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 책(冊)이란........

작성일
2015-08-07 09:20
조회
4272

[673] 책(冊)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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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정말 덥기도 많이 덥네요.

그래도 희망이 보입니다. 이제 내일 새벽이면 입추(立秋)가 된다는 것이지요. 입추가 되더라도 당분간은 더울 줄이야 누가 모르겠습니까만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으로는 이미 가을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벌써 저녁에는 왠지 가을 같은 느낌이 살포시 전달되는 것도 같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조금은 즐거워집니다. 벗님도 그러시겠지요?

오늘은 책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생각을 해 봤습니다. 수년 전에 사 놨던 사진 책을 다시 보면서 든 느낌을 적어보려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마도 벗님의 책에 대한 생각도 낭월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잠시 생각을 해 보십시다.

 

1. 책을 사는 것은 참 쉽다.


우선 책이 내 손에 있다는 것은 샀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책을 사는 것은 참 쉽습니다. 쉬워도 너무 쉽습니다. 인터넷으로 교보문고(혹은 다른 서점)에 접속해서 원하는 책을 검색하고 클릭 몇 번이면 다음 날이나 그 다음 날에는 집에 가져다 주니 이보다 더 쉬울 수가 없겠습니다.

그러나, 책을 사는데는 반드시 책값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책을 사려고 빚을 내기도 하고, 다른 곳에 쓸 것을 아껴야 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책을 사는 것이 쉽더라도 필수적으로 돈이 따라다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네요. 그래서 책을 살 형편이 되는 사람에게는 책을 사는 것이 쉽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책을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책값이 비쌉니다. "
라고 말하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책값이 비싼 줄을 아는 사람이 그래도 책을 사는 사람일 가능성이 많거든요. 책이 비싼 것이 내용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 줄은 압니다. 적어도 그 책을 내 손에 쥐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몇 권만 고르면 10만원 돈이 금새 훌쩍 넘어가버리니 말이지요. 물론 책보다 싼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책값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합니다.

그래서 책값을지불하고 샀는데 내용이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되면 책값을 밑졌다고 생각하고, 기대를 윗돌면 수지 맞았다고 생각하겠네요.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낭월의 이야기입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책을 한두 권 산 것도 아니니까 늘 그러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책은 "책값"을 한다는 생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가끔 시내에 나갔다가 시간이 남는 경우가 있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서점이기도 합니다. 뭔가 두리번거려보면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이 나면 별다방을 가신다고요?

그것도 좋지요. 시원한 곳에서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물론 그것도 적당해야겠네요. 주인의 눈치가 보인다면 이미 커피 값은 뽑았다고 봐야 하니까 얼른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압박도 무시하진 못하잖아요. 낭월은 특별히 사람을 만날 일이 아니라면 스타벅스에는 가지않게 되더군요. 가끔 땡볕에 여행 다니다가 쉬고 싶을 적에는 그 간판을 보면 반갑긴 합니다.

그래서 책을 사는 것은 참 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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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을 읽는 것은 참 쉽다.


책을 사기만 하면 뭘 하느냔 말이지요. 읽어야 책이지요. 그래서 예전에는 서책(書冊)이라고 했을까요? "글을 묶어 놓은 것" 정도로 해석이 되겠네요. 그러니까 책을 산다는 것은 글을 산다는 것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책은 일단 읽어야 합니다. 읽지 않는 책이나 읽어지지 않는 책은 그야말로 글자의 묶음에 불과한 것이네요.

