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 제44장. 소요원(逍遙園)/ 27.여신남심(女身男心)

작성일
2025-04-1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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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 44. 소요원(逍遙園)

 

27. 여신남심(女身男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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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화(從化)에 대해서 말씀을 들으면서도 제자의 아둔함과 견문(見聞)의 협소함으로 인해서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다시 복습하여 이해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억해 두려고 합니다. 그런데 말씀을 들으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이점에 대해서 고견을 청하고자 합니다.”

갈만이 정중하게 말하자 우창도 무슨 말인지 듣고 싶었다.

그래 알았네. 어디 광덕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지.”

제가 살았던 고향에 가까이 지내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나이는 제자보다 두어 살 어렸으나 나이에 비해서 생각이 깊은 여인이어서 가끔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 여인과 나눈 대화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있었는데 종화에서 특히 화기(化氣)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서 어떤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야?”

갈만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 기현주가 더 답답하다는 듯이 다그쳐 물었다.

실은 그 여인의 몸은 여인이었는데 그 몸의 주인은 천생(天生)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 스승님께서는 이러한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갈만이 우창에게 물었다. 우창이 생각해 보기에 언뜻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말했다.

글쎄, 확연하게 생각나는 사람은 없네만. 어디 이야기를 들어보세.”

그때, 기현주가 웃으며 갈만에게 말했다.

아하! 산신(産神) 할머니가 깜빡하셨구나. 호호호~!”

산신 할머니라니? 그런 신도 있습니까? 처음 듣습니다.”

갈만이 신기하다는 듯이 기현주에게 물었다. 그러자 기현주가 미소를 띠며 갈만에게 말했다.

원래 산신은 아기가 생기고 태어나는 것을 관장(管掌)하는 가신(家神) 중의 한 분이야. 집을 관리하는 신령(神靈)이 있는데 가족을 지켜주는 성조신(成造神)이 있고, 음식을 관장하는 조왕신(竈王神)이 있고 자녀를 태어나게 하는 산신(産神)이 있어서 이 세 신령을 삼신(三神)이라고도 해.”

기현주의 말에 자원도 들은 바가 있다는 듯이 말했다.

언니의 말이 틀렸나 했어요. 우리 동네에서나 보통 사람들의 말로는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신은 삼신할머니라고 했는데 언니가 산신이라고 해서 반신반의했는데 함께 사용하는 이름이었나 봐요. 원래 실체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하겠어요. 호호호~!”

, 맞아! 그렇게들 말하지. 그러니까 산신이 아기가 태어날 적에 아들이면 성기를 달아서 낳게 하고 딸이면 달지 않고 낳게 한다잖아. 그런데 할머니가 나이가 많아서 깜빡깜빡하신다지? 그 순간에 아들로 태어날 영아(嬰兒)에게 성기를 달아주지 못한 까닭에 몸은 영락없는 남자인데 여인의 몸이 되었다고 하잖아. 호호호~!”

맞아요! 언니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가끔 그런 여인을 봤던 기억이 나요. 음성까지도 남자처럼 걸걸해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호호~!”

물론 우스갯소리로 만든 말이겠지만 광덕의 말대로 남체(男體)의 여인도 있고 반대로 여체(女體)의 남자도 있는 것은 맞아.”

기현주의 말에 갈만이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화격(化格)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서 혹 남자로 태어날 사람이 여화(女化)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해 봤습니다. 팔자의 풀이는 그러한 이치가 적용되지 않겠지만 자연의 모습에서는 혹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갈만의 물음에 우창이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광덕이 알고 있다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가 있겠나? 사주풀이는 신체에 관한 것을 논하지 않으니까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 남체녀(男體女)는 어떤지 궁금하군.”

아마도 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는 합니다만, 제자가 알고 있었던 여인은 성기만 여인이었을 뿐이고 그 외에는 모두가 남자의 몸과 마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성욕(性慾)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은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여인에게 마음이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이해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호! 그것참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그렇다면 반대로 여체이면서 남자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우창의 말에 삼진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경험을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까 문득 지난날에 만났던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겉모습은 남자도 같고 여자도 같아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수줍어하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 과연 이 사람이 남자가 맞나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자태(姿態)가 아무리 봐도 남자라고 하기도 어려운 때도 있었지요.”

