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 아니, 사주풀이에 물상론이 대세라고?

작성일
2016-10-27 08:07
조회
5877

[704] 아니, 사주풀이에 물상론이 대세라고?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새벽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보일러 스위치에 손이 갑니다. 어느 사이에 쌀~랑~해진 새벽 공기가 감도는 작업실을 몸이 반응하는 모양이네요. 이렇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반응하는 것이 삶인가 싶기도 합니다.

14196643338820

사주 공부를 좀 해 보신 벗님들은 아실 것입니다. '물상론'이 뭘 의미하는지를 말이지요. 사주의 형태를 자연의 사물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겠습니다. 한자로 본다면 물상(物象)이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주의 형상을 물질의 모양을 빌어서 설명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효과는 깊은 이치를 모르는 방문자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으로 매우 유효적절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낭월도 상담을 할 적에는 방문자의 이해에 대한 정도에 따라서 즐겨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fusegin1280

물상으로 간지(干支)를 설명하는 방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거의 간지보다 먼저 생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사물의 형상으로 설명을 하다가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게 된 것이 육갑(六甲)일 테니까 말이지요.

14957715

《적천수(滴天髓)》「천간(天干)」편에서도 말 하듯이,

甲을 대들보라고 하고, 乙을 화초라고 하며, 
丙을 태양이라고 하고, 丁을 등불이라고 하며,
戊를 성벽이라고 하고, 己는 전원이라고 하며,
庚은 강철이라고 하고, 辛은 보석이라고 하며,
壬은 강이라고 하고, 癸는 빗물이나 이슬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것에 갖혀서 깨트릴 수가 없으니 운명을 논함에 오류가 대단히 크다.

甲木為梁棟,乙木為花果;丙作太陽,丁作燈燭;戊作城牆,己作田園;庚為頑鐵,辛作珠玉;壬為江河,癸為雨露。相沿已久,牢不可破,用之論命,誠大謬也。

이렇게 임철초 선생이 탄식을 한 것만 봐도 당시까지 얼마나 많은 명리학자들이 현장에서 이 학문을 거론함에 있어서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로 세월을 다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다시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러서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졌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상론이 대세라니..... 문득, 철초 선생님의 탄식이 귓가를 때리는 것 같더란 말이지요.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이 함정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스르르~~ 늪에서 허우적 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37cb94ba

 

1. 물상론으로 풀이한 자신의 사주


며칠 전에 전화로 상담을 의뢰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주를 공부하기 위해서 꽤 여러 곳을 찾아다녔던가 봅니다. 그러면서 낭월에게도 감명을 의뢰했던 것이지요. 말하자면 그냥 순수하게 자신의 사주가 궁금해서 책도 보고 인터넷도 검색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辛 丁 丙 壬
丑 亥 午 子


남자의 나이가 45세쯤 되었으니 자신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 볼 시기도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것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상담도 하고 책도 보면서 운명의 조짐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야 참으로 현명한 일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 것에 대해서 대략 정리를 합니다.

imgc2a3fccbzik0zj

낭월 :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남자 : 반갑습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낭월 : 어디 살고 계세요?

남자 : 춘천입니다. 뵙고 싶었는데 너무 멀어서...

낭월 : 멀리 계시네요. 전화나 방문이나 다 같지요 뭐.

남자 : 이렇게 통화를 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낭월 : 어떻게 낭월과 인연이 되셨어요?

남자 : 책도 조금 읽었습니다. 홈페이지도 봤고요.

낭월 : 아하, 독자의 인연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용신은 어떻게 보셨어요?

남자 : 봐 주시는 분들이 木을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낭월 : 낭월이 봐도 그렇겠네요. 잘 알고 계시는 군요.

여기까지는 아무런문제가 없었습니다. 나름 책을 보고 공부를 한 손님에게는 공부의 관점을 최대한 살려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래서 본인의 의견을 물어보고 막히면 답을 드리는 방법도 종종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물어야지요.

낭월 : 이미 공부도 많이 하셨는데 그래 궁금한 것이 뭐예요?

남자 : 월간의 병화(丙火)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낭월 : 그야, 하늘같은 귀인으로 본인의 수호신이네요.

OLYMPUS DIGITAL CAMERA

이미 물상론인가요? 그렇습니다. 비유는 이렇게 활용하기에 따라서 대화의 윤활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역할을 물었기 때문에 수호신의 역할이라고 답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라도 뭔 말인지 알아 먹을 수가 있으니까요.