여하튼 (돈만 있다면) 책을 사는 것은 쉽습니다. 문제는 읽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책을 사놓은 것 중에서 대체로 한 번 정도는 읽어 보겠습니다만, 때로는 열 쪽도 읽지 않은 책도 수두룩 합니다. 그러니 두 번, 세 번 손이 가는 책은 참으로 대단한 책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사는 것이 쉽다고 해서 얼른 사 놓고서는 막상 구입을 할 적에 가졌던 감흥이 식어지고 나면 또 언제 봤느냐는 듯이 내팽개치고는 또 다른 책을 검색하고 있는 낭월... ㅋㅋㅋ

책은 읽어야 합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요. 본전 생각이 나서라도 읽어야지요. 읽기는 해야 하겠는데 읽어지질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론 주변의 환경 때문에, 또 때로는 마음의 장난으로 그렇게 책만 펼쳐놓고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덮게 되는 책들..... 그래서 점점 좁아져가는 서가(書架), 또 책장을 사야 한다는 압박이 살금살금 다가오면 그 순간에는 괜히 책을 많이 샀다는 후회가 잠시 아주 잠깐 되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에 책을 사러 가는 낭월입니다.

적어도 책을 사는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행복하거든요. 이것은 "책 구매 중독증"일까요? 그리고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은 연인과의 만날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이나 설레기도 하잖아요. 방송에서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그러면 여지없이 배경으로 지나가는 책장을 훑어봅니다. 그리고 낭월이 읽은 책이 보이면 반갑고, 눈에 띄는 제목이 보이면 메모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여지없이 며칠 후에 집으로 배달이 되곤 하지요.

큰 마음을 먹고 책을 구입했습니다만,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이 읽어지지 않습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4천 가지도 넘을 걸요? ㅎㅎㅎ 그렇게 귀한 돈을 들여서 구입한 책인데 읽지 못하는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만, 때로는 카메라에 정신이팔려서 책은 뒷전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방문자들에게 시달려서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질 않기도 하고, 또 가끔은 딸래미가 받아 준 영화를 봐야 해서 책을 볼 시간이 뒤로 밀리기도 하네요.

그래도 대단한 결심을 한 낭월입니다. 우짠 일로 일일드라마를 끊었습니다. 그것이 한 번 눈길을 주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봐야만 하는 중독성으로 인해서 수월찮히 시간을 앗아가더란 말이지요. 물론 그것을 보면서도 얻을 것이 적진 않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시간이 그렇잖아도 부족한데 더 부족하게 부채질을 하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일일드라마는 물론이고, 수목드라마도 안 봅니다. 그러다 주말드라마도 안 보게 되네요. 이것도 도미노 현상일까요?

그래도 책을 읽을 시간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쓰는 낭월도 그러하니 직장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지친 몸으로 귀가하여 책을 붙잡고 졸음과 싸우는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한 독서애호가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 여행하는 프로그램들이 가끔 나와서 봅니다만 그 중에서도 어떤 일행은 책을 펴 들고 앉아있기도 하더군요. 그런 사람을 보면 조금은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뭔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여하튼 단 몇 줄의 글을 읽다가 잠이 들더라도 그만큼의 지식은 쌓일 것이고 그것은 삶에 어떻게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책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만 책을 읽는 것은 어렵습니다. 구입하는 것의 열 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책을 읽는 것은 참 쉽다.'냐고요? 그러니깐요. 이것은 답안지가 아니라 희망사항이라는 것을 아직도 눈치 채지 못하셨단 말인가요? 하하~

자기암시입니다.

책을 읽자...
무슨 책이든 읽자...
읽는 것이 젤로 쉽다...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 주문을 외우다가 보면 조금은 책을 읽기가 쉬워지는 것도 같더란 말이지요. 엇그제는 학교다녀왔습니다 인가.. 하는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한 친구는 휴식삼아서 수학책을 보고 있더군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같은 쉬는 시간인데 누구는 선데이서울을 보고 누구는 수학방정식을 봅니다. 철학책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겠네요. 공자님은 "바둑을 두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논어(論語)》以奕爲爲之猶賢乎己'고 하셨다니까, 낭월은 이것을 흉내내서, "광고전단지를 읽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하겠네요. 하하~ 아마도 "문자중독증"이 있나 봅니다. 병, 깡통, 박스, 어디에 있든 문자가 보이면 반갑고, 그것을 읽어보려고 끙끙대는 자신을 보면서 가끔은 쓴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여하튼 책을 읽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문득 책장을 둘러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책들만 잘 읽어도 세상을 보는 눈이 지금보다는 최소한 세 단계는 상승하겠다는 생각이지요. 책만 있으면 뭐하냔 말이지요. 읽어야 내것이 될 가능성이 있단 말이지요. 그것을 알면서도 참 맘대로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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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을 이해하는 것은 참 쉽다.


