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견광⑤ 거북바위

작성일
2023-05-14 07:2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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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견광⑤ 거북바위 (龜巖)


(2023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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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약수랑 한참을 놀았으니 또 이동을 해야지. 화암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거북바위로 가야 할 순서이다. 이름이 거북바위라기에 거북이를 닮은 바위가 하나 있나 보다 했다. 그래서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지나는 길에 들려보는 것으로 생각했다. 문득 울릉도의 코끼리바위가 떠오르기는 했다. 그것은 참 걸작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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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을 쓰윽~ 훑어보고는 꽤 가팔라 보이는 계단을 보니 심리적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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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야 한다면 피할 수는 없는 일이지 싶어서 두리번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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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오른쪽으로 가면 거북바위란다. 반갑군. 조삼모사(朝三暮四)라지 않은가. 우선 당장은 가파른 계단보다야 오솔길로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거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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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예술가가 작품 하나를 남겨 놨구나. 이 파이프의 의미를 이때는 몰랐다. 분수의 물줄기를 표현한 것인가?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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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은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데 화암은 이제야 봄이 무르익었다. 그래서 봄 여행은 치고 올라가면서 하는 것이 맞다. 계속해서 봄을 즐길 수가 있으니까 말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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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과 호연은 벌써 바위에 다 올라간 모양이다. 근데 바위가 꽤 많구나. 거북이 한 마리 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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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거북바위라더니 거북이 등 껍질의 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구나. 뭐, 사각이면 어떻고 육각이 아니면 또 어떠냔 말이지. 이름에 끌려서 사유(思惟)의 범위가 제한된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작품의 이름이 무제(無題)이기조차 한 까닭일게다. '나는 이름을 못 붙이겠으니 그대가 붙여 보시던가'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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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몰운대와는 좀 다른가? 비슷하지 싶기도 하다. 몰운대에서 봤던 습곡(褶曲)의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또 닮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항상 비교의 대상은 내가 봤거나 경험했던 것일 따름이니까. 그래서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것은 만고(萬古)의 진리다. 이제 한 평생 모르고 지나갔던 지질을 기억에 넣어보려고 아둥바둥하는 낭월이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그 첫걸음은 설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 행복한 순간이고.그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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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을 올려다 본다. 이게 거북인가? 무슨 거북이 이렇게 생겼지? 설마 등딱지를 보라는 뜻은 아닐게고 그냥 거대한 바윗덩어리인데 다른 곳에서 보면 또 달라보일 수도 있겠지만 거북이가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 아닌 바에는 이러한 형상은 아무래도 이름과 걸맞지 않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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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머리를 '땅~!'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층서학(層序學)~!'

하얀 네모 속에 써 놓은 15를 보자마자 책에서 읽은 층서학이 떠올랐다. 지질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퇴적층(堆積層)이다. 그 층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을 「층서학」이라고 한다. '층층이 쌓인 순서를 보면서 연대(年代)를 측정하고 그것을 비교하고 분석하면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학문'이다. 15가 있다면 14도 16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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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혼자만의 보물찾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사실 찾을 것도 없었다. 암벽의 모서리 부근에 써놓은 것만 찾으면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느낌이 묘했다. 누군가 이 암석층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표시를 해 놓았겠지. 15층과 16층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질맹(地質盲)이 알 방법이 없다. 급한대로 네이버에 검색을 해 봤지만 마땅한 답은 없었다. 아마도 이 연구의 결과는 지질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논문으로 남아있겠구나. 어쩌면이 아니라 당연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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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거리다가 13번도 찾았다. 그런데 번호가 쓰인 위는 바위가 단절(斷折)이 되어 있다. 그것을 보자 또 두 번째의 생각이 떠올랐다.

