 나누고 짧은 것은 묶으면서 오타에 대해서도 정리하다가 보니까 42권의 책으로 거듭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소설 속의 인물들)과 헤어지고 책으로 엮어서 마무리를 하고 보니까 그야말로 시원섭섭하네요. 책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편집하면서 내용을 훑어보니, 그래도 나름대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생각했던 이치는 대략 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면서 미소를 짓고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했습니다.
비록,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나름대로 진리를 탐구하는 열정의 결산이라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행놀이에 동참하신 벗 님에게 쉬엄쉬엄 공부할 수가 있는 거리를 하나 마련해 드렸다는 것으로도 작은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오행소설 적천수의 어느 부분을 읽으시더라도 이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능하면 졸저 『적천수이해(滴天髓理解)』를 옆에 펼쳐 놓고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조금 더 깊은 사유로 이어질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해 봅니다만, 안 그래도 괜찮습니다. 역학이든 명리학이든 풍수지리든 관상술이든 나름대로 상식은 될 정도로 풀어놨으니까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살펴 보셔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이제,
우창의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함께 읽으면서 공감해 주신 낭월명리학당의 벗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25년 11월 15일. 낭월 두손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