에그머니나! 징그러워라~!”

자원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소름이 돋는다는 듯이 몸서리를 쳤다. 그것을 본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그 남자가 삼진에게 동성애(同性愛)를 느꼈던가 보군.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들었는데 이야기가 궁금하구나. 하하~!”

맞습니다. 동성(同性)에게서는 성욕(性慾)의 감정이 느껴지는데 이성(異性)에게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심성(心性)이 비틀린 사람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어찌나 귀찮게 굴던지 도저히 같이 잘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가서 잤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하~!”

삼진이 멋쩍게 웃으며 말하자, 자원이 그 장면을 상상해 본 듯이 말했다.

어머! 참 세상은 요지경이에요. 그 사람은 여화남(女化男)이 맞는다고 해도 되겠는걸요. 더구나 오라버니가 준수하게 생기셨으니까 여인이라면 마음이 흔들릴 만도 하잖아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자, 갈만이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면서 윤회를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전생의 업습(業習)이 남아있어서 비록 신체는 여인이지만 영혼은 남자라고 생각한 까닭일 것이라고 여겼었지요.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요조숙녀(窈窕淑女)인데 자기의 내면에는 남자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을 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니, 광덕의 주변에는 재미있는 사람이 많았구나. 하하~!”

그보다는 덕국(德國)에서는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이 아무래도 개방적(開放的)인 분위기의 사회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 싶습니다. 이곳에서는 성적(性的)인 문제에 대해서는 내어놓고 거론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여서 생각해 봤습니다.”

개방적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그런 환경은 접해보지 않아서 말이네.”

우창이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갈만이 말했다.

다른 것도 모두 그렇듯이 개방적인 사람과 폐쇄적인 사람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전부가 폐쇄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가령, 남녀가 동침(同寢)하고 나서 성생활(性生活)의 만족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여기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불경(不敬)스럽게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갈만의 말을 듣고 우창이 말했다.

, 그럴 수도 있겠네. 나라가 다르니 환경도 다를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면 부부의 백년가약(百年佳約)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다. 우리 덕국에서는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말을 하면 아마도 동물로 취급될 것입니다. 남녀가 평등(平等)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부부가 공동으로 양육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갈만의 말에 자원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참으로 많이 다르긴 하네. 여인들은 모두 덕국으로 가서 살아야 하겠어요. 호호호~!”

물론 저마다 장단점은 있습니다. 또 그렇지 않고 지독히 가장(家長)인 남자도 많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다만 남녀의 애정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겠습니다.”

우창이 갈만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전생의 업연에 의해서 신체는 여체라도 심성이 남자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기가 쉽다고 하겠네. 이것은 다른 의미로 본다면 신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덕국에서는 신체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윤회하는 영혼에 대한 관념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조부이신 갈융께서 그렇게 생각하셨고 그것을 또 글로 발표하셨기에 심리학계에서는 선구자(先驅者)라고도 하고 이단아(異端兒)라고도 하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앞서간다는 것은 그만한 보상과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지. 여하튼 윤회의 사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해결했으면 되었을 텐데 또 궁금한 것이 남았더란 말인가?”

, 스승님. 신체적으로 완전한 여체이거나 혹은 남체인 사람의 전도(顚倒)된 심성을 갖는 경우에는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전생과 금생(今生)의 삶에서 남녀가 뒤바뀌었을 수가 있다고 이해하면 되었으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차를 한 모금 마신 갈만이 다시 말을 이었다.

신체적으로도 남자처럼 생긴 몸을 갖고 있는데 마음은 여인의 성향(性向)으로 살아가는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난해한 것이지요. 겉모습은 분명히 남자인데 내면의 정신세계는 여성의 심성이라고 할 수가 있는 모습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지 한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갈만의 말에 우창이 대답했다.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주변에서도 그러한 사람이 있고, 삼진도 만났던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희소한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이잖은가? 다만 그러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전생의 업습(業習)으로 인해서 자기도 모르게 그러한 언행과 사유를 하게 될 수가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하겠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는 신체적인 비밀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갈만의 말에 우창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신체적인 비밀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지 기대가 되는구나. 어서 설명을 부탁하네. 뭔가 알고 있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말이지.”

