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 완전 쌩초보 제자에게 학문을 전하는 즐거움

작성일
2013-10-24 07:16
조회
4303

[609] 완전 쌩초보 제자에게 학문을 전하는 즐거움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상강이 지난 계절은 점점 깊어가는 가을로 향하고 있는가 싶습니다. 계룡산의 상부에서는 약간의 단풍 물이 보일락말락하고 있는데 원래가 단풍으로는 이름이 없는 계룡산인지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용도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달에는 특이한 방문자가 있었습니다. 사주공부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는데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봤더니 전혀 없고 그냥 왕초보사주학 의 입문편에서 오행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다가 낭월명리학당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개인지도에 대한 글을 보고서는 무작정 달려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좀 난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태에 처한 제자는 일단 거절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왜냐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내용으로 진행하는 강의를 따라잡기가 거의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제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공부를 하는데 어떤 기준이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초보에게는 초보에게 어울리는 과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처음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초보를 탈출하게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거치기 마련이라고 하겠습니다. 자평명리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 서적과 선생을 편력하면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어렵사리 초보를 탈출하여 중급자로 옮겨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지도에 대해서 안내를 하면서도 누누히 언급을 했지요. 쉬운 사주의 용신 정도는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초가 되어있지 않으면 강의를 진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차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는 것이 낭월의 생각이므로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붙잡고 시간을 물처럼 흘려보내는 것도 안타깝지만, 나이가 50이 넘어서 공부를 해 보겠다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아서 멍~하니 빛을 잃은 눈으로 낭월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한 까닭입니다.
 
  그래서 기초가 되어있지 않으면 책을 더 보고, 동영상도 보면서 공부를 좀 한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공식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이 공식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희망자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이익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사실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2. 낭월이 갖게 되는 한 가지의 희망사항
 
  어느 정도 공부가 된 사람에게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자평의 이치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적지 않은 것입니다. 그야말로 전 편에서 이야기를 한 다이아몬드의 원석을 가공하는 것과 같은 느낌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을 해 보면, 실은 원석이 아니라 어느 정도 틀을 잡아놓은 상태의 미완성 원석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름대로 틀은 잡아 놨는데 더 이상의 진전이 되지 않아서 멈추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다시 조금 더 정밀한 기술자를 만나서 비로소 그 보석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부여하고 그만한 가치를 지닌 채로 강호를 유람할 수 있을 것이니 또한 의미있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나의 희망사항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백지(白紙)와 같은 제자를 가르쳐서 빛나는 일등급의 보석으로 만들 수는 없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러니까 원석(原石)에다가 광채를 투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보석을 연마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빛을 받아서 반사하느냐는 것에 있다고 한다면 학문도 마찬가지로 얼마나 많은 관찰력으로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이아몬드를 58면으로 깍는 것도 최대한의 빛 반사를 얻기 위한 노력이듯이 사주를 가르친다는 것은 60간지(干支)의 면으로 깍아서 최대한으로 방문자의 희망사항에 교감하도록 연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부인들은 60면은 연마할 생각을 하지 않고서 황홀한 광채만 나기를 열망하고 있지요.
 
  그래서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가도 여전히 흐리멍텅한 빛만 받아들인 채로 '이것이 그것 같고' '그것도 그것같은'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보면 적당하겠습니다. 보석공부를 했더니 바로 써먹어지는군요. 사실 세계 100대 보석에 대한 사이트도 찾았습니다만 너무 길어져서 안내는 생략했습니다. 여하튼 세상만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가 싶습니다. 하하~
 
  그런데, 낭월은 왜 택도 없는 꿈을 꾸고 있었을까요? 그것은 분명히 백지상태의 초보라도 어떤 조건만 갖춰진다면 정해진 코스대로 안내를 할 경우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어떤 조건'이 문제겠네요. 그것은 바로 불타는 열정과 명석한 분석력과 강력한 흡수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러한 조건에 걸맞는 초보자가 공부를 희망한다면 반드시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기회가 오기만 기다렸던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함에 있어서 열정(熱情)이 없다면 이내 식어버리고 맙니다. 그것은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고 대부분의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는 반드시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공부로 자평명리학을 선택했고 그래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고양이가 쥐를 잡는데도 최선을 다 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열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1조건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열정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열정의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분석력(分析力)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 주면 그 이야기가 말이 되는지 아닌지를 분석하고 말이 되지 않으면 반발의 반응이 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또 외울 것이 하나 늘었군....'하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열정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분석하는 능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평소에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 것으로 비록 사주공부는 초보자라고  할 자리도 다른 분야에서 겪어 본 것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입(移入)이 가능할 것입니다.
 
  열정과 분석력이 있다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쭉쭉 빨아들이는 흡수성의 직관력입니다. 이것은 낭월의 공부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면 가장 빠른 지름길로 사주공부를 마칠 수가 있을 것이고 당연히 활용이 될 것은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있으면 좋을 것들이야 한 둘이 아니겠습니다만 최소한 이 세 가지를 갖출 수가 있다면 백지상태의 초보자라도 가르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합당해 보이는 대상자가 나타났습니다.
 
 
3. 열정과 분석력과 흡수성을 소유한 방문자
 
  공부에 대해서 의논을 하고 싶다고 하여 시간을 잡았습니다. 일종의 면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간절하게 통화를 하더라도 그것은 다 믿지 않습니다. 누구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므로 그러한 정도의 통화는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접수하는 금휘가 좀 다른 느낌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공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거부할 수 없는 느낌에 의해서 접수를 했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여느 상담자와는 좀 달랐던가 싶습니다. 여하튼 만나보자고 했습니다.
 
