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와 백도③ 녹산등대길

작성일
2023-04-0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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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와 백도③ 녹산등대로 가는 길 (2023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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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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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천문박명 시간이 04시 58분이어서 그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어제 일찌감치 푹 잤더니 오늘은 3시 반쯤 잠이 깨는 바람에 오늘의 여정을 짜면서 혹시라도 빠트리면 안 되는 곳이 없는지를 살폈다. 시간을 고려해 보니까 그렇게 여유로운 흐름이 아니었다.

06:40. 새벽의 거문도항 풍경과 놀다가 들어가서
07:00. 택시로 전화해서 녹산등대로 출발하고
09:30. 다시 택시로 돌아와서 아침을 해결한 다음에
10:20. 백도행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돈 다음에
12:40. 유람선을 내려서 평화페리11호 표를 산 다음에 방빼고
13:40. 녹동항으로 출항하면
16:30. 녹동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고요하고 바다는 잔잔하다. 오늘 돌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봐서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을 새벽에 모두 마쳤다. 하루의 일정은 원래 인시(寅時)에 계획하는 법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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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잠긴 거문도항의 새벽이다. 이런 분위가가 여행지의 맛을 풀풀 풍겨준다. 요란뻑쩍한 풍경보다는 이렇게 침묵하는 새벽이 더 좋은 것은 천성이 고요한 것을 좋아하는 까닭이려니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꼭두새벽에 아무 것도 볼 것도 없는 거리를 혼자서 배회하면서 흐뭇해 할 까닭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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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젯밤에 잠시 둘러봤던 부두의 흰 등대 쪽으로 나가봤다. 삼호교 이래에 어선들은 벌써 대낮같이 불을 밝혀 놓고서 오늘의 일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 바로 이거지~!'

역시 나그네를 실망시키지 않는 풍경이로구나. 즉시로 사진놀이를 할 위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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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히 건너다 보이지만 삼호교를 건너서 가야 하니 거리는 1.4km구나. 그 정도야 껌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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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 유람선 타는 곳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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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교로 올라섰다. 걸음이 빨라진다. 항해박명이 5시 28분이기 때문이다. 배들이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이고 배들이 움직이는 것을 사진에 담으려면 지금쯤은 목적한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때는 삼호교가 더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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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배들이 움직이고 있잖느냔 말이지. 삼호교의 중간 가장 높은 곳에서 거문대교를 바라보고 한 장 찍었다. 어제 타고 들어온 웨스트그린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구나. 아침 8시가 되면 여수를 향해서 출항할 것이다. 배들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풍경을 담으려니 노출시간이 너무 길면 곤란하다. 그래서 0.8초로 타협했다. 그렇다고 너무 빠른 셔터는 어둠에게 패배를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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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노이즈를 줄여보려고 좀 늦은 셔터를 택했다. 5초다. 이미 항해박명의 시간이 다 되어오는 바람에 서둘러서 댓장을 찍고서 얼른 이동하려는데 누가 뒤에서 말을 건다.

행인 :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 촬영하십니까?

음.... 이 시간에 말을 거는 자는 누구냐. 고개를 돌려보니 2말3초의 젊은이였다. 깍두기 머리로 봐서 보나 마나 군인이겠구나. 싶어서 설마 검문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나까'는 '나는 군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 말이지. ㅎㅎ

문득 백령도에서 일출을 찍겠다고 콩돌해안을 더듬어 찾아서 바닷가에 나갔다가 해안경비군에게 쫒겨났던 생각이 퍼뜩 스쳤다.

낭월 : 예 새벽 풍경이 궁금해서 나와 봤습니다.
행인 : 이 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계시는 것이 멋지십니다.
낭월 : 혹 검문하시는 것입니까?
행인 : 아, 아닙니다. 거문도등대를 갔다 오려고 가는 중입니다.
낭월 : 그렇습니까? 이 시간에 거문도 등대의 일출도 좋겠습니다.
행인 : 정말, 저도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새벽을 즐기고 싶습니다.
낭월 : 어렵지 않습니다. 곧 그렇게 되실 겁니다.
행인 : 멋진 작품 담으십시오~!
낭월 : 예~ 고맙습니다.

