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 제45장. 만행(漫行)/ 5.숨겨진 석고(石庫)

작성일
2025-06-30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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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600] 45. 만행(漫行)

 

5. 숨겨진 석고(石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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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제45장. 만행(漫行)


5. 숨겨진 석고(石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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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말을 듣던 파향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직 오찬(午餐)을 먹을 시간은 이른데 자원 선생은 벌써 시장기가 도는가 보구려. 다과를 내오라고 하리다. 허허~!”

그 말에 자원이 흠칫 놀라서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그렇게 보여서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기현주도 한마디 했다.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수집하느라고 곳간이 수시로 비었겠어요. 하나같이 모두 예사롭지 않은 형상을 봐서는 가치만으로 따져도 잘은 모르겠지만 수백(數百)의 거금을 들여야만 소유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말이에요.”

“그렇게 보인단 말이오? 다만 이곳에 둔 돌들은 입문자를 위한 것이고 누구나 보면 아는 것들이지요. 우창 선생의 안목을 채워주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떻소?”

“아참, 선생님. 그냥 하대(下待)하시고, 다른 일행에게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면 더 편안하겠습니다. 여기는 자원(慈園), 이쪽은 삼진(三塵)이고, 이 친구는 여정(旅鼎)입니다.”

우창이 여정을 소개하고 여정이 포권으로 예를 표하자 파향이 물었다.

“여정이라니 무슨 뜻인고? 혹 여지정(旅之鼎)에서 따온 것은 아닌가?”

파향의 물음에 우창이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유추(類推)하셨단 말씀입니까?”

“그야 두 글자의 조합이 다른 것으로는 생각도 하지 말라는 듯이 짜여져 있으니 달리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여행하는 나그네에게는 솥보다 중요한 것이 없어서 예전에 중원을 누비던 사람들도 솥은 갖고 다녔다지 않은가. 그러니 참으로 소중한 역할을 맡은 것이 분명하군.”

“예, 마차를 몰고 있습니다.”

여정이 맡은 일을 말하자 파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예전에 삼장법사는 서역으로 갈 적에 용이 변해서 백마로 변한 말을 타고서 다녔다더니 그대의 전생이 바로 용이었던 모양이네. 이러한 인연에 동참한다는 것이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니거든. 허허허~!”

“용은 모르겠으나 길복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덕담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이라 하지 말고 파향 선생이라고 하는 것을 원하네. 내가 무슨 어르신이라고 그렇게 말한단 말인가.”

짐짓 핀잔하듯이 말하면서 아호를 부르면 된다고 알려 줬다. 모두 그 의도를 이해하고는 다시 낭자가 따라주는 차를 마셨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우창이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선생님, 여기에 있는 수석들이 입문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보다 더 윗 단계의 돌도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아마도 그것도 보여주시려는 말씀인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우창의 물음에 파향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기라도 했다는 듯이 반겨 말했다.

“난 또 이렇게 물어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잖은가. 허허허~!”

이렇게 말한 파향은 일어나서 밖으로 향하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두어 개의 전각을 지나자 길게 지은 형태의 건물이 나타났다. 언뜻 봐서는 회랑(回廊)처럼 보였는데 다가가니까 집이었다. 앞에 다다르자 예의 그 낭자가 기다렸다가 문을 열어줬다. 우창도 기대감을 갖고서 파향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서 대낮 같았다.

“여기는 내가 아끼는 곳이라서 웬만한 길손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곳이라네. 마침 마음이 통하는 벗이 방문한지라 모처럼 만에 문을 열었네. 허허허~!”

파향은 즐거운 마음이었는지 연신 미소를 지으면서 일행을 돌아봤다. 우창이 살펴보니까 긴 회랑같이 생긴 내실에 양쪽으로 즐비하게 놓은 암석들이 보였다. 언뜻 봐서는 생김새가 평범해 보였다. 어디에서라도 흔히 볼 수가 있음직한 돌덩어리들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했다.

