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 제37장. 유람(遊覽)/ 6.새로운 실험(實驗)

작성일
2023-05-25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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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제37장. 유람(遊覽) 


6. 새로운 실험(實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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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오자 유하가 잣을 갈아 넣고 죽을 끓여놓고는 우창과 진명이 보이지 않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던 차에 두 사람이 돌아온 것을 보고서야 상을 차렸다.

“스승님, 산책을 다녀오셨어요? 속이 편하시라고 아침은 잣죽을 끓였으니까 많이 드세요. 유하가 스승님께 뭘 해드릴 수가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마침 아침을 마련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죠. 호호호~!”

상을 차린 것이 즐거운지 유하는 마냥 웃으면서 좋아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15세의 소녀의 모습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할 수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었다. 진명이 새벽에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일행들에게 들려주자 모두 감탄하는 말을 한마디씩 하면서 아침을 먹었다. 특히 염재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글자를 써서 영험할 수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전해 받으셨다는 핵범전에 대해서 염재도 마음이 끌립니다. 그럴 수도 있을지에 대해서 의심도 들고요. 기회가 되면 직접 해보고 싶습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도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아마도 머지않아서 그것을 실험할 기회가 올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게나. 하하하~!”

아침을 먹고 나자 청명차관에서 직원을 보냈다. 차를 마시게 오시라는 전갈이었다. 모두 함께 호반을 걸어가면서 상쾌한 가을의 냉풍을 즐겼다. 싸늘한 바람이 기분조차도 개운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도사님들 어서 오세요. 잠자리는 편안하셨어요?”

예의 여주인 황연수가 환한 미소로 우창의 일행을 맞아주었다. 흡사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듯한 친근한 모습에서 과연 전직(前職)이 배우였다는 것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긴 하지만 이것은 꾸미기만 한 것이 아님을 모두 알고는 더욱 감동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났다. 유하가 일행을 대표해서 말했다.

“어제 언니가 주신 잣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어요. 아침을 죽으로 배 채우고 향기로운 차로 입을 즐겁게 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어요. 호호호~!”

“그래? 오랜만에 유하의 창곡(唱曲)을 들어보고 싶네. 맑은소리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듯 했는데 말이야. 호호호~!”

“그래요? 그렇다면 마음의 선인(仙人)이 되어서 「산중문답(山中問答)」이나 한 번 불러 볼까요?”

“와우~! 짝짝짝~~!!”

황연수가 환영의 박수치면서 대중을 둘러봤다. 모두 좋으냐는 의미였다. 대중들도 마다고 할 이유가 없어서 같이 박수를 치고는 유하의 노래를 들으려고 빙 둘러앉자, 유하가 약간 높은 계단에 올라가서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산중문답(山中問答)]

문여하사서벽산(問余何事栖碧山)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閒)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그대여 왜 산에 사느냐고 물었는가
빙그레 미소할 뿐 할 말이 없어라
도화는 흩날려 물결따라 아득히 흘러가니
인간의 세상이 아니라 별천지라네

청아(淸雅)한 유아의 맑은 노래가 넓은 차관(茶館)으로 울려 퍼지자 모두 마음속에 있던 번뇌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특히 황연수는 옛날의 생각이 떠오르는지 잠시 울컥하는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유하를 꼭 끌어안았다.

“고마워. 다시 희아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이렇게 유하로 거듭나서 내 집을 찾아와 주다니 정말 이것이 꿈인가 싶고 여기가 바로 별천지(別天地)인가 싶기도 하네. 호호호~!”

우창도 이렇게 상쾌한 아침을 노래 한 곡으로 시작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라도 아침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유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황연수가 탁자로 안내하고는 향기로운 차를 내어 왔다.

“귀한 손님들이 오셔서 사봉용정(獅峰龍井)을 우렸어요. 아침엔 녹차 한 잔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죠. 어제 낮에는 오룡차를 드렸는데 좀 다른 차도 좋을 것도 같았고요.”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용정차(龍井茶)가 한 모금 입안을 감돌자 정신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잡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우창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과연 명품입니다. 차향(茶香)이 아름답습니다. 하하하~!”

