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6] 제자들 만나서 수다떨기

작성일
2018-05-28 06:05
조회
6011

[736] 제자들 만나서 수다떨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서울나들이를 했습니다. '제자(弟子)'라고 쓰고, '도반(道伴)'이라고 읽는 몇몇 인연들과 만나기로 번개를 쳤기 때문이지요. 어제 아침에 궁남지를 한 바퀴 돌면서도 전날의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몇 마디 흔적을 남겨볼까 싶은 마음을 일으킵니다. 벗님도 함께 한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만... 하하~!

 

1. 왕서울전(往首爾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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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둘러야 한다고 일렀건만... 맘대로 안 됩니다. 그래서 10시가 넘어서 16분도 지나서야 동네를 빠져나갔습니다. 이렇게 꿈지럭대다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눈이 돌출되게 기다리고 있을 제자들의 모습이 아른아른....

모이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모일 장소는 동국대학교 부근의 식당입니다. 남향을 할 적에는 시간에 대해서 여유를 두지 않아도 됩니다만, 북향을 할 경우에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교통상황이 내 맘과 같지 않은 까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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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서 12시 27분.

큰일입니다.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한 시간동안에 목적한 곳에 도착하려면.... 아무래도 서두르지 않은 탓이라고 해봐야 이미 소용없는 일인지라 앞길을 막아서 있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입맛만 다실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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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속도는 0km

참 기가 막힙니다. 이런 때는 30km라도 움직여 주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모처럼만에 정차류(停車流)에 섞였습니다. 그래서, 그러니까 이런 것이 싫어서 웬만하면 서울나들이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정맥류가 떠오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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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12시 49분에 남산타워를 봤습니다. 이제부터는 크게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한남대교까지가 문제니까요. 대교에 올라서 한강을 건너면서 잘 하면 시간은 맞췄다고 우겨도 될 만큼의 아슬아슬한 시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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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동국대학교 주차장에  차를 넣어놓고 서둘러서 2번 출구를 찾습니다. 시계는 이미 13시를 지나서 11분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무리 서둘러도 시간을 멈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9시에는 출발을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이미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약속시간을 어기는 것을 싫어하는 낭월은 맘이 편치 않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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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습니다. 20분이 늦었네요. 이건 이미 실패입니다. 오기로 한 사람은 모두 도착을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억쑤~로 미안스러웠습니다만, 그래도 미안해 할 수만도 없었지요. 사실 그럴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느라고 시간은 이미 잊은지가 오래였기 때문입니다.

 

2. 지기흡입전(地氣吸入傳)


대만의 불광사(佛光寺)라는 사찰에서 한국에 유학하는 대만 스님들을 위해서 마련한 적수방(滴水坊)에서 모였습니다. 식당을 겸한 담소의 공간으로 마련된 지하였고 토요일 오후라서 학생들도 없는 공간은 널널해서 좋았습니다.

접시를 보세요. 낭월이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를 알 수가 있으실 겝니다. 배도 배지만, 모처럼 대만음식의 향이 유혹을 해서 마구 퍼담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을 알고 있던 제자들도 입을 딱~~~

그렇거나 말거나 천천히 전부 다 먹었습니다. 점차로 밥통이 채워지는 만큼, 반가운 도반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현실감도 가득 채워지는 느낌을 즐기면서 말이지요. 일정을 잡아놓았는데 한 제자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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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이 말씀하셨습니다.

'배는 가득, 머리는 텅텅~!'


참 멋진 말씀이십니다. 그 어른의 수다를 듣다가 보면 참 솔직담백하고 직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곤 하지요. 배가 비면 머리가 가득해지고, 배가 가득하면 머리가 비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낭월의 망상입니다. 사흘 굶어서 담을 넘지 않을 선비가 없다고 했으니 우선 배를 채워놓아야 수다를 떨어도 기름지게 될 것이라는....

배가 채워지면 몸을 잊게 됩니다. 몸을 잊어야 머리에 집중할 수가 있으니까요. 배가 비어버리게 되면 몸에 신경쓰느라고 머리는 온통 번뇌로 가득해 집니다. 뭘 먹어야 하느냐로 시작해서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는 고민의 터널을 벗어날 수가 없음이지요.

