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 제36장. 동평객잔(東平客棧)/ 12.의미(意味)와 조짐(兆朕)

작성일
2023-04-2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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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 제36장. 동평객잔(東平客棧) 


12. 의미(意味)와 조짐(兆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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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눈길이 탁자의 한 가운데에 엎어져 있는 하나의 패로 모였다. 궁금하기로는 제자들도 매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우창이 천천히 패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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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뒤집은 패를 긴장하면서 바라보던 증립창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이것은 갑신(甲申)이 아닙니까? 이상합니다. 앞에서 나온 것은 을유(乙酉)였는데 갑신 다음에 을유인 것과도 연관이 있겠습니까?”

“그것까지야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재미있기는 합니다. 하하~!”

“이것은 어떻게 해석하게 되는 것입니까?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인연이 된다고 볼 수가 있는 것입니까? 아무래도 선생의 탁견(卓見)이 기대됩니다. 아무리 봐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건물을 짓고 싶다고 했는데 갑신(甲申)이 나왔으니 이것을 어떻게 풀이하게 될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서 숨을 죽이면서 우창의 설명만을 기다렸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난 우창이 설명을 시작했다. 모두 귀를 활짝 열고 이야기를 들었다.

“증 선생의 소원은 필히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하하~!”

우선 이렇게 말을 해서 모두의 긴장을 풀도록 했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자 증립창이 궁금증을 못 견디고 물었다.

“급한 마음에 궁금한 것을 여쭙겠습니다. 갑목(甲木)은 나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죽은 나무가 아닙니까? 나무가 살아서 무럭무럭 자라야 할 텐데 아무래도 흉상(凶相)으로 보입니다만, 무엇을 보셨기에 뜻을 이루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습니다.”

증립창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짓고서 물었다.

“증 선생, 집은 산 나무로 짓습니까? 아니면 죽은 나무로 짓습니까?”

“예? 집은 목재(木材)로 짓는 것이니 당연히 죽은 나무로 짓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갑은 목재가 되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갑이 목재가 아니라면 무엇을 갖고서 목재로 삼는단 말입니까?”

증립창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그런데 나무가 금극목(金剋木)으로 부서지는 형국이지 않습니까? 이것은 아무리 봐도 큰 집이 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기껏해야 장작이 되고 말지 않겠습니까?”

“그건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예?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닙니까? 제 우둔한 눈으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기둥을 받치는 것은 주춧돌이지요.”

“큰 기둥이든 작은 기둥이든 그 아래에는 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돌이 클수록 집의 규모는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신(申)으로 주춧돌을 놓았다면 그 집은 오두막이겠습니까? 아니면 궁궐이겠습니까?”

“예? 그 말씀은..... 오호~!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큰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워놓은 것이 갑신(甲申)이었다는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정말 기가 막힌 혜안(慧眼)이십니다.”

“그야 증 선생이 패를 제대로 뽑으셨기 때문입니다. 60개의 패 중에서 대궐을 의미할 수가 있는 간지가 갑신이 아니고서야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만약에 을유(乙酉)가 나왔다면 오두막집이 될 테니 이것은 평민이 살아가는 집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제 이해되시는지요?”

우창의 말에 이해되었다는 듯이 증립창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을(乙)은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갑(甲)은 나무도 됩니다만, 동물로도 봅니다.”

“예? 양목(陽木)은 동물이기도 합니까? 그러한 것은 처음 듣습니다만, 선생의 관법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집에 동물이 있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증립창도 어지간히 집요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은 모두 이해해야만 일어날 기세였으니 우창도 죽이 잘 맞는 객을 만난 셈이었다. 그중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반가운 말이었다.

“궁궐의 건물을 보면 도처에 용(龍)이며 봉(鳳)으로 조각해서 위엄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지붕에도 잡상(雜像)을 조각해서 올려놓으니 이것이야말로 동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 그렇게 보는 관법도 있습니까? 말씀을 들을수록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과연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갑신(甲申)은 불사(佛寺)의 일주문(一柱門)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사찰(寺刹)에서 큰 대웅전을 짓는 것도 가능하다는 암시가 되니 축하를 드려도 되겠습니다. 부디 대목(大木)으로 일세(一世)를 풍미(風靡)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우창이 말을 끝내면서 호쾌하게 웃었다. 증립창도 자신이 원하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저절로 기분이 밝아졌다. 처음에는 반신반의(半信半疑)했던 갑신(甲申)이었는데 정작 우창의 풀이를 듣고 보니까 이보다 더 명쾌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씀만 들어도 이미 다 이뤄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육갑패를 하나 더 뽑아볼 수도 있겠습니까. 큰 기술을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응천부(應天府)로 가시면 됩니다.”

