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명리가(命理家)의 삼십육계(三十六計) 제2편 (2/2)

작성일
2017-11-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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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명리가(命理家)의 삼십육계(三十六計) 제2편 (2/2)


 

 

넷째. 혼전계(混戰計)입니다. 적이 혼란한 틈을 타서 싸우는 방법입니다.

 

19

19. 부저추신(釜底抽薪) : 끓는 솥 아래의 장작을 꺼낸다.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처음에는 항우(項羽)를 의지하면서 힘을 키우다가 항우의 수장(首將)이었던 한신(韓信)과 전략을 세우는 진평(陳平)을 먼저 자기편으로 만든 다음에 비로소 항우를 공격하여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를 이길 수가 있었는데, 이렇게 믿었던 장수들에게 배신을 당한 항우는 급기야 충신인 범증(范增)을 의심하는 바람에 화병이 들어서 죽어버리자 결국 유방에게 패하게 되었답니다.

[명리가의 부저추신(釜底抽薪)] 공부 좀 했다고 하면 난제(難題)를 물어라.

흔한 일은 아닙니다만, 가끔은 자신의 공부가 철학원 원장보다 뛰어나다는 식으로 말하는 방문자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상관빨의 허세(虛勢)’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믿고 있는 지식의 수준을 매우 신뢰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말을 듣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고객이 뭐하러 왔을까 싶지만 선생을 저울질하고 무찌르는 재미로 찾아다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차피 인생은 하품(下品)이지만 그렇다고 손님은 왕인데 함부로 대할 수는 없으니까 장작빼기로 무너뜨려야 합니다. 이건 좀 중요하지요?
이런 경우에 직접적으로 ‘어디 사주 좀 내놔 보쇼~!’했다가는 딱 걸려듭니다. 애초에 상담이 아니라 놀리려고 온 것이라니까요. 처음 목적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미 학문을 토론하러 온 것이 아니므로 학자로 대접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싸움꾼 정도로만 봐줘야 합니다. 그래서 대기묘용(對機妙用)이라고 하잖아요. 상대[對]의 수준[機]에 따라서 절묘[妙]하게 사용하는[用]것이 도(道)입니다. 쓰레기는 쓰레기 취급하고, 보물단지는 보물취급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와우~! 대단하십니다. 그 어려운 관문을 모두 돌파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애써 공부하시고 가르침을 주러 오셨으니 부디 한 수 부탁드립니다.’
기를 팍팍 살려주면 됩니다. 그래놓고 사주 하나를 척 내어 놓으면 바로 달려듭니다. 그야말로 ‘시범(示範)’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내심 ‘뽄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덥썩 물게 되어 있습니다. 무슨 사주를 내어 놓느냐고 물으신다면 재성이 없는데 부자가 된 사주, 재성이 많은데 가난하게 사는 사주, 관이 없는데 고관대작인 사주, 관이 많은데 빌빌대는 사주를 내어 놓되 유명인이라야 합니다. 가령, 박정희 사주를 내어 놓으면 거렁뱅이 사주라고 하거든요. 그때를 기다렸다가 주인공이 짜잔~ 하고 등장하는 겁니다. 그러면 기가 팍 죽죠. 빌게이츠도 있고, 뭐 저마다 알고 있는 사주 몇 개 정도는 비상용으로 도시락에 담아두시기 바랍니다. 다만 너무 유명한 사주는 상대방이 알아보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이름은 알 되 강호에 덜 알려진 사주라야 합니다. 마지막 패를 상대방이 읽어버리면 게임은 끝이잖아요?
그런데, 걱정이 되시죠? 애써서 승부수를 띄웠는데 예상치 못하게 방문자가 그것을 척척 해결한다면 어쩌지? 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미 본인보다 고수(高手)인 것이 확실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갸륵해서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 관음보살을 보낸 것이므로 바로 짜장면 대접하고 무릎 꿇어야지요. 공부에 주객(主客)이 어디 있습니까. 배울 수가 있다면 열심히 달려들어야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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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혼수모어(混水摸漁) : 고기를 잡으려면 물을 휘저어라.


조조(曹操)가 적벽대전에서 참패를 당하고 후퇴하면서 대장군 조인(曺仁)에게 손권의 침입에 대비해서 남군(南君)을 잘 지키라고 명했는데, 손권도 주유(周瑜)를 파견하여 남군을 공격하라고 하자 조인은 거짓으로 후퇴를 하면서 매복(埋伏)을 숨겨놓았다가 추격하던 주유에게 독화살을 쏘아 그것을 맞은 주유는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고, 독이 퍼지면 안 되므로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주치의 진단에 조인은 이것을 알고는 매일 주유의 진지에 몰려와서는 욕을 퍼부어 대면서 흥분시키자 주유는 말을 타고 맞싸우러 나오다가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고 오나라 병사들이 황급히 주유를 부축하여 장막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지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주유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오나라는 주유를 애도하는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자, 조인은 기쁨에 들떠서 야밤에 기습을 했고 조인의 대군이 장막을 습격했을 적에 주유의 진영은 텅 비어있자, 그제야 주유의 계책에 휘말린 것을 알고 서둘러 도망치려고 하였으나 이미 주유의 매복에 의해서 거의 전멸하고 겨우 빠져나온 조인이 남군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도망가는 것을 추격하던 주유가 남군에 도착했을 적에 성벽에는 조자룡(趙子龍)이 버티고 있다가 일격에 모두 조인을 추격하느라고 남군에는 노인들과 아이들만 있었던지라 어렵지 않게 성을 점령했으니 이것은 제갈량의 계략에서 나온 것이었답니다.

[명리가의 혼수모어(混水摸漁)] 어깃장을 놓는 고객은 정신을 혼란시켜라.

