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매와 아들러의 대화]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춘매와 아들러의 대화]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늘 좋아하던 아들러의 심리를 이해해 보려고)
(프롬프트)
춘매, 마음의 길을 묻다
광서 28년, 휘황찬란한 등롱 아래, 북경 성문 가까운 허름한 골목에 작은 안마소 하나가 있었다. 이름 없는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고단한 발걸음을 끌고 찾아오는 이들 사이에선 그곳의 이름이 은근히 퍼져 있었다. ‘춘매의 손길’이라 불리는 그 손끝에는 뼈와 근육을 넘어 마음까지 풀어주는 온기가 담겨 있었다.
춘매는 스물여섯. 부모 없이 자라, 열일곱의 나이에 손 하나로 세상과 맞서며, 단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썼다. 낮에는 뜨거운 돌을 덜어내듯 몸을 풀고, 밤에는 장부를 정리하며 다음 날의 일거리를 걱정했다. “돈이 있어야 세상도 말 한마디 제대로 들어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오직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숨 쉴 틈도 없이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봄날, 햇살이 유난히 고왔던 오후, 사내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낯선 풍모에, 짙은 푸른 눈동자, 얼핏 들려오는 말은 청나라 말씨와 다소 달랐다. 그는 서툰 발음으로 이름을 밝혔다. “내 이름은 알프레드… 아들러.” 춘매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정중히 안내했다.
그는 여행 중 북경에 잠시 들렀고, 긴 여정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했다. 침묵 속에서 안마가 이어지던 중, 아들러는 불쑥 말했다.
“춘매 씨는 참 바쁘군요. 마치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요.”
그녀는 잠깐 손을 멈추더니 조심스럽게 대꾸했다.
“돈을 모아야 합니다. 언젠가 이 거리에서 벗어나려면 말이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돈은 우리가 무엇을 감추기 위해 쫓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춘매는 순간, 안마하던 손을 멈췄다.
“감추기… 위한 것이라뇨?”
아들러는 몸을 일으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끔 우리는 마음속의 불안, 열등감, 외로움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부나 명예, 혹은 끊임없는 활동에 몰두하죠. 하지만 그것들이 과연 우리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까요?”
그날 밤, 춘매는 종이에 글을 써보다가,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왔을까. 마음속 어디선가, 작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음날 그녀는 아들러를 다시 찾아가 물었다.
“어제… 선생님이 말한 그… 개인의 심리학이란 것은 무엇입니까?”
그는 웃으며 조용히 앉았다.
“그건 인간이 ‘무엇이 그를 만들었는가’보다는 ‘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보는 심리학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로만 규정되지 않아요. 우리 모두는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목적이요?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합니다. 그게 제 목적이지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목적 뒤에 숨은 더 깊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령, ‘돈이 없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신념 같은 것이요.”
춘매는 눈을 내리깔았다. 어린 시절, 문전박대당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혼자였고, 배고팠으며,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간절했던 날들. 어쩌면 그녀가 돈을 향해 달려온 것은 단지 배고픔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들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개인의 삶은 그가 가진 ‘생활양식’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죠. 때로는 그 틀이 우리를 지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가두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틀에서 벗어날 수도 있나요?”
“물론이죠. 우리가 ‘새로운 선택’을 한다면 말입니다. 인간은 변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현재를 통해 과거의 그림자를 비추고, 그 그림자와 화해할 수 있습니다.”
그날부터 춘매는 조금씩 다르게 살아보려 했다. 손님을 대할 때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고, 자신의 삶을 복기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부자가 되는 꿈은 여전했지만, 그 속에 ‘의미’라는 또 다른 씨앗을 심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 아들러를 찾아가 물었다.
“선생님, 이 심리학을 배울 수 있는 책이나 방법이 있습니까?”
“지식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당신의 삶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 고통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가장 귀중한 공부입니다.”
몇 달 후, 아들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춘매는 그에게 작은 향낭 하나를 선물하며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제 마음 안에도 봄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시면, 그땐 제가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예요.”
아들러는 그 말을 들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춘매 씨는 이미 여행을 시작했어요. 자기 자신을 향한, 가장 먼 길이지만 가장 소중한 여행을.”
그가 떠난 후에도, 춘매의 안마소에는 예전처럼 등불이 켜졌지만, 그 빛은 조금 더 따뜻해졌고, 그녀의 손길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찾았고, 이제는 피로뿐만 아니라 말 못 할 속사정도 풀어놓고 가곤 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물었다.
“춘매 씨, 부자가 되는 꿈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도 그 꿈은 꾸고 있어요. 다만 이제는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것이 진짜 부라고, 어떤 서양인이 그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