'부정합(不整合)'

그래 부정합이라는 것이 있었어. 연대별로 쌓여가던 지층이 갑자기 영화의 장면 전환처럼 끊겨버리고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을 부정합이라고 한댔지. 흡사 책을 쌓아놓은 것과 같은 이치인 모양이다. 한 권의 책은 이야기가 일관성이 있겠지만 그 위에 있는 다른 책은 또 다른 이야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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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팔자층(八字層)이 떠올랐다. 이렇게 되어 있다면 연주(年柱)와 월주(月柱)는 순생이라서 정합(整合)에 해당할 것이지만, 월주와 일주(日柱)사이는 격리가 된다고 봐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일주와 시주(時柱)도 마찬가지로 사라진 세월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간지의 초보는 보이는 것만 읽을 테지만 고수쯤 되면 그 사이에 사라진 세월들을 유추하느라고 골몰하겠지. 인신충(寅申沖)을 보면서 금극목(金克木)만 볼 수도 있지만 또 그 안에서 사라진 흔적들을 찾아내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학자도 있기 마련일 테니까. 그리고 처음에는 단순하게 인신(寅申)만 보게 되지만 내공이 쌓이게 되면 그 사이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꺼내서 풀이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냔 말이지.

그런데 입문자가 그러한 멋을 부리려고 애를 쓰고 있을 경우에는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으니 그냥 단순하게 보라고 할 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간지층(干支層)이 30겹쯤 쌓여가다 보면 비로소 그러한 것도 읽을 수가 있지 않겠느냔 의미이다. 그냥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의 조각들이다. 부정합을 보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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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는 '잃어버린 30년'이 있지만 이 층과 층 사이에 잃어버린 세월은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이라고 했다. 수백 만년일 수도  있다지. 처음에는 그냥 순서대로 쌓인 것이고, 지각변동에 의해서 절리(節理)가 되었을 뿐이라고 여겼던 지질학자들이, 다른 곳에서 그 중간에 없어진 부분을 찾아내고 서야 그 사이에는 많은 세월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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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합에도 종류가 있다. 경사부정합(傾斜不整合), 난정합(難整合), 침식부정합(浸蝕不整合)은 다른 말로 비정합(非整合)이라고도 하고, 평행부정합(平行不整合)은 준정합(準整合)이라고도 한단다. 그러니까 기본은 정합(整合)이고 가지런히 합해져 있다는 말이니까 연대의 순서대로 가지런히 포개져 있다는 말이겠구나. 그것은 한 덩어리의 지층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렇게 떨어진 암석층은 중간에 사라진 시간이 있어서 부정합(不整合), 그러니까 '포개진 순서가 가지런하지 않다'는 의미로군.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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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 인지를 알아야 할 것 아니냔 말이다. 보고 또 본다. 바위를 보라고 써놓은 숫자일텐데 눈은 숫자만 보고 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 따로 없다. 그런데 바위는 안 보이고 숫자만 보이니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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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공부하러 왔던 제자의 말이 떠오른다.

제자 : 스승님, 육갑은 외웠어요. 그 다음에는 뭘 해요?
낭월 : 이제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서 이해하면 됩니다.
제자 : 그야 甲은 양목이고 子는 음수잖아요?
낭월 : 그럼 나중에 손님이 찾아왔을 적에 그렇게 말할 겁니까?
제자 :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낭월 : 그럼 이제 갑자를 보거든 여객선(旅客船)을 떠올리세요.
제자 : 아니, 『六甲』책에는 강의 수달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낭월 : 그랬지요. 하하~!
제자 : 그런데 또 이번에는 여객선인가요? 왜 왔다갔다하세요?
낭월 : 글자는 죽어있고, 생각은 살아있으니까요.
제자 : 그럼 어느 장단에 춤을 춰요? 이현령비현령이잖아요!
낭월 : 맞아요. 그 이치가 바로 정답입니다.
제자 : 그게 아니죠. 그건 사주쟁이를 비웃느라고 하는 말인걸요.
낭월 : 망치는 못을 박으면 못 박는 망치고 얼음을 깨면 얼음깨는 망치니까요.
제자 : 예? ...... 아하~!