상담을 하러 와서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내어 놓고 문의한다면 왜 이런 작전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에 따라서 해결책을 제시하면 주객이 서로 즐거운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방문자는 서른여섯 종류가 있으니 하나같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을 각오해야만 상담하다가 책상을 뒤집는 충동을 피할 수가 있는 것이니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곤조곤 말을 해도 안 듣고 딴지를 걸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면 이미 상담의 목적이 아니라 시비를 걸러 온 것으로 간주해도 됩니다. 아마도 이웃 철학원에서 기를 꺾으려고 방해꾼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하는 짓을 보면 바로 파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삶을 의논하러 왔다면 절대로 그렇게 한가한 짓거리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경험이 조금만 쌓이면 바로 알아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때에 필요한 것이 혼수모어(混水摸漁)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학문을 거론하면서 정신을 빼놔야 얼른 가지요. 그것도 머리가 띵~해서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게 말이지요.
‘제갈공명의 『마상단사주법』라고 들어봤어요? 선생의 사주를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입을 함부로 놀리다가 칼을 맞는다는 「구설봉도격(口舌逢刀格)」이라고 합니다. 요즘이야 그런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말을 조심해야 이러한 액난을 면할 수가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말은 절대로 큰 소리로 하면 안 됩니다. 조곤조곤해야 상대방도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마상단사주법이 아니라 마상단시(馬上斷時)가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것의 변형이지요. 혹시라도 그 사람이 마상단시를 들어봤다면 꼼짝없이 들통이 나니까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작명하는 겁니다.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항상 구설에 휘말리기 십상입니다. 나에게 와서 이럴 적에 다른 곳에서는 어땠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면 바로 알 일입니다.
‘또 『천기핵심비요결』이라는 관상 책을 보면 선생의 입은 재앙을 부르는 입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마음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진실성이 부족해서 사귀는 사람들마다 나를 배신하고 등을 돌리며 자칫하면 모함도 당하여 관청에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요즘도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맞는 것을 봅니다. 그러니까 진중하게 언행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책은 어떻게 구하느냐고요? 아직까지 그런 책은 없습니다. 세상에 없는 책을 어떻게 구합니까? 지금 이 항목을 위해서 낭월이 지어낸 책 이름입니다. 이런 것도 처음에는 좀 서툴러서 들통이 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에 ‘낯 두꺼움 2근’만 보태면 거뜬하게 정신을 빼 놓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쁘다는 말을 듣고 얼굴 좋을 사람은 없거든요. 정신을 빼놓으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20분도 지나지 않아 그만 간다고 할 것입니다. 역시 19계의 부저추신과 마찬가지로 작전이 들통나면 짜장면에 고량주 사고 한 수 배우면 됩니다. 분명히 그러한 것을 간파한다면 고수임에 틀림 없을테니까요. 그러나 고수가 그런 짓을 할 턱이 없겠지요? 그러니까 짜장면 값이 들어갈 행운은 없을 것으로 보셔도 되지 싶습니다. 하하~!

 

21

21. 금선탈각(金蝉脱殻) : 매미가 허물을 벗고 달아난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남송(南宋)은 금(金)나라의 여진족(女眞族)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서 계속 남으로 밀려났는데, 오직 필재(畢再)라는 장군만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금나라가 계속해서 군사를 보내서 공격하자 군사가 자꾸 줄어들면서 어쩔 수가 없이 퇴각(退却)을 명령해야만 했는데 후퇴도 잘 하지 못하면 전멸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부하들에게 양들을 잡아오도록 명령했고, 그렇게 해서 잡혀 온 양들의 뒷다리를 나무에 묶고서 앞다리는 북 위에 올려놓았더니 양들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린 바람에 계속해서 북소리가 울리게 되었고, 그 틈에 군사들을 질서정연하게 후퇴시켜서 무사히 위기를 면할 수가 있었고, 금나라 군대는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양들이 지쳐서 북을 칠 힘이 없이 된 것을 알고서야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버린 다음이었습니다.

[명리가의 금선탈각(金蝉脱殻)]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며 탈출하라.

이 작전은 자기 사무실이 없을 적에나 써먹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미 철학원을 차려놓고 손님을 받았다면 이 작전은 써먹을 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노땡’이라고 들어 보셨나 모르겠네요. 사전에도 안 나오는 것을 보니 일종의 은어(隱語)인가 싶기도 하네요. 길가나 시장 골목에서 좌판을 벌이고 앉아서 토정비결(土亭秘訣)이나 택일을 해 주는 떠돌이 철학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노땡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크게 보면 세 가지 정도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겠습니다. 노땡을 무엇보다도 임상경험의 기회로 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직 상담실을 차릴 자신은 없고, 우선 경험을 쌓아야 하겠다는 ‘견습도사’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낭월도 수원에서 원천유원지를 찾아갔었던 것도 이 노땡이라도 해볼까 하고 갔었던 건데 물론 전을 펴지 못하고 말았었지요. 이때에 삼십육계(三十六計)를 알았더라면 전을 펼 수도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당시에도 이렇게 따져 물을 적에 답을 하지 못해서 얼굴만 벌겋게 되는 창피스러운 상황을 당할까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또, 실력은 이미 쌓았지만, 상담실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면 도리 없이 ‘길거리도사’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공원 입구에 가면 서너 명이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축제하는 곳에 가면 쉽게 만날 수가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실력도 쌓고 돈도 벌어서 안정된 사무실을 마련한다면 그것도 작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강호에서 내공을 쌓는다면 손님으로 인한 두려움은 쉽게 극복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천성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경우입니다. 그야말로 ‘낭만도사’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낭월도 가끔은 문득 만세력 하나 들고 집을 나서고 싶은 충동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홍성 장날, 광천 장날을 찾아서 시장거리 한 모퉁이에서 ‘사주봅니다’를 써 붙여 놓고서 손님들이랑 1만 원짜리 한 장으로 대화를 즐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더란 말이지요. 그런데 마음만 먹었지 실행을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도 쉽지 않네요. 하하~!
아, 이야기가 엇길로 나갔네요. 정말로 확실한 고수, 거북한 고수를 만났을 적에는 금선탈각(金蝉脱殻)의 신공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엉뚱한 길로 흘렀네요. 자, 해결책입니다. 상담을 하다가 앞에 장벽이 가로놓은 것 같은 느낌이 팍 들 때가 있습니다. 마치 ‘그 정도의 실력으로 사주를 본다고 앉아 있는가?’라고 따지기라도 하는 듯이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데 차마 자존심(自尊心)이 상해서 그렇게는 할 수가 없을 적에 전화가 온 시늉을 하면 됩니다. 그래놓고는 ‘아 잠시만 실례합니다. 긴급한 통화라서요...’하면서 자리를 뜹니다. 손님은 멍~하니 닭 쫓던 개처럼 5분 정도만 앉아있으면 지루해져서 인내심의 한계가 옵니다. 그러면 그만 일어나서 휭~하니 가버립니다. 확실하게 떠난 것을 멀리 골목 모퉁이에서 확인하고는 슬금슬금 돌아가면 됩니다. 비겁하다고요? 물론이지요. 그러니까 이런 꼴을 안 당하려면 열심히 공부하면 됩니다.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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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관문착적(關門捉賊) : 문을 잠그고 도적을 잡는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진(秦)과 조(趙)가 사투(死鬪)를 벌였던 장평(長平)의 전투에서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장평에서는 당시에 조나라의 명장이었던 염파(廉頗)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니, 염파는 진의 군대가 월등히 많은 것을 알고서는 성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아서 몇 달이 지나도 함락을 시킬 방법이 없자, 이간질을 시켜서 결국 조나라 왕이 염파를 의심해서 쫓아내고 그 자리에 조괄(趙括)을 임명했는데, 그는 전쟁에는 문외한이어서 공을 세우기만 급급하여 염파의 용맹한 군사들을 제거하는데 열을 올렸답니다.
처음에는 진나라와 전투에서 승전을 올리자 기고만장해서 조나라의 40만 대군에게 진격을 명했고, 진나라의 군대는 정신없이 도망가는 것을 맹렬히 추격하여 공을 세울 마음만 가득하던 차에, 후방에서 진나라의 공격을 받았다는 급보를 접하고는 즉시로 뒤를 막으라고 했지만 이미 군량(軍糧)은 바닥이 나고 포위되어서 서로를 잡아먹는 상황이 발생했을 정도인데, 조괄은 자신이라도 살아보자고 결사대를 만들어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화살에 맞아서 죽었고, 군대도 전멸하게 되었답니다.