웬만해서는 음식에 대해서는 과찬(過讚)을 하지 않는 우창이었지만 서호(西湖)의 용정차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차를 몇 잔 마시면서 담소하는데 문이 열리면서 어제저녁에 찬관(餐館)에서 봤던 두 남자가 들어왔다. 주인이 반기면서 별도로 마련된 차탁(茶卓)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미 끓는 물이 마련되어 있었고, 점원이 차를 우려서 따라줬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 전에 우창의 일행을 보고서 목례(目禮)하자 우창도 합장으로 답했다. 두 사람이 차를 한 잔씩 마시는 것을 본 주인이 다가가서 말했다.

“잘 주무셨어요? 오늘 귀한 손님을 안내해 드릴게요. 해결하지 못한 일이 원만하게 잘 풀리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우창을 소개했다. 다른 제자들은 차를 마시면서 우창과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안녕하십니다. 어제도 뵈었으니 이제 구면이네요. 우창(友暢)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자리에 앉게 된 것도 인연인가 싶습니다. 하하~!”

“아, 우 도사님 그렇지 않아도 꼭 뵙고 싶었습니다. 소생은 오응빈(吳應賓)이고 이쪽은 주종건(周宗建)입니다. 둘이 싸우며 지낼 사이는 아닙니다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어제는 마음에 갈등이 좀 드러나게 되었던가 봅니다. 현명하신 판단으로 어려움이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오응빈이 우창의게 ‘우 도사님’이라고 하는 것은 우창이 자기를 소개하니까 성씨가 우가일 것으로 짐작하고서 한 말이었지만 우창도 구태여 바로잡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할 것인지가 당면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어제 언뜻 듣기는 했습니다만, 광산사업을 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금광(金鑛)이 있다는 말에 전 재산을 쏟아 넣다시피 했습니다만 막상 광산을 파보니까 채굴되는 금은 생각보다 훨씬 못 미쳤습니다. 그런데 도사님이시라면 이런 것은 묻기도 전에 다 본 듯이 짚어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요?”

주종건은 우창의 말을 듣자 의혹(疑惑)이 생겼는지 이렇게 물었다. 무슨 도사가 이러한 것조차도 시시콜콜하게 묻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그러자 오응빈도 의아한 표정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나이도 젊은 사람이 도사라고 하는 것도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한 표정을 보면서 진명과 현지가 내심으로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창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소생은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혹 원치 않으신다면 그냥 가셔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우창이 딱 잘라서 이렇게 말하자 오히려 두 사람이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아무것도 못 믿는 지경이 되었나 싶습니다. 실은 얼마 전에 도사라는 사람을 만나서 은자 100냥을 바치고 비방(秘方)을 했는데도 효험이 없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되었거든요. 별다른 뜻은 아닙니다.”

이렇게 말을 한 주종건이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았다. 어지간히 급하기는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아, 그러셨군요. 이해합니다. 다급한 상황을 만나 비방을 쓰더라도 혹은 듣기도 하고, 또 안 듣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연법이라고도 하지요. 우창도 비방을 해드릴 참인데 듣고 안 듣고는 또한 인연법일 따름입니다.”

이렇게 말하자 두 사람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조용히 앉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처분만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금이 나오지 않으면 폐광(廢鑛)을 하실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광산을 믿고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에게 볶여서 살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온종일 굴을 파서 금이 한 돈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만둘 수는 없는 지경입니다. 그래서 고민이 깊어지고 심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이 된 것이지요. 죄송합니다.”

주종건이 거듭 죄송하다고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어지간히 다급하기는 했던 모양이라는 생각을 한 우창이 말했다.

“만약에 금광의 사업을 계속해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묻고자 한다면 점괘를 볼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할지 갈라서야 할지를 묻는다면 두 사람의 사주를 보고 궁합을 살펴서 가부(可否)를 판단해 드릴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두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러한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법은 어떻게 해서든 사업은 해야 하고 새로운 금맥을 찾아서 투자한 사람에게 빚도 갚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도 있어야만 한다면 비방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앞으로의 운을 당겨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그만큼 해주는 사람도 기력이 소모되므로 그에 대한 비용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것을 수용하고 말고는 두 분이 의논해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오응빈이 얼른 말했다. 성품이 급한 모양이었다.