반면에, 배가 채워지면 머리가 비어버립니다. 그러면 비로소 사유의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머리가 채워지면 일어나는 것은 두통의 부작용이 됩니다. 그래서 머리는 항상 비워놔야 합니다. 언제라도 새로운 지혜가 번득일 공간이 필요한 까닭이지요. 그래서 아마도 배는 가득 채우고 머리는 비워두라는 노자의 말씀을 도올 선생도 떠올렸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봅니다.

'虛其心, 實其腹'


'허기심하고 실기복하라'는 도덕경 제3장의 가르침입니다. 아마도 이 시대의 최고 이빨은 도올 선생과 유시민 작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가끔 해 봅니다. 그러면서 「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거든~!」이라는 교훈을 배우기도 합니다. 특히 도올 선생의 '똥 법문'은 명작이었습니다. 밥을 먹는데 똥 이야기라고요? 하하~!

원래 먹고 싸는 것은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입의 상대는 항문이거든요. 이것이 음양이란 말이지요. 그렇다면 입이 양(陽)일까요? 아니면 똥구멍이 양일까요? 음양의 공부는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가득 채운 밥통이 포만감을 느낄 적에 입안에서는 단침이 한 바퀴 훑고 지나갑니다. 소화가 잘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비로소 마음은 느긋해지고 몸을 잊게 되니 즐길 꺼리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놀아야죠. 하하~!

예? 그래서 음양이 어떻게 되느냐고요? 왜 말을 하다가 마느냐고요? 아니, 그야 생각해 보시면 알 일이잖아요? 음양의 이치란 참으로 오묘해서 벗님이 만약에 입이 양이라고 하면, 낭월은 입이 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백 가지로 댈 수가 있습니다. ㅋㅋㅋ

원래 음양공부는 역설(逆說)공부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역설의 기준을 12가지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 중에서 전후법을 적용시키면, 입은 양이고 항문은 음입니다. 오죽하면 항문의 이름이 후음(後陰)일까요. 이것이 일반적인, 그러니까 순설(順說)의 음양론입니다.

그렇다면 「역설음양론」은요? 입은 모든 것을 거둬들이니 음이고, 항문은 모든 것을 드러내니 양입니다. 이렇게도 관하는 것이 음양공부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낭월입니다. 제자들과 농담따먹기를 할 적에 이보다 더 감동받는 것도 흔치 않거든요. 그야말로 '상식파괴(常識破壞)'를 무한정으로 즐기는 것이 '도반들과의 수다'니까요. 하하~!

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 벗님도 계실랑가 싶어서 다시 추가로 보충합니다. 이 관법은 몸이 관하는 방법입니다. 사념으로 관하면 들어가는 입을 양으로, 나오는 항문을 음으로 보게 되지만 몸이 바라보게 되면 들어오는 것은 흡입하니 음이 되고, 배출하는 것은 밖으로 향하니 양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뭔가 찜찜하신가요? 그렇다면, 음식은 지기(地氣)이고 똥은 인기(人氣)라고 해도 됩니다. 「천양지음(天陽地陰)이요 지음인양(地陰人陽이니라」왜냐하면 지기가 몸으로 들어와서 인기로 변하니까요. 그래서 똥을 보면 몸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를 소상하게 알아낼 수가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신의 똥은 관찰하시죠? 그러셔야 합니다. 도올 선생이 말씀하셨습니다. 변기 물을 내리기 전에 한 번 돌아다 보라고. 몸 속이 그대로 보인다고. 하하하~!

그런데, 참 재미가 있는 것은, 말도 되지않는 궤변(詭辯)에 손뼉을 치면서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을 상대로 '헛소리 그만하고 네 자신은 뭔지를 내놔 봐라'라고 했던 것을 보면 낭월이 그를 만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입니다.

이렇게 한 끼의 식사를 마쳤습니다. 사실은 식사(食事)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먹는 것도 일이라뇨. 이게 말이 됩니까? 먹는 것은 행복이지 않습니까? 산업화 시대를 달려 오느라고 먹는 것도 일이었던 시절도 지났으니, 이제는 먹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야 '공양(供養)'이라는 멋진 말이 있긴 한데.....

예? '공양은 부처님께 올리는 걸 말하지 않느냐'고요?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공양이죠. 왜냐고요? 그야 음식을 받아 먹는 자신이 부처니까요. 여태 그것도 모르셨단 말씀이세요? 하하하~!