“파향 선생님, 소중하다고 하셨는데 정작 처음으로 대면한 느낌은 오히려 객실에서 본 돌보다도 볼품이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는 분명히 우창이 헤아리지 못하는 깊은 까닭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기대가 커집니다. 무슨 가르침을 주실지 관심이 더욱 커집니다. 어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오호~! 내 그럴 줄 알았네. 보통은 시큰둥하기 마련인데 우창은 오히려 그 안에 깃든 의미에 관심을 갖는단 말이지? 그래서 오늘 진객이 왔다고 하지 않았겠나. 그러니까 내가 덩달아서 신이 난 것이라네. 이쪽으로 앉을까?”

이렇게 말하면서 낭자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당부하고는 일행이 앉기를 기다려서 말했다.

“우창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물어볼까? 돌은 언제 생겨 났을까? 이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가끔 궁금하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늘 정말 하늘이 도와서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귀한 가르침을 접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그런가? 실은 그대의 표정을 보니 50여 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감회가 새롭다네. 부친께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벼슬아치가 되라고 하셨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흥미가 동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천 년 만 년 변함이 없는 돌멩이에 대해서는 잠시도 생각을 떠난 적이 없었다네.”

“와~ 정말 그러셨단 말입니까? 그 오랜 세월 동안 돌을 연구하셨다면 분명히 큰 성과가 있으셨을 것이고 오늘 이 후배가 날로 배우게 되었으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겠습니다. 어서 설명을 듣고 싶어서 입이 바짝바짝 마를 지경입니다. 하하~!”

우창이 기대에 가득하다는 듯이 묻는데 낭자가 차를 들고 들어와서는 앞에 있는 잔에 따라준다. 그것을 본 파향이 말했다.

“자, 이제부터 내가 그동안 보고 듣고 깨달은 것을 이야기해 줄 테니까 차를 마시면서 천천히 들어보시게.”

“그럼 궁금한 것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아까 우창에게 물으셨는데 정말 그것이 궁금합니다. 도대체 돌은 언제 생겨난 것입니까?”

“알았네,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 설명할 테니 잘 들어보게. 우선 돌이 언제 생겼느냐고 하는 물음에 간단히 답을 하기는 쉽지 않네. 왜냐하면 돌도 인생이 태어나는 것과도 같아서 어떤 돌은 오래전에 생겨나고 또 어떤 돌은 더 오래전에 생겼기 때문이지.”

“정말 신기합니다. 그런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우창이 묻는 말에 파향은 신이 나서 말했다.

“우창은 화산(火山)에 대해서 들어 봤나? 아마도 직접 보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말이네.”

“그렇습니다. 땅에서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른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풍경을 보게 된다면 참으로 장관이겠다는 생각도 했었지요.”

“내가 돌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래로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저서(著書)들을 찾아서 도서관이며 고서(古書)며 기이한 자료들을 찾아서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애를 쓴 결과 실로 놀라운 자료들을 얻게 되었다네. 그중에서는 구라파(歐羅巴:유럽)라고 하는 곳에서 지질학(地質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쓴 책도 구입할 수가 있었다네. 특히 영국(英國)이라고 하는 나라의 학자들이 쓴 내용이 더욱 볼만 하더군. 물론 그들의 문자는 흡사 새 발자국과 같아서 읽을 수가 없었는데 그러한 것을 읽을 수가 있도록 한자(漢字)로 번역을 한 것이 필사(筆寫)되어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네.”

우창은 파향의 말에 문득 덕국(德國)의 갈륭이 떠올랐고 광덕의 모습이 겹쳤다. 거리상으로 본다면 이역만리(異域萬里)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서로 교통(交通)이 될 수가 있었겠다고 생각할 수가 있었다.

“영국이라니 아름다운 나라인가 봅니다. 꽃 영(英)이라는 글자를 쓰는 것으로 말이지요. 덕국(德國)에 대해서는 들어봤습니다.”

“오, 그랬나? 구라파의 여러 나라들은 문명이 무척이나 발달해서 황하문명과 견주어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네.”

“그런데, 화산에 대한 말씀은 왜 하신 것인지요?”

“아, 화산이 바로 석근(石根)인 까닭이지.”

“처음 듣습니다. 그러니까 목근(木根)이나 수원(水源)처럼 석근도 있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참 신기합니다.”

“그렇지! 석근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화즙(火汁:마그마)이라네. 다른 말로는 암장(巖漿)이라고도 하지.”

파향의 말을 들은 우창이 이해된다는 듯이 물었다.