“비용은 얼마입니까?”

“은자 50냥입니다.”

“아.... 예.....”

이렇게 말한 오응빈이 마주 앉은 주종건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 방도가 없으니 우 도사님의 비방을 한 번 써보도록 하세.”

이렇게 말하자 주종건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라도 그 비용은 마련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만에 하나라도 비방조차 효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우창의 눈치를 살폈다. 속는 셈을 치고서 해도 되지만, 이미 비방의 대가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에 추가 비용도 부담이었거니와, 적지 않은 비용만 지불하고 아무런 효험도 없다면 되겠느냐는 다짐이었다. 오응빈의 말에 우창도 슬며시 오기가 생기자 도박(賭博)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도박에서 진다고 해도 우창의게는 별만 손해가 될 것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생이 제안하겠습니다. 만약에 어려운 일이 7일 이내에 해결이 잘 된다면 은자 100냥을 내시는 겁니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은자는 미리 받아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일이 이뤄지고 나서 이런저런 이유를 댄다면 하소연을 할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50냥으로 일이 이뤄지게 해드리고자 했으나 만약에 뜻대로 안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으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부담하실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시겠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현지와 진명이 속으로 쾌재(快哉)를 불렀다. 항상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말하라고 하고 그렇게 말하던 우창이 도박을 흥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염재는 내심으로 걱정이 앞섰다. 물론 황연수야말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거금(巨金)이 오가는 내기에서 자신은 구경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우창의 제안을 듣고서 깜짝 놀란 오응빈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7일이 되기 전이거나 금맥을 찾아내기 전에 우 도사께서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어쩐단 말입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은 돈만 들고 야밤에 도주라도 하게 된다면 자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말이었으니 딱히 탓을 할 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고 있던 황연수가 나섰다.

“그것이라면 제가 보증할게요. 은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이뤄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 넘겨드리겠어요. 이렇게 하면 공평하겠지요?”

평소에도 황연수의 능력과 부사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는지라 그들도 수긍하면서 말했다.

“그럼 은자는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내일 진시(辰時)입니다. 여기로 갖고 오시면 제가 광산으로 동행해서 비방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든든하고 일이 해결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일어나자 우창은 목례(目禮)하고 황연수가 두 사람을 문밖까지 배웅하고는 돌아와서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호호호~! 그냥 조금 도와드릴 방법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도사님의 능력이야 이미 믿으니까 틀림없겠습니다만, 그렇게만 된다면 개봉부가 들썩들썩하겠어요. 이것을 생각만 해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입을 다물고 있던 염재가 우창의게 물었다.

“스승님께서 이리 말씀하실 적에는 분명히 무슨 조짐을 보셨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것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아직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남아 있는 채로 우창에게 묻자 이번에는 진명이 말했다.

“스승님, 저 그림을 보셨지요?”

진명이 우창의 맞은편에 걸려있는 그림을 가리키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눈이 일제히 진명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초가집의 뜰에서 암탉이 알을 품고 있고, 병아리들이 먹이를 찾는 한가로운 농가의 풍경이었다. 그러자 황연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저 그림은 얼마 전에 차구(茶具)를 사러 갔다가 구석에 있는 그림을 봤는데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서 열 푼을 주고서 얻다시피 해서 사 온 건데요? 그게 무엇이기에 거금을 걸 정도로 대단한 그림이었나요?”

황연수의 말에 진명이 말없이 육갑패에서 한 장을 찾아서 차탁에 올려놓았다. 모두의 눈이 또 일제히 그 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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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己酉)?”

육갑패를 보면서 현지와 유하와 염재가 동시에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황연수도 간지는 알고 있어서 또 물었다.

“어머, 어제 봤던 육갑패네요. 어제는 제 손으로 뽑아서 해석해 주셨는데 오늘은 그렇게 뽑지 않고서도 어떻게 해서 답이 나오게 된 건가요? 저는 또 두 사람에게 그 패를 뽑게 해서 신기한 풀이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었거든요. 막상 그런 일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참으로 의외네요.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진명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말했다.