책을 읽는 것은 그래도 쉽습니다. 작가의 노력으로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혜를 담아놨으니까 읽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는 것은 쉽다고 할 수가 있겠네요. 무엇에 비하면요? 이해하기에 비하면 말이지요. 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쉬울까요? 쉽다니요~~!! 무지무지하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00번을 읽으라[讀書百遍意自見]고 선현들께서 말씀하셨잖아요. 그러고 보면 선현도 별로 암기력이 좋으셨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100번이나 읽으라고 했을까 말이지요. 하하~

그래서 또 반성합니다. 탐욕스럽게 책만 많이 사 놓고서 그 중에서 100번을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돼느냐는 것이지요. 100번이 다 뭡니까? 10번 읽은 책도 손에 꼽을 정도일테니 말이지요. 정말 곰곰 따져보니 참 좋다고 생각했던 책도 3번 읽기도 쉽지 않았다는 고백을 해야 하겠네요. 그러니 책이 너덜너덜하게 되도록 읽은 학자는 도대체 그 책을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읽고 또 읽고 했을까 싶습니다. 그것만 봐도 이미 그의 학식은 심후(深厚)하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겠네요. 혹 '위편삼절(韋編三絶)'을 떠올리셨습니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공자님은 참으로 대단한 독서광이셨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해서 책이라도 손때가 묻도록 조물조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시진 않겠지요? 이것은 인공이 아닌 자연입니다. 책이 너덜거리는 것이 자연이라고요? 사람 손을 타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인가요? 당연하지요.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절로 세월을 머금고 그렇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지요.

옛적에 어느 수행승이 산중 토굴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문득 하산을 하려고 보니까 남들에게 공부를 많이 한 것을 보여 줄만한 것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생각하다가 공부를 하면서 향을 태운 향로에 쌓인 재가 눈길을 끌었다지요. 그래서 그 향로를 짊어지고 하산을 했더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배꼽빠지게 웃었습니다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낭월도 그 화상과 다를 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뜩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무슨 전리품인냥 하고 흐뭇해 하는 마음이 없진 않으니 말이지요. 참 속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책을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온통 집중을 해서 읽다가 보면 두어 쪽은 그럭저럭 이해가 되는 것 같은데 그것도 집중력이 약화됨과 동시에 이내 흐트러져버리고는 글은 글대로 맘은 맘대로 제갈길을 가고 마는 현상이 잦아집니다. 그러다가는 아예 내용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상상으로 4차원을 누비고 다니는 공상력... 참으로 못말립니다.

요즘 책 읽기가 얼마나 좋습니까? 컴퓨터가 켜져 있으면 자동으로 사전과 지식인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키워드만 입력하면 1초도 안 걸려서 원하는 답이든 원치 않는 답이든 주루룩~ 쏟아내 줍니다. 그 중에 원하는 것만 찾아서 정리하고 넘어가면 되지요. 이렇게 이해하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아, 컴퓨터가 없어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다 찾아 줍니다. 한자부터 백과사전이 다 그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유료는 약간의 사용료를 지불하면 됩니다. 책을 읽다가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일어나서 사전을 찾아서 표제를 보고 해당 항목을 펼쳐야만 비로소 발견할 수가 있는 설명을 이렇게도 너무너무 편하게 얻을 수가 있다는 것은 예전의 학자들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에누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씹어야 맛을 알듯이 책이 아무리 좋아도 음미하지 않으면 맛을 알 방법이 없지요. 문득 몇 달 전에 일이 떠오릅니다.

어느 젊은 여성 독자가 찾아왔습니다. 상담의뢰를 했기에 뭔가 궁금한 일이 있었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주섬주섬 하더니 꺼낸 것이 《용신》이었습니다. 아마도 독자라서 낭월을 보러 가는 김에 싸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것은 낭월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느낌이 있잖아요. 감동적인 표정과 감개무량하다는 듯한 느낌... 뭐 이런 것들 말이지요.