 

3. 수다전(數多傳)


그렇게 밥을 즐겼습니다. 행복했지요. 밥은 같은 밥이로되 누구랑 함께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꿀맛같은 밥도 있고, 소태같은 밥도 있는 법이거든요. 웬만하면 즐거운 밥상에서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거든 한 끼를 거르시는 것도 생각해 보시라고 권합니다. 그게 제대로 살로 갈 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다전이 뭐냐고요? 그냥 있어보이게 쓴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수다가 없네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다언(多言)정도가 되겠는데 그 느낌이 살지 않아서 끊임없는 무한의 숫자를 생각해서 수(數)를 취하고, 여러 입이 해가 지도록 떠들었으니 다(多)를 취했습니다. 이런 것도 역시 궤변이라고 합니다만.... ㅋㅋㅋ

 

① 태경(兌境) - 장소를 찾아 낸 공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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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련한 공간은 서울에 거주하는 태경 선생이 자원했네요. 자신은 태경(兌境)이라는데 낭월은 자꾸 태경(泰境)으로 읽습니다. 개명을 스을쩍~ 권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바꾸지 싶기는 합니다만....

어제 궁남지에서 이 풍경을 보면서 태경 선생을 떠올렸습니다. 수줍어서 맨 구석에 있으니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여인이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고..... 자신에게 맡겨 진 일이라면 거침없이 뚝딱뚝딱 해 치우는 것을 보면 또 뭔가.... 싶기도 했다가, 하늘하늘 함박웃음을 짓는 것을 보면 영판 바이올렛이 떠오릅니다.

아, 보라색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이 제자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을 붙여야 겠다고 생각해서 바이올렛입니다.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니까 보라색도 바이올렛으로 바뀌었지 싶습니다. ㅋㅋㅋ

항상 백그라운드뮤직과 같습니다. 주장은 적고, 동작은 빠릅니다. 그러니 말로 기억되기 보다는 얼굴로만 기억되기 쉬운 기묘(己卯)일주입니다. 문득 첫 만남이 떠오르네요.

낭자 : 스님 책도 봤는데 뵙고 싶어서 상담신청을 했어요. 호호호~!
낭월 : 그럼 실컷 보시면 되고, 이미 봤으니 됐고, 사주는요?
낭자 : 탑에 갖힌 공주예요~! 기묘(己卯)거든요. 호호~!
낭월 : 아, 《六甲》을 읽으셨구나.
낭자 : 그것을 읽으면서 얼마나 배꼽잡고 웃었는지 몰라요.
낭월 : 그게.... 배꼽잡고 웃을 이야기는 아닌데.....?
낭자 : 제가 옥탑방에 살고 있거든요. 호호호호~!

그렇게 만남의 인연이 되어서 공부하러 오게 되었고, 열심히 했고, 직장은 그만두고 상담을 통해서 명랑(明朗)한 에너지를 전해주라고 했건만, 다른 말은 다 들어도 그 말은 듣지 않고서 그냥 직장인으로 살면서 공부를 즐기는 아마추어입니다. 얼마 전에는 차장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문득 '오라잇~!'하는 옛날의 여성이 떠올랐지 뭡니까. 이게 낭월의 수준입니다. ㅋㅋㅋㅋ

 

② 대안(大安) -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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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선생님을 꽃으로 비유하기에는 너무나 죄송하여 더듬더듬 하다가 포룡정(捕龍亭)을 보는 순간, '옳커니~! 딱이네~!'라고 외쳤습니다. 궁남지의 중심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포룡정입니다. 호학(好學)으로 치면 해동공자(海東孔子)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 뵈었을 때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오로지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하신 큰형님 같으신 분입니다. 그래서 벗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곤 혼자 미소 짓습니다.