[명리가의 관문착적(關門捉賊)] 부적이든 굿이든 끝장을 보라.

명리가의 일이랄 것이 뭐 있겠습니까만,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주만 봐서는 못 먹고 산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껏 호구처럼 보이는 고객을 만나서 좀 벗겨 먹으려고 비방(秘方)을 제시했는데 곰곰 생각하다가는 ‘집에 가서 생각해 보고 꼭 다시 올께요~!’하고 가버리면 끝입니다. 다시는 그 사람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순진하게도 다시 온다고 했다는 말만 믿고 기다리고 있는 선생도 없진 않을 것이니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름을 바꾸라고 했거든 개명료를 받아놓고, 굿을 하라고 했거든 계약금이라도 받아 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삶이 허겁지겁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이런 일은 벌이지 말고 문을 닫아 걸 필요도 없겠습니다만, 저마다 사정은 있기 마련이고, 그래야만 한다면 확실하게 일을 벌여서 끝장을 봐야 합니다. 그래야 계약금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일을 해 볼 궁리라도 할 테니까요. 이런 일에는 무속인들이 전공입니다. 물론 일부(一部)라고 해야 하겠네요. 모두 다 그런 것은 분명히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둠으로 해서 이로 인한 상처를 받으실 선량한 분들께 위로를 드립니다.
굿을 하라고 하면 보통 경계를 합니다. 하도 당해봐서 다들 알고 있죠. ‘돈을 뜯어 먹으려는 수작(酬酌)’을 하고 있는 의도를 대부분 눈치를 채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하겠다고 하고 나가는 뒤통수에 대고 또 한 마디 합니다. ‘한다고 했다가 하지 않으면 성주대신이 노하셔서 액운이 더 빨리 찾아 올껴~!’라고요. 이런 말을 들으면 참 소름이 끼칠 수도 있겠지요? 뭐든 일을 벌였으면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야지요. 프로의 자존심을 걸고 확실하게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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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적은 사귀고 가까운 적은 공격한다.


전국(戰國) 말기(末期)에 진(秦)나라 소왕(昭王)은 주변의 여섯 나라를 통일하기 위해서 공격할 준비를 하는데 먼저 가장 큰 제(濟)나라를 치려고 하자 참모인 범휴(範睢)가 말하기를, ‘제나라는 강하고 멀리 있어서 공격하려면 먼저 한(韓)과 위(魏)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군대를 적게 파견하면 이기기 어렵고, 많이 파견해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통치하기가 또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멀리 있는 제나라와는 제휴를 하고 가까이 있는 한과 위를 공격해서 점령한 다음에 제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소왕도 그 말을 받아들여서 그대로 실행에 옮겨서 주변 여섯 나라를 모두 통일하고 패권을 장악했답니다.

[명리가의 원교근공(遠交近攻)] 가까운 동업자는 공격하고 먼 동업자는 잘 지내라.

원교근공을 적용시키기에는 고객과의 대입은 어려워보여서 동업자를 끌어다 붙여 봅니다. 동업자는 경쟁자이기도 하므로 큰 관점에서는 전쟁터에서의 적과도 같다고 할 수가 있으니까요.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도 우선은 같은 학생이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고 하겠으니 너무 야박하다고 할 것만도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군자(君子)가 취할 바는 아니므로 단도제(檀道濟)가 알려주는 방법이라고 해서 모두 다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면 부득이 사용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사실 동업자를 공격한다는 것이 썩 품격이 있어 보이지 않죠?
실제로 이러한 방법은 잘들 활용합니다. 앞의 철학원도 비난하고, 뒤의 철학원도 헐뜯고, 왼쪽의 철학원이든 오른쪽의 철학원이든 가리지 않고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점잖은 학자의 체면에 같이 싸울 수는 없습니다만 하도 심하게 굴면 이빨에는 이빨로 받아치는 것도 생존시장에서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쓰고 싶지 않은데 상대가 먼저 선수를 치면 참을 수가 없으니까 받아지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기왕 잡을 바에는 관문착적(關門捉賊)의 전략으로 끝장을 내야 합니다. 다시는 씹지 못하게 말이지요. 하하~!
대만의 어느 선생이 말했습니다. ‘박 선생이 대만 사람이라면 이런 것은 전수하지 않을 거요.’라고 말이지요. 원교(遠交)의 의미도 이런 것이려니 하면 되겠습니다. 멀리 있는 경쟁자나 동업자는 다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법이라고 하더라도 아낌없이 마구 줘도 된다는 이치라고 보면 이미 그 선생도 삼십육계(三十六計)를 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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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가도벌괵(假道伐虢) : 길을 빌려서 적을 공격한다.


기원전(紀元前) 658년 봄에 진(晉)나라의 왕 헌공(獻公)이 주변의 약한 나라였던 우(虞)와 괵(虢)을 점령하기로 작정하고, 재상인 순식(荀息)에게 의논하자, 우선 괵(虢)을 공경하러 가는데 길을 빌리자고 하면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좋은 계책이긴 하나 듣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우나라 왕의 재물을 탐하는 자라서 귀한 것을 줬다가 돌아오는 길에 점령하고 다시 찾아오면 되니까 아까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해 주자, 먼저 진나라의 특산품인 국보옥(國寶玉)과 천리마(千里馬)를 우나라에 선물을 보내면서 괵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니까 길을 좀 빌려 달라고 했고, 역시 계획대로 우왕은 선물을 탐하여 길을 빌려줬는데 즉시로 우나라를 지나 괵나라를 멸망시키고는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 마저 멸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에 선물로 줬던 국보옥과 천리마까지 다시 빼앗아 왔답니다.

[명리가의 가도벌괵(假道伐虢)] 먼저 수법(手法)을 배우고 뒤에 공격하라.