"연예인을 뵙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뵙고 싶었어요~!!"
 

오히려 그러한 표정을 보면서 낭월이 다 숙연해 졌습니다. 이런 독자는 어떤 마음일까요? 책을 제대로 이해 한 것일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특별히 상담을 할 내용도 없었답니다. 그냥 글에 취해서 와보고 싶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항상 어줍지 못한 이야기로 수다만 떨고 있는 낭월의 글이 또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찐~~한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앞에서 느끼게 되니 그 감회는 또 남다르더군요. 그래서 공부 잘 하셔서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시라고 한 자 써 드렸습니다.

그리고 반성 했습니다. 낭월도 과연 책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적이 언제였던가 싶었던 반성이지요. 그래서 다시 독서의 발심을 했습니다. 이렇게들 열심히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를 통해서 자신을 계발하고 있는데 나도 우물쭈물하다가 뭘 얻고서 세상을 떠날 날을 맞이하겠나... 싶은 것이지요.

책을 읽기는 참 쉽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기는 매우매우 어렵습니다. 그래도 두어 권의 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이해를 잘 한 것 같아서 기특하기도 합니다. "애게~ 겨우~"라고 하셔도 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책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부라는 것이 글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고 글을 읽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책을 한 권 읽었음에도 누구는 내공이 100으로 증진되고, 또 누구는 10밖에 되지 않는 것도 저마다의 평소에 갖고 연마했던 흡수력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쓰윽~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다 이해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만 그럼에도 느릿느릿 황소 걸음으로 한 줄 읽고 하늘 보고 또 한 줄 읽고 나무 보는 낭월같은 사람도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이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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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을 활용하는 것은 참 쉽다.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래도 쉽습니다. 저자의 노력에 의해서 거의 다 씹어 놓은 것을 약간만 노력하면 삼킬 수가 있으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진짜로 어려운 것은 그렇게 얻은 지식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정말로 어렵거든요. "미쳐야 미친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잖아요? 그렇지만 스스로 여기에 동화(同化)되어서 내것으로 활용을 하지 못한다면 책을 읽은 가치는 반감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니 겨우 이해를 한 것으로 책을 다 봤다고 하기도 쑥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들.... 그렇게 맛있는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진수성찬을 대하고 앉아서 행복해 하는 낭월입니다. 어제는 도덕경을 읽고 오늘은 사진편집법을 읽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글도 이해하고 뜻도 이해했는데 왜 내것처럼 활용이 잘 되지 않느냔 말이지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알지요. 글도 알고 뜻도 알아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냔 말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나옹선사가 풀이를 했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라고. 예 그것도 알겠어요. 그런데 물처럼 살아지느냔 말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물이 도대체 뭐냔 말이지요.

집착을 버리라는 뜻일까요?
애착을 갖지 말라는 뜻일까요?
멈추지 말란 뜻일까요?
집중하여 고요하라는 뜻일까요?
쉬임없이 흘러가라는 뜻일까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말란 뜻일까요?
아니면 이것을 벗어난 다른 뜻일까요?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잘 모르겠단 말이 자꾸만 여운을 남깁니다. 그래서 보고 또 보는데도 별로 진전이 없네요. 이것이 아마도 지력(智力)의 한계가 아닐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혹 하나라도 깨달을 수가 있으려나 싶어서 자꾸만 들바다 봅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뭐가 더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사진을 찍어다 놓고서 기왕이면 잘 손질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것도 당연하겠네요. 그래서 또 편집하는 책을 봅니다. 보통은 포토샵을 봅니다만, 요즘은 동영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봅니다. 그래서 4K에 대한 정보도 봐야 하겠고, 타임랩스에도 관심이 생겨서 책을 보고 있습니다만 그게 참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해 보는 것의 차이는 늘 벌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한계인가 싶었다가도 또 다시 해보면 조금, 눈꼽만큼 좋아지는 느낌이 들면 그래도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가면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 카메라는 블루투스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다운받기도 합니다. 이런 것도 모르면 또 추세에 뒤질까봐 허겁지겁 연결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려니 그것도 또 적은 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셔터를 대신 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또 얼마나 편리하냔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하루 24시간은 너무나 짧기만 하네요.