문득, 벽을 보니 족자가 하나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 족자의 글에 답을 할 제자들의 수준을 가늠해 보다가 대안 선생님께 화살을 한 방 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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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대안 선생님께 여쭤야지요. 이것 좀 풀어주세요.
대안 : 아이구~ 그 어려운 것을 왜 제게 시킵니까요~
낭월 : 둘러보니 해석해 주실 분이 대안 선생님 뿐이시네요.
대안 : 스님도 참.... 
낭월 : 우선,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대안 : 읽기는 법수장류(法水長流)라고 읽어야 할 것 같으죠?
낭월 : 낭월이 봐도 그렇게 보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대안 : 아니, 그렇잖아도 법수(法水)가 뭔가.... 하고 생각하고 있긴 했습니다.
낭월 : 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어서 설명해 주세요.
대안 : 자세하지는 않은데.... 예전에 어딘가에서 봤는데... 해동고승전이었나....
낭월 :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이라면 이 땅의 스님들 이야기잖아요?
대안 : 그렇지요. 아도전(阿道傳)인가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낭월 : 뭐라고 되어 있었는지요?
대안 :  ‘개전불시가람지허, 법수장류지지(皆前佛時伽藍之墟, 法水長流之地.)’
낭월 : 그렇다면 법수는 진리의 물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대안 : 그래서 또 찾아 봤더니, 불법(佛法)을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낭월 : 오호~! 그렇군요. 덕분에 또 한 수 배웠습니다. 감사~!
대안 : 원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다 알고 계시면서 괜히. 하하하~!

탁월한 기억력으로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고, 눈 앞을 지나간 것은 바로 외워버리는 능력이라도 있으신가 싶습니다. 아마도 암기하신 사주가 못 되어도 1천 개는 될 것으로 짐작만 해 봅니다. 그래서 이름만 대면 사주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거든요.

 

③진우(眞友) - 만년 청년의 호기심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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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논리와 달변으로 청중을 순식간에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리는 그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사전예고가 있었는데 제백사(除百事)하고 달려오신 열정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입니다.

그림이 까치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진우 선생은 앞에 있는 것은 뭐든 부수어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궁리의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앞에 나무가 한 그루 있더라도 나무를 향해서 설교를 하는 모습으로도 보이며 나무에게 말을 걸어서 나무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열정이 있거든요. 까치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기에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나무를 향해서 입을 딱 벌리는 순간 '샷~!'을 날렸죠. 맘에 드는 이미지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써먹으려고요. 하하하~!

낭월 : 그런데 만들어 놓은 아호는 없습니까?
진우 : 아호가 뭡니까? 이 순간까지 그런 생각은 해 보질 않았네요.
낭월 : 그러니까 말이죠. 뭐라고 하고 싶으세요?
진우 : 아직 멀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아쉬움이 없습니다. 하하~!
낭월 : 뭐 그러시다면 그냥 그렇게 즐기시면 되죠. 하하~!
진우 : 필요하면 하나 만들어서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낭월 : 요즘은 무슨 연구를 하십니까?
진우 : 아이구~ 뭐 연구랄 것도 없습니다만, 항상 어려운 것이 진학입니다.
낭월 : 학원에서 강의하시던 인연들이 계속 이어지나 보네요?
진우 : 그런가 봅니다. 각 학과들의 특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낭월 : 아니, 대충 이야기 해주면 되지 무슨 공부씩이나요?
진우 : 그래도 되는 줄은 아는데 맘이 놓이지 않아서요.
낭월 : 참 대단하십니다. 
진우 : 어느 직업이라도 필요하다면 속속들이 파봐야 시원합니다.
낭월 : 그게 상담가의 준비이긴 하지요.
진우 : 그래서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답변을 줄 수가 있으면 보람이지요.
낭월 : 각종 수험생들도 많이 상담하겠네요.
진우 : 맞습니다.
낭월 : 수험생은 정관(正官)을 위주로 보면 되나요?
진우 : 아닙니다.
낭월 : 예? 아니라면 뭘로 위주합니까?
진우 : 노량진이나 대치동을 우선으로 합니다.
낭월 : 그 말씀은.....? 아하~! 공부먼저 해 놓고 물으라고?
진우 : 바로 알아들으시네요. 맞습니다. 하하하~!
낭월 : 과연~! 하하하~!

이렇게 모임에 나타나기만 하면 기발한 관찰력과 경험담으로 족집게 경험담을 들려주는 바람에 회원들은 너무나 신나합니다. 오주괘의 통변에 대한 달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낭월도 늘 배우는 입장이거든요. 어쩌면 그렇게 깊은 통찰력을 갖고서 조심스럽게 살얼음판을 걷듯이 궁리하는지 항상 감탄을 하게 됩니다.

 

④만강(萬江) - 몸은 미국에 마음은 계룡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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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海外)에 살고 있어서 수련(睡蓮)을 떠올렸습니다. 마음은 자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싶어도 현실은 9648km밖이니 달리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LA에서 투잡을 뛰고 있거든요. 도대체 몇 리나 되나 하고 계산기를 톡톡톡.... 1만키로로 잡으면 2만5천리? 멀긴 멀구먼요. 이역만리(異域萬里)를 두 번이나 지나야 하니까 말이지요.

