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질시대!

작성일
2023-04-20 16: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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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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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시작은 단순하다. 그 일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고,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일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지질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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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애 선생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서 관심이 생겨서 구입한 『파우스트』 완역본이다. 하물며 독한대조로 양쪽면에 써놓은 책이기도 하다.  모처럼 베갯감을 구입했는데 몇 쪽을 읽다가 자꾸 뒤로 밀렸다. 한 작가가 60평생을 쓴 한 권의 책이라는 말에 혹했다. 그리고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보기로 하고 일단 뒤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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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유시민 선생이 『죄와 벌』을 언급하는 바람에 또 검색해서 주문했다. 실로 옛날에 한 번쯤 읽어보겠다고 시도를 했다가 포기했던 책이기도 했을 게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름들이 너무 길고 지루해서 읽기가 싫어졌다는 것인데 이제 세상도 제법 살았으니까 그 정도의 인내심은 생겼으려니 싶은 마음에 다시 시도했다. 그리고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하면 그럭저럭 읽을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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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거문도에서 백도유람선을 타면서 또 하나의 씨앗이 움트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백도에서 암석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화강암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졌던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가 책을 하나씩 주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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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표지도 화려하고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암석과 광물』이라니 딱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질입문자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물론 책도 잘 만들어서 기본적인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칠 일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를 도와 줄 책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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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25』는 좋은 책이기는 한데 찾는 내용과는 조금 어긋났다. 나중에 참고로 보면 될 것임을 알고는 또 다른 책을 찾다가 맘에 드는 제목을 만났다. 『암석학 개론』이다. 우선 돌팍에 입문하려면 개론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주문했다. 내용은 제목만큼이나 녹록치 않았다. SiO2나 OH, C1 등등의 용어들로 인해서 머리에 쥐가 날 즈음에는 또 책을 덮어놓고 딴전을 피우면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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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틀의 광물인 감람석을 현무암이 포획해서 끌고 나왔다는 것을 보고서 그것이 궁금해서 익산의 보석박물관에 공부하러 갔다. 그것을 백령도 갔을 적에 알았더라면 충분히 현장에서 감상을 했을텐데 아깝구로......  제주도를 그렇게 돌아다니면서도 겉만 보고 다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맨틀에서 올라왔다는 감람석의 오묘한 색에 푹 빠져들었다.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아무리 빨라도 늦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 후회인지라 후회도 하지 않는다. 다음에 가면 또 보지 뭐. 돌은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얼마나 다행이냔 말이지. 산불이 나서 나무는 불타서 없어질 지라도 암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까 또 찾아가면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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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에 지천으로 있는 것을 돈 주고 샀느냐?'는 말은 들을 각오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즉시로 예상했던 호통이 떨어졌다. 그래서 준비한 답을 했다.

"쪼매만 기다리거래이~ 잘 배아가꼬 금을 찾아서 반지 맹글어 주꾸마~!"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얼버무렸다. ㅎㅎ 그래도 굴러다니는 돌멩이지만 그것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정성에 대해서 값을 기꺼이 치뤘다. 비교를 해야 상대적으로 이해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서였다. 그러다가 오늘 또 한 권의 책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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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지질시대』다. 그리고 과연 책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책이라면 하루에 한 권도 읽겠구나. 가장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이 맨 앞에 나와 있었다.

쥐라기, 백악기, 데본기의 이름들이 어떻게 붙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하는 최덕근 선생의 초보 지질독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래서 읽고 있다가 문득 요즘은 이런 것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적어 본다. 다음 주에는 파주에 있다는 광물보석박물관도 가볼 요량이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고생대의 전시장이라고 할만 하다는 정선, 태백으로 가려고 망치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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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자료 열 개는 주워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하자면 '본전생각'이 든 셈이다. 유튜브에서 또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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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확대경도 하나 있어야 하겠구나. 다행이 가격이 많이 비싸지는 않았다. 여하튼 하나씩 준비해서 모처럼 가는 여행길에 알찬 공부를 해야 하니까 말이지. 이러다가 또 굴삭기를 사겠다고 알아보고 있지나 않으려는지. ㅋㅋㅋ

이제 형(形)을 보던 풍경에서 (質)을 보는 공부를 하게 된 것에 대해서 또 감사한다. 자연의 풍경을 겉으로도 보고 속으로도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겸해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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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에 목단과 왕벚은 만발했는데 돌을 들여다 보면서 혼자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