  만나보니 나이는 50대 초반의 남성이었습니다. 역학을 공부할 나이로는 적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느낀 감정들은 그대로 상담을 할 적에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인데 이 정도의 삶이라면 그래도 최소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만큼은 살아 왔다고 봐도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이도 공부하는데 참 중요한 요소가 되는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국영수를 하겠다면 늦어도 20대 초반이라야 적당하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나이는 합격입니다.
 
  열정은 이미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분석력이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여태 뭘 하고 살았느냐고 했더니 어찌어찌 하다가 박사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에 유학도 하고 제대로 된 박사학위도 받았답니다. 이로 미뤄서 생각해 보건대, 나름대로의 이론에 대한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여기에서 오해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것은 이 방문객아 박사라서가 아니라 삶의 나날을 진지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력은 초졸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제 직관력(直觀力)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평명리학의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왕초보사주학의 음양을 읽으니 이해가 될 것 같아서 오행을 봤는데 그 다음으로 나온 것(아마도 천간을 말 하는 듯)을 보니까 머리가 아팠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낭월의 홈페이지를 찾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개인지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읽고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답니다. 자신의 현재 수준으로는 보나마나 퇴짜를 받을 것이 빤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다가 문득 희망적인 문구를 발견했답니다. '혼자서 공부하면서 허비하게 될 시간들을 단축시켜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는군요. 그래서 불문곡직하고 전화를 하여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로 미뤄서 직관력도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상황을 잘 인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요. 원래 직관력은 우물쭈물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면접에는 합격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비록 기초는 부족하다는 말로도 적당하지 않은 상태의 아예 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받아준다면 열심히 할 것 같다고 하는데 그 정도라면 낭월도 가르쳐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4. 마침내 시작된 공부
 
  새로운 공부에 설램을 갖고 첫날을 맞이한 학생의 마음도 흥분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낭월도 약간의 흥분이 되었습니다. 과연 머리  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이 깜깜한 초보에게 넣어 줄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염려심이었고 또 그러한 것을 받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음양의 과정에서 이미 특이점은 발견되었습니다. 흔히 말하지요?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과연 처음부터 음양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리한 반문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역시 분석력은 살아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가르치는 맛이 나잖아요. 그냥 '예... 예.... 그렇군요....'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큼한 맛이 납니다.
 
  두번 째로 공부하는 시간에는 오행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오행의 상생은 아는데 상극은 모르는 겁니다. 이만하면 왜 제목에 생초보도 아니고 쌩초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아무리 초보라고 하지만 이런 초보는 보다보다 처음입니다. 그래서 종전의 지도방법과는 확연이 다른 형태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왠만하면 오행을 설명하면서도 십간이나 십성을 응용하여 설명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전혀 그러한 방식을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로지 그야말로 순수한 오행의 관계만을 설명해야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또 긴장되고 그렇기 때문에 또 즐거웠었나 봅니다. 사실 일정한 과정을 따라서 공부를 지도하기는 합니다만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제자를 만나면 신경이 살아나거든요. 그래서 가장 좋은 제자는 '스승을 땀나게 하는 제자'가 되는 것이지요.
 
  앞을 설명하면 그 다음의 2단계까지는 파악을 하고 반응이 옵니다. 그러면 낭월은 2단계를 뛰어넘어서 3단계를 설명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거니 받거니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야기는 더욱 깊어지고 사제간의 교감은 예민하게 전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 과정을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목적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멋진 한 사람의 자평명리학자가 되는 길을 쓸고 닦아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은 것이지요.
 
 
5. 당장 다음 시간이 문제입니다.
 
  낭월도 완전히 새로운 과제를 만났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천간을 공부하러 올텐데 십성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고서 어떻게 이 쌩초보를 가르쳐야 잘 가르쳤다고 소문이 날 것인지 지금으로써는 방향이 나오지 않네요. 오로지 이미 배운 오행과 음양에다가 세상의 이치만을 엮어서 천간을 설명해야 할 일이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그렇기는 합니다만 학문을 주고 받는 것이 단지 혀끝의 이론만으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서로 마주치는 눈빛에서 도가 보인다는 말을 믿습니다. 일단 시작이 되었으니까, 원하는 바의 수준까지 도달시켜주는 것이 낭월의 역할이 되었으므로 그만한 보람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부하러 와서 오행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를 했을지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오행의 개념이 깊은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천간의 깊이는 더욱 얕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궁리하고 최대한 많은 문제를 들고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지요.
 
 
  이렇게 천지분간도 못하는 제자를 만나서 요리를 할 궁리에 빠져있는 낭월입니다. 물론 하얀 천에 빨갛고 파란 염료로 염색을 하듯이 그렇게 해 볼 요량입니다. 그래서 첫걸음을 잘 뗀다면 참으로 짧은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달을 할 수 있는 방법도 하나 개척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순수한 머리에다가 자평명리학의 그림을 마음껏 그려 볼 수 있도록 방법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오행의 공부를 하러 온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음양공부는 잘 되었능교? '┼' 요게 뭡니까?"
"그야 도 아닙니까! 일음일양지위도~!"
 
 
               2013년 10월 24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