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 제37장. 유람(遊覽)/ 3.특이한 점괘(占卦)

작성일
2023-05-1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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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제37장. 유람(遊覽) 


3. 특이한 점괘(占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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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가 마차에 앉자 유하가 그 옆에 앉아서 말했다.

“다음은 청명상하원(淸明上河園)의 국화꽃 잔치마당으로 귀하신 분들을 곱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출발~~!!”

유하가 이렇게 무대에서 경극 배우가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가늘고 높은 음성으로 외치자 현지와 진명이 손뼉을 치면서 답례했다.

“짝짝짝~~~!!! 좋아요~!”

청명상하원은 개봉을 가로지르는 변하(汴河)를 이용해서 만든 호수인 양가호(楊家湖)의 한쪽에 갖가지 놀거리와 화원(花園)을 겸해서 만들어놓은 공간이었다. 오밀조밀하게 건물과 하천과 다리를 놓고 곳곳마다 볼만한 풍경을 설치해놓은 것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별천지(別天地)와 같은 호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미 국화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을 딛을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어디에서 이 많은 사람이 왔는지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현지가 염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까 소매치기도 극성을 떨 것으로 보이네. 그러니까 은자를 잘 챙겨야겠어.”

현지의 말에 염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행이 사용할 경비를 모두 관리하고 있는데 도둑을 맞게 된다면 그것도 큰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혹시 몰라서 출발하기 전에 객잔에서 주인장에게 맡겨놓고 오늘 쓸 비용만 챙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대(纏帶)를 더욱 단단히 확인하고서야 현지에게 미소를 보냈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과연 사람이 많은 곳은 오랜만에 접한 우창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한바탕 갖가지의 형태로 만들어놓은 국화꽃을 둘러보자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보다도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스승님 정신이 없으시지요? 차를 마시러 갈까요?”

어느 사이에 옆에 다가온 유하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창은 그 말이 반가웠다.

“그랬으면 좋겠군. 이런 구경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 싶어서 말이네. 하하하~!”

우창이 반갑게 말하자. 유하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 먼저 스승님 모시고 갈 테니까 다들 구경하고서 이따가 저 청명차관(淸明茶館)에서 봐요~!”

이렇게 말을 전하고는 호반(湖畔)에 있는 차관(茶館)으로 걸음을 옮기자 현지도 우창을 따라서 동행했다. 조용한 것을 즐기는 현지도 이러한 분위기는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세 사람이 찻집으로 들어가자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 조용한 위층으로 안내했다.

오랜 세월을 머금고 있다는 듯이 고색(古色)이 나는 우아한 차관의 분위기는 소란스러운 바깥과는 전혀 딴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꽃을 감상하느라고 그런지 차관은 오히려 조용해서 더욱 좋았다. 자리를 잡고서 차를 주문하려는데 그 여인이 조용히 다가와서는 유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유하가 깜짝 놀라서 여인을 바라보더니 놀라서 말했다.

“아니, 이게 누구예요? 황 언니~! 언니가 왜 여기 계신 거예요?”

유하는 뜻밖의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많이 놀랐던 모양이었다. 우창과 현지도 유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흥미가 동했다. 그렇지만 소개할 때까지는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에 차를 갖고서 두 여인이 들어왔다. 여인이 차를 따라주자 비로소 유하가 소개했다.

“이쪽은 옛날부터 함께 무대에서 경극을 하던 어머니와도 같았던 언니예요. 서안(西安)에서부터 같이 했던 적이 대략 10년 전이었나 봐요. 그렇지만 개봉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어요.”

이렇게 우창과 현지에게 소개하고는 다시 황 여인에게도 우창과 현지를 소개하면서 말했다.

“언니, 그래서 지금은 극단을 떠나서 오행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이 스승님을 동평현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비로소 제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호호~!”

“그랬구나. 희아(姬娥)의 표정을 보니까 정말로 안정감을 얻은 것이 느껴지네. 축하해~!”