제자에게 한 말이 떠올라서 혼자 피식 웃었다. 낭월이 딱 그 짝이기 때문이었다. 암석층도 알겠고, 층서학도 알겠고, 사라진 세월이 있다는 것도 알겠고, 그러니까 위와 아래가 서로 다르다는 것도 알겠다고. 그런데? 그 다음에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안 보이니 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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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도 폰을 들고 바위를 열심히 탐사한다. 그것을 보면서 또 맹인모상(盲人摸象)이 떠올랐다. 아니지 낭월은 그 만도 못하구나. 맹인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은 그래도 자기가 만지고 있는 부위가 코인지, 귀인지 다리인지는 알고 있는데, 이건 뭐 단단한 것은 암석이고, 써놓은 것은 페인트로구나. 그 이상 어떻게 알 수가 있느냔 말이지. 그래서 또 답답함이 한가득 피어오른다. 고인의 말씀에.

'하나를 알면 둘을 모르게 된다.'

'아니, 하나를 알면 둘을 깨닫는 것이 아니고?' 아니다. 초짜는 하나를 알면 둘을 깨닫지만 고수는 하나를 알면 둘을 모르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무 것도 모르게 되어서 다 내려놓고 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을 뿐이다. 조금 알았던 습자지(習字紙) 같은 상식을 들고서 거대한 고생대의 5억 년 세월과 맞짱을 뜨려고 달려들었으니 가소로울 밖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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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干支)는 웬만큼 이해한다고 했지만 아득한 세월의 어느 부분에서 간지가 싹트고 자랐는지를 알 수가 없고, 그 간지가 운명에 간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그것이 인간에게만 적용되고 초목이나 동물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태초에 간지가 있었다"

글로 쓸 수야 있지. 그런데 고생대의 삼염충이 이 화암마을의 바다 속을 기어 다니고 있을 적에 간지는 어디에 있었느냔 말이지. 간지는 낭월의 화두(화話頭)다. 이번 생에 이것을 풀어내고 허허롭게 웃게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약간의 얻음으로 밥을 만들면서 예쁜 조약돌을 주웠다고 자랑하며 신나게 놀고 있지만 거대한 미지의 바다는 여전히 저렇게 광활하게 드러누워 있으니 말이지.......

지질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도 지질공부라면 뭐. 여하튼 지금 궁금한 것은 이 층층마다 써놓은 숫자의 의미지만 아무도 알려줄 것 같지는 않구나. 또 걸음을 옮겨야지. 여기에 주저앉아서 가부좌를 틀고서 석달열흘을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일도 아니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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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 여기는 차돌이 들어있어요~!
낭월 : 그래 차돌이라고도 하지.
화인 : 그럼 지질학에서는 뭐라고 하는데요?
낭월 : 석영(石英)이라고 한다더라.
화인 : 석영을 들어 본 것은 같은데 뭐죠?
낭월 : 이렇게 허연 색으로 보이는 암석이라네.
화인 : 그럼 차돌멩이가 석영인가요? 
낭월 : 같은 말이지 않겠남? 왜 차돌이겠어?
화인 :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낭월 : 단단하고 찰져서 잘 깨지지 않는다고 해서 차돌이지 뭐.
화인 : 예에? 정말요? 차돌이 얼마나 단단한데요?
낭월 : 대략 7정도 된다지. 금강석이 10인 줄은 알지?
화인 : 그럼 꽤나 단단하네요. 그래서 차돌이었구나.....
낭월 : 아, 다 믿지는 말고, 흐흐
화인 : 그래도 그것조차 몰랐으니까요. 호호~!

낭월 : 그냥 혼자 생각이네. 하하하~!
화인 : 그런데 왜 위와 아래와 층이 달라요?