우아~! 참 어렵습니다. 가도벌괵을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 것인지를 곰곰 생각해 봐도 뚜렷한 해답이 안 보여서 말이지요. 그래서 궁리를 한 끝에 이렇게 해결을 봤습니다. 그러니까 이웃 철학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고객과 논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봐서 동업자의 문제로 전환시켜서 판단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업자가 이웃에 있으면서 자꾸만 영업에 방해를 하고 있다면 짜증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래서 공격을 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딱 이 대목에서 무릎을 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선물을 싸들고 갑니다. 남자라면 비싼 술이나 귀한 약재를 들고 가야 효과가 있습니다. 여자라면 돈이 가장 약발을 잘 받을 것입니다. 다만 우아하게 줘야 속셈이 들통 나지 않으므로 이 방면에서는 낭월보다 잘 알고 계실 것으로 봐서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괜히 돈만 버리고 소득이 없으면 어쩌느냐고 걱정하신다면, 순식이 한 말을 그대로 들려드립니다. ‘지금 투자하는 것은 나중에 다 회수하고도 남을 겁니다.’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해서 상대가 맘을 열고나면 그 다음은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몰아쳐서 핵심을 뽑아내야 합니다. 완전하게 다 털었다 싶으면 비로소 자기 메뉴판에 그 선생의 비법을 모조리 적어놓으면 됩니다. 여기에다가 자신의 공부까지 얹었으므로 확실하게 내공은 증진(增進)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서야 자신이 당한 것을 알고 또 그 선물들을 들고 와서 비법을 묻는다면 그대로 고스란히 받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비법도 전해 주느냐고요? 그야 알아서 하시고요. 하하~!
다섯째. 병전계(倂戰計)입니다. 내가 불리할 경우에 적군과 연합하는 작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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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투량환주(偸梁換柱) :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


제2의 손자(孫子)라고 불리던 병법의 대가인 손빈(孫臏)이 위(魏)나라에서 경쟁자이면서 왕의 신임을 받고 있던 방연(龐涓)의 모함을 당해 무릎 뼈가 잘리는 형벌을 받은 후에 미친 사람처럼 행세하면서 저잣거리를 돌아다니자 제(濟)나라 왕은 그를 구출해서 군사(軍師)로 삼기 위해서 계략을 진행했는데, 우선 외교관들을 위나라로 보내어 손빈을 데려오기 위한 협상을 하는 한편으로 암암리에 몰래 손빈을 찾아서 구출할 계획을 진행했으니, 손빈을 닮은 사람에게 손빈이 입고 다니던 누더기를 입히고 얼굴에는 검정을 발라서 절룩거리면서 돌아다니게 하는 사이에 한밤중을 틈타서 손빈을 몰래 마차에 태우고 짐 속에 숨겨서 제나라로 데려왔지만 손빈을 감시하던 책임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가짜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가 손빈의 옷이 강가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자살했다고 보고했지만 이미 가짜도 제나라로 돌아간 후였답니다.

[명리가의 투량환주(偸梁換柱)] 비전(秘傳)을 빌려다 복사하고 돌려주라.

어차피 그런 겁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이 말이지요. 내가 모르고 있는 절묘(絶妙)한 비법을 갖고 밥벌이를 잘 하고 있는 고수가 있다면 찾아가야지요. 그리고는 입에 침이 마르게 찬사(讚辭)를 보낸 다음에 하루만 빌려보고 고대로 돌려 드리겠다고 하면서 상당히 비싼 선물을 챙기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몇 백 만원이라도 아끼면 안 됩니다. 이것은 흡사 가도벌괵(假道伐虢)의 작전과 유사합니다. 가도벌괵은 직접 전수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책을 빌려오는 것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옛날에는 밤을 새워서 베꼈습니다. 이것은 풍수학의 대가인 심소훈(沈紹勳) 선생이 대가를 찾아가서 『음양이택록험(陰陽二宅錄驗)』이라는 책을 하룻밤만 발려 보자고 하면서 거금을 내자 의심이 많은 그 대가도 하룻밤에 베끼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빌려준 것을 밤새워서 모두 베끼고 돌려준 다음에 그 내용을 토대로 현공풍수(玄空風水)의 명저(名著)인 『심씨현공학(沈氏玄空學)』을 선생의 아들인 심죽잉(沈竹礽)과 저술하면서 모두 공개해 버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낭월도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은 모조리 설명하기로 작정했던 계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은 복사하면 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빈을 구출한 제나라 왕처럼 자신의 학문(學問)이나 학술(學術)의 완성을 위해서 이 정도의 노력은 해도 된다고 보겠습니다. 결국은 아는 놈이 장땡인 것입니다. 모르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니까요. 학문에 대한 욕심이라면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낭월입니다. 다만, 과연 투량환주를 거론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보물이 있을지는 또 다음 문제겠습니다. 예전에 어느 지인이 해준 말에, 자기에게 3천만 원짜리 비법이 있다고 뻥을 치는데 막상 구해서 보니까 낭월의 강의록을 짜깁기한 것이더라는 경험담을 누군가 전해줘서 들었던 생각이 나서 말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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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지상매괴(指桑罵槐) : 뽕나무를 가리키면서 회나무를 욕한다.


전국(戰國)의 말기(末期)에 제나라는 천하를 통일하려고 수없이 많은 전쟁을 했지만 항상 뜻과 같이 되지를 못하자, 재상인 안영(晏嬰)에게 해결책을 물었고, 안영은 뛰어난 장수가 없어서 그렇다는 답을 하면서 비록 출신은 볼 것이 없었지만 뛰어난 능력이 있는 전양저(田穰苴)를 천거했고, 왕은 즉시에 대장군에 임명했으나 부하들이 얕보고 말을 따르지 않자, 전양저는 왕에게 관리할 사람으로 왕이 아끼는 사람을 부탁함으로 왕은 아끼는 장가(庄賈)를 감독관(監督官)으로 파견했는데, 전양저가 내일 오시(午時)에 훈련이 있으니 감독관께서는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얕보고 있던 장가는 해질녘이 되어서야 술도 덜 깬 채로 나타났으니 이에 엄중하게 군명(軍命)을 어긴 죄를 물어서 목을 쳤고, 왕이 살려주라고 간곡하게 부탁해도 듣지 않는 것을 본 군사들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훈련에 임하게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이웃 나라들도 결코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침공하는 일이 없어졌답니다.

[명리가의 지상매괴(指桑罵槐)] 다른 상담사례를 빙자하여 꾸짖어라.

이러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정말 답답해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 줘도 알아듣지 않고는 자기가 원하는 답만 요구하는 사람들 말이지요. 이런 사람에게는 지상매괴가 효과적이겠습니다. ‘예전에 한 방문자가 있었는데....’로 시작해서 지금 앞에 앉은 사람이 말귀를 못알아 듣는 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이름만 바꿔놓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사람의 심리가 참으로 미묘해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내더라도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하면 긴가민가하면서도 이야기에 동의하면서 수용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으로 바꿔서 생각하고 또 깨닫기도 하므로 이 정도의 노력은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했는데도 딴 소리를 하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중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을 얻으러 찾아오기 때문에 알아듣고 이해를 할 가능성은 다분하므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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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가치부전(假痴不癲) : 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않는다.