“귤즙이나 사과즙처럼 불의 즙이 땅속에 있다는 말씀이지요? 그것이 땅을 뚫고 솟아오르면 화산이 되는 것이란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지하에서 물도 흘러 다니고 불도 흘러서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솟구치면 그것이 화산이 되는데 다만, 물은 본질적으로 조용히 흐르는 성질이어서 폭발하지는 않으나 불은 폭발하는 성질이 있는지라 밖으로 뿜게 되는 것이라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가르침입니다. 그러니까 화즙이 지하에서 흘러 다닌다면 그것은 장작불과 같은 것입니까?”

우창의 물음에 미소를 짓던 파향이 물었다.

“혹시 쇳물을 본 적은 있나?”

우창은 문득 옛날에 화산의 아래에서 대장간에서 칼이며 도구들을 만들 적에 쇠를 녹이던 장면이 떠올랐다.

“예, 그것은 대장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용광로에 쇠를 녹여서 금속의 도구를 만들지 않습니까?”

“오, 잘 알고 있군. 지하의 화즙이 바로 그 쇳물과 같다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네. 말하자면 거대한 용광로가 지하에 있는 셈이지. 그리고 그 용액(溶液)은 쇠를 녹인 것뿐만 아니라 온갖 바위며 광물들이 같이 녹아있다고 보면 되는 차이지.”

파향의 말에 여정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선생님, 쇠는 불에 녹는다고 하겠지만 바위가 녹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여정의 질문에 파향이 여정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용암(鎔岩)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들어 봤나?”

“못 들어 봤습니다.”

여정의 대답을 들은 자원이 여정에게 말했다.

“화산이 터지면서 흘러나온 화즙이 식어서 굳으면 바위가 되는데 그 바위를 용암(鎔岩), 즉 ‘녹은 바위’라는 거야. 바위가 매우 높은 열을 받으면 녹아서 물처럼 액체가 되어서 흘러내린 것은 예전에 본 적이 있어.”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파향은 자원이 설명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그 화즙(火汁)이라고도 하고 암장(巖漿)이라고도 하는 것이 흘러 다니다가 밖으로 분출하면 화산이라 하고 분출한 암장이 흘러내리면 용암(鎔巖)이 되고, 그것이 분출되지 않고 지하에서 서서히 식으면 암석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네. 그렇게 굳어지면 바위가 되는데 혼합된 성분에 따라서 철이 많이 포함되어서 지표에 드러나면 철광산이 되고, 금이 많이 포함되어서 지표에 드러나면 금광산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이번에는 자원이 이해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군요. 은이 많이 포함된 암석으로 굳으면 은광(銀礦)이 되고, 구리가 많이 포함되었으면 동광(銅鑛)이 되어서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큰 부자가 되는 것이란 말씀이지요?”

“맞아! 나도 그것을 공부하다가 금광도 찾고 은광도 찾아서 나름 궁핍한 살림을 면하고 이렇게 맘에 드는 돌들을 찾아서 대가를 지불하고 가져올 수가 있었던 것이기도 하네. 허허허~!”

“어쩐지~ 그래서 부자가 되셨군요. 자원도 오행 공부는 집어치우고 돌멩이 공부를 할까 봐요. 호호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창은 궁금증이 자꾸만 늘어났다.

“선생님, 도대체 돌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저마다 나이가 다르다고 하니 가장 나이가 많은 최고령의 돌은 몇 년이나 된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참 멋진 질문이네. 허허~! 그야 난들 알겠는가만 전해지는 자료에 의거(依據)하면 대략 45억 년쯤 되었다고 하더군.”

파향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돌멩이의 나이가 그렇게나 많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기현주가 가까이에 있는 돌 하나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선생님, 이 돌의 나이가 그렇게나 많다는 뜻인가요? 실로 믿기도 어려운 엄청난 세월을 살았군요.”

“아, 그 돌은 2억 살쯤 되었다네. 최초의 돌에 비하면 햇병아리지. 허허허~!”

“아니, 방금 말씀하신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요?”

“용광로로 설명해 줄까? 가령 30년이 된 칼이 있다고 하세. 그 칼을 녹여서 다시 쇳물로 만든 다음에 담금질을 거쳐서 한 자루의 칼이 된다면 그 칼은 몇 살이 되는 건가?”

