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4] 해당화의 전설

작성일
2015-08-16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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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해당화(海棠花)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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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계절이 바뀌니 조금은 선선해 졌습니다. 물론 아침 저녁이긴 합니다만 그 기온차이는 체감할 정도네요. 그래서인지 낭월도 잠시 옛 추억에 잠겨 봅니다. 어렸던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입니다.

 

1. 안면도에서의 어린 시절


낭월의 어린 시절은 안면도에서 보냈다는 것을 아시는 벗님은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2학년 때부터 6학년 까지는 창기국민학교를 다녔으니까요. 비록 섬마을의 조그만 학교였습니다만 우리가 어느 세대입니까? 베이비붐 세대 아닙니까? 교실마다 아이들은 넘쳐나서 항상 시끌벅쩍 했지요.

그렇거나 말거나 해마다 봄이 되면 꼭 가야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봄소풍이지요. 그 곳은 꼭 정해져 있었습니다. 삼봉입니다. 삼봉해수욕장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해수욕장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삼봉일 뿐입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보물도 찾고, 뜀박질도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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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삼봉에 대한 분위기입니다. 아마도 이랬을 것입니다. 그렇게 즐거웠던 삼봉도 나중에는 심드렁 했지요. "에잉~ 또 삼봉이야~~!!" 그렇거나 말거나 숱하게 많은 아이들을 넓은 곳에 모아놓고 관리하기에는 그저 그만이있을 것입니다. 그래선진 몰라도 항상 봄소풍은 삼봉이었습니다.

 

2. 여름의 삼봉은 확실히 다르다.


봄소풍의 삼봉은 별로였습니다만 여름이 되면 상황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방과 후에 바로 가도 1시간은 걸려야 하는 귀갓길을 삼봉노선으로 돌아서 갑니다. 왜냐하면 물놀이를 하기 위해서지요. 백사장에 사는 아이들은 삼봉으로 수영하러 가지 않으려느냐고 꼬드깁니다. 그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길가이고, 낭월은 활등처럼 돌아서 가야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지요. 막상 서둘러서 집에 가봐야 고추를 따야 하거나 밭에 잡초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0.1%의 고민도 하지 않고 삼봉 팀에 합류합니다.

삼봉

물론 집에 가면 추궁을 당할 각오는 애초에 하고 있습니다. 학교 끝나면 바로 오라는 말은 "공부를 마쳤으면 빨리 와서 일을 해야지~!!"로 들렸던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나머지 공부~!" 조금 더 길면 "청소~!" 더 길면 "대청소" 등등의 이유를 열 개는 더 만들어 놓고 있었으니까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냥 신나게 놀 생각만 하면 되었습니다.