조조(曹操)가 어느 날 밤의 암호를 계륵(鷄肋)으로 정했는데 그 말을 들은 부하인 양수(楊修)는 그 말을 듣자마자 조조가 철수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주위에서 왜 짐을 싸느냐고 물어보자, 양수가 답하기를 ‘닭갈비는 버리긴 아까워도 먹을 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철수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하자, 이 말을 전해들은 조조는 자기의 속셈을 들킨 것이 놀랍고 화가 나서 양수를 군대를 혼란에 빠트린 죄를 물어서 죽여 버렸으니 똑똑한 척을 하다가 죽은 셈이니 어리석은 척을 했더라면 목숨은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명리가의 가치부전(假痴不癲)] 잘난 체 하면 적을 만들게 되느니라.

원래 전법(戰法)이란 것이 그렇듯이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삼십육계(三十六計)도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번에는 미친 척을 하라는 이야기네요. 왜 그래야 할까요? 상대가 나를 얽어 넣기 위해서 허점을 노리고 있을 경우라고 가정(假定)을 해 봅니다. 문득 박도사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박정희가 시월유신을 준비하고서 당시 종로에서 철학원을 하고 있었던 박제산 선생에게 사람을 보냈더랍니다. 물론 박제산의 별명이 박도사인 것은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박도사는 이미 도사였기 때문에 이번에 시행하는 유신(維新)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박정희도 궁금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옆에 있는 담배 갑에다가 幽神(유신)이라고 썼더랍니다. ‘귀신놀음’이라는 뜻이겠지요. 그것을 들고 사람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뭔가 찝찝한 기분을 느꼈겠습니다만 이미 늦었지요. 그 다음은 조조의 계륵과 같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 답배 갑을 전해 받은 박정희는 자기 속내를 들킨 것이 화가 났던지 남산으로 끌고 가서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팼다고 전합니다. 그리고는 서울에서 머물지 못하고(혹은 안 하고) 부산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부산의 박도사로만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조조의 마음과 박정희의 마음이 서로 통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에 박도사가 그 이야기를 듣고서도 그냥 허허허~~하고 웃었더라면 치욕을 당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디 도사는 목숨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그것이 무서우면 도사를 하지 말고 학자를 하시던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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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운다.


삼국시대(三國時代)의 촉(蜀)나라 유표(劉表)는 둘째 부인을 사랑하여 그가 낳은 유종(劉琮)을 좋아한 반면에 첫째 처가 낳은 큰아들인 유기(劉琦)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유기는 또 제갈량(諸葛亮)을 스승으로 극진하게 존중하면서 아버지의 미움을 받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의논했으나 매번 답변을 회피하는 제갈량을 보면서 하루는 자기 집의 화원(花園)으로 초청하여 함께 산보를 하다가 2층으로 올라가서는 술을 마시다가 하인에게 사다리를 치우게 하고 제갈량에게 귀엣말로 ‘선생님과 저밖에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에게 알려주시는 계책은 누구에게도 새어 나기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제갈량도 답을 피할 방법이 없는 줄을 알고는 대답하기를 ‘안에서는 위험하니 바깥으로 나가라.’고 답을 했고, 그 말을 듣고는 유기도 바로 행동에 옮겼더랍니다.

[명리가의 상옥추제(上屋抽梯)] 미끼를 이용하여 비법을 얻어 내라.

이것은 24계인 가도벌괵이나 25계인 투량환주와 유사한 형태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아무리 선물을 보내고 돈을 쥐어주려고 해도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하면 마지막의 수단으로 상옥추제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병가(兵家)에게는 병법(兵法)이 최대의 무기이듯이 역술가(易術家)에게는 비법(秘法)이 최대의 무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것은 별로 안중에 없는 명학자(命學者)에게는 똥파리나 꼬이는 냄새나는 것이려니 싶더라도 또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는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요. 예전에 어느 명리학의 고수를 만났더니 그가 만난 기인(奇人)이 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지능도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그가 사용하는 비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는지라 그것을 배우려고 백방으로 시도를 해 봤지만 결국은 알아내지 못했더랍니다. 생각해 보면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방법을 모르니까 사용할 수도 없었더라는 군요. 그러한 경우에 상옥추제를 알았더라면 그 비법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의 최대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었더라면 방법도 얻을 수가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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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수상개화(樹上開花) : 가짜 꽃으로 나무를 장식한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중기(中期)에 연(燕)나라는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나라였으나 왕은 인재를 중히 여겨서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을 적에 그 중에서 악의(樂毅)를 택해서 벼슬을 주고 방법을 묻자, 단독으로는 어려우므로 조(趙), 초(楚), 한(韓), 위(魏), 연(燕)의 여섯 나라가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용하여 악의를 재상으로 삼고 제(濟)를 공격하여 큰 공을 세우고 동맹은 종료가 되었지만 악의는 계속해서 공격하여 임치(臨淄)까지 밀고 들어가서 마지막 두 개의 성만 남겨놓은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연나라에서는 혜왕(惠王)이 등극하였고, 그는 악의를 싫어하는데다가 그것을 알고는 제나라에서 악의가 제나라를 정복하여 왕이 되려는 속셈이라는 소문을 퍼뜨리자, 이것을 의심한 혜왕이 기겁(騎劫)을 대장군으로 봉하고 악의는 불러들이게 되었으니, 비로소 제나라의 장군 전단(田單)이 천 마리의 소에다가 온갖 형태의 옷을 입히고 꼬리에는 기름에 담근 볏짚을 묶어놨다가 밤에 불을 붙여서 연나라 진영에 돌진하니 혼비백산하여 단박에 전세를 뒤집어서 빼앗긴 70여 성을 수복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가 있었답니다.

[명리가의 수상개화(樹上開花)] 헛소문의 진의를 파악하라.

겨울에 매화가 피는 것은 지당한 자연의 현상이지만 겨울에 연꽃이 피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믿는 사람은 기적(奇蹟)이라고 말하고 믿지 않는 사람은 헛소리라고 하게 됩니다. 이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헛된 소문을 바로 파악하여 흔들림이 없지만, 그 이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하면서 감탄하고 그 현상으로 인해서 현혹(眩惑)을 당하기도 합니다. 가령 언젠가 불상에 우담바라화가 피었다고 소란을 피웠던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우담바라라고 했던 것이 곤충의 알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그 절에서는 계속해서 3천년에 한 번 피는 우담바라라고 하면서 선량한, 혹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불러들였지요. 수상개화도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헛된 소문을 퍼트려서 사람을 현혹시키는 일을 하거나, 혹은 그것이 헛된 것인 줄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일단 주관적으로 본다면 헛된 소문에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겠고, 그러한 소문을 만들어서 퍼트리는 것은 학자라면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술객(術客)이라면 또한 못할 것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만약에 사실과 다르게 손님이 예약을 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헛소문을 퍼뜨려서 용하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도 수상개화의 전략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소문을 듣고 찾아갔던 사람들이 실망하고 돌아와도 광고는 계속됩니다. 어차피 한 번 찾아간 사람은 다시 안 찾겠지만 항상 새로운 사람은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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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반객위주(反客爲主) : 객이 도리어 주인노릇 한다.


