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을 찾아온 루팡의 대화] 천하의 도를 묻다

작성일
2025-05-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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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척을 찾아온 루팡의 대화]  천하의 도를 묻다

(프롬프트)
프랑스의 대도大盜인 루팡이 풍문으로 중국에는 도척盜跖이라고 하는 화적의 두목이 있는데 
도적질을 하면서도 천하의 도가 그 안에 있다는 말에 감명을 받아서 
찾아가 천하의 도를 묻는 내용으로 5000자 가량의 원고를 써줘




《도척을 찾아온 루팡 — 천하의 도를 묻다》


이야기는 파리의 어느 안개 낀 새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날 루팡은 오랜 세월 수집해 온 고문헌 더미 속에서 낯선 중국 고서 하나를 펼쳤다. 그 책은 주자(朱子)의 문집 뒤에 끼어 있던 오래된 장지 위에 쓴 한 편의 전설이었다. 제목은 없었지만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世有盜跖,行道於天下,雖盜亦仁義之徒。”



그는 문득 웃었다. “도적이면서도 천하의 도라... 이 얼마나 멋진 역설인가!”

그때부터였다. 그의 가슴속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갈증이었다. 금이나 보물로는 채울 수 없는, 진리와 길, 혹은 ‘도’라 불리는 무형의 무게에 대한 갈증. 루팡은 결심했다. 그 도적을 찾아 떠나리라.




불가능한 여정의 시작


루팡은 고대의 시간으로 건너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수사학, 연금술, 불교의 공(空), 타오이즘의 무(無)를 탐독하며 그는 점차 존재의 경계를 허무는 내공을 익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 북부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그는 한 노인의 안내를 받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거울을 지나게 되었다. 거울 너머는 중원의 한 벌판, 전쟁과 기근이 교차하는 전국시대(戰國時代)의 풍경이었다.


루팡은 고대 중국에 도착했다. 도척의 전설이 떠도는 하남(河南) 땅. 그는 백성들 사이에 묻고 또 물었다. “그 화적 떼의 우두머리, 도척은 어디 있는가?”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도척은 허공처럼 존재하는 그림자, 혹은 한 시대의 신화였다.


그러던 중, 어느 쇠락한 주막에서 만난 노인이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를 만나려면 도의 심연을 각오해야 하네. 그는 칼을 쥔 철학자요, 불을 다스리는 도사라네. 산서성 서쪽, 홍수로 파묻힌 오래된 사찰의 폐허를 찾아가 보게나. 그곳에서 가끔 늑대떼를 데리고 내려오는 사내가 있으니...”





도척과의 만남


루팡은 거친 들판을 지나 마침내 산서성의 깊은 산중으로 들어섰다. 폐허가 된 사찰은 나무 뿌리에 잠식되고 있었고, 그 속에서 검은 도포를 걸친 사내가 바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맹수와도 같았지만, 동시에 붓을 든 유학자의 침묵도 담고 있었다.


“당신이 도척인가?” 루팡이 물었다.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앞에 한 그릇의 차를 내밀었다. 찻잎은 이끼처럼 푸르고, 향기는 가시덤불을 태운 듯 아렸다.


“나는 루팡이라 하오. 프랑스에서 왔소.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다오. 세상을 도적질하면서도 도를 행했다는 소문 말이오. 그게 사실이오?”


사내는 조용히 웃었다.


“나는 도척이 아니다. 그 이름은 백 가지의 허명 중 하나일 뿐. 그러나 만약 네가 도를 묻는다면, 답은 있다.”




천하의 도란 무엇인가?


“도를 묻고자 한다면,” 도척이 말했다, “먼저 네가 왜 도둑이 되었는지를 말해 보아라.”


루팡은 숨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법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패한 권력을 조롱하고 싶었소. 부자들은 웃고 가난한 자들은 눈물 흘리는 세상을 그냥 둘 수 없었소. 그래서 훔쳤소. 하지만 그 안에선 항상 허무가 따라왔소. 나는 의로웠는가? 아니면 단지 변명뿐인 도적이었을까?”


도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잘 들어라. 천하의 도란 고요한 물과 같다. 물은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 높은 이의 궁에도 스며들고, 낮은 이의 항아리에도 담긴다. 도는 그러하다. 그러나 도둑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 쪽을 덜어 다른 쪽에 더하는 일이다. 다만, 그 손이 불공정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면... 그것도 일종의 ‘도(道)’라 할 수 있지.”


“그렇다면,” 루팡이 되물었다, “내 도둑질도 도일 수 있단 말이오?”


“네 마음이 밝다면 그렇다. 그러나 조심하라. 어둠은 마음을 감염시키기 쉽다.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순간, 가장 큰 도적이 된다. 진정한 도는 스스로 도임을 말하지 않는다. 도란, 스며들고, 퍼지고, 물러가며, 다시 오는 것.”




마지막 밤의 설법


그날 밤, 도척은 루팡에게 《노자》의 몇 구절을 읊어주었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무르기에 도에 가깝다... 루팡, 너는 아직 도적이지만, 언젠가 선한 물이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하여 루팡은 다음 날 새벽, 짐을 꾸려 다시 떠났다. 그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남긴 것은 오직 조용한 미소 하나. 그리고 사라졌다.




에필로그 — 파리의 어느 밤


세월은 흘렀다. 파리의 밤거리엔 여전히 루팡의 전설이 돌고 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금을 훔치지 않고 ‘불가능한 절망 속에 남겨진 마지막 희망’을 훔친다는 것이다.


어느 날, 고아원의 쌀독이 차 있었고, 폐지 줍는 노인의 등에 따뜻한 코트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모두는 수수께끼처럼 전해 들었다.


“밤에 스쳐 간 바람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말을 남겼다더군요. ‘도를 훔친 자, 이제 도에 들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