남자 : 저의 길을 막는 도둑놈이라고 그러던데요....

낭월 : 기본적으로야 그런 말도 나오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이해를 하셔야지요.

남자 : 지금 대세의 물상론에서 그렇게 말을 하는 걸요?

그래서 대세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물상론이 대세라니 그게 무슨 말이람.... 지금 강호에서는 물상론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그런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갔습니다.

남자 : 병화는 거대한 태양이고, 정화는 가냘픈 촛불이잖아요.

낭월 : 오호~! 그래서요?

남자 : 그러니까, 아무리 요동을 쳐봐도 남을 이길 수가 없고 당한다는 것이지요.

낭월 : 그리고요?

남자 : 시간의 신금은 보석이니까 재물 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낭월 : 오..... 끄덕 끄덕....

 남자 : 그래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러니까 월간의 병화가 겁재(劫財)라서 자신의 재물을 겁탈당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몇 군데에서 들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는 알고도 남지요. 이 정도는 벗님도 알아 볼 수 있지 싶구먼요. 그렇지요? 하하~

낭월 : 그러니까 재물 복도 많다고 들으셨단 말이지요?

남자 : 예, 그렇게 들었는데 아닌가요?

낭월 : 사실은 재물로 인해서 큰 곤경에 처할 수가 있다고 해야 하는데.....

남자 : 옛~~???? 

낭월 : 재물은 하나지만 작용은 둘 입니다. 음양의 이치지요.

남자 : 그럼 저에게는 재물이 왜 재앙인가요?

낭월 : 금이 목을 못살게 굴면 약한 불은 도움을 받겠어요?

남자 : 그야 어렵겠네요.. 그래도 용신이 의미가 없다고 해서...

낭월 : 어느 말을 믿든 그것은 자유입니다만, 참고는 하세요.

남자 :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지요.

낭월 : 재물은 밥과 돈으로 나뉩니다. 손님은 밥이지요.

남자 : ??? 너무 어려운 말씀인 것 같습니다.

낭월 : 하루에 필요한 밥은 얼마나 되나요?

남자 : 그야 밥 세 그릇이잖아요.

낭월 : 다섯 그릇이면 어쩌나요?

남자 : 쉬어버리겠지요.....

낭월 :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은 밥을 많이 쌓아놓는 겁니다.

남자 : 왜요?

낭월 : 이 사주의 오행에서 금이 하는 역할은 최악이기 때문입니다.

남자 : ........

 

2.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는 오류


결국 이야기는 간단하더군요. 십성(十星)의 단식판단(單式判斷)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이야기에 고민을 하고 있는 이 손님에게 너털웃음을 웃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믿고서 고민하고 있느냐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싶었던거 같기도 합니다.

o0720040411539698249

낭월 : 물상이 먼저일까요? 오행이 먼저일까요?

남자 : 그야 오행이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낭월 : 오행의 균형이 중요할까요? 아니면 물상의 모습이 중요할까요?

남자 : 그야 물상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됩니다.

낭월 : 그렇다면 물상은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가 보네요?

남자 : 맞습니다. 설명을 들으니까 공감이 팍팍 되고 이해하기 쉽던데요.

낭월 : 또 묻습니다. 설명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기본 이치가 중요합니까?

남자 : 그야 기본 이치가 중요하겠지요.

낭월 :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봅니까 손가락을 봅니까?

남자 :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는 바보가 어디 있겠습니까 당연히 달을 봐야지요.

낭월 : 그런데 지금 손님께서는 손가락만 보고서 고민에 빠졌던 것입니다.

남자 : 그런가요??????

낭월 : 당연하지요. 그 병화는 당신의 수호신이라고 가리키고 있잖아요.

남자 : 그래서요??????

낭월 : 아니, 생각을 해봐요. 수호신이 사기꾼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해요?

남자 : 그건 좀 이상하게 느껴지네요......

낭월 : 그래서 오행에서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적도 내 편이 되지요.

남자 : 근데 왜 다른 선생들은 그렇게 말을 할까요?

낭월 : 낭월이 다른 선생의 생각까지 들여다 볼 능력은 안 됩니다만.....

남자 : 다들 그렇게 말 하거든요....

낭월 : 아마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남자 : 예? 두 가지라뇨?

낭월 : 하나는 사주를 다른 관점으로 읽었을 경우입니다.

남자 :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낭월 : 그러니까 종격이나 그런 걸로 보고서 금수(金水)를 용신으로 보는 것이지요.

남자 : 용신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던데....