이러자니....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고, 이렇게 사는 것이 '상선약수'일 것이라고 하고서 혼자 웃기도 합니다. 배워야 할 것은 많고, 알고 싶은 것은 더 많은데 막상 해 보면 극심한 좌절감만 돌아오는 기분을 매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을 사서 읽고 이해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활용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떠오를 밖에요. 그래서 이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떤 수단이 최선이 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하는 과정까지도 책을 살 적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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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책을 만드는 것은 참 쉽다.


책을 읽다가 보면 자신도 책을 한 권쯤 만들어 보고 샢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벗님의 생각 속에서도 그런 것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미 책을 만들어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그 책이 어떤 분야의 어떤 내용이든 간에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공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확실히 깨달으셨겠습니다. 오죽하면 아기를 낳는 것에 비유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것만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많이 읽은 사람이 책을 쓰게 되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활용의 이치까지 알아야만 비로소 책을 쓸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재창조(再創造)라고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참으로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바둑을 배우고 싶다고 하기에 이창호의 바둑 입문서를 추천해 줬습니다. 그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바둑이라는 것에 몰입해서 생각하고 그것으로 밥을 먹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젊은 감각이기조차 합니다. 책이란 것이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쓴 사람의 연령도 무시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훈현씨의 입문용도 좋겠지만 그의 제자인 이창호의 입문서가 더 좋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던 것이지요. 물론 책은 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교보문고에 검색해 보니까 그런 책이 나오기에 소개 했습니다.

뭘 믿고 책을 소개하겠습니까? 그냥 그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이렇습니다. 사진 책도 마찬가지네요. 이상벽씨도 사진책을 내고 김홍희씨도 사진책을 냅니다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역시 전문가의 안력(眼力)에 매우 큰 비중을 두게 됩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는 그 일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내용도 그만큼 절절하고 그래서 깨달을 내용도 풍부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아마추어가 쓴 책이라고 해서 그만 못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선택을 한다면 하나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책은 다시 서점으로 나가서 누군가에게 팔리게 될 것이고, 또 그 책을 산 독자는 읽을 수도 있고 서가에서 먼지만 뒤집어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책을 읽으면서 이해를 할 수도 있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책값을 논하게 됩니다. 비싸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적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비록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떤 고뇌와 경험을 집적(集積)해서 썼더라도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돈을 내고 책을 산 사람의 몫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책을 바탕으로 활용을 하는 것도 독자의 몫입니다. 낭월의 책이라면 상담을 할 수가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활용해서 상담을 해 주고 사례비를 받는다면 책값은 열 배로 뽑은 것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 자신의 책을 준비하겠네요. 이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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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책은 책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두서없이 책에 대한 생각들을 중언부언 했습니다. 오늘의 벗님은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낭월의 생각에 동조를 하실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실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은 어디까지나 책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책이 사람일 수도 없고 책이 살아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책은 출판정보에 찍힌 그 날짜 이전에 작가가 생각했던 것이라는 정도만 이해를 하면 되지 싶습니다.

낭월도 책을 읽으면서 공감(共感)도 되고, 반감(反感)도 되고, 무감(無感)도 됩니다. 그래서 공감이 되는 책은 자꾸 읽게 되고, 반감이 되는 책은 바로 덮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무감이 되는 책도 당연히 더 진도가 나가기는 어렵겠습니다. 이렇게 책도 저마다의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았다는 책도 또 누군가에게는 허접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있는 것을 보면 또한 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모쪼록 벗님께서는 또 100%의 공감이 되는 멋진 책을 만나셔서 행복한 더위의 막바지가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괜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던 것이나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또 일진이 사나워서 눈빛만 낭비를 하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하하~

 

2015년 8월 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