“고마워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이렇게 말하던 유하는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우니까 잠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와도 되겠죠?”

“아, 그렇게 하시게. 우린 차만 마시면 되니까. 하하~!”

현지가 우창의 찻잔에 오룡차(烏龍茶)를 따르고는 다시 화로에 차관(茶罐)을 올려놓자 물이 끓으면서 김이 솟아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는 우창이 창밖을 바라보자 여전히 많은 꽃을 따라서 물결처럼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 흡사 살아있는 꽃을 보는 것만 같았다.

“스승님, 오룡차는 참 구수해서 마셔도 편안하네요.”

“맞아. 그러고 보니 혜암 스승님도 오룡차를 좋아하셨는데. 기억나지?”

“그때는 그 차가 오룡차인 줄도 몰랐어요. 그냥 항상 밥을 드시고는 물을 끓이라고 하시고 한 주먹 넣어서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게 오룡차였던 거에요. 지금 차를 마시다 보니 문득 그때가 떠올랐나 봐요. 호호~!”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웃는 현지를 새삼스럽게 바라봤다. 조용하지만 안방마님처럼 식구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항상 든든한 현지였다.

“현지가 식구들을 잘 챙겨주니까 나는 신경을 쓸 일이 전혀 없어서 좋군. 항상 고마워.”

늘 마음속에서만 품고 있던 생각을 이런 기회에 말해 주고 싶었던 우창이 조용히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을 전했다. 그러자 현지가 감동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야 현지가 할 일이니까요. 동생들이 얼마나 잘 알아서 협력하는지 사실 신경을 쓸 것도 없어요. 다들 스승님의 지혜로운 학문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단결이 되어서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어가는 것이 항상 신기하고 때론 얼마나 경이(驚異)로운지 몰라요. 호호~!”

“고맙네.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니까 모두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따라주는 것인 줄을 알아.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 주면 되겠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하가 주인과 함께 돌아왔는데 주인이 우창에게 말했다.

“오늘 차는 제가 사겠어요. 즐겁게 편히 쉬어 주시기 바랍니다. 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현지의 맞은쪽의 의자에 앉자 유하가 우창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스승님에 대해서 조금 들려줬더니 언니가 여쭙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서 합석했어요. 편히 이야기를 나누시도록 유하는 가만히 있을 테니까 천천히 궁금한 것에 대해서 여쭤봐요.”

유하의 말에 우창도 반기면서 말했다.

“그렇습니까? 마침 이 차관에 들어오길 잘했습니다. 약간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또한 좋은 일이지요. 무슨 말씀이든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제자가 같이 참석해도 괜찮을지요?”

“그럼요. 환영이에요. 한 분이라도 더 들어주시면 또한 고마운 일이니까요. 호호~!”

우창은 이렇게 말을 해 놔야 현지도 편히 이야기에 동참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언질(言質)을 줬다. 주인도 흔쾌히 승낙하니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차를 마시면서 주인이 말을 꺼내기만 기다렸다.

“제 이름은 황연수(黃演秀)이고 올해 나이는 50이에요. 어린 희아를 극단에서 만나서 딸처럼 돌봐줬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극단의 식구들과 떠돌다가 개봉부에 왔을 적에 부사(府使)가 저를 맘에 들어 해서 여기에 자리를 잡아줬습니다. 마침 극단의 생활도 고달프다고 생각할 때여서 정착하고 싶었던 차에 과분한 배려를 받았던 것이지요.”