낭월 : 언제 귀국하실라고?
만강 : 그렇잖아도 지금 심각하게 귀국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낭월 : 뭘 심각혀. 그 노력이면 서촌쯤에 식당 차려도 되겠더구먼.
만강 : 그런데 말입니다. 딸린 숙제들이 아직 안 끝나서요.
낭월 : 직장은 그만두면 될거고.... 뭐가 문제야?
만강 : 큰 애는 대학원에 보냈으니까 해결이 된 것 같은데...
낭월 : 왜 작은 아들이 문제인감?
만강 : 예, 봄에 이야기를 꺼냈다가 얼버무리느라고 애 먹었습니다.
낭월 : 뭘 어쩌라는 겨?
만강 : 아버지가 귀국하면 자기들도 학교도 때려 치우겠답니다.
낭월 : 아이구 천기누설을 너무 빨리 했구나. 3년 후에 했어야 하는데...
만강 : 왜 아니랍니까. 그래서 일단 돌로 풀을 누르듯 해 놨습니다. 하하~!
낭월 : 그려, 가만히 있다가 해자축이 지나고 귀국하면 되겠다.
만강 : 예, 저도 그렇게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하~!
낭월 : 실험삼아 벌여놓은 한식은 하실만 혀?
만강 : 말도 못합니다. 백인들의 체질이 왜 그렇게도 부실한지....
낭월 :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만강 : 한식을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오는 것 까지는 좋습니다.
낭월 : 그려. 손님은 와야 맛을 보고 친구를 데려 오지.
만강 : 한식이 뭔지를 아는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낭월 : 그런 사람들도 꽤 있는 모양이구먼?
만강 :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습니다.
낭월 : 그렇다면 호기심으로 오는 사람이 문제구먼.
만강 : 스님께서 늘 말씀하셨듯이, 호기심으로 사주보러 오는 방문자죠.
낭월 : 아하~! 그렇군. 그래도 뭔 상관이겠어? 메뉴대로 주면 되지.
만강 : 재료 하나하나를 묻습니다. 일일이 답을 해야 합니다.
낭월 : 비빔밥에는 재료도 많을텐데?
만강 : 그것은 약과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알러지체질입니다.
낭월 : 그렇기도 하겠네. 곤란한 경험도 있었겠구먼?
만강 : 한 손님이 깨는 안 되고, 참기름은 괜찮답니다.
낭월 : 참 어렵겠구먼.
만강 : 어디에서 알러지가 나올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어렵습니다.
낭월 : 그것도 심하면 위험하다면서?
만강 : 말도 마십시오. 밥 먹다가 911을 부른 적도 있는 걸요.

사실, 이번 서울 번개는 이 친구 때문에 때린 것이기도 하네요. 모처럼 귀국했을 적에 한 번 만나서 이야기나 나누자고 벌인 일이니까요. 그래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이 흐르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⑤수경(水鏡) - 외유내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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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선생은 언제나 베시시 웃으면서 이야기에만 귀를 모으는 모범학생으로만 보이는 여성입니다. 맨 뒤에서 귀만 크게 열여놓고 있어서 흐르는 수로(水路)에 닿을 듯이 누워있는 꽃창포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제자입니다. 아직은 남들 앞에 나서서 큰 소리로 외칠 자신은 없지만, 내면에서는 이미 확고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겹쳤는가 싶습니다.

 

⑥여연(如然) - 자칭 천하일색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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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바닥을 주름잡고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확인이 쉽지 않아서 그냥 믿고 있는 활기가 넘치는 여인입니다. 불원천리하고 길치가 서울 바닥을 찾아 오느라고 고생도 많았더라는데 그래도 만나면 공기는 순식간에 솜털처럼 가벼워지고 웃음으로 넘치게 만드는 마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⑦여정(如晶) - 한손엔 만세력 한 손엔 가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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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진지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피는 여정 선생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인데도 시간을 일부러 내서 먼 걸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같지 않은 풍성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화들짝 열려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손님들과 현장에서 느끼는 경험담들로 인해서 동참한 도반들의 안목은 두 배로 늘어났을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⑧낭월(朗月) - 수다수다 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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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수다를 떨어서 스스로 생각해도 스승의 품격을 완전 까먹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웬만하면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가로채지 않는데, 어쩐 일로 이번 모임에서는 마구마구 떠벌떠벌 했습니다. 회원님들도 아마..... 귀가 따가웠을 겁니다. ㅋㅋㅋ