오대십국(五代十國)의 시대에 후한(後漢)의 장군이었던 곽위(郭威)가 전쟁에서 이기도 돌아오자 황제가 큰 상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다른 대신들이 수도를 잘 지켰기 때문이라면서 승리의 공을 대신들에게 돌리자, 황제도 재상부터 말단까지 푸짐하게 상을 내렸는데, 다시 곽위는 도 변방에서 이름없이 싸운 군졸들의 공로가 크다면서 그들에게도 상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번에도 황제는 모두에게 상을 내리는 바람에 황제보다도 신하인 곽위의 명성이 더 올라가자 비로소 부하들의 추대를 받아서 후한을 몰아내고 후주(後周)를 세워서 건국의 황제가 되었답니다.

[명리가의 반객위주(反客爲主)]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되라.

결국은 아랫사람이 덕을 잘 닦아서 주인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을 말하는 모양입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쟁취(爭取)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실력이든 학문이든 밀리면 물러나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이것은 사자 왕이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스승보다 제자가 낫다’는 말이 나오면 스승도 즐거울 일입니다. 사업하는 사람은 아랫사람이 개업을 하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습니다만, 학문의 세계에는 오히려 그것을 스승의 위업(偉業)으로 기리는 풍토가 있는 것은 품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가 잘 된 것을 시샘해서 비난하거나 서운해 하는 스승이라면 아무래도 함량미달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보면 스승보다 더 깊은 지혜를 얻어서 세상의 이치를 통찰(洞察)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쪼록 열심히 정진하셔서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을 듣게 되시기 바랍니다. ‘나중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바둑을 두는 세상에서 사용하는 말인 듯싶은데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려니 싶어서 사용해 봤습니다. 객이 주인이 되는 이야기를 깊이 새겨서 열심히 정진한다면 그에 대한 보답은 자연히 돌아올 것으로 봅니다. 경봉 스님 말씀으로는 자연이 먼저 알아준다고 하셨습니다.
여섯째. 패전계(敗戰計)입니다. 상황이 불리한 상황의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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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인계(美人計) : 아름다운 여인을 앞세운다.


월(越)나라 왕인 구천(勾踐)이 오(吳)나라 왕인 부차(夫差)에게 패해서 포로가 되었는데 구천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면서 마부의 노릇까지도 기꺼이 했는데 이에 감동한 부차가 돌려보내자 겉으로는 자신은 오왕의 신하라고 하면서 복수를 위해서 미녀들 중에서 서시(西施)를 뽑아서 온갖 교육을 다 시킨 다음에 부차에게 보내자 부차는 서시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서 국정을 돌보지 않을 지경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오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키니 부차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는 자살하고 말았답니다.

[명리가의 미인계(美人計)] 접수실에 미인을 앉혀놓고 문을 열어 놓아라.

미인계는 워낙 익숙하게 들어오던 이야기라서 뭐 길게 설명이 필요가 없지 싶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미인계라고 하면 아름다운 여인을 떠올리고 또 그것이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하겠습니다만, 실은 미남(美男)도 미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은 드려야 하겠습니다. 이른바 꽃미남입니다. 왜냐하면 미녀계(美女計)가 아니고 미인계(美人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술집에서는 미녀(美女)로 미인계를 삼고, 상담실에서는 미남으로 미인계를 삼는다는 것을 참고하면 될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주요 고객은 40~50대 전후의 아주머니와 가끔 젊은 처녀들도 찾아옵니다만, 이러한 경우에 예쁜 여인이 앉아 있는 것보다는 잘 생긴 총각이 친절하게 접수해 주는 것이 더 정겨울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실력이 출중(出衆)하다면 이런 것에 신경을 쓰는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장 더 읽는 것이 중요한 줄을 알겠습니다만, 손님이 옆의 경쟁철학원보다 더 찾아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도 의미가 없다고만 할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실력도 특별할 것이 없는데 손님마저 오지 않는다면 곰곰 생각해 보고 미인계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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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공성계(空城計) : 성을 비워둔다.


전세(戰勢)가 기울어 가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제갈량(諸葛亮)이 사마의(司馬懿)와 맞서 싸우도록 부하장수인 위연(魏延)을 출병시키고 자신은 양평(陽平)의 성 안에서 소수외 노약한 병사들만 데리고 성을 지키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재빠르게 들은 사마의는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는 판단으로 서둘러서 대군을 이끌고 제갈량을 잡으러 왔을 때, 제갈량은 군사 20명에게 평민복장을 시키고, 깃발도 내리고 성문 입구에는 깨끗하게 비질을 하고는 물까지 뿌렸으며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신은 성의 누대(樓臺)에 올라서 시동(侍童)을 옆에 세우고는 비파(琵琶)를 뜯고 있는 것을 본 사마의는 제갈량의 하는 짓을 보니 분명히 무슨 음모(陰謀)를 꾸며놓고 자신을 유인(誘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당하지 않으려고 군사를 돌렸답니다. 일설에는 제갈량의 공성계는 허구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의미만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명리가의 공성계(空城計)] 심신(心身)이 고단하면 기도하러 떠나라.

손님을 받아놓고서 몸의 상태가 안 좋으면 그것보다 미안한 일도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도를 하러 떠나는 것이 상책(上策)입니다. 물론 반드시 기도를 하러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입문에다가 [기도를 갑니다. 다음에 연락 주세요]라고 써 붙여 놓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의사도 자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의사도 병이 나느냐고 하는 사람도 꽤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철학자는 아프면 안 됩니다. 철학자가 자기 아픈 것도 못 막느냐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이 개운치 않으면 상담을 해도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운치 않을 적에는 기도하러 간다고 하고 공성계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갈량에게는 양평성이 상담실이고, 상담가에게는 사무실이 양평성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무실을 비우는 것은 공성(空城)과 같은 것으로 봐도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쩌면 혹 만나기 싫은 사람이 오면 접수대에 시켜서 기도 갔다고 하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뒷문으로 탈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은 뒷문이 있는 곳으로 마련하라는 힌트가 하나 추가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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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반간계(反間計) : 간첩을 역(逆)으로 이용한다.


조조(曹操)는 오(吳)나라의 정황을 염탐하기 위해서 첩자(諜者)로 장간(장(蔣)간(幹)을 보냈는데 장간이 오나라를 지키는 주유(周瑜)와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것을 이용하려고 한 것인데, 주유가 이러한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는 조조의 수군 장수인 채모(蔡瑁)와 장윤(張允)이 자신과 내통(內通)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는데 장간이 이것을 조조에게 그대로 보고하자 조조는 진노(震怒)하여 채모와 장윤을 바로 처형했고 나중에야 주유의 반간계에 걸려서 아까운 장수를 둘이나 잃게 된 것을 후회했더랍니다.