“초가(草家)의 지붕은 기토(己土)를 닮았어요. 색도 황색이고 둥그렇잖아요? 그리고 닭은 유(酉)가 되는데, 많은 암탉을 보면 황금알이 되는 상징이기도 해요. 특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것이 보여서 이것은 확실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지요. 닭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뱃속에서는 줄줄이 씨알들이 이어져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누런 금맥(金脈)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될 정도니까요. 이러한 것을 보신 스승님께서 확언(確言)하셨다고 이해했어요.”

이렇게 말을 마친 진명이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의게 보충해서 설명할 것이 있으신지 묻는 의미였다. 우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진명이 말을 한 그대로군. 암탉이 열 마리에 병아리는 스무 마리였거든. 그리고 둥지에 알까지 있는 것으로 봐서 지하에 들어있는 황금(黃金)은 못 되어도 300관은 족히 될 것으로 판단했다네. 그 정도라면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빚을 해결하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봤네. 그리고 잘 뒤져서 더 찾아내는 것은 또한 그들의 능력이라고 해야 하겠군.”

우창의 설명에 황연수가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많은 금이 있다면 오히려 우리가 찾는 것은 어떨까요? 그냥 그들에게 넘겨주는 것도 아깝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30근도 아니고 30냥이 아닌 300관일까요?”

그녀의 말에 유하가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호~! 언니도 참 재미있으시네요. 일단 닭과 병아리가 30마리니까 여기에서 30이 나왔겠네요. 그런데 어떻게 300관이 나왔는지는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봐야 하겠어요. 그리고 관은.... 아, 그건 정말 모르겠어요. 스승님의 말씀이 궁금해요. 호호~!”

유하가 답변이 궁하자 우창의게 슬쩍 떠넘겼다. 그것을 본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관(貫)은 관(官)과 통하고, 관(官)은 다시 관(冠)과 통하지, 그로 인해서 관(冠)이 나왔으니 닭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벼슬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계관(鷄冠)이라고도 하지 않느냔 말이지. 계관은 ‘닭벼슬’이라는 뜻인데, 벼슬을 하고 있으니까 관이라고 하겠으니 이것을 봐서 근(斤)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본 것이라네. 그리고 관보다 더 많은 양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하겠네. 마침 암탉이 흰 털을 하고 있으니 백(白)은 백(百)과 통하는지라 만약에 30이 아니라면 300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계속해서 암탉이 알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야 의혹이 풀린 유하는 다시 황연수에게 설명했다.

“언니는 우리가 캐면 어떻겠느냐고 하셨죠? 호호~! 그런데 이미 그들이 금광에 발을 담갔기에 황금은 그들의 몫인 거예요. 만약에 그들이 채굴(採掘)을 포기하고 떠나간다면 그다음에는 또 모를 일이지만요. 그리고 왜 힘들게 그러고 살아요. 그냥 이렇게 놀면서 차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과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아요? 호호호~!”

유하의 말에 황연수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웃자고 한 말이야. 누가 그런 일을 하겠어. 호호호~! 그나저나 내일 아침에 100냥의 은자를 갖고 오기는 하는 걸까?”

이번에는 진명이 황연수의 말에 답했다.

“그야 인연에 맡기는 거니까요. 인연이 닿는 것까지만 다가가고 그 이상은 하늘에 맡기는 것이라고 스승님께 배웠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이 변해서 오지 않으면 또 인연이 거기까지인 거죠. 그다음의 문제는 관심이 없어요. 다만 찾아오면 계속해서 인연이 이어지는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그런데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인연을 봐서는 반드시 올 것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호호~!”

진명이 이렇게 정리하자 모두 웃으며 차를 마신 다음에 다시 유하의 안내로 개봉의 유람(遊覽)에 나섰다. 일행이 출발하려고 하자 진명이 유하에게 물었다.

“언니, 어제 본 청명상하원도 참 볼만 했거든요. 원래는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再現)한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구예요?”