화인은 낭월이 지질학박사는 몰라도 석사쯤 되는 줄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뭐든 물으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하는지 자꾸 옆에 쫓아다니면서 쫑알쫑알 묻는다. 그만큼 모르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또 그만큼 알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할 테니 예쁘다. 여하튼 지금 이 순간에는 돌 박사가 가장 부러울 따름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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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그런데 이상하네요.
낭월 : 어? 뭐가?
화인 : 아니, 이렇게 층이 다르면 분명히 숫자를 써 놨어야 하잖아요?
낭월 : 그러게나 말이다. 하하하~!
화인 : 오호라~ 뭔가 알고 계신거죠? 이게 무슨 뜻인데요?
낭월 : 그건 관입(貫入) 된 거라서 그래.
화인 : 관입? 처음 들어요. 그게 뭔가요?
낭월 : 관입이란 말이지. 사암, 셰일, 규암층이 지각변동으로 틈이 생겼어.
화인 : 사암이니 규암이니 하는 것은 어디에 나와요?
낭월 : 화암약수에.
화인 : 예? 화암약수에 그런 것도 나왔나요?
낭월 : 설명서를 잘 보면 나와 있어.

화인 : 그건 그렇고 바위사이에 틈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낭월 : 그 틈 사이로 마그마가 관통(貫通)해서 주입(注入)이 된 거야.
화인 : 와~! 그런 것도 다 아세요?
낭월 : 그래 한 달을 공부한 것으로는 겨우 이 정도 뿐이구나. 
화인 :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그러니까 석영의 위와 아래는 같은 층인거죠?
낭월 : 옳지! 지질학자의 싹수가 보이는구나. 하하하~!

그나마 현장에서 보니까 생각이 나는 것도 한두 개는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뚜렷하게 관입현상이 보이니까 책에서 읽은 지식이나마 밖으로 나댈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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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스님이 말씀하셨던가....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 )이나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니라

그래 딱 맞는 말이다. 낭월은 일월독서관입통(一月讀書貫入通)이로구나. 책을 한 달 읽었더니 관입에 대한 정도는 통하게 되더라는 말이다. 화인이 또 묻는다.

화인 : 금맥도 이런 걸까요?
낭월 : 맞아~! 금물이 마그마를 따라서 관입하면 금맥이니까.
화인 : 와~! 그럼 금을 찾아봐요.
낭월 : 그래서 망치도 하나 샀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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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뭔지는 몰라도 숫자는 위로 가면서 단위가 높아지고 있다. 선캄브리아부터 중생대까지 쌓인 역사가 이 안에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 사암이나 셰일도 퇴적암이니까 화석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망치를 꺼낼 생각은 못했다. 하긴 차의 배낭에 고이 모셔뒀구나. 그것을 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다. 나중에 화석에 관심이 생길 때 쯤이면 아마도 빛을 보지 싶기는 하다. (괜히 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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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다 올라갔다. 위를 보니 바위의 끝이 보인다. 어? 저건가? 거북바위라는 것이? 거대한 바위 위에 쪼만하게 얹혀진 바위가 보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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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거북이.......?