책보(가방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를 바위 아래 집어 던져 놓고는 훌렁 벗은 옷으로 돌돌 말아놓은 다음에 텀벙텀벙 물로 뛰어 듭니다. 낭월의 헤엄(수영이랄 것도 없으므로)은 여기에서 습득했습니다. 만경창파에서 살아있는 파도와 함께 말이지요. 그렇게 한 참을 놀면 다들 입술이 파랗게 변합니다. 폭염 속에 추위가 찾아오는 것이지요. 그러면 모두 바위가 있는 쪽으로 모여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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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소라, 대속, 굴, 바지락 등등이 아이들 허기를 채우면서 체온이 오를 시간을 만들어 주기에는 너무도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먹이사냥을 하고 나면 다시 입술은 붉은 색으로 돌아옵니다. 그럼 또 2차의 물놀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1 시간을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이내 추워지니까 말이지요. 그럭저럭 밀물이 들어오면 이번에는 육식의 해산물을 구할 길이 없어집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지요. 우리에겐 깽마람밭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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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언덕으로 오릅니다. 그러면 빨강, 혹은 주황 빛의 아름다운 깽마람이 한가득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덜 익은 것은 노랑 색을 띠기도 합니다. 그것은 먹어봐야 맛이 없기 때문에 다음에 먹을 것으로 가만 두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잘 익은 깽마람을 양손 가득 따서는 다시 바닷물로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깽마람의 속은 먹을 수가 없거든요. 매우 깔깔한 털이 있는데 이것이 몸에 붙으면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비슷한 예로는 복숭아 털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그 농도는 열 배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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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깽마람을 딸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줄기에는 엄청 날카로운 가시들이 가득하거든요. 아이들이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이렇게도 많은 가시를 매달게 되었는지는 알 바가 없지요. 그리고 깽마람이 익어도 씨까지 먹지 못하게 털을 가득 품게 되었던 것도 당시에는 생각을 할 여력도 관심도 없었다고 하겠네요. 달싹한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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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먹고도 남은 것은 또 책보에 챙겨 넣습니다. 그것은 집에 갖고 가서 추장의 목걸이를 만들면 이게 또 너무나 멋지거든요. 그러면 동생 녀석이 탐을 냅니다. 당연히 공짜는 없지요. 가끔은 품값으로 받은 용돈을 받고 팔기도 하고, 또 가끔은 낭월에게 떨어진 노동을 넘기는 조건으로 활용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멋진 전리품이 있다는 것도 삼봉으로 가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나중에 동생녀석도 커버린 다음에는 더 이상 활용을 할 방법이 없어지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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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에는 마당가에 해당화가 있습니다. 바닷가에 갔다가 두어 뿌리 캐다 심은 것이 번식해서 지금은 한쪽을 아예 해당화로 채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여전히 깽마람이 달립니다. 물론 껄꺼러운 털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서 따 먹지는 않습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예뻐서 꽃을 보는냥으로 감상하지요. 그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그 깽마람 속에는 어린 시절의 너무도 즐거웠던 추억이 함께 있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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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도 드셨을까요? 제목이 해당화 전설인데 어째 어린 시절의 추억담만 가득하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멋진 전설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니 말이지요. 보자.... 세월로 치면.... 5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니 이만하면 짧기만 한 인생으로 본다면 충분히 전설로 쳐줘도 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하하~~

 

2. 장미와 해당화


중국어 학원에 공부하러 다닌 이야기는 아마도 아시는 벗님들이 많겠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학원에 또 가볼까 싶습니다. 뭔가 항상 부족한 30%의 느낌을 벗어나고 싶은 학습유혹이라고나 할까요? 중국방송을 보면서 귀에 들리는 말이 왜 그리도 적은지 말이지요. 그래서 조금만 더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리 다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대로 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는 여유로움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장미에 대한 단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교재의 지문은 다 잊어버렸습니다만, 장미를 매괴(玫瑰)라고 한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을 했습니다. 그때 의문이 들었던 것은 늘 의심쟁이 낭월의 천성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장미(薔薇)라는 한자가 분명히 있는데 왜 매괴라고 하는 거지요?"
선생님께 물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허무한 것이었습니다. 그냥 장미를 중국인은 매괴라고 부르니까 그렇게 알아두면 되는 것을 왜 그렇게 부르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하겠느냔 핀잔만 듣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그 젊고 예쁜 선생님은 철학자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학생이 그렇게 물어도 관심이 없었겠지요. 하다 못해 내일 알아보고 말해 주겠다고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선생도 낭월땜에 참 많이 고생했을 것입니다. 수시로 말도 안 되는 걸로 귀찮게 해 드렸으니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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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장미를 그 선생님께 보내 드리고 싶네요. 지금쯤은 아마도 북경에서 어느 아기의 엄마가 되어 있겠지만 북경에 갈 핑계가 없어서 만날 기약은 없습니다. 근데, 왜 해당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장미로 방향이 바뀌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드셨다면 약간의 상식에 대한 소득이 있으실 걸로 봐도 되겠습니다. 문제는 매괴 때문입니다.

 

3. 매괴는 깽마람이었다.


어린 시절에 그렇게도 여름철의 별미 간식으로 즐겨 먹었던 것이 매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은 언젠가 일없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입니다. 나아가서 원래 매괴는 붉은 옥으로 만든 구슬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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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석이라고도 하고 매괴석이라고도 하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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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깽마람색이 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빛깔은 돼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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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요. 이 정도의 빛이라면 깽마람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러한 것이 모두 매괴석인 것을 보면, 색은 다양하다고 하겠고, 옅은 것은 미석(美石)으로 만들어서 장식하고, 짙은 것은 이렇게 보옥으로 깎아서 장신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것이 매괴입니다.

그렇다면...... 돌발 질문입니다.

"매괴석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매괴열매가 먼저일까요?"
그야 당연히 열매가 먼저이겠지요. 모든 인공적인 물건들은 그 이름을 자연에서 따오게 되어 있으니까 말이지요. 괜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 들어갑니다.