젊은이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는 서둘러서 거문도 등대 쪽으로 향했다. 이 친구도 거문도 등대에서 일출을 보려면 발길이 꽤나 바쁘겠구나. 녀석~ 뭘 아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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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사진은 빛놀이니까. 배에 켜놓은 조명들과 카메라의 장노출과 어우러져서 기괴한 풍경이 나올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터이다. 상상한 것보다 더 재미있군. 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15초 장노출로 또 재미있는 그림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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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20초로 조리개를 활짝 열어놓고 빛을 양껏 받아들였다. 짙푸른 바닷물의 색도 참 아름답구나. 여긴 거문도의 청정해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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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카메라를 부두의 등대 쪽으로 돌렸다. 빨간불과 초록불의 사이를 지나가는 배가 풍경에 부조를 한다. 섬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이러한 풍경을 보고자 하는 마음도 큰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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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배가 없는 시간을 노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은 고정되어 있는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바다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기고 등불만 위치를 알려주는 고요한 풍경을 한 장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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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분 후의 풍경은 또 사뭇 다르다. 하늘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구나. 항해박명과 시민박명의 사이에 이러한 예쁜 하늘을 만날 수가 있다. 항해박명은 어둡고 시민박명은 너무 밝다. 그래서 항상 중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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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일출시간이 다가오면 가로등이 모두 꺼져버린다. 그러면 새벽놀이도 재미가 없어진다.  그 전에 더 열심히 놀아야지. 그리고 인증샷도 이렇게 하나 남겨둔다. 이 시간에 여기 있었노라. 낭월은 보이지 않는다고? 원 그럴리가. 카메라가 낭월인 줄을 안다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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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고요하고 풍경도 고요하다. 배들은 멸치를 잡으러 모두 떠난 거문도항이 흡사 출산을 마친 어머니의 뱃속처럼 허탈하다. 자식들이 모두 일터로 떠난 다음의 허전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 또 좋다. 저녁이면 풍요로운 만선으로 돌아와서 시끌벅적해질 풍경도 있을테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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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교의 가로등이 꺼지기 전에 한 장 담아두자. 하늘은 구름조금이로구나. 수면일출은 어렵겠지만 그것에 관심도 없다. 거문도항의 새벽은 일출과는 거리가 먼 지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대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좋은데 그것은 다른 곳에서 봤으니 다시 보지 않아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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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구나.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지만 이미 마음은 만선이다. 카메라의 메모리에는 오늘 새벽의 수확물이 가득 담겼을 테니 말이지.

이 시절이 사진놀이에 가장 좋은 이유가 있다. 안으로는 날씨가 춥지 않으니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곱지 않아서 좋고, 밖으로는 모기며 깔따구가 피를 얻으러 오지 않아서 좋은 것이니 안팍으로 다 좋은 이 시절을 그냥 놀리면 억울하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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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교 서편에는 안내지도가 있구나. 그래 녹산등대를 가다가 인어해양공원도 보면 되겠다. 거문도역사공원이나 영국군묘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시간이 남아서 지루할 정도라면 들려볼 마음이 1은 있지만 일정으로 봐서 그럴 시간은 없지 싶어서 일정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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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만 따로 들여다 보고, 혹 가야 할 곳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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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도 간단하군. 거문도등대는 봤고, 녹산등대는 조금 후에 가볼거고, 역사공원은 관심에서 제외했고, 백도는 아침먹고 가볼 것이니 이 정도면 거문도유람은 완료가 된 셈이로구나. 이제 서둘러야 하겠다. 7시에 택시를 타기로 했으니까 말이지. 벌써 6시가 다 되었구나. 어제 저녁에 거문도등대에서 돌아오면서 기사님과 이야기를 해놨다.

낭월 : 내일 아침에 녹산등대로 가고 싶은데요.
기사 : 몇 시면 되겠습니까?
낭월 : 여덟 시 쯤이면 좋겠습니다.
기사 : 예, 전화 주시면 됩니다.
낭월 : 요금은 얼마입니까?

기사 : 2만원입니다.
낭월 : 일곱 시도 괜찮을까요?
기사 : (매우 반가워하며) 일곱 시면 좋지요!
낭월 : 그럼 그 시간으로 하겠습니다.
기사 : 준비하고 전화 주세요.