혹시 스승님께서는 아기가 태어나면서 성기(性器)를 둘 다 갖고서 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아니, 그런 경우도 있단 말인가? 금시초문이군. 어디 자세히 설명을 부탁하네. 신기한 이야기잖은가.”

제자의 조국인 덕국(德國:독일)에는 의술이 많이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부인과(婦人科)에 대해서도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습니다. 마침 제자와 호형호제하면서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산부인과(産婦人科)를 개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 참으로 소중한 기회였구나.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가?”

신생아가 태어난다면 백 명에 다섯은 이렇게 불완전한 성기를 갖고서 출생한다고 합니다.”

아니, 그렇게나 많이 말인가?”

어쩌면 그 친구의 병원에만 그렇게 많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여하튼 상당한 신생아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갖고서 태어난다고 합니다.”

 


 

 

오호!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인걸. 그래서 어떻게 처치한단 말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부모의 의향이 되겠습니다. 아들을 원하는 가정도 있고, 딸을 원하는 가정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모의 의향을 물어서 딸을 원한다고 하면 내성기(內性器)의 상황을 살펴서 판단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궁(子宮)이 온전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난소(卵巢)는 제대로 생성이 되어 있는지를 봐서 완전하다면 일단 출산이 가능하기에 남성의 상징을 제거하고 여성으로 수술하게 됩니다.”

참으로 합리적이라고 하겠는걸. 만약에 아들을 원한다면 어떻게 하지?”

우창이 지대한 관심으로 다시 물었다. 기현주와 자원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갈만의 설명이 이어졌다.

부모가 아들로 만나기를 선택할 때는 고환(睾丸)과 정소(精巢)가 생성되어 있는지를 살피게 됩니다. 그렇게 봐서 남자의 역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렇게 한답니다.”

아니, 그렇다면 오히려 단일한 생식기를 갖고 태어나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자녀의 성별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니 말이네.”

물론 이렇게 선택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정작 성기는 온전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으로 수술하는 것도 어렵게 된 경우에는 부득이 여성으로 수술하더라도 잉태와 출산에는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줬습니다.”

그런데 말이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는데 부모의 뜻에 의해서 남자의 몸으로 바뀐다면 그에 따른 문제는 없는 것인가?”

과연 스승님은 사려가 깊으십니다. 당연히 그에 대한 과보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도 심각할 수도 있지요.”

심각하다니 어떤 경우이기에 그렇단 말인가?”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운 옷과 여성적인 용품이 좋은데 몸은 남자가 되어 있으니 성에 대한 정체성(整體性)에 혼란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그로 인해서 심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세상을 회피하고 심지어는 스스로 삶을 하직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참혹하겠습니까?”

~ 그런 일도 있겠구나. 그것은 생각지 못했는걸. 반대로 마음은 남자인데 자기의 몸이 여인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또한 기가 막힐 일이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네. 참 기가 막힐 일일 테니 말이네.”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정상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사람은 자기만 특이하다고 생각되면서 몸이 하나의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로 그렇다고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고통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네.”

더구나 남자인데 여인으로 바뀌게 되면 정상적으로 자녀를 출산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인의 몸이면서도 잉태는 할 수가 없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자궁이나 난소의 구조에 따라서 정상적인 출산이 불가능한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렇겠군. 만약에 그러한 여인을 종가(宗家)에서 맏며느리로 맞이했다면 대를 잇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그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겠네.”

문제는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불완전한 성기로 인해서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여성으로 태어나기를 원하는 부모가 있는 경우입니다. 어쩌면 제자가 말씀드린 그 친구도 겉모습은 여인의 몸이지만 남자의 골격을 갖는 것을 보면 혹 출생에서 이러한 일이 있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일생을 살면서 불행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한 평생을 자기의 몸을 원망하면서 그렇게 살다가 세상을 떠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왜 아니겠나. 아무리 마음이 주인이라고는 하지만 몸이 그러한 마음을 따라주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그러한 사정이 있는 줄은 나도 처음 들어서 놀랍기만 하군.”