이렇게 말을 하던 주인이 목이 말랐던지 오룡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술을 적신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에 자리를 마련해 준 덕분에 안정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나날을 보낼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 와서 고민이 생겼지 뭐예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부사가 아예 자기의 집으로 불러들이려는 모양인가 봐요. 집에는 이미 정실부인이 있으니 제가 들어가면 측실(側室)이 되는 것이잖아요. 물론 정실부인도 잘 알고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이에요.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과 막상 집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썩 내키지는 않아요. 물론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이 싫지는 않아요. 다만 부인의 자녀들과도 잘 지낼 것인지는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어요. 오늘 이렇게 희아를 만나게 될 줄도 몰랐거니와 사랑하던 희아의 스승님께서 오행의 철리(哲理)를 깊이 통달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서 꼭 뵙게 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귀한 말씀을 청하고자 합니다. 어떤 말씀이라도 좋으니까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귀한 가르침을 주신다면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미소를 띠면서 말하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여인이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숨김없이 이야기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우창이 답을 줘야 할 상황이었다. 우창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인이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아들었다. 이러한 경우에 사주를 볼 것인지, 점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육갑패를 볼 것인지를 놓고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우창의 표정을 살피던 현지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스승님께서 어떤 판단을 내리시더라도 올바른 해답이 될 것은 틀림없다고 하겠어요. 특히 육갑패의 신묘(神妙)함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현지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은 품에서 육갑패를 꺼냈다. 그리고는 부채처럼 펼쳐놓고서 주인에게 다섯 번을 뽑으라고 하자 여인도 처음 보는 방법이 신기하다는 듯이 시키는 대로 패를 뽑아서 나란히 놓았다. 우창이 오른쪽에서부터 조심스럽게 한 장씩 뒤집었다. 현지와 유하의 눈도 우창의 손끝을 따라서 움직였다. 여인은 신기한 듯이 긴장하면서도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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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 모두 드러나자 현지는 열심히 그 조짐에 대해서 궁리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는 무심코 말이 나왔다.

“여태까지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으셨나 봐요.”

그러자 바짝 긴장하고 있던 여인이 갑자기 퍽 웃었다. 그리고는 현지에게 말했다.

“거참. 스승님이 훌륭하시다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 보니까 정작 능력자는 제자분이셨네요. 감탄했어요. 이렇게 명쾌할 수가요. 호호호~!”

마치 남의 일을 구경하듯이 무심코 말하는 여인을 보면서 우창은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은 달관에 가까운 여인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만 현지가 풀이를 해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여서 가만히 시인(是認)만 하는 것으로 하고 설명을 기다렸다. 현지도 자기의 의견을 우창이 들어보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스승님, 신사(辛巳)의 신금(辛金)을 주인으로 보는 것이 맞겠지요?”

“그렇지.”

“사화(巳火)를 깔았으니 많이 불편해 보였는데 주인께서 그렇다고 하셨으니 점기(占幾)는 제대로 동한 것이 맞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로 봐서 남녀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범위를 좁혀놓고 살펴봐야 하겠지요?”

“물론이네.”

“그렇다면 망설여지는 것은 사중경금(巳中庚金)이에요. 이것은 겁재(劫財)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서 정실부인으로 대입하면 어떨까요?”

현지의 말을 듣고 있던 유하는 손뼉을 치면서 놀라워했다.

“어머~! 신사(辛巳)가 그러한 뜻이 된단 말이에요? 정말 어서 현지 언니에게서 그러한 이치를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 나네요. 어떻게 해야 그렇게 손바닥에 올려놓은 것처럼 보일 수가 있을까요?”

유하의 말에 현지가 눈길을 주고는 말했다.

“아니, 유하는 무엇을 걱정해? 사부님께서 어련히 차근차근 지도해 주실 것이며, 진명과 염재도 있는데 말이야. 아무런 걱정을 말고 한 걸음씩만 가면 되지.”

“맞아요. 너무 신기해서 자꾸만 마음이 급해지나 봐요. 잡소리를 섞지 않을게.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어서 계속해 주세요. 호호호~!”

유하에게 미소로 답하고는 다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이 그렇다고 해 주면 또 다음의 설명을 해보겠는데 이것이 확실한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었다.

“옳지, 잘 생각하셨네.”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인 현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점괘는 너무나 특이해요. 신금(辛金)이 연간(年干)과 분간(分干)에 나란히 있어요. 이것도 분명히 현기(玄機)가 숨어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 주인의 과거와 미래는 아닐까요?”