이야기를 마치고 왜 7시를 반가워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생각해 봤다. 이른 시간에 나오라는 것이 그리 반가울 것만은 아니었을텐데 싶어서다. 그리고 이내 그 의미를 알 수가 있었다. 8시에 여수행 배가 뜨니까 그 전에 한탕이라도 더 뛰려면 7시야말로 매우 유리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객의 죽이 잘 맞았던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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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교에 올라서 바깥쪽을 보니 태양이 어디쯤 떠오르고 있는지 알 정도로 빛이 밝다. 풍경을 봐하니 시기를 잘 맞춘다면 수면일출도 가능해 보이긴 한다. 아마도 동지의 언저리가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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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완전히 밝았구나. 하긴 일출 8분 전이구나. 새벽놀이는 이렇게 해서 끝났다. 이제부터는 녹산등대로 향하는 아침놀이를 해야 할 시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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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은 일어나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씻고 늘어놨던 살림살이들도 주섬주섬 가방에 담는다. 가방은 놔뒀다가 배 타러 갈 적에 챙기는 걸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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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해 놓고 나왔다. 신호기에 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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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들어오면서 잠시 후에 트럭이 나타난다. 제대로 잘 작동하고 있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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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다는 거문도버스도 움직이는구나. 동도로 가는 모양이다. 순간, 버스를 타면 얼마가 이익인지를 생각했다. 버스비는 1천원일게다. 두 사람이 2천원이면 택시비는 2만원이라고 했으니까 열 배로구나. 그러면 18,000원이 이득이네? 그럼 택시를 취소하고 버스를 타? 아니, 그랬다가 돌아올 적에 택시가 감정이 상해서 시간이 안 된다고 하면? 그럼 또 난감하잖아? 에라~ 그냥 돈 쓰고 시간을 벌자. 까지 생각하는데 약 10초가 허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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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거문도버스는 지나갔더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내 택시가 왔고 얼른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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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혹 벗님이 잊으셨을까봐 언급하지만 카니발임 ㅋㅋ)는 거문대고 앞에서 내려주고 갔다. 결국 버스노선과 완전히 일치하고 한 걸음도 녹산등대와 가까워지지 않았다. 혹 나중에 누군가 참고하시려면 이러한 점도 감안하시라는 의미로 한 줄 써 놓는다.

택시 비용은 어느 여행객이 써놓은 글을 보니까.
거문도등대(입구)까지는 1인당 3천원이고, 녹산등대(입구)까지는 4천원이라고 했다. 그것은 합승을 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요금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상황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홀로여행일 경우라면 그것도 참고가 되지 싶기는 하다. 그러니까 단독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거문도등대는 1만원, 녹산등대는 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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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등대는 둘레길이 아름답다고 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기사의 말로는 제주도의 모든 올레길을 다 둘러본 사람이 녹산등대길을 둘러보고서 하는 말에 '제주도 어느 올레길보다도 풍경이 뛰어나다'고 했다는데 그 말은 믿기 어렵지 싶다. 다분히 접대용이려니 싶은 생각이 들 따름이었다. 여하튼 한바퀴 돌아봐야 할 길이니 경치가 좋아서 나쁠 이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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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잘 다듬어 놨구나.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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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와 동도를 잇는 거문대교를 뒤로 하고 녹산등대로 천천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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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밭이다. 거문도 사람은 쑥으로 먹고 산다는 식당 아지매의 설명과 함께 얻어먹었던 쑥개떡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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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쑥개떡을 맛보라고 주면서 한 말이다.

낭월 : 거문도는 쑥이 유명한 줄 몰랐습니다.
주인 : 거문도 사람들은 쑥 팔아서 밥 먹는다오.
낭월 : 금오도에서는 방풍을 팔아서 밥을 먹는다더니만.
주인 : 웜마! 사장님은 부자요잉?
낭월 : 부자지요. 맘만.
주인 : 병원에 갖다 주는 돈으로 이러고 다니니 월매나 좋소잉~
낭월 :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인 : 그렇게 사는거이 잘 사는 건디 오로코롬 일땜에 꼼짝못헌다 아이요.