“응, 전해지는 말로는 북송(北宋)의 사람인 장택단(張擇端)이 그렸다고 하는데 그 당시의 번창했던 송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놨기 때문에 그것을 재현할 수가 있었다나 봐.”

“아, 그랬군요. 오늘 가서 구경하게 될 곳은 어딘가요? 대략 방향이라도 좀 알고 가게요. 호호~!”

“응, 오늘은 불탑(佛塔)을 보러 가려고. 구운 벽돌로 쌓은 탑인데 멀리서 보면 녹이 슨 철탑(鐵塔)으로 보여.”

“그래요? 규모가 상당한가 봐요. 어서 보고 싶어요. 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염재가 마차를 몰았다. 길이 평탄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가 있었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서 거대한 탑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멀리서 바라봐도 그 규모가 웅장했다. 철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유하가 설명하자 모두 귀담아서 들었다.

“높이는 180장(丈:55m)이나 되는 8각의 13층으로 된 전탑(塼塔)이라고 하네요. 공연하면서 종종 연극의 대사에 나오는 것이라서 외웠는데, 막상 스승님을 모시고서 둘러보면서 이렇게 유용한 지식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걸요. 호호호~!”

유하는 흥분이 되었는지 음성이 살짝 들떠있는 듯이 들렸다. 그것이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는 기분 좋게 들리기도 했다. 생동감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웅장하기에 이 탑에 붙은 별명이 바로 「천하제일탑(天下第一塔)」이에요. 공사한 기간은 3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원래는 개보사(開寶寺)가 있어서 개보사탑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철탑으로 더 유명해졌어요.”

탑을 하나 세워도 그 나라의 힘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만 이렇게까지 쓸데없이 크고 높은 것은 또 그만큼의 백성이 피땀을 흘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창은 고혈(膏血)로 쌓은 탑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높아 봐야 땅 위에서 조금 올라갔을 따름인데 이렇게나 할 필요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본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내부의 계단을 걸어가는데 유하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탑의 계단은 모두 167계단이에요. 그런데 북송(北宋)이 누렸던 기간이 167년이었어요. 그래서 후대에 누군가는 말하죠. 그렇게 명멸(明滅)하는 것도 하늘의 뜻이라고요. 어쩌면 미리 이러한 것을 알고서 탑을 지을 적에 반영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마음이 내키는 대로 공사를 했으나 그것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던 것처럼 또한 운명이었던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신기하죠? 호호호~!”

탑의 상부로 올라가서 개봉부를 내려다보니 과연 한눈에 풍경이 들어올 정도로 시원했다. 툭트인 풍경을 감상하다가 다시 탑을 내려가서는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개봉에는 엄청나게 큰 탑이 두 개가 있어요. 그 하나는 지금 가보게 될 곳인데 규모는 이 철탑보다도 더욱 크고 정교한 것으로 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이렇게 안내하여 간 곳은 번탑(繁塔)이었다. 놀랍게도 벽돌 하나하나마다 불상이 하나씩 조각되어 있었다. 유하의 설명이 이어졌다.

“번탑은 높이가 철탑보다 더 높아요. 270장(丈:80m)이나 되거든요. 이 탑은 6각으로 된 9층 탑이에요. 웅장한 자태를 보세요. 대단하죠? 호호~!”

과연 유하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탑의 내부는 정교하게 조각을 한 불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공력이 얼마나 들었을 것인지는 미뤄서 짐작할 만했다. 번탑의 옆을 돌아가자 이번에는 우왕전(禹王殿)이 나타났다. 우왕전 앞에서 유하가 염재를 향해서 말했다.

“실은 유하도 우왕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염재가 설명을 해줄 수가 있을 것도 같은데 어때?”

그러자 염재가 나서서 약간의 설명을 했다.

“우왕전(禹王殿)은 요순우탕(堯舜禹湯)의 우왕인가 봅니다.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우왕은 홍수로 범람하던 황하(黃河)를 다스려서 태평스러운 시대를 만들었다는 전설의 왕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전각까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하~!”

모두 고색창연하면서도 웅장한 개봉의 건축물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그렇게 구경하다가 저녁밥을 먹기 위해서 깨끗해 보이는 식당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