[명리가의 반간계(反間計)] 염탐꾼을 잘 대접해서 보내라.

‘철학원에서도 이중간첩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있을 수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역에 새로운 철학원이 하나 생기면 궁금하기 마련이고, 직접 찾아와서 저울질하기에는 뭔가 캥기면 대신 말귀라도 알아들을 만 한 제자나 동문을 보내어서 떠보게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이 바로 간첩이 되는 셈입니다. 뭐 거창하게 간첩씩이나 논하느냐고 하겠습니다만 규모의 대소는 다를 지라도 역할은 같다고 봐서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상대가 염탐꾼인지 상담고객인지를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지혜가 출중하든가 점괘가 서릿발 같아서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척 보고 ‘오호, 염탐하러 왔군’하고 알아볼 정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염탐꾼을 띄우는 기간은 개점(開店) 후 1개월 이내가 대부분이라고 보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무조건 찾아오는 사람을 후하게 대접하여 보내는 것입니다. 적어도 경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식을 심어준다면 돌아가서 나쁜 말은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상대철학원에서도 긴장을 풀고 오히려 놀러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찾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는 겁니다. 떡을 하거나 술을 들고 찾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소개를 하고 공부도 부족한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개업은 했지만 손님을 만나면 떨리기부터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한다고 정중히 머리를 숙이는 것이 원교근공의 책략까지도 포함해서 해볼 만 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소면불타(笑面不唾)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요. 그냥 생각 나는대로 낭월이 급조(急造)했습니다. 말 되면 써먹으셔도 좋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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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고육계(苦肉計) :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견딘다.


남송(南宋) 때에 북쪽의 금(金)나라에는 올술(兀術)이라는 장군이 군대를 끌고 침범해 왔는데 당시 송나라 장군 악비(岳飛)가 가로막아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데, 올술에게는 육문룡(陸文龍)이라는 용맹한 아들이 있었는지라 악비가 상대하기에도 매우 거북하다는 것을 부하인 왕좌(王佐)가 알고서 악비에게 말하기를, ‘육문룡은 원래 송나라 절도사의 아들이었는데 솔술이 송나라를 침범해서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3살 된 육문룡을 데려다 키웠으니 제가 가서 데려 오겠습니다 하고는 자기 오른팔을 잘라버리고 금나라 장수인 올술을 찾아가서 악비의 미움을 받아서 팔이 잘리어 도망쳤다고 하자 치료해 주고 자유롭게 다니기를 허락하자 틈을 봐서 육문룡에게 접근하여 내력을 말한 후에 유모에게 확인시키니 비로소 육문룡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아버지로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송나라로 빠져나와서 금나를 크게 격퇴시켰답니다.

[명리가의 고육계(苦肉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견뎌라.

왕좌처럼 끔찍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명리가입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도 삼십육계(三十六計)에 고육계가 있으니 한 번 생각해 보면, 비록 철학원의 경영이 어렵더라도 마음에도 없는 부적을 팔고 굿을 떼어서 무속인과 갈라먹는 짓은 차마 못하겠거든 고육책을 써야 할 상황인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구해도 손님이 찾아오지 않으면 도리가 없습니다. 라면을 먹고 김밥 한 줄로 하루를 연명(延命)하는 것이 고육책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것은 낭월도 할 수 있지 싶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박스를 주우러 갑니다. 그렇게 체면과 여유로움을 잠시 뒤로 담보하고 배가 고플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합니다. 송백(松柏)이 더디 시드는 것은 서리가 내려 봐야 안다고 하듯이 학자의 자존감(自尊感)은 역경(逆境)에서 더욱 빛이 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라면을 먹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좀 창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라면을 먹을 적에는 [잠시 외출중]을 문간에 걸어놓고 라면을 먹고서도 냄새가 나갈 동안은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기 바랍니다. 아무리 형편은 곤궁(困窮)해도 자존심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득 예전에 어느 철학원에 놀이삼아 가봤더니 마침 여성 상담가께서 냄비에 라면을 끓여서 젓가락질을 하다가 딱 걸렸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여성은 얼마나 민망해 하던지 미안해서 혼났던 생각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문단속을 잘 하라는 교훈을 얻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옛말에 ‘냉수 마시고 이 쑤신다.’고도 했는데 라면 먹었으니 이도 쑤시면서 여유롭게 믹서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가난을 즐기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여하튼 고육계는 학자에게 생각을 해 볼 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35

 

 

35. 연환계(連環計) : 계책을 고리처럼 연결한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장의(張儀)가 초(楚)나라를 상대로 연환계(連環計)를 성공시키게 되는데, 당시 제(濟)나라는 조(趙)와 위(魏)를 꺾고 초(楚)와 동맹을 맺어서 진(晉)을 공격하여 진에게는 두려운 존재였으니 장의도 이것을 알고는 진의 왕에게 자신이 동맹을 깨뜨릴 계책이 있으니 초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해 달라고 한 다음에 사신의 신분이 되어서 초(楚)를 찾아가서는 초의 중신들을 먼저 만나서 돈으로 매수하여 자기편으로 만든 다음에 왕을 만나서는, ‘진나라는 초나라와 연합하고 싶은데, 아마 초나라가 제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어서 아쉽습니다.’라고 하자, 초의 왕은 ‘초와 제의 연합은 외부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다.’라고 말하기를 기다려서는 ‘진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한다면 제나라는 결코 초나라를 돕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두 나라가 지치게 되면 승리를 취할 것’이라고 이간계(離間計)를 사용하여 갈라지게 만들고, 덧붙여서 초나라가 진나라와 협력한다면 6백리의 땅을 진상하겠다고 미끼를 던지자 초의 왕도 솔깃해서 제나라와 동맹이 깨고, 부하를 장의와 함께 진으로 보내서 땅을 받아오라고 보냈는데 진으로 돌아 온 장의는 집에 들어가서는 병을 핑계로 3개월 동안이나 나오지 않는 사이에 제나라는 초나라의 배신을 알고는 진나라와 동맹을 맺어버렸는데, 이러한 상황을 알고 나서야 장의가 밖으로 나오자 그때까지 가다리고 있던 사신이 땅을 달라고 하자 ‘6백리가 아니라 6리’라고 하면서 매몰차게 사신을 쫓아버렸고 초나라가 속은 줄을 알고 공격했으나 이미 제나라와 동맹이 된 터라서 초나라 군대를 격퇴시켰으니 이것은 이간계와 연횡계를 연결하여 연환계로 성공할 수가 있었답니다.

[명리가의 연환계(連環計)] 어르고 달래고 뺨을 쳐라.