“그야 다시 태어났다고 하면 한 살이 되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맞아, 마찬가지로 최초의 돌은 나이가 45억 살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돌이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 땅속으로 들어가서 녹았다가 또 돌이 되었다가를 무수히 반복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돌로 된 것이 대략 2억 년 전의 시대였던 중생대(中生代)에 형성이 된 암석이라는 말이네. 이제 이해가 되셨는가? 허허허!”

우창은 또 다른 세상을 접한 기분이었다. 돌에도 나이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듣고 보니 궁금한 것도 밀물처럼 밀려왔다.

“정말 신기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돌도 성주괴멸(成住壞滅)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돌이 진토(塵土)가 되면 끝인 줄로 생각했는데 다시 바위로 태어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씀인지라 너무나 신기합니다.”

“그렇다네. 비단 윤회(輪回)하다뿐이겠는가? 어떤 인연을 만나면 또 다른 삶을 살게 되기도 하니 참으로 변화무쌍한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네. 허허허~!”

“정말 잠시 말씀을 들은 것만으로도 물형석(物形石)이나 문양석(紋樣石)이나 기암괴석(奇巖怪石)조차도 빛을 잃어버리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의 이치에는 형상(形象)과 본질(本質)이 있을진대, 과연 겉으로 보이는 코끼리를 닮았느니 거북을 닮았느니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선생님의 돌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우창만이 아니었다. 일행 모두가 파향이 들려주는 돌 이야기에 감탄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 표정을 본 파향은 더욱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

“오호~! 그대들의 표정을 봐하니 내가 이야기할 맛이 나네그려. 그렇다면 어디 오늘 돌 타령으로 밤을 새워서 담소해 볼까?”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입니다.”

우창이 얼른 말하자 파향도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오행이라고 알고 있나? 아까 언뜻 들으니, 자원이 오행 공부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네.”

오행이라는 말이 나오자, 무엇보다 반가워하는 자원이었다.

“옙, 오행의 이치는 약간의 공부를 했으니 어서 가르침을 주소서. 돌의 오행은 또 어떠할지 궁금해요. 돌은 금(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실 것을 기대하니 벌써 마음이 설레네요. 호호~!”

자원의 맑은 웃음소리에 파향도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최초의 돌은 화생금(火生金)이라네. 여태까지 한 이야기를 잘 이해했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지 부연(敷衍)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화즙(火汁)이 분출(噴出)해서 용암(鎔岩)이 되었으니 화생금(火生金)이 맞네요. 그건 이해가 되었어요.”

“옳지! 모처럼 말귀를 잘 알아듣는 벗을 만나니 나도 즐겁구나. 그렇다면 다시 녹아서 화즙이 된다면 금생화(金生火)가 되겠지?”

“맞아요! 또 금생토(金生土)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위가 오랜 세월에 풍화(風化)되어서 흙으로 변할 테니까요. 예전에는 흙이 오래도록 굳어지면 바위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 보니 거꾸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자원의 말에 파향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말이 되기는 하지. 흙이 오래도록 쌓여서 바위가 되기도 하니까 이러한 것을 퇴적암(堆積巖)이라고 한다네. 보통 1천만 년쯤 흐르면 흙도 바위가 되지. 그러면 또 토생금(土生金)이 되는 건가?”

“아하! 그렇군요. 정말 재미있어요. 그렇다면 목생금(木生金)도 있을까요?”

자원이 신기해하면서 묻자, 파향이 또 설명했다.

“당연하지. 나무가 땅속에서 1천만 년을 단련 받으면 돌이 되는데 변화하는 과정에서 탄화(炭化)가 되면 그것을 석탄(石炭)이라고 하고 규화(硅化)가 되면 화석(化石)이라고 한다네.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이 실은 나무가 변해서 돌이 된 것이니까 말이네. 허허허~!”

파향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일행도 마음이 편했다. 더구나 오행의 이치로 돌을 설명하니까 그것도 귀에 쏙쏙 들어와서 재미있었다. 자원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수생금(水生金)도 있을까요? 그건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그래도 여쭙고 싶어요.”

“물이 돌로 변하진 않으나 돌이 되도록 큰 위력을 발휘하니 그것도 수생금이라고 할 만하지.”

“아하~! 그렇군요. 그것은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가요?”