닮았나? 여하튼 그 위까지 올라가면 전망은 참 좋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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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그림마을을 보는 것이 옳지 싶다. 어천이 굽이치는 양지쪽에 올망졸망 모여있는 마을이 평화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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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면(畵岩面)이 원래는 동면(東面)이었는데 2009년에 행정명이 바뀌게 되었더란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이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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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도 보고 풍경도 봐야 일석이조란 말이지. 보이는 것은 다 보면서 지나가자는 생각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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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거북바위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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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사이를 통과를 할 수가 있겠느냐는 연지님의 말에 대충 가늠해 보니 이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바위틈이라면 아무래도 여수 향일암(向日庵)으로 가는 길이 제격인데. 그러고 보니 그것도 암벽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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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이 있기를 기다렸다가 찍었어야 하는데 항상 지나고 보면 아쉬운 것이 사진놀이다. 그때는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다시 또 가야 할 이유를 자꾸 만들어 보는 셈인가? 그나저나 그건 또 어느 시대의 무슨 바위였을까? 이런~! 아무래도 중증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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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아직은 석벽을 통과할 수가 있구나. 그것도 여유롭게 말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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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이 되지 않으니 자꾸 눈길이 간다. 쟤가 거북이란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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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몰라도 겉은 볼만하구나. 과연 화암팔경이라고 할만 하다. 내려와서 앞쪽으로 돌았다. 여기에도 숫자가 있었다. 그것도 1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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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1번이었구나. 다만 번호는 번호일 뿐이다. 높이로 가늠해서는 뒤쪽(올라온 쪽)의 20번 정도는 되지 싶은데 1번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그냥 순서대로 써놓은 것일 뿐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러니까 숫자만 보고서 지질의 맨 아랫층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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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이 많은 것을 보니 너도 살기가 여간 힘들었던 모양이구나. 그래 이해한다. 이렇게 바위투성이 속에서 안 죽고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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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이니 그에 대한 전설 한 토막은 있을 법도 한데 무슨 이야기가 있으려나.... 싶어서 뒤적여 봤지만 뚜렷한 이야깃거리는 안 보인다. 기도하면 무병장수 한다는 정도의 말뿐이로구나. 그래 그야 아무렴 어떠랴. 거북바위는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 사람의 염원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것이니까. 용바위는 형상이 길쭉하고 하늘로 향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촛대바위가 되고 말기 때문에 제주도 용두암 정도지만 거북은 둥글넙적하면 되니까 이름을 붙이기도 만고에 편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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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이 어여 내려 오란다. 밥 먹으러 가잔 말이군. 그래 나도 그러려고 했다. 볼만큼 봤으니 더 본다고 해서 어느 암층이 쑥 나서서 '내가 살았던 시절에는 바닷물도 따뜻했었는데 말이야.'라고 말을 걸어 줄 것같지도 않으니까 대충 마무리 하고 또 공부가 조금 더 되거든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하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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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여줬구나. 뭔진 몰라도 많이 배운 듯한 포만감을 안고서 떠날 수가 있었다. 내일 만날 일행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의 사정으로 봐서 비가 쏟아질 테니까 다시 찾아오기는 어렵지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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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내려오면서 다시 보니 파이프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된다. 이것은 수억 만 년의 지질층을 나타낸 것임을 알겠더라는 말이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쥐어줘도 모르 는 이치는 만고의 불변인듯. ㅋㅋ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열 개의 파이프구나. 이것은 음양을 나타낸 것이로군. 10은 양(1)과 음(0)의 조합이니까. 이로부터 무한대로 확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라는 것을 작가도 알았더란 말인가? 과연 대단한 내공일군. 물론 음(一)과 양(丨)이 만나서 도(十)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음일양상봉자위도(一陰一陽相逢之謂道)라고 했으니까, 에구~ 이런 것을 보면서도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ㅋㅋㅋ

[뒷날에 추가-지질도 보는 법을 배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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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놓고 보니까 대략 그림이 나오는구나. 주황색은 거북바위가 있는 일대인데 장산규암층(壯山硅巖層)으로 딱 나오는구나. 바로 앞에 있는 화암마을이 형성된 곳은 색이 다르구나.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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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신생대 제4기에 만들어진 퇴적층이네. 재미있는 걸. 엑스레이 사진을 보는 것처럼 땅 속이 대략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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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동굴 앞에 있는 아리랑식당이 오늘 점심을 해결할 곳으로 낙점되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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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스러운 식단이로구나. 그래 뭘 먹어도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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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도 하나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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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막걸리에 아우라지 옥수수 막걸리까지 곁들여서 푸짐한 점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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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콧등치기로 소모된 기운을 보충하고 나니 다시 움직일 기운이 샘솟는다. 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이제 남은 곳을 생각해 보니, 화표주는 지나다 보면 될 것이고, 용마소는 봐하니 여천의 둔치에 있는 모양이구나. 호연은 저녁먹을 식당을 찾고 있을 적에 낭월은 다음에 봐야 할 곳을 찾느라고 저마다 용무가 분주하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