그러니깐요. 용신도 다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읽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자평명리학이 용신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만, 용신을 제외하고서 논한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논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란 말이지요.

o090006751284625533006

낭월 : 무엇을 용신이라고 하는지는 아시는지요?

남자 :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낭월 : 일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용신이라고 합니다.

남자 : 그런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낭월 : 추우면 난로가 용신이고, 배가 고프면 밥이 용신인 겁니다.

남자 :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네요.

낭월 : 당연하지요. 최신 폰을 사고 싶으면 뭐가 용신일까요?

남자 : 그야 돈이 용신이 아닐까요?

낭월 : 맞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고 쌀이 50가마니 있으면 어쩌지요?

남자 : 그러면 쌀을 팔아서 폰을 사면 되지 않을까요?

낭월 : 그것이 돈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해서 어떨까요?

남자 : 돈을 만들 수는 있지만 많이 불편하겠습니다.

낭월 : 그래서 가짜용신, 혹은 임시용신이라고도 합니다.

남자 : 그건 또 뭡니까? 이해는 되는데 논리가 궁금하네요.

낭월 : 아차~! 너무 깊은 이야기를 했네요. 그냥 흘려버리시고요. 하하~

남자 : 그리고 또 하나의 경우는 무엇일까요?

낭월 :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용신을 깨닫지 못한 선생인듯 싶습니다.

남자 : 그럴리가요? 손님도 많이 찾아가는 유명한 선생이던데...

낭월 : 물론 낭월은 모릅니다. 적어도 손님의 사주를 이렇게 평했다기에.

남자 : 그것만 보고 어떻게 알 수가 있나요?

낭월 : 선수끼리는 눈빛만 봐도 알고, 숨소리만 들어도 알 수가 있거든요.

남자 : 그러니까 물상론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낭월 : 아니지요. 이치에 맞게 사용하면 너무 편리한 연장이지요.

남자 :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요?

낭월 : 예를 들면, 목이 필요한 사람에게 숲을 찾아가는 것을 권하는 것이지요.

남자 : 그러니까 목이 필요하지만 비유를 위해서 숲을 인용하는 것인가요?

낭월 : 숲은 물상이지만 운명의 개운을 생각하면서 조언한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남자 : 아..... 뭔가 감이 잡힐 듯 합니다.

낭월 : 물상을 이용해서 설명하는 것이 용신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모른다면.

남자 : 모르면 어떻게 되는지요?

낭월 : 아무래도 사주에 목이 안 보이면 숲으로 가라고 하겠지요.

남자 : 목이 안 보이면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좋은 것 아닌까요?

낭월 : 물론 그 목이 손님의 사주처럼 필요한 것이라면 좋겠지요.

남자 : 그럼 없어도 필요없는 경우도 있나요?

낭월 : 당연하지요. 여름에 난로가 필요할까요?

남자 : 그야......

낭월 : 여름에 태어난 사주에 화가 없다고 춥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남자 : 여름에 춥다고 하기는 어렵지 싶습니다.

낭월 : 그러니까 사주에 없어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과 없어도 되는 것이 있지요.

남자 : 뭔가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는 것 같네요..... 

낭월 : 그러니까 자신의 사주에서 필요한 것은 목화(木火)입니다.

남자 : 병화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란 말이지요?

낭월 : 이제 제대로 이해를 하신 겁니다. 

이야기는 이어졌습니다만, 그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cat21

용신을 입맛대로 원하는 사람은 고르고 싫은 사람은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어떤 비유를 들어서 물상으로 설명을 하더라도 그 바탕에는 오행의 균형이 깔려있지 않으면 헛된 망언이 될 뿐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요.

이미 임철초 선생도 단지 형용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혔는데도 여전히 용신론은 간 곳이 없고, 물상으로 팔자를 풀이하여 신금이 있으면 보석이 있고, 진술축미가 있으면 논과 밭이 많다고 해석한단 말인가요? 혹세무민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 사용하면 멋진 연장도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사용하면 위험한 흉기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6

이 손님을 상담한 지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말이 떠올라서 한담으로 정리를 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렇게 간단히 언급해 봤습니다. 따지고 보면 별 이야기도 아니지요? 원래 장 그렇습니다. 별 이야기도 아닌 것을 대단한 이야기인 것처럼 떠벌이는 것이 낭월의 특기잖아요.

_DSC2160

상쾌한 가을입니다. 오행의 이치를 사물에서 찾아보면서 즐거운 공부의 나날들과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10월 2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