“아니, 그것은 또 왜 그렇게 봤지?”

“문득 그렇게 보였어요. 마치 세 편의 이야기를 점괘에서 보여주는 것만 같으니까요. 이렇게 풀이를 하시는 것은 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되고 말고, 오늘 현지의 영감이 호수의 기운을 받아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가 보군. 하하하~!”

우창이 칭찬하자 현지가 합장하고서는 다시 연주(年柱)를 짚었다.

“비록 육갑패이니 사실적인 연주는 아니지만 오주괘의 변형이므로 이름을 그렇게 붙이는 것이 좋겠네요. 신축(辛丑)의 의미를 본다면 자고(自庫)에 앉아있으니 혼자서 자신을 먹여 살리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먹고살기 위해서 방법을 찾았는데 월간(月干)의 임수(壬水)를 보니 상관(傷官)이에요. 그렇다면 자신의 표현하는 능력을 살려서 생존했던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다시 임오(壬午)는 오중정화(午中丁火)의 재물을 얻게 되었다고 해석하겠는데 이것은 연간(年干)의 신금(辛金)에게는 고통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그 일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창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묻는데 주인이 깜짝 놀라면서 먼저 말했다.

“어쩜, 제 뒤를 따라다니면서 마음속을 보셨어요?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에요. 스승님 되시는 어른의 확인도 필요 없어요. 사실이 그와 같았으니까요. 어서 계속해 주세요. 오늘 장사는 접어야 하겠어요. 잠시만요.”

이렇게 말하고는 내려가서 문을 닫고는 다시 올라왔다. 현지도 여인이 다시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 주인이 점원에게 말해서 과일을 내어 오도록 하고는 다시 앉아서 현지를 바라봤다. 감동으로 인해서인지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점원이 빠르게 과일 접시를 가져다 식탁 가운데에 놓자 우창이 한쪽을 집으며 현지에게 말했다.

“천천히 들면서 이야기하시지.”

우창의 말에 현지도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창밖을 바라다봤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서 삼삼오오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 부분만 본다면 흡사 봄날의 상춘객(賞春客)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잠시 쉰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다.

“스승님, 오늘에서야 점기의 오묘함이 무엇인지를 몸소 체험했어요. 이런 것이었군요. 마치 점괘가 생물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은 처음 경험한 것이거든요. 스승님께서도 항상 이렇게 점기를 보셨던 건가요? 당연히 그러셨겠지요? 정말 신기하네요. 마치 예전에는 벌어지지 않은 밤송이를 억지로 벌리려고 막대기를 들고 여기저기 쑤셔본 것이라고 하다면 오늘의 느낌으로는 때가 되어서 저절로 벌어져서 속에 있는 밤톨이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요?”

우창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와 같다는 것을 동조(同調)한다는 의미였다. 그것을 본 현지는 더욱 자신감이 생겨서 말을 이었다.

“개봉부에서 부사(府使) 나리를 만나게 되었던 것은 병신합(丙辛合)의 작용이었어요. 주인도 부사가 맘에 들었는데 부사도 만나본 이후로는 곁에 두고 싶어 했겠어요. 그래서 경치 좋은 길목에 이와 같은 차관(茶館)을 마련해 놓고서 보고 싶을 때마다 오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포를 풀었으니 마음은 편치 않았으나 이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었던 것이지요. 평소에도 권위(權威)가 있는 사람과 깊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배우를 직업으로 하면서 항상 그곳의 관원들에 대한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고, 관원이 편의를 봐주기만 하면 편안하게 공연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기도 해요.”

현지의 말투는 이제 예측을 넘어서 확신(確信)이 든다는 듯이 단정적인 표현이었다. 다만 신금(辛金)의 권력(權力)에 대한 욕망(慾望)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지 싶어서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인이 다시 물었다.

