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 제36장. 동평객잔(東平客棧)/ 7.삶의 전환점(轉換點)

작성일
2023-03-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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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제36장. 동평객잔(東平客棧) 


7. 삶의 전환점(轉換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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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음식이 딱 먹기 좋을 만큼 식었다. 그야말로 주인도 더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했다는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밥을 먹고는 이어서 차를 마시면서 점괘를 가운데 놓고 모두 우창을 바라봤다. 설명을 듣고 싶다는 표정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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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차를 마시던 우창이 제자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우선 일지(日支)의 을목(乙木)과 계수(癸水)에 대해서 궁금하겠지? 현지도 그럴 것이고.”

이렇게 말하면서 현지를 바라봤다. 현지에게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해서 이렇게라도 적응하기 위해서 던진 말이기도 했다. 현지도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스승님께서 그렇게 ‘현지야’하시니 참으로 듣기에도 편안하네요.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건 그렇고, 일지의 을계(乙癸)에 대해서 참으로 궁금했어요. 특히 관심이 갔던 것은 을계가 시지(時支)와 분지(分支)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에요. 어떻게 이런 교묘함이 나타날 수가 있는 것인지 참 신기했어요. 그리고 이에 대해서 스승님의 설명을 들었으면 개운하겠어요. 호호~!”

“그렇지 싶었네. 우선 뿌리가 중요한데, 재미있는 것은 연월(年月)에는 을계(乙癸)의 뿌리가 없었다는 점이라네. 이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을지 현지가 말해 보겠나?”

행여라도 현지가 소외감(疏外感)을 느낄 수도 있지 싶어서 대화로 끌어들였다. 현지도 자상하고 섬세한 우창의 마음에 감동하면서 말했다.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막상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비로소 그렇다는 것을 알겠네요. 그러니 스승님의 지도가 없다면 공부는 한없이 뭉그적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겠어요. 보통은 인성(印星)이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면 이 점괘를 통해서 그에 대한 환영(幻影)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은 상쾌함을 느꼈어요. 시작은 답답했으나 끝은 통쾌하리라는 말을 해 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지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진명도 한마디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비록 삶은 고단하더라도 영혼은 맑은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랑 같이 공부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견문이 넓어서 함께 지내면 배울 것도 많겠다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야 좋지. 그런데 점괘에 공부 인연이 보이나?”

“공부 인연은 인성인가요? 연월일시(年月日時)에 인성화(印星花)가 만발했어요. 목적이 학문이 아니고 활용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고 이미 공부는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진명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지가 진명에게 물었다.

“아니, 기신이라고 하더라도 공부의 인연은 가능하다고 보는 거야? 동생의 말을 들어봐서는 그렇게 봐도 된다는 것으로 생각이 되네?”

“당연하죠. 세상살이에서는 힘들고 따분하고 지루한 나날이었을지라도 학문으로 전환한다면 배워야 할 것이 넘치고 또 넘치는데 이러한 것을 모두 쓸어 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점괘도 없지 싶은걸요. 스승님, 이렇게 보는 것도 타당할까요?”

진명이 현지에게 답을 하다가 확실한지 다시 우창에게 확인했다. 우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물론이지. 운(運)은 밖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운도 있고 안으로 자기를 살려가는 운도 있단 말이지. 세상을 살아가는 운은 용신(用神)의 동태(動態)를 살펴서 판단하면 되고, 자기를 살려가는 운은 십성(十星)의 동태를 살펴서 판단하면 되는 것인데. 지금 진명이 말한 것은 밖에서 무엇을 구하기 위한 것을 물었다면 틀렸다고 하겠지만 공부를 통해서 내면을 키우는 것이라면 매우 적절한 답이라고 하겠네. 그러니까 밖에서 살아갈 적에는 답답하고 귀찮은 기신의 인성이지만 내면을 닦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으니 비상(砒霜)과 인삼(人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하하~!”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야 현지와 진명이 의미를 제대로 깨달았다는 듯이 합장했다. 그러자 염재가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알았습니다. 약이 되려면 무엇이든 약이 되고, 독이 되려면 또한 무엇이든 독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원래 약(藥)과 독(毒)은 같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모친은 아이가 사탕을 원한다고 해도 적당히 주고, 쓴 반찬이 싫다고 해도 강요하는 것이려니 싶습니다. 오늘도 매우 중요한 이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염재도 합장했다. 그러는 중에 다시 찾아온 우희가 낯선 사람과 동행해서 인사를 했다.

“식사는 잘 드셨는지요? 매우 가까이 지내는 동생인데 아까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자신도 여쭙고 싶다기에 동행했어요. 그리고 말씀을 나누다가 갔잖아요. 그동안 잠시 생각할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여쭙고 싶은데 혹 도사님께서 운영하시는 도장(道場)이 있으신지요? 봐하니 근거지가 없어 보이지는 않아서 여쭤봐요.”

