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무리 생각해도 64괘(卦)의 배열이 납득되지 않는 이유

작성일
2013-06-09 05:5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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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무리 생각해도 64괘(卦)의 배열이 납득되지 않는 이유
 
 
 
 
 
  주역공부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의문이 구름처럼 일어난다. 주역공부를 하려고 생각해 보니까 무엇보다도 역경이 상하로 나눠진 것을 보고는 그것도 일리가 있겠다 싶어서 순서부터 이해를 하기로 하고 열심히 외웠는데, 이것을 외우다가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암기하려고 들고 다니는 64괘의 글자들이 닳아서 흐릿해진 만큼 기억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직도 글자를 알아 볼 정도는 된다는 것은 당연히 아직도 완전히 외워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하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 앞으로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우선 배열의 시작부터가 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처음에 시작이 건(乾)이다. 하늘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주역은 우주론인가? 공자의 논어는 학(學)으로 시작하고 노자의 도덕경은 도(道)로 시작하는데 역경은 하늘로 시작을 한다. 아무래도 우주론처럼 보인다. 건을 맨 앞에 뒀다는 이야기는 그러한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문왕이 우주를 생각하고 이렇게 배열한 것일까? 감옥에서 불안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왕은 나날이 난폭해져 가고 있는데 자신은 그 속에서 우주를 생각하면서 맨 앞에다가 건괘를 놓고 우주를 생각했던 것일까? 이것은 구태여 콜롬보나 셜록홈즈가 아니라도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에는 전후의 사정이 상당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땅에서 만물이 태어났다면 당연히 땅이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만물이 땅에서 생겨났고 생명은 어미에게서 태어났다고 한다면 당연히 맨 처음에 나와야 할 것은 건이 아니라 곤(坤)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역은 땅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첫 글자가 무엇이냐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양론에서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음에서 양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체용론으로 본다면 매우 타당하다고 하겠는데 어쩐 일인지 주역에서는 양에서 음이 나오는 기현상이 생겨난다. 아니, 분명히 역경 자신도 말했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근데 왜 괘의 배열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음과 양이라고 해 놓고서 설명은 양과 음이라고 한다면 둘러치나 메치나 같은 이야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기왕에 같은 말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곤괘가 먼저 나오고 건괘는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이렇게 낭월과 같은 천둥벌거숭이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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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렇게 배열이 된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로 인한 폐해는 가부장적인 남성우월주의만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뒤따라서 일어난다. 그래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낭월의 주역공부방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또한 공부려니 한다.

   만약에 건괘 다음에 곤괘가 나오려면 이것은 단 두 개의 괘로 끝을 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한다면 압축과 요약이 그 가운데 있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남득이 되고도 남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음양지도(陰陽之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 인해서 파생이 되는 62개의 괘가 주루룩~ 붙어 나온다면 이것은 다시 그려야만 하는 서괘전(序卦傳)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고인이라도 이러한 의문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물론 앉아서 누가 알려달라고만 칭얼대지는 않을 참이다. 어느 정도 기초적인 의문보따리가 정리되면 또 스승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아서이다.

  여하튼 그렇게 된 것이 의문인데, 다시 또 두 번 째로 드는 의문은, 왜 '건 다음에 곤으로 변화하는 것일까?' 이다. 이것이 음양을 설명하는 음양서가 아니라면 이렇게 나와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자연적인 도(道)가 아니라 인위적인 대칭(對稱)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냐면,
 
 
 
 ䷀⇒ ䷫ ⇒⇒⇒⇒


 
 
  건(乾)으로 시작을 했으면 여기에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맨 아래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정말 하룻강아지가 무섭기는 하다. 이렇게 4천년을 유지해 온 그림에다가 대고 칼질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해 보겠느냐는 무지막지한 미련함으로 생각이 흐르는대로 따라가 보려는 속셈이다.
 
  이렇게 되어야 하는 이치는 간단하다. 줄에다가 추를 달고 흔들어보면 된다. 오른쪽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이동하는 법이 있을까?  오른쪽에서 시작을 했더라도 그 추가 왼쪽으로 이동하기까지에는 수없이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서 맨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왼쪽의 끝으로 갈 것이므로 마지막에 곤(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것은 협소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의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으로 시작했다면 곤으로 끝이 나야 하고, 곤으로 시작했다면 건으로 끝이 나야 하는 것이 하나의 매우 자연스러운 싸이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다시 곤괘로 시작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배열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 ䷀
 
 
 
  이렇게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는데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생각인지는 나중에 공부를 다 해 보고 나면 알게 될 것이지만 과거에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는 이렇게 택도 없는 생각도 해 봤더라는 흔적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조금은 있을 것 같아서 생각이 나는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이러다가 자칫하면 낭역(朗易)이 탄생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군 쯧~!
 
  그렇지만 태현경(太玄經)을 보고 나서는 이렇게 생각을 한 사람이 낭월 혼자만은 아니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태현경은 한대(漢代)의 양웅(楊雄)이라는 학자가 만든 창작품이다.
 
              

 

  이렇게 태현경의 81괘도를 펼쳐놓고 살펴보면 처음에 시작이 된 괘상과 끝의 마무리가 된 괘상은 흡사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모양과 닮아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으니 건괘 다음에 곤괘가 배열되어 있는 주역의 배치는 다시 재검토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다시 수정을 해서 곤괘가 맨 처음으로 나오고 건괘가 맨 마지막에 배치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초적인 의문.


 
  이미 팔괘의 명칭을 생각하다가 하늘의 건괘에서 맨 위가 동했다는데 왜 연못인 택(澤)이냐는 의문은 낭월한담의 [577]화에서 언급을 했지만, 그것만해도 또한 산뜻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
 
       乾卦                       巽卦                       離卦                       兌卦
 ☰    ☴    ☲    ☱
(陽의 대표 - 하늘)   (아래변화 - 바람)      (중간변화 - 불)       (맨위변화 - 연못)         
 
 
  이것이 이해가 된다면 또한 대단한 예지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늘의 맨 위에 연못이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공상과학소설과 같아서 말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어떻겠느냐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서 어느 카페에 가서 어줍잖은 질문이라고 올렸다가 혼만 나고 말았다. 이유인즉, 그딴 것은 묻지 말고 경이나 열심히 읽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묻기는 해야 하겠는데 이것을 알려 줄 사람이 어디 있는지 혹 아시는 벗님이 계시면 소개 부탁드린다.
 
 
 
       乾卦                       巽卦                       離卦                       兌卦
 ☰    ☴    ☲    ☱
(陽의 대표 - 하늘)   (아래변화 - 바람)      (중간변화 - 불)       (맨위변화 - 구름)         
 
 
  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냥 태괘를 구름이라고만 바꿔서 부르면 안 되겠느냐는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맨 위에서 변화무쌍하게 돌아다니는 구름을 주문왕이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이다. 그래서 낭월의 소견으로는 후에 해석하는 사람이 어리석어서(공자님 빼고;;;) 그것을 구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연못에 비친 구름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문득 생각해 보니까 지금의 마음이 처음에 사주공부를 3개월 하고 난 다음에 드는 의문투성이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설마 주역 속에서도 그러한 신살론과 같은 안개 속의 장막들이 있었단 말일까? 그래서 주역공부는 어렵다고 들 하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의문투성이들이 언젠가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서 주역의 심오한 이치와 하나가 되는 날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