“아니, 좋으면 좋고, 부담이면 부담이지, 좋으면서도 부담되었다는 것도 나와요? 부사는 말씀하신 대로 참으로 좋은 사람이에요. 예의 바르고 우스갯말도 잘해서 직무(職務)로 바빠서 며칠을 뵙지 못하면 창밖의 길만 내다보면서 말발굽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니까요. 그러면서도 이 사람을 너무 사모하는 나머지 혹시라도 그의 직분(職分)에 누가 될까 봐서 늘 마음이 불편했죠.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정말 감탄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호호~!”

주인의 말을 들으면서 현지도 내심 감탄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자기도 모르게 우창에게 합장했다. 스승님의 덕이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우창도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서요? 그다음엔 무엇이 보이세요?”

주인도 그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한지 오히려 먼저 채근했다. 현지가 주인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풀이를 이어갔다.

“스승님, 시주(時柱)의 무신(戊申)이 좀 이상하네요. 일지(日支)의 사중경금(巳中庚金)이 시지(時支)로 옮겨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간지가 살아서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일까요? 혹 현지가 뭔가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참으로 잘하고 있어. 나도 그 풀이가 궁금하군. 하하~!”

우창의 말에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

“실로 현지가 본 것이 잘 맞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신(戊申)은 분묘(墳墓)에 누워있는 경금(庚金)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왜 이런 점괘가 나왔을지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어요. 분명히 주인의 점괘를 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요.”

현지가 우창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묻자 우창이 잠시 생각한 후에 말을 이었다.

“주인의 점괘가 맞아. 잘 풀이하고 있으니 계속하시게.”

“아니, 그렇다면 주인의 점괘에 정실부인이 나타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하지. 하하~!”

“그렇다면 정실부인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요?”

“아마도?”

“그렇게 되어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괘는 그렇게 해석을 해야 할 모양이군. 그것이 현지의 탓은 아니니까 그대로 풀이만 하면 되는 것이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인도 깜짝 놀라서 황급히 말했다.

“아니, 저도 그런 마음으로 뽑은 것이 아니에요~! 무슨 천벌을 받으려고요. 절대로 아니란 말이에요. 어머~ 무서워라~!”

오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유하가 끼어들었다.

“아니, 언니가 무엇을 걱정하세요? 나오는 대로 풀이하면 그뿐이잖아요? 그래서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된다는 말이죠? 궁금해 죽겠어요. 어서 풀이해 주세요. 마지막 패는 신묘(辛卯)네요.”

“그건.... 곳간의 열쇠를.....”

현지가 말을 맺지 못하자 유하가 바로 눈치를 채고서 거들었다.

“아하~! 그러니까 황 언니는 가만히 있으면 정실부인에게 변고가 일어나서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고 나면 부사 나리가 꽃가마를 갖고 와서 모셔다가 안방에 앉힌다는 이야기가 아녜요? 이게 무슨 일이죠? 언니, 축하해요~!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로 들어왔잖아요. 호호호~!”

유하가 이렇게 말을 해도 주인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지 잠시 멍하게 앉아서 현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마음이 바짝 달아오른 유하가 말했다.

“현지 언니, 제가 풀이한 것이 맞죠? 맞는 거죠?”

유하의 채근하는 소리에 현지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현지가 우창을 바라봤다. 어떻게 정리를 좀 해 달라는 뜻이었다. 우창이 말했다.

“내가 봐도 그보다 더 잘 풀이할 수는 없지 싶군. 잘 해석하셨네. 점괘가 맞고 말고는 하늘의 뜻으로 넘기고 차관 주인의 미래는 운수(運數)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이렇게 해석은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도 되지 싶군.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정리를 해 주자. 현지는 점괘의 신묘함에 놀라고, 주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상상도 되지 않아서 놀라고, 유하는 자신도 언젠가는 그러한 점괘를 해석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심 감탄했으나 우창은 담담하게 창밖을 보면서 찻잔을 들었다. 이미 차가 식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