신세 한탄 비슷한 것을 하면서 내민 쑥떡은 어머니의 손맛인듯 싶었다. 쑥떡은 종종 사다 먹었지만 쑥개떡을 사다 먹은 적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봄날에 쑥을 뜯어다가 쌀가루 묻혀서 쩌준 쑥버무리도 맛있었지만 어쩌다 비라도 올라치면 찹쌀을 쪄서 절구질로 만든 쑥개떡도 맛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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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망을 덮어놓은 곳은 수확하기 전의 상태이다. 햇볕에 드러나면 붉은 기를 띄는 바람에 상품성이 떨어져서 이렇게 그물망을 덮어서 키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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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걷기에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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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모퉁이를 돌아서니 전망대도 있었구나. 그럼 올라가 봐야지. 돌아가는 길은 이 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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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을 한양해서체로 단아하게 써놓은 녹산정(鹿山亭)이 아니고 녹문정(鹿門亭)이다. 사슴산으로 가는 입구라는 뜻인 모양이군. 그러니까 예전에는 이 산에 사슴이 살았었단 말인가? 이름은 전망대이지만 실상 전망은 특별한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굳이 녹문정이 아니라도 이미 전망이 좋은 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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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는 복분자가 꽃을 피웠구나. 새하얀 꽃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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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느낌이 있어 보여서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서 앞에 놓고 찍어봤다. 이런 장면에서는 시가 자동으로 한 수 튀어나와야 하는데 말이지.

《동백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어느 몹시도 추운 날 찾아왔던 그녀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해질녘에
짧은 치마에 긴 부츠를 신은 모습으로
저무는 햇살조차 없는 어둑어둑한 시간에
인가에서도 동떨어진 암자를 찾아왔었지

하루 묵어 갈 수가 없겠느냐는 애절함에
공양주 보살이 자기 방에서 자면 된다고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었을 때
동백이 흐드러지게 핀 이른 아침에
오간다는 말도 없이 홀연히 사라진 그녀

사람이 가면 간다고 해야지 하면서
못 내 서운해 하던 공양주 보살의 표정에서
모처럼 만난 말 벗을 잃은 섭섭함을 읽으며
젊은 여인의 까르르~웃는 소리는 귓가에 남았는데
사람의 흔적은 없음을 아쉬워 하며 산문을 내다 본다.

이런 시도 하나 생각해 보면서 산책길을 천천히 걸어보니 과연 녹산등대길이 왜 좋 은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이른 시간의 한적한 길이어서 더 좋구나. 주말에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여행은 우야든둥 평일에 다니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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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모퉁이를 돌아서자 저만치 서있는 등대. 누구에게 안 물어봐도 알겠다. 녹산등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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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구름이 살짝 드리워졌지만 그만하면 괜찮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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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인어해양공원이로구나. 공원치고는 좀 외졌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망이 좋은 자리에 잡고 있어서 볼만하군. 아마도 등대를 배경으로 꾸민 곳이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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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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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곳을 만나니 다리를 편다. 카메라 삼각대 말이다. 인어 상이 초승달에 걸쳐 앉은 건가? 하긴 돌고래를 타고 있는 것도 어색하기는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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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안녕~! 반가워~!
인어 : 놀러 오셨구나. 그렇잖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낭월 : 오늘은 우리가 처음인가 보구나.
인어 : 같이 놀아줘요~!
낭월 : 어떻게?
인어 : 달을 흔들면 시소처럼 흔들흔들하거든요.
낭월 : 아, 흔들바위처럼 말이지.
인어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예요. 해 주실래요?
낭월 : 그래라 네가 좋다면 나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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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어가 만족할 때까지 흔들어 줬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뭔지 궁금해서 물었다.