“예? 응천부에 가는 것은 새장에 갇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당연히 벼슬을 하러 간다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목수(木手)가 되기 위해서 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스스로 집을 짓게 될 테니 그 집에 갇힐 일이 없지요. 집을 짓는 목수가 궁궐을 짓는다면 그곳에서 살겠습니까?”

“그건 불가능하지요. 제왕(帝王)이 살아야 할 곳이니 말입니다.”

“여기에 또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점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이미 점괘를 얻기 전에 큰 기술을 배우려면 큰 도회(都會)로 가야 하는데 마침 지인이 응천부에 있으니 더 말해서 뭘 하겠습니까? 신세를 지는 것은 가능할테니 새장에 갇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가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말씀을 듣고 보니 깨우침을 줄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바로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빠른 날에 응천부로 가는 것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부친께는 벼슬하러 간다고 하면 마음도 편하실 테니 그것도 약간은 효도라고 할 수가 있지 싶습니다. 그다음의 일은 또 다음에 맡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정말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한 증립창은 제자들을 보면서 포권(包拳)을 하고는 떠났다. 그가 가고 나자 이번에는 유하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스승님, 그 공부 유하도 빨리 익히고 싶어요. 정말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모르고 살았어요. 이제라도 인연이 닿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호호~!”

그러자 진명이 유하에게 말했다.

“언니야말로 오늘 의미가 있는 안목을 넓히셨네요.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셔서 반드시 이러한 자유로움을 누리시기 바랄게요. 그리고 진명도 미력이나마 힘써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어요. 재미있는 나날을 누려봐요. 호호호~!”

“정말 진명이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나 고마워. 정말 많이 도와줘야 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그래도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열심히 배우도록 할 테니까 잘 부탁해.”

“이제부터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아요. 스승님과의 인연이 되셨으니까요. 호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시간도 많이 흘러서 밖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점원이 올라와서는 저녁밥이 준비되었으니 내려와서 드시라고 전갈해 주는 말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을 듣자 모두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져서는 내려가서 식탁에 앉았다. 맛있는 요리들로 탁자가 가득했다. 음식이 차려진 요리상을 보면서 유하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유하가 대접(待接)하는 거예요. 맛있게 즐겨주세요. 오늘 오행문(五行門)에 입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한턱내는 거니까요. 호호~!”

유하가 어느 사이에 주인에게 만찬을 푸짐하게 차려 달라고 주문을 했던 모양이다. 향기로운 술과 음식으로 배불리 먹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는 사제 간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면서 호반을 거닐었다. 우창은 교교(皎皎)한 달빛을 항상 좋아했다. 차가우면서 밝은 빛을 자신도 닮고 싶었던 까닭이다.

“달이 참 밝네요.”

우창이 달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데 옆에서 유하가 말을 건넸다. 다른 제자들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우창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창도 기분이 흐뭇해져서 유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래, 만리무운월광명(萬里無雲月光明)이로군. 하하~!”

“맞아요. 이렇게 밤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어 그야말로 달빛이 소소(昭昭)하게 빛나니 마음이 차분해져요. 호호~!”

“오늘은 유하 덕분에 포식했네. 혹, 할 이야기라도 있으면 하시게.”

우창이 말을 할 짬을 주자 유하가 말을 꺼냈다.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어요. 그냥 스승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제자도 언제쯤이나 오늘처럼 찾아오는 사람을 맞아서 마음에 위안과 기쁨을 줄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니까 참으로 아득하게 느껴져서 순간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했어요. 호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가당찮은 욕심을 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멋쩍게 웃었다. 달빛에 그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곱게 보였다. 유하의 눈길을 따라서 달을 보니 버드나무 위로 밝은 달이 두둥실 떠 있었다. 그것을 보자 육갑패의 병인(丙寅)이 떠올랐다. 우창이 내심 깜짝 놀랐다.

‘어? 연상괘(聯想卦)인가?’