우희가 이렇게 말하자 진명과 현지가 서로 마주 보면서 웃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우희가 말했다.

“아니, 혹시 제가 이렇게 말을 할 것을 미리 알고 계셨던 것은 아닌가요? 두 분의 표정을 보니까 분명히 뭔가 있었군요. 말씀해 주세요.”

우희가 눈치를 채고는 다시 묻자. 진명이 말했다.

“맞아요. 호호호~! 실은 조금 전에 우리끼리 점괘를 다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세상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겠는데 공부한다면 즐겁지 않겠느냐고 했거든요. 그리고 영혼이 맑아 보였는데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나눴는데 마침 이에 대한 말을 하기에 웃음이 나왔던 거예요. 호호~!”

진명이 말하자. 우희는 신이 나서 말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목청이 높아졌다.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저만 원하면 언제라도 그 도장에서 공부할 수가 있는 거였어요? 혹시 떠돌아다니면서 온갖 궂은 것은 다 보면서 사연도 많아서 공부할 인연이 안 된다고 하실까 봐 걱정했잖아요. 호호호~!”

우희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동행한 여인도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다시 우희가 진명을 보면서 말했다.

“도장은 어디에 있어요?”

우희의 물음에 진명이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염재가 말을 받아서 설명했다.

“우리 도장은 곡부(曲阜)에 있습니다. 오행원(五行院)이지요. 언제라도 찾아오시면 인연이 되실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군요. 도장은 누가 관리하기에 이렇게 천하를 유람하시는지요?”

“오행원에는 사형제들이 관리하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고 이렇게 둘러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귀가하는 길에 풍광을 둘러보고는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가려고 계획을 세워놓기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바로 간다고 하더라도 스승님은 뵙지 못한다는 말씀이잖아요. 저는 하루빨리 간지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거든요. 어떻게 두어 달을 더 기다리죠?”

그러자 현지가 말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동행하면 되잖아요. 무엇이 어렵겠어요. 호호~!”

“예? 정말인가요? 그것도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러자 항상 침착한 염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극단은 어떻게 하고요?”

“우리 극단은 제가 떠나면 너무나 좋아할 사람이 여기 있거든요. 호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동행한 여인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자신이 없어도 우희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마침 동행을 한 여인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진명이 그 말을 듣고서 말했다.

“그러니까 떠날 마음을 굳히신 건가요? 참 점괘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입문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또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괘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바로 발심(發心)하시다니 말이에요.”

“조금 전에 해 주신 말씀을 듣고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까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거든요. 그럼 저는 몸이 아프다고 하고 떠나면 그만이에요. 원래 우리 배우들의 삶이란 다 그렇거든요. 그래서 늙어 병이 들게 되면 처량해지는 존재가 될 뿐이죠. 호호~!”

우희가 씁쓸하게 웃는 것을 보면서 진명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가 있을 것도 같았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우리랑 같이 가요. 우린 여기에서 소항으로 갔다가 귀가할 예정이거든요. 나선 김에 유람(遊覽)을 더하고 귀가하자고 했어요. 호호호~!”

“소주와 항주는 항상 머물던 곳 중에 하나에요. 마침 잘 되었네요. 그곳에는 제가 안내를 해 드릴 수도 있을 만큼 훤하거든요. 호호호~!”

염재는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어서 내심 걱정도 되었는데 이렇게 잘 아는 인연을 만나게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자 동행을 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언니는 잘 해결이 되었네요. 이제 저도 좀 여쭙고 싶은데 가르침을 주세요.”

이미 무엇을 물어보려는지 다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우창이 여인을 보면서 말했다.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내 적응이 될 것입니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여인이 반신반의하면서 물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어떻게 제 사주도 물어보지 않고서 말씀해 주시는지요? 혹 관상술로 보신 건가요?”

여인의 말에 우창은 점괘를 적었다. 아침에 본 점괘가 있으니 시분(時分)만 바꾸면 되어서 간단히 적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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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를 적자 이번에는 우희가 먼저 들여 보다가 말했다.

“아니, 연월일은 같고 시분(時分)만 다르네요? 그러니까 연월일이 같다는 것은 살아온 날들이 같다는 의미가 되나요? 와~! 참으로 신기해요.”

우희가 감탄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런데 시주(時柱)의 신사(辛巳)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편관(偏官)이네요. 이것은 고통을 의미할까요?”

우희가 알고 있는 수준이 딱 그만큼이었다. 그러자 염재가 설명했다.

“고통도 되지만 책임감도 됩니다.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쇠가 용광로(鎔鑛爐)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됩니다. 지금 이야기의 정황을 봐서는 대표적인 배우의 역할을 맡아서 책임감이 커진다는 의미로 봐야 하겠네요. 그리고 분주(分柱)의 갑오(甲午)로 봐서 그 자리에서 멋진 활동하게 될 것으로 풀이가 되겠습니다.”

