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단동자2022년

작성일
2022-05-20 11:01
조회
694

우단동자(羽緞童子) 2022년


 

u20220520-10

해마다 피는 우단동자이고 예전에도 들여다 봤기 때문에 그렇겠거니.... 했다. 그러다가 또 한 마음이 동하면 다시 그 일을 반복하게 된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런 날이었던 모양이다.

u20220520-01

가뭄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거의 매일 물을 줘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 바람인지 우단동자는 철을 알고서 꽃을 곱게 피워간다. 그래서 또 기특하다.

u20220520-02

이렇게 온통 털 속에 감싸여 있어서 우단(羽緞)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우단은 벨벳이라고도 하고 비로드라고도 하는 그 천에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u20220520-27

예전에는 꽃만 들여다 봤는데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피지 않은 꽃봉오리도 눈에 들어온다.

u20220520-25

한쪽에서는 이미 개화가 한창이다. 앙증맞은 우단동자의 고운 색은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매력이 있다. 눈길이 가면 카메라가 따라가기 마련이다.

u20220521-02

문이 열리고 꽃잎이 밖을 향해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에서 꿈을 실현시키려는 열정이 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호들갑이려나.....ㅎㅎ

u20220520-28

아름답다고 느껴서 아름다운 건지, 아름다워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인지는 때로 구분이 모호해 지기도 한다. 작아서 예쁜 것인지 여하튼 우단동자가 피어나는 계절이면 자꾸만 눈길이 간다.

u20220521-01

다행이다. 한 송이만 있었다면 다양한 모양을 담기 위해서 마냥 기다려야 할 텐데 말이다. 동시에 피기 전의 봉오리에서 시든 꽃까지 모두 볼 수가 있어서 그것도 좋다.

u20220520-03

팝콘이 생각난다. 어떻게 그 좁은 곳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톡톡 튀어 오르듯이 피어나는지 언제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생명력의 조화가 시시각각으로 작동하고 있는 순간을 볼 수가 있어서 즐거운가 싶기도 하다.

u20220520-04

그니깐......

u20220520-06

한 녀석이 자기가 찜했다고 우긴다. 메뚜기인가? 여치는 아닌 것 같고.... 여하튼 네가 먼저 맡았으니 네 것인가 보다. ㅋㅋㅋ

u20220520-07

너도 곱다. 꽃이 따로 없구나. 출연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문득 배추 포기가 생각난다. 대만의 고궁박물원에 있는 그것 말이다.

17009623

그래 이것이 떠올랐다는 말이다. 옥으로 자연을 빚은 장인의 솜씨에 감탄을 했었는데 우단동자에 메뚜기라니 이것이야말로 옥보다 더 멋지지 않은가? 생명이 숨 쉬고 있으니 말이다. 고맙구로~ ㅎㅎ

u20220520-09

마악 피어난 꽃송이에는 암술 호위병들이 창을 꼬나 들고 삼엄한 경계를 하는 모습이 자못 서슬이 시퍼렇게 보이기도 한다.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안 보인다.

u20220520-11

그러다가 경비병의 창날은 여왕의 명을 받으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깊은 궁궐의 속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서서히 벌어지는 그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소리없이 진행되는 것도 신기하다.

u20220520-12

너무 깊어서 그 속을 들여다 보려면 한 참을 지켜봐야 한다. 불과 10mm의 속임에도 그 깊이는 아득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u20220520-05

꽃은 부지런하다. 잠시도 가만히 멈추는 법이 없이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잠시도 게을리 할 수가 없다는 압박도 살짝 스쳐 지나간다. 그래 열심히 공부해야지. 암. 조금만 더 놀고. ㅋㅋ

u20220520-17

늘 보면서도 감탄하는 것은, 아무리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다는 것의 경이로움으로 인해서인 모양이다. 화분이 한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면 조물주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지 싶다.

u20220520-19

문득 몇 해 전에 빅토리아 연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겠다고 한 여름에 모기에 뜯기면서 궁남지를 배회하던 생각도 든다. 이렇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uu20220520-01

크기가 궁금해서 자를 갖다 대 보니 대략 3cm로구나. 그 중심부는 불과 3~4mm인데 그 은밀한 속의 풍경은 가히 우주와 같다고 할만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예전에 우단동자를 봤을 적에는 궁남지의 빅토리아까지 발견하지는 못했는데 오늘은 그것까지도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uz20220520-01

아차~! 아침의 풍경에만 취해 있다가 진정으로 우단동자의 절정을 놓칠 뻔했다. 오후에 다시 혹시나 하고 들여다 보니까 이렇게나 화분이 만개했던 것을 말이다.

uz20220520-02

이 순간의 절정이었구나. 꽃게나 가재의 배에 가득한 알처럼 뭉텅이로 매달린 수술의 화분이라니~!

uz20220520-05

이제 확실하게 알겠구나. 겉으로 나왔던 것은 수술이었고 암술은 그 속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칫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그래서 벌나비도 필요로 하지 않았구나. 이렇게 엄청난 화분을 안으로 들어 부었으니 말이지. 오호~!

uz20220520-03

이렇게 털어붓고서도 마지막 한톨까지도 알뜰히 넣으려고 수술은 여전히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u20220520-16

바람이 살랑인다. 접사렌즈 앞에서는 태풍이 된다. 그래서 또 바짝 긴장해야 하는데 다행히 잠시 지나가고는 멈춰줘서 놀이를 계속 할 수가 있어서 고맙다. 바람이 돕지 않으면 사진놀이도 맘대로 안 되는데 말이다.

u20220520-22

그렇게 한바탕 꽃노래를 하고는 다시 결실로 향해서 치닫는다. 잎은 말라붙고 본래의 우아한 모습은 간 곳이 없다.

u20220520-23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속도 들여다 봐야 한다.

u20220520-24

비록 잎은 시들었어도 밖의 수술들은 여전히 자신의 몫을 다 하려는 듯이 아직도 생생하게 자태를 유지하고 끝까지 화분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니..... 그래서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고는 놀이를 멈춘다. 그리고........

uzz20220520-01

다시 나갔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우단동자를 방문했다가 바로 옆의 끈끈이대 나물 꽃으로 향한다. 나비는 화분이 필요치 않은 까닭이다.

uzz20220520-02

문득, 끈끈이대나물꽃도 들여다 볼까 싶은 생각이 났지만 오늘은 아니다. 아직 더 봐야 할 것이 남아 있어서이다.

uzz20220520-07

호기심천국을 위해서 꽃 한 송이를 희생했다. 그 속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뭄에 물을 줬으니깐.... 이렇게 위로했다. ㅋㅋㅋ

 

uzz20220520-08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씨방과 암술의 모습을 제대로 만났기 때문이다. 오호~~~~~ 감동이다. 자연의 정교함이란......

겉에서 보이는 대로 본 것이 전부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래도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지, 미안해~! 대신 물 많이 줄께~!