이쪽에 재잘재잘, 저쪽에서도 재잘재잘~~~ 그래서 수련들이 모인 사진을 자신의 모습으로 골랐습니다. 이만큼 즐거웠다는 이야기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격식도 필요없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사이들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ㅎㅎㅎ

낭월 : 태경선생, 사주를 본다는 것이 뭔 뜻여?
태경 : 간지를 적어놓고 풀이하는 거잖아요?

낭월 : 만강 선생 생각은 워뗘?
만강 : 반전무인(盤前無人)으로 사람은 의식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낭월 : 대안 선생님은요?
대안 : 도대체 무슨 뜻으로 물으시는지 모르겠으니... 하하~!

낭월 : 여정 선생은 어떻게 생각해요?
여정 : 읽는 것도 어려운데 보는 것을 어떻게 말씀드려요.

낭월 : 그럼 수경선생은 어떻게 생각해요?
수경 : 에구~ 몰라요~~!!

낭월 : 화인이도 한 마디 할쳐?
화인 : 그야, 간지를 적어놓고 5초 이내로 답을 보는 거잖아요?

낭월 : 전우 선생은 어떻게 생각해요?
진우 : 간지에 나타난 것 이외에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운을 띄어 본 것은 문득 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했던 것인데, 다들 눈치가 백단이라서 대충 얼버무리고 빨리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는 표정으로 낭월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한 마디 했습니다.

낭월 : 이전에는 사주를 척 보면 용신이 튀어나오는 거라고 했죠?
일동 : 맞아요. 그렇게 들었던 기억이 나요~!

낭월 : 그런데 며칠 전에 문득 생각해 보니까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일동 : 뭔 말씀이신지 또 놀라운 발견을 하신 모양 입니다.

낭월 : 타로를 볼 적에 느낀 건데, 첨에는 타로를 보고 설명을 하잖아요?
만강 :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배운대로 활용도 하고요.

낭월 : 그런데, 문득 이야기를 듣다가 떠오르는 카드가 있는 걸 워쪄~!
만강 : 예? 카드를 뽑은 것이 아니라 미리 이미지가 떠오른단 말씀인가요?

낭월 : 그렇더라니깐. 그래서 이것을 다시 사주에 생각해 봤지.
만강 : 그러니까..... 사주를 적지 않아도 사람을 보면 사주가 보이나요?

낭월 : 그니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십성이 보이고 용신이 보이더란....
여연 : 엄머~! 맞아요. 때로는 사주도 보지 않고 용신을 말하게 되요.

낭월 : 그렇단 말이지?
여연 : 그래서, 이년이 미쳤나.... 싶기도 한데 그게 맞다고 하니까네 뭐.

낭월 : 맞아~! 사주를 본다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지.
대안 : 그러니까 사주를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운명이 보인다는 말씀이시네요?

낭월 : 선생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대안 : 아, 막상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랬던 경험도 생각이 나긴 하네요.
낭월 : 그래서 이렇게 정리를 하자는 말씀입니다.
대안 : 한 말씀으로 정리를 해 주세요.


낭월 : 사주를 보는 것은 적기도 전에 보이는 것이라고 합시다.
진우 : 그러니까 무릎팍도사네요. 하하하~!

낭월 : 맞아요.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알아본다는 말이 그 말이죠.
여정 : 그럼 점쟁이가 따로 없네요? 호호~!


일동 : 와~! 그럴싸 해요. 하하 호호 히히~~!!

이렇게 수다를 떨다가 보니까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도 몰랐습니다. 여기에서 나눈 이야기를 다 모으면 또 300쪽짜리 책이 하나 되겠기로 이렇게 그 분위기만 전하고 긴 이야기는 가슴 속에 담아두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벗님은 어떤 벗들과 함께 하시는지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함께 공유할 인연이 다섯 정도는 있으셨으면 합니다. 그러시면 삶이 외롭거나 우울하지는 않으실 것을 보증해도 되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면서 삶의 가치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엇그제 어디에서 본 글이 떠오릅니다.

행복은 인간관계이다.
행복은 재물도 명예도 아니다.
행복은 관계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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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8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