우창은 물론이고 기현주와 자원도 처음 들어보는 갈만의 이야기에 숙연한 기분조차 들었다.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삼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스승님, 삼진이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무슨 말인지 기대가 되는군.”

남방의 어느 섬나라에서는 성인으로 대우를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데?”

우창이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자 삼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에서 성인으로 추앙하는 사람은 성기가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니,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양성이 있는 채로 키운다는 말인가?”

화기격(化氣格)에 대한 말씀과 광덕 선생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세상은 넓고 온갖 이야기도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만도 하구나. 그런 사람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면 뭐라고 한단 말인가?”

이름을 붙이자면 중자(中)라고 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남쪽의 그 섬나라에서는 성인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사람을 음양인(陰陽人)이라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삼진의 말에 갈만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우리 덕국에서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양성인(兩性人)이라는 뜻으로 부르는데, 결국은 음양인과 같은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비록 외형적으로는 그렇다고 하지만 내성기도 마찬가지로 양성을 모두 구족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월경(月經)도 하고 정액(精液)도 생성이 된다는 것인지가 궁금하구나.”

맞습니다. 참으로 세상은 불가사의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단순하게 성별이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것이 다수이기는 합니다만 절대적으로 무시만을 할 수가 없을 만큼의 남녀의 신체적인 특성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삶의 모습에서 어떤 의미가 되겠나?”

우창이 묻자 갈만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러한 신체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소수자(小數者)이기 때문에 올바른 대우를 받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남자든 여자든 한쪽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무리한 결정을 강요할 수밖에는 달리 선택할 것도 없지요.”

그렇다면 그것은 불행이라고 해야 하겠잖은가?”

맞습니다. 그래서 혹 자평법에서 소수의 외격(外格)이나 종격(從格)이나 화격(化格)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갈만의 말을 듣던 삼진이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 남성(男性)과 여성(女性)을 하면서 중성(中性)을 생각하다가 보니까 해마(海馬)가 생각납니다.”

해마라면....?”

우창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삼진에게 물었다.

의약품(醫藥品)의 재료(材料)가 되는 바다의 생물입니다.”

, 그렇구나. 해삼(海蔘)이 있듯이 해마도 있었군.”

해마는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수컷으로 자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새끼를 갖게 될 무렵이면 성기가 암컷으로 변화(變化)한다는 기이한 동물입니다.”

오호! 그런가? 처음 듣는 이야기네. 신기하구나.”

맞습니다. 이러한 희귀한 동물은 해마가 유일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또한 물질계(物質界)에서는 변화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 인간도 그렇게 될 수가 있을진대 하물며 다른 생물인들 그렇지 않을 까닭이 없을 테니 말이지. 그렇지만 오행의 이치에서 화기격(化氣格)은 그러한 의미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운육기(五運六氣)에서 발생한 것임을 다시 떠올려 봐야 하지 않을까 싶군.”

우창의 단호한 말을 듣고 기현주가 물었다.

동생의 말을 들어보면 애초에 종화(從化)는 오행의 상리(常理)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재론(再論)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어. 그런데 남신여심(男身女心)의 남자는 심성(心性)에서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지?”

기현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흥미가 있다는 듯이 확인하려고 우창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듣고서 우창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어 보여서 생각해 봤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우창이 말을 이었다.

만약에 자평법에서 심성(心性)을 판단할 적에 남녀를 구분해서 논한다면 누님의 말씀이 매우 타당하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성별에 따라서 구분하는 법은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남자라고 하더라도 섬세하고 치밀한 사람도 있고, 여자라고 하더라도 덜렁대고 얼렁뚱땅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것을 성의 구별로 하지 않고 십성에 따라서 판단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그것은 십성의 심리구조에서 나온 것이고 신체적인 이유에서 그렇게 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말의 영향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만 근간을 흔들 정도라고는 볼 수가 없겠습니다.”

아니, 그 짧은 시간을 잠시 생각하면서 그렇게나 많은 것을 궁리했단 말이야? 난 그것이 더 신기하네. 호호호~!”