“아, 정관(正官)과 정재(正財)네요. 그러니까 정관은 안정된 자리가 되고 정재(正財)는 또한 노력한 만큼의 수익도 안정적이라는 말이니까 해석하신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겠어요. 재미있어요. 호호호~!”

“그동안 쌓은 내공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이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점괘가 재미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일을 바꾸는 점괘가 되는데 또 시간을 달리해서 물으면 이번에는 지위가 향상되는 점괘로 변하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이보환형(移步換形)이라고도 합니다. ‘걸음을 옮기면서 모습도 바뀐다’는 뜻이지요.”

염재가 자상하게 설명해 주자. 우희는 동행한 여인에게 마음 놓고 멋지게 능력을 발휘하라는 말과 함께 먼저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잘할 수 있지? 단장에게는 몸이 아파서 쉰다고 하고는 주연(主演)을 맡아서 잘 해봐. 알았지?”

“알았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이렇게 답을 하고 돌아가자 자신은 느긋하게 앉아서 일어날 생각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미 마음은 극단에서 떠났다고 봐야 할 상황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조석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 모습을 본 현지가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고요?”

현지의 말에 우희는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우창에게 물었다.

“무엇보다도 이름을 바꾸고 싶어요. 그동안에는 직업으로 인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희라는 이름으로 살았지만 이제 그 옷을 벗고 싶은데 그렇다면 이름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어요. 오늘 정식으로 입문할 제자에게 이름부터 만들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렇게 말을 한 우희가 우창에게 제자의 표시로 절을 세 번 했다. 우창도 말없이 받았다. 그리고는 이름을 지어달라는 말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밑도 끝도 없이 이름을 지어달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름이라.... 자신이 부를 이름을 스스로 지으시지요. 어린아이는 능력이 되지 못해서 부모가 이름을 지어 주지만 이미 그 단계는 지나셨으니 말이오. 하하~!”

“아, 그래야 하겠어요. 음.... 그런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요.”

우희가 곰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자. 아까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인이 나서서 말했다.

“정히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면 제 언니의 이름이 고윤옥(高允玉)이거든요. 총명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분명히 재수가 좋은 이름일 것이 틀림없어요. 이 이름은 어때요? 원래 이름은 평범하고 무난한 것이 좋다고 들었거든요. 호호~!”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우희도 중얼거렸다.

“고윤옥.... 고윤옥.... 윤옥.... 와~! 멋있어요. 흔한 듯하면서도 속되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이제야 나머지 평생에 붙여 줄 이름을 찾았어요. 이제 내친김에 아호(雅號)만 하나 만들면 준비는 끝이에요. 이건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 주세요. 스승님이 지어 주시나요?”

그러자 이번에는 염재가 답을 했다.

“아호는 마음의 옷이라고 합니다. 물론 스스로 짓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겠지요. 그리고 급하지 않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공부하다가 문득 맘에 드는 글귀나 마음이 집히는 글자가 떠오르면 그때 지어도 되는 것이니까요. 고 선생님 새로운 이름을 축하합니다. 하하~!”

염재의 축하를 받은 우희는 이제부터 고윤옥으로 다시 태어나서 학문으로 길을 삼고 지혜의 등불을 연마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자신과 다짐하게 되었다. 염재가 고 선생이라고 해 주자, 문득 제안해 준 객잔의 주인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멋진 이름을 찾아 주셨으니 큰 복을 지으셨네요. 과연 윤옥처럼 귀한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할게요. 호호호~!”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고는 극단과 마무리하고 온다면서 떠났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나자 객잔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조용해지자 염재가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이렇게 정신이 없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인연이 되었으니 보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길을 일러주고 삶에 희망을 찾아가도록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 될 테니까 말이지. 그리고 모두 한 마음으로 함께 해 줬으니 고윤옥의 복이라고 해야 하겠군. 하하하~!”

그러자 진명이 웃으면서 우창에게 말했다.

“그런데 참 희한하네요. 단지 이름을 바꾼다고 했을 뿐인데 우희라는 이름은 왠지 우울해 보이고 고윤옥은 느낌이 밝아 보이니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일까요? 이름이 과연 의미가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잖아요?”

“그렇다네. 이름은 얼굴이기도 하지. 만약에 학문이 깊은 학자의 이름이 반건달(潘乾達)이라고 한다면 뭔가 좀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 들지 않겠느냔 말이지. 하하하~!”

“정말이에요.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은 매우 크지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고윤옥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느낌이 들어서 누구라도 그 사람을 보기 전에 호감(好感)이 생기게 될 것 같거든요. 이러한 생각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한다면 이름은 잘 지어야 하겠네요. 호호~!”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도 한마디 했다.