"장미에 저런 열매가 있나요?"
예, 이것이 본 질문입니다. 오죽하면 결실이 없는 꽃이라고까지 할까요. 그것이 장미입니다. 그런데 왜 장미에 매괴라는 이름이 붙어있느냐는 것이지요. 낭월은 이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아서 인터넷의 자료를 뒤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자료를 찾다가 마침내 해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당화를 매괴화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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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네이버에서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들 알고 있는데 낭월만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자료에서는 이미 장미가 장악을 하고 있어서 해당화와 매괴의 연결점은 끊어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니까 깽마람이 매괴였고, 그것을 장미에서는 찾을 수가 없지만 어떤 이유로 장미가 매괴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4. 해당화의 전설


전설이 세 가지나 되는 꽃도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화는 그렇게 많은 전설을 갖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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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의 첫번째 전설


가장 애절한 전설입니다. 옛날이라고 하는 거야 당연하지요. 여하튼 바닷가에 오누이가 살았더랍니다. 어느 날 궁에서 궁녀가 필요했던지 찾아와서는 한 미모 했을 누나를 배에 싣고 가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동생은 울다울다 지쳐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네요. 그 울음 같은 붉은 꽃이 피어났다고 하고 그 이름이 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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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의 두번째 전설


당연히, 아주 먼 옛날에 한 쌍의 연인이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거닐면서 뭘 했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걸로 소설을 한 권 쓰면 되겠지만 그래봐야 식상한 삼류연애소설이겠군요. ㅎㅎㅎ

오호, 파도가 밀어닥쳤습니다. 파도 그거 무섭습니다. 지금도 파도에 휩쓸려서 살아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하니까요. 주로 낚시꾼들이기는 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장담할 수 없는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이 파도입니다.

여자가 파도에 휩쓸려 가는데 저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남자는 없겠지요? 암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여인을 밀치고 자신은 헤어나오질 못했습니다. 살아난 여인은 얼마나 피우지도 못한 사랑이 애절했을 것이며, 대신 죽은 남친에 대한 안타까움은 또 오죽 했겠습니까? 그렇게 흐른 눈물이 남자의 시신에 닿자마자 시신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핑크빛의 꽃이 피어났답니다. 그래서 해당화라는 이야기는 하나마나 한 군더더기네요. ㅎㅎㅎ

그래서 꽃말은 "이끄시는 대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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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의 세번째 전설


당의 현종이 사랑했던 여인이 양귀비임은 알고 계실 것이고요. 산책을 하다가 양귀비가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마침 양귀비는 전 날에 마신 술이 덜 깨었는지, 아니면 아침부터 한 잔 했는지는 알 수가 없겠습니다만, 두 볼이 발그레~ 한 채로 나타났더랍니다. 이미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현종이 보니 얼마나 예뻤겠어요.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양귀비에게 "아직 잠이 덜 깼남?" 하고 물으니, 양귀비는 "해당의 잠이 아직 덜 깨었아옵니다."라고 했다는데 그때부터 현종이 양귀비를 해당화라고 하면서 꽃말을 추가하게 되었으니 "미인의 잠결"입니다. 뭔가 느낌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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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당화의 시(詩)


해당화에 대한 시인들의 노래 인들 없겠느냔 생각으로 좀 찾아 봤습니다.

 

한용운 님의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 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뒤 동산에서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임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박홍근 님의 『이틀밖에 살지 못하는 해당화』


해당화는 동해안에 피는 꽃.
내 고향 백사장에 피는 꽃.

햇볕이 익는 유월을 안고
햇볕처럼 활활 붉게 타는 꽃.

모래알이 너무 희어서
해당화는 더욱더욱 붉단다.

발가숭이 소년들과 해당화는
한여름 동해안에 피는 즐거움.

해당화는 동해안에 피는 꽃.
내 고향 백사장에 피는 꽃.

삼봉-02

벌써 십 년 전이었군요.

감로사에서 공부하던 제자들과 삼봉에 갔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붉은 노을을 만났지요. 그것은 삼봉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노을을 바라보면서 옛날을 떠올려 봤었는데 싶어서 그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쉼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무심한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지만,
추억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이 가을에 걸린 이 시점에서 문득 깽마람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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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