우창의 오행 공부는 간지(干支)가 필요 없는 단계에 진입(進入)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문득 낮에 새장과 작은 새를 떠올렸다. 그때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 이렇게 풍경을 보면서 간지를 떠올리는 것을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고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느꼈을 적에도 내심 놀라웠는데 지금 유하의 말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풍경과 병인이라니 이것은 또 무슨 조화(造化)인지를 생각하느라고 잠시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공부를 시작도 하지 않고서 걱정부터 하니 참 한심스러우신 줄 알아요. 그래도 마음이 급해서인가 봐요. 오늘 스승님께서 방문자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거든요. 그렇게 급하지 않으면서 빠르고,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명쾌한 추명(推命)을 여태까지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깊고 깊은 내공(內功)이 느껴졌어요. 흡사 절정의 고수에게서나 느낄 수가 있을 법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 증 선생과의 대담을 보면서 한 장의 패를 놓고서 신기막측(神奇莫測)한 풀이를 보면서 황홀하기조차 했거든요. 호호~!”

달빛을 받은 유하의 표정이 무척이나 곱다고 느꼈다. 그리고 음성에서 진솔함이 배어 나온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떠돌이로 살며 그렇게 한 평생을 은막(銀幕)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으로만 생각하다가 무대를 떠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는 첫걸음에 대한 설렘도 그 안에 있었지 싶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자 했지만 일말(一抹)의 두려움조차 없겠는가 싶기도 했다.

“내가 지금 유하의 말을 들으면서 육갑패를 한 장 얻었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유하는 갑자기 눈을 반짝이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놀랐던 모양이다.

“아니, 패를 뽑지 않아도 보이신단 말씀이죠? 그게 뭔지 설명해 주세요.”

“병인(丙寅)이로군. 저 달의 밝은 빛은 병화(丙火)로 보이고, 아래에 바람을 받아서 일렁이는 가지를 보니 인목(寅木)이 떠올랐단 말이네. 하하하~!”

“정말이세요? 풀이해 주실 거죠?”

간지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는 유하는 우창의 설명이 궁금했다. 이야기를 잘 듣고 싶은 마음에 수변(水邊)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椅子)에 앉아서 물빛에 여울지는 달빛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계사(癸巳)가 보였다. 머릿속으로 병인(丙寅)과 계사(癸巳)를 나란히 놓고는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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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말이 없자, 유하도 조용히 기다렸다. 뭔가 중요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느껴져서였다. 배우의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람의 동작이나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把握)이 된다는 것이었다. 남들은 그러한 것을 보면서 ‘눈치가 빠르다’고하지만 오랜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이었다. 눈치가 빠른 것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경험에서 오는 것은 노력에서 얻어지는 것이기에 그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달빛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에 우창이 말을 꺼냈다.

“처음에 본 것은 병인(丙寅)이었네. 병화(丙火)는 우창이고 인목(寅木)은 유하로 대입해야 하겠다고 풀이했지. 일렁이는 숲은 항상 빛을 목말라했는데 달빛을 흠뻑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형상이라네.”

“와~ 멋져요. 정말 지금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정말 스승님의 혜안은 어디까지 통해져 있는지 궁금해요.”

유하가 감탄을 한 듯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치자 앞서 걷고 있던 진명과 염재가 다가왔다. 우창의 이야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우창이 잠시 기다렸다가 두 사람에게 말을 전했다.

“지금 유하가 앞으로 자기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문득 병인(丙寅)이 떠올랐다네.”

이렇게 말하면서 남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진명이 보고서 말했다.

“나무의 숲은 인(寅)이고 달은 병(丙)이었네요. 정묘(丁卯)가 아닌 것은 정(丁)은 빛이 아니라 열기(熱氣)를 의미하기 때문이고요.”

진명의 공부가 일취월장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도 흐뭇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염재가 그 말을 받아서 또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이제 소강절 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매화역수(梅花易數)의 이치를 간지에서 찾으셨으니 말입니다. 실로 낮에 증 선생과의 대화를 들으면서 줄 곳 그러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병인을 듣고 보니 이미 간지의 이치를 통달(通達)하시고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즐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염재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의 빛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나도 어느 순간에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저절로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자연(自然)이 아니겠습니까? 병인괘를 들어보니 스승님은 병화이고 유하 누나는 인목이네요. 빛을 받아서 더욱 잘 자라서 거목(巨木)이 될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진명을 보고는 다시 물었다.

“진명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도 병인에 대해서 생각하던 진명이 염재의 물음에 답했다.