그야 늘 생각하던 것이니까 그렇지 싶습니다. 하하~!”

갈만이 우창의 설명을 듣고는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자연의 사물에서도 그럴 수는 있다고 할지라도 갑기년(甲己年)에는 토기(土氣)가 중심을 이룬다는 논리의 실상은 없다고 보라는 뜻인지요?”

아무렴. 자연은 춘하추동(春夏秋冬)을 기준으로 삼고, 인생은 소청중노(少靑中老)를 기준으로 삼을 따름인 까닭이네. 신체적으로는 예외가 있다고 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외향(外向)과 내성(內省)이 있고, 균형을 이루면 중화(中和)가 있을 따름인데 중화를 별개로 취급할 수는 없지 않겠느냔 말이지.”

말씀 중에 소청중노는 무슨 뜻입니까?”

갈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자원이 대신 대답했다.

, 그건 소년(少年), 청년(靑年), 중년(中年), 노년(老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자연의 춘하추동과 같은 말이에요. 싸부가 줄여서 글자 맞추기 놀이를 한 것으로 보면 되겠어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갈만이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말씀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확고한 중심을 잡고서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들으니 의심할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나중에 어느 시점에서 과연 사족 선생의 종화론(從化論)이 타당하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갈만이 정리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기현주도 궁금한 것이 생겨서 우창에게 물었다.

오늘 참으로 귀중한 것을 알게 되었어. 남녀의 성별에도 그렇게 다양한 변화(變化)가 있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그러한 경우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봐도 될 거야. 앞으로 그러한 사람을 만난다면 확인해 보고 조언을 해 줄 말도 얻은 것으로 생각되네.”

당연하지요. 누님은 물론이고 우창도 그러한 경우를 만나게 되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겠습니다. 가령 남신여심(男身女心)의 경우나 여신남심(女身男心)의 소유자를 만난다면 내밀한 정황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수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적천수를 공부하다가 이렇게 생각지 못한 소식도 얻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호호호~!”

그렇습니다. 책에 기록한 선현의 가르침은 알뜰하게 새겨서 소화하고 엉뚱한 이야기는 또 그렇게 정리해서 참고한다면 좋은 가르침과 나쁜 가르침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깨달음으로 가는 디딤돌이고 바탕이 될 따름이라고 해도 되겠으니 말입니다. 하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깨달았죠. 그러면서 나는 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해봤잖아요. 내가 비록 몸은 여인이지만 마음은 과연 여자가 맞는지를 생각해 봤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그것도 알 수가 없잖아요? 호호호~!”

그러자 기현주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뭔 소리야! 누가 봐도 자원은 여신여심(女身女心)이야. 그건 내가 보증해도 되겠어. 오히려 내가 여신남심(女身男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걸. 어떻게 생각해?”

아하! 맞아요! 언니야말로 여장부(女丈夫)라고 하잖아요. 이제 보니까 언니는 여장부시니 여신남심(女身男心)이었네요. 몰랐어요. 오빠~! 호호호~!”

아니 그렇게 놀리면 쓰나! 그래도 재미는 있구나. 호호호~!”

기현주도 자원의 말이 싫지는 않아서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주방에서 아침이 준비되었다는 전갈이 왔다.

이런! 우리가 이야기에 취해서 아직 잊고 있었잖아. 정말 공부하다가 죽으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요즘은 절절하게 실감하고 있다니까. 시장하시겠네. 어서 주방으로 갑시다~!”

기현주가 앞장을 서서 식탁에 자리를 잡자 솜씨가 좋은 주방장이 구수한 탕과 강낭콩을 섞은 백반을 큰 그릇에 담아서 가운데 내어놓았다. 구수한 향을 풍기자 모두 순서대로 밥과 탕을 덜어서는 저마다의 앞에 놓고는 기현주의 말을 기다렸다.

차린 것은 별로 없지만 모두 맛나게 들어요.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주신 천지자연의 신령님께 감사드립니다.”

기현주가 이렇게 모두를 대표해서 천지의 신령님께 기도하고 나자 모두 합장하고서는 조용히 아침밥을 먹었다. 시간은 이미 진시말(辰時末)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음식이 더욱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