“반건달을 말씀하셔서 문득 글자를 생각해 봤습니다. 성(姓)은 조상이 물려준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고 하겠지만, 하늘을 세운다는 건달(乾達)이 성과 연결이 되면서 빈둥거리면서 놀러 다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성과 이름을 잘 연결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이것도 음양이 아닐까요?”

염재가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이 이에 대해서 답했다.

“오호~! 그 사이에도 음양을 생각했구나. 그래 잘했네. 성(姓)은 음(陰)이요, 명(名)은 양(陽)이겠군. 음양이 조화를 이루면 누가 들어도 멋진 이름이 될 텐데. 반건달과 같이 느낌이 치우치게 되면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쁜 이름을 짓게 될 가능성이 낮아지겠군. 하하~!”

“잘 알겠습니다. 이름에서도 음양의 이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름이 바뀌면 마음도 다르게 될 것이니 우희(虞姬)에서 고윤옥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는 축하를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렇다네. 더구나 오행의 이치를 알고자 한다니 다행이로군.”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현지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어제 보면서 생각했던 점입니다만, 이것이 말이 되는지에 대해서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어요.”

현지가 의견이 있다는 말에 우창도 반가워서 얼른 말했다.

“아니, 그런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봐야지. 무엇인지 말해 봐.”

“오주괘에 대한 말씀이에요. 앞의 사람이 질문을 하고 시간이 흘러서 시주가 바뀐다면 변화는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만, 만약에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의 질문을 받게 된다면 오주괘는 거의 바뀌지 않거나 혹은 분주(分柱)만 바뀌게 될 텐데 그러한 경우에 해석하는 관점에서는 변화의 여지가 너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점에 대해서 해결책은 없을까요?”

현지가 이렇게 말을 하자 우창은 물론이고, 염재와 진명도 얼떨떨해졌다. 당연히 그렇게 질문에 따라서 현재의 오주를 보고서 답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속적으로 질문을 받을 상황이 된다면 그것도 재미가 없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 우창이 다시 물었다.

“오호~! 여태까지 그러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고, 그러한 일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오후에 사람들이 객잔으로 몰려온다는 주인의 말을 생각해 보니까 과연 그것도 문제일 수가 있겠다는 것도 이제야 생각해 보게 되는걸. 그렇다면 현지는 어떤 의견이 있는지 말해 봐.”

현지는 무엇보다도 우창이 말투를 바꿔서 진명과 같이 대하는 것이 듣기 좋았다. 나이가 젊어진 것도 같아서 더욱 좋은 것은 덤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이 나서 말했다.

“스승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점술(占術)에는 차객법(次客法)이 있잖아요? 그것을 적용해서 판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점에 대해서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요.”

“아, 차객법을 떠올리셨구나. 그것도 생각해 봄 직하겠는걸.”

그러자 진명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는 듯이 현지에게 물었다.

“차객법이라니요? 그건 첨 들어봐요. 어떤 것을 말하는 거죠?”

“그것은 분주를 바꾸자는 뜻이야. 그러니까 아직 미분(未分)이 되지 않았는데 앞의 사람과는 이야기가 끝났으므로 다음 사람과 이야기할 적에도 그대로 미분인데, 그것을 신분(申分)으로 적용하는 방법이거든. 그리고 또 신분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다음 사람이 있으면 이번에는 유분(酉分)으로 적용해서 풀이하는 것이야.”

현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진명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너무 인위적(人爲的)이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자연의 시간과는 위배가 되는 것이잖아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서 말이야. 나도 그 점이 맘에 걸려서 스승님께 여쭤보는 거야. 차객법이란 것을 적용 시켜서 풀이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거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염재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도(印度)에서 떠돌이 유랑자(流浪者)로 인해서 서방(西方)으로 퍼져나간 점술에는 화패(畵牌)를 사용해서 점(占)을 보는 방법이 있답니다. 그들은 탑라패(塔羅牌:타로카드)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점을 볼 적에 그 패를 ‘탑처럼 펼쳐 놓는다’는 뜻인가 싶습니다만, 유적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인물이나 사물을 그림으로 그린 손바닥 정도의 크기가 한 묶음이었습니다. 누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이 난 것은 육갑(六甲)을 그렇게 만들어서 펼쳐놓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염재의 말에 진명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그렇다면 육갑의 패를 60개 만들어서 펼쳐놓으면 된단 말이잖아? 그렇게 되면 언니가 염려한 시간과도 전혀 무관하겠는걸. 다만 그렇게 해서 뽑은 간지도 영험(靈驗)이 있겠느냐는 것이겠는데. 이것은 우리가 시험을 해보면 되잖아? 정말 재미있겠다. 오주괘가 변해서 육갑패(六甲牌)가 된다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듯이 바라봤다. 염재와 진명의 말을 들으면서 우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