“응, 나도 지금 그 생각했어. 유하 언니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는 것까지 생각했지. 저 현지 언니도 마찬가지로 말이야.”

마침 혼자서 걷다가 아무도 안 보이자 돌아오던 현지를 보면서 진명이 말했다. 현지도 진명의 말을 들었던지라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유하가 다시 물었다.

“아니, 동생이 지금 너무 확대해서 해석한 것은 아니야? 내가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떠오른 간지를 동생이 날름 주워 먹으면 어떡해? 호호호~!”

“원래 차려진 만찬은 같이 나눠 먹어야 더 맛있는 거예요. 호호호~!”

“싫어~! 난 혼자만 풀이를 듣고 싶단 말이야.”

이렇게 투정하는 것처럼 말하자 진명이 다시 설명했다.

“만약에 나무가 한 그루만 있었더라면 언니를 위한 풀이가 맞아요. 그런데 지금 나무가 도대체 몇 그루에요? 이것은 제자들도 모두 같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에요. 스승님. 맞죠?”

진명이 자기의 생각을 확인하려는 듯이 우창에게 물었다. 그러자 우창도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진명의 통변술(通辯術)은 우창을 능가(凌駕)하니 놀라워.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들은 진명이 다시 유하에게 말했다.

“그 봐요, 언니와 우리의 공부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즐거워요. 하물며 앞으로도 쭉~ 그렇게 될 것이라는 스승님의 조짐괘를 들으니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호호호~!”

진명의 풀이를 듣고 난 우창이 다시 말했다.

“또 하나의 간지를 얻었는데 계사(癸巳)로군.”

우창이 계사를 말하자, 현지가 수면(水面)을 보면서 말했다.

“스승님, 이것을 보신 거죠?”

우창이 이번에는 현지에게 말했다.

“과연, 현지로군. 그렇다면 해석까지도 가능할까?”

우창이 현지의 말에 동의하자 이번에는 염재가 확인했다.

“현지 누님의 말씀인즉 호수의 물은 계수(癸水)가 되고, 여기에 비친 달빛은 사화(巳火)가 된다는 것이지요?”

“어쩜, 염재와 마음이 통했네. 호호~!”

“이러한 대화가 자연스럽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풀이해 주십시오.”

“계사는 우리의 미래를 보신 거야. 어둠 속에 잠긴 세상에서 빛이 되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골고루 나눠주게 된다는 조짐이 아니고 뭐겠어.”

현지의 풀이에 모두 우창을 바라봤다. 맞게 해석이 되었느냐는 뜻이었다. 우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게 봤네. 특히 사중경금(巳中庚金)도 찾을 수가 있겠는가? 그것을 놓치면 내가 서운하지 싶군.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암시(暗示)를 주자, 진명이 얼른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진명이 말씀드려 볼게요. 저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의미에요. 만약에 오화(午火)를 보셨다면 스승을 맹종(盲從)하는 무리에 머무르겠지만 사화를 보셨기 때문에 우리 제자들의 정신에 저마다의 밝은 달을 하나씩 품게 되지만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옳지~! 더 보태야 할 말이 없군.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인정을 해 주자. 이번에는 가만히 듣고 있던 현지가 말했다.

“스승님, 현지의 눈에는 문득 병오(丙午)가 보였어요. 이렇게 느낌으로 떠오르는 간지를 말씀드려도 되는 것일까요?”

현지의 말에 우창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오호~! 현지의 수행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병오의 해석은 누가 해볼 텐가?”

그러자 염재가 손을 들었다.

“염재가 풀이를 하고 싶구나. 어디.”

“병화(丙火)의 빛을 받아서 열정(熱情)을 불태우는 것이 제자들인 오화(午火)입니다. 현지 누님의 마음속에는 지금 그와 같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리고 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감(共感)이 되니까 해석도 쉽지 않은가 싶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이 밤에 병오를 떠올린 현지의 마음에는 이미 백천(百千)의 일월(日月)이 함께 모인 만큼이나 밝은 빛으로 가득하군. 더구나 연상괘까지 운용할 정도이니 축하를 해야 할 일일세. 하하하~!”

우창의 말에 진명도 뭔가 간지를 떠올리려고 했으나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스승님, 진명은 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일까요?”

우창을 보며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진명에게 우창이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서 잠을 자라는 뜻이지 않은가? 그만 들어갈까? 벌써 이슬이 내려서 축축하네. 하하하~!”

“아, 그렇군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