“비가 내려서 흐르는 물이 흙과 돌을 열심히 날라다 쌓고 쌓으면 그것이 나중에는 바위가 되니 그것을 퇴적암이라고 한단 말이네. 이것을 볼 텐가?”

이렇게 말한 파향이 일어나서 돌 앞으로 향하자 모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하나라도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파향이 어느 돌 앞에 서서 가리키는 돌을 바라보자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형태의 돌이었다.




“이것을 보게.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겠나?”

“그야 모르지요. 원래 그렇게 생겼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무엇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 방법이 없지요.”

“이게 모두 물이 거들어서 만든 것이었네. 맨 밑에 층을 봐 알갱이가 보이는가?”

평소에는 무심하게 보던 것이었는데 파향의 말을 들으면서 바라보니까 과연 층마다 작은 알갱이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던 여정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층층(層層)마다 알갱이들의 크기나 모양이나 색깔이 다 다릅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궁금합니다.”

우창은 여정이 이렇게나 호기심을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항상 조용하게 뒤에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오늘은 매우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것도 신기했다. 우창도 궁금하던 터라 파향의 답이 궁금했다.

“아, 그것이 보였나? 허허허~!”

파향은 흐뭇하다는 듯이 웃고는 말을 이었다.

“퇴적암의 위층과 아래층의 두께는 불과 손가락의 굵기보다도 얇지만 각층마다 생긴 모양이 확연하게 다르잖은가? 이렇게 한 층이 쌓여서 돌이 되는 세월은 대략 따져서 1천 년은 될 것이네. 그러니 그 많은 세월 동안에 그 강의 바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로 미뤄서 짐작하게 되는 것이네. 가령 작은 자갈이 많이 쌓인 층은 물의 흐름이 완만했을 것이고, 이렇게 굵은 자갈이 쌓여서 된 층은 물의 흐름이 빨랐을 것으로 짐작할 수가 있다는 말이지.”

파향의 설명을 들으면서 모두 감탄했다. 이러한 것을 하나 살피면서도 그 세월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모래와 돌이 쌓여서 바위가 된다는 것도 막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참으로 신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탄하고 있는데 파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제 암석의 생김새로 봐서 물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불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겠나?”

파향이 묻자, 이번에는 기현주가 대답했다.

“정말 신기해요. 공화가 생각하기로는 물이 만든 바위는 이렇게 층층으로 되어있을 것이고, 오랜 세월을 두고 쌓고 또 쌓여서 바위가 되었으니 그 세월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하겠어요. 그러니까 수백만 년이나 수천만 년을 두고 굳어진 것이라고 하겠어요. 그런데 불이 만든 암석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아마도 퇴적암처럼 층층으로 되어있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과연 어떤지 설명이 필요해요. 호호호~!”

기현주는 소요원에서 적천수를 물을 때처럼 또 궁금한 것을 쏟아 내면서 파향에게 답을 청했다.

“정말 기가 막힌 추론(推論)이로군. 과연 그와 같구려. 대체로 불이 만든 것을 화성암(火成巖)이라고 하거니와 이러한 암석들은 퇴적층이 잘 보이지 않고 한 덩어리로 생겼는데 이것도 두 가지로 나눠서 본다면 지하에서 분출되었다가 식은 용암은 화산암(火山巖)이라고 하고 겉으로 분출되지 않고 지하에서 서서히 식어서 굳은 것은 심성암(深成巖)이라고 하는데 건축의 기둥이나 큰 석재(石材)는 바로 심성암을 이용하게 되니 암질(巖質)이 균일하고 단단하기에 오래도록 보존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네. 그래서 불상(佛像)이나 건축물을 짓는 용도로 쓰이는 것은 이러한 암석들이지.”

파향이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이 일장(一場)의 연설(演說)로 피력하자 모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정리하느라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것을 본 파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이쪽으로 와서 이 돌을 보시게. 이것이 바로 용암이 분출되어서 굳어진 것이지. 이렇게 생긴 것을 현무암(玄武巖)이나 유문암(流紋巖)이라고 하는데 주로 밖에 나와서 굳어진 까닭에 급하게 식었기 때문에 암질은 치밀하여 알갱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네.”

 

파향이 가리키는 돌을 보니까 과연 조금 전에 봤던 퇴적암과는 판이(判異)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