낭월 : 손에 들고있는 그것은 전복이겠지?
인어 : 아저씨는 이게 전복으로 보여요?
낭월 : 좀 이상하긴 하다만 전복이 아니고 뭐겠나 싶어서 말이야.
인어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배가 고프신 거죠? 호호호~!
낭월 : 아니 뭐, 딱히 그런 것은 아니고.
인어 : 이건 돌이에요. 돌멩이 말이에요.
낭월 : 돌멩이라니 인어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걸.
인어 : 여기에는 목적이 있답니다.
낭월 : 무슨 목적? 심심해서 장난치려는 거겠지.
인어 : 그게 아니라, 어부들이 풍랑이 일어날 것도 모르고 바다로 가잖아요.
낭월 : 요즘은 예보를 보고 다니겠지만 예전에는 그랬을 거야.
인어 : 그래서 조업을 나가지 말라고 돌을 던졌어요.
낭월 : 그런다고 고기잡이를 관두겠어?
인어 : 처음에는 말을 안 듣고 나가더니 풍랑으로 반은 죽어서 왔죠.
낭월 : 그럼 그 다음부터는 돌을 던지면 배를 돌렸어?
인어 : 당연하죠. 기억력이 좋은 주민들이 그것을 떠올려서 이렇게 해줬어요.
낭월 : 착한 인어구나.
인어 : 기왕이면 이름을 불러줄 수는 없나요?
낭월 : 어? 이름이 있었어? 뭔데 당연히 불러줘야지.
인어 : 제 이름은 '신지께'에요. 주민들이 붙여 줬죠.
낭월 : 그랬구나 신지께야 그게 무슨 뜻이야?
인어 : 귀신[神]처럼 풍랑을 잘 아는[知] 분[께]이라는 뜻이라네요.
낭월 : 정말 의로운 일을 했구나. 
인어 : 아니, 더 놀지 그냥 가시려고요?
낭월 : 응, 백도를 가야 해서 신지께야 미안해.
인어 : 아녜요. 다음에 또 오세요. 기다릴게요~!

인어와 놀다가 파노라마도 한 장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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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는 나중에 액자로 담아서 상담실에 걸어 놓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찍었다. 뭔가 거문도를 기념할 만한 장면을 담고 싶었는데 여기가 딱 어울리는 것으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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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등대를 가려면 다녀 와요. 난 여기에서 경치나 볼래요.
낭월 : 왜 안 올라가보려고?
연지 : 다리도 아프고 힘들고 가봐야 벼랑밖에 더 있겠나 싶기도 하고.
낭월 : 하긴~ 나도 등대는 안 올라가도 되지 싶다. 사진으로 담았으니.
연지 : 그럼 돌아갈래요?
낭월 : 그래도 되겠다.

마침 웨스트그린 호가 출항할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거문대교를 지나가는 장면이나 하나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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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기다렸는데 정시에 출발하지 못했는지 20분이 넘어서야 나타났다. 그래서 또 소원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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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이기는 해도 배에 써 놓은 이름은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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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초도를 향해서 항해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럭저럭 시간도 좀 흘렀구나. 8시 25분이니까 그만 움직여야 한다는 시간의 압박이 살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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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 너머로 길게 늘어진 모습도 가거도의 섬등반도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새로운 환경에서도 뭔가를 보면 또 그것을 매개로 다른 것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기억창고는 넓을 수록 좋은 법이다. 틈이 나면 뭐든 주워담아놔야 언젠가는 또 꺼내어 불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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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까맣게 익은 복분자를 볼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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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린 지점에 거의 다 왔나 싶었다. 초등학교 앞의 밭도 쑥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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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3일 전에 수확을 했던 모양이다. 백호친 화상의 머리 모양으로 말끔하게 깎인 것을 보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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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쑥이었구나. 쑥으로 무엇을 만드는지 기사에게 물어봤더니 가루도 하고 건강을 위한 환도 만들고 떡도 만들고 쑥으로 가능한 것은 모두 만드는데 품목이 30~40가지 된다고 했지 싶다. 여하튼 많은 것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확한 종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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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합치는 대신으로 멋진 학교를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서 잘 지어진 학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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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 있던 네 개의 학교를 합쳤다고 했는데 안내문에는 다섯 개였구나. 살펴보니까 초도초등학교까지 포함해서 그렇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초도의 아이들은 이곳으로 배를 타고 등교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많이 불편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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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건물이 깨끗해 보인다. 복이 많은 아이들은 이렇게 산수경계가 좋은 곳에서 뛰놀면서 공부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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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은 어제 배가 들어오면서 잠시 들렸던 서도항이다. 규모는 아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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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다를 보니 오늘의 백도여행도 편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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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걱정도 조금은 했다. 평일에 유람객이 없으면 출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정기적인 여객선 항로도 아닌 까닭이다. 그런데 표를 팔고 있구나. 다행이다. 간단한 정보를 적고 표를 샀다. 평일의 여행이 다 좋은데 이러한 점에서는 약간의 불안요인을 안고 있음은 어쩔 수가 없는 음양의 이치겠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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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열심히 운동했으니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아침은 얼큰한 매운탕으로해결했다. 아지매의 솜씨가 좋아서 많이 맵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대로 맛있게 해줘서 잘 먹었다. 여기 까지가 녹산 등대를 다녀 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