이게 어디 점잖은 학자가 할 일이겠느냔 말이지요. 그래도 상담실이 전쟁터라면, 그리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또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한가로운 이야기만 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은 참으로 무섭고 참혹하고 냉정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계책도 생긴 것이겠거니 합니다. 간판을 떼고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갈 마음이 없다면 여하튼 살아서 3년은 버텨야 합니다. 여기에 걸려드는 고객의 운명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게네요. 고객은 이때만큼은 밥이 되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조상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차시환혼(借尸還魂)도 쓰고, 잘 본다는 소문을 내는 수상개화(樹上開花)도 사양할 일이 아니며, 그래도 맘대로 안 될 적에는 접수대에 미남 미녀를 앉혀놓는 미인계(美人計)도 써야 합니다. 이렇게 하여 연환계(連環計)가 완성되면 최소한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과, 자신의 사주를 적어놓고 왜 손님들이 안 오는 지나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있겠지요? 그래서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하늘도 돕는다고 하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남의 사정을 모르고서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도 군자의 일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36계


36. 주위상계(走爲上計) : 일단 달아나는 것이 최선이다.


춘추(春秋) 시대에 초(楚)나라는 진(晉)나라를 공격하기 위해서 진의 속국이었던 조(曺)나라를 공격했는데, 당시의 진나라 왕이었던 문공(文公)은 전세를 분석해 본 결과 초나라는 강하고 진나라는 약하다는 것을 알고는 우선 후퇴하여 90리를 물러나면서 동시에 황하(黃河)와 태항산(太行山)을 중심으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제나라에게 원조를 청하는 사이에, 초나라는 자신에게 겁을 먹고 달아나는 비열한 행위라고 우습게보았으나, 막상 초가 공격을 해 오자. 초의 군대가 어떤 장군의 지휘를 받는지를 살펴보고는 우군(右軍)이 가장 약하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몇 차례를 퇴각하면서 깊숙이 들어오도록 유인을 한 다음에 가장 약한 우군을 공격하여 섬멸했답니다.

[명리가의 주위상계(走爲上計)] 불만이 많으면 상담료를 되돌려 주라.

애초에 만나기 싫은 사람은 기도하러 가면 되지만 이미 상담을 시작했다면 그럴 수도 없는 일입니다. 여하튼 최선을 다 해서 방문자가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해석을 하고 조언을 아까지 않아야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잘 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명리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본전 생각은 안 나도록 조언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만족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 사람의 마음은 제각각이라서 일껏 상담을 해 줬는데 자신이 원하든 내용이 아니었던지 불만족을 나타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상담에 대해서 만족이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어쩌시겠습니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주위상계가 존재하는 것이려니 합니다. 미련 없이 환불해 주고 기억창고에서도 삭제합니다. 물론 상담메모에는 남겨 놓습니다. [환불해줌]이라고요. 왜 남겨 놓느냐면 그래야 다음에 또 상습적으로 물어보고 환불을 요구할 것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방비라고 하겠네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몇 년이 지나고 보니 그나마도 그 상담이 제일 나았다고 생각하고 설마 자신이 환불 받은 사람이라는 것은 잊어버렸겠지.... 하고 다시 의뢰를 할 수도 있거든요. 상습범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메모를 해 놨다가 나중에 상담을 의뢰했을 적에 이름을 검색해 보고, 딱 걸리면 한 마디 하면 됩니다. ‘예전에도 상담하고서 만족하지 못하셨는데 또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상담을 할 마음이 없으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라고 하고서 돌아가는 튀통수를 보면서 꼬소~해 하면 됩니다. 참으로 소심한 복수지요? 그래도 기왕 왔으니 다시 봐 달라고 하면 예전에 환불해 간 것도 내고 오늘도 환불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면 봐 주겠다고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는 코를 꿴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왜냐하면 상담료를 곱배기로 내더라도 지금 당면문제를 풀어야 할 절박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 함정이지요. 그것이 없으면 또 찾아왔을 리가 만무하잖아요? 이렇게 해서 과감하게, 혹은 거침없이, 그리고 미련도 없이 환불책(還拂策)을 쓰면 됩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일로 상처를 받지 않으시면 됩니다. 하하~!

 

단도제

그럼 단도제는?


이렇게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을 것만 같았던 단도제, 그러나 정작 자신은 천명을 누리지 못하고 모함으로 죽음을 맞이했으니 이런 것을 일러서 아이러니라고 하나요? 다른 것도 아니고 세력이 너무 커져서 경계하는 무리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고 하니 이러한 상황에서 단도제가 살아남으려면 어떤 계책(計策)을 사용했어야 할까요? 아마도 마지막 계책인 주위상계(走爲上計)는 자신을 위해서 사용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밖을 잘 살피는 사람은 안을 못 살피는 것일까요?

하긴, 천운이 다하면 360가지 계책도 다 소용이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도모하지만 성패는 하늘에 달렸다고 하니까요. 유백온(劉伯溫) 선생도 때가 된 것을 알고 잽싸게 도망쳤지만 결국은 주원장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독배(毒盃)를 마셔야 했던 것을 보면 그 나머지 웬만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말을 해서 뭘 하겠나 싶기도 합니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해야 할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요동발광을 해도 될 것은 되고, 안 될 것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모양이네요. 애쓴다고 되나 싶으면 오히려 편안하게 차를 마시면서 내면의 수련에나 힘쓰고 학문으로 미혹함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이 말미에 스물스물 배어나오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싶습니다. 하하~!

 

28

이렇게 해서 그 유명한 병법(兵法)인 『삼십육계(三十六計)』를 살펴봤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낭월의 느낌으로는 ‘참 어렵게 살아가는 구나. 싶습니다.
결론은 항상 긴장을 풀지 말고 옆에 있는 사람도 다시 살펴보고,
무슨 의도인지를 분석하면서 여리박빙(如履薄氷)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사는 삶이 어찌 행복할 겨를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내가 밥상을 차려주더라도,
이 음식에 뭔가 위험한 것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손님이 방문하는데도 혹 다른 의도로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상담을 한다면 그게 무슨 상담의 즐거움이 되겠느냔 말이지요.

물론 그것도 자신의 특성이라고 하면 됩니다.
그렇게라도 조심하고 살겠다면 뭐 말릴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피곤한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래서 삼십육계 중에서 꼭 써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별로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반객위주(反客爲主) 정도라면 괜찮아 보이긴 하네요.
청출어람은 그래도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만 하겠습니다.
벗님도 동의하시지요? 예, 아마도 그러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서로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받아서 다른 환경에서...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곳은 다 같은 곳이지요.

이러한 인연을 생각해 보면, 성공은 무엇이고 출세는 무엇인가 싶습니다.
그냥 어우렁더우렁, 공수래공수거로 오늘을 즐기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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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러한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양념으로 써먹는다면
또한 해롭지 않을 것으로 봐서 잠시 상식을 넓힌다는 의미로
읽어보신 글 값이라고 얼